BEAUTY 홈쇼핑의 신세계

언제까지나 TV 속에 머물러 있을 것만 같던 홈쇼핑의 반란이 시작됐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모습으로 변신한 홈쇼핑의 현재를 살펴보았다.

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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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뉴노멀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의 면면이 구체화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불러온 팬데믹 사태로 인해 언택트 라이프스타일이 자리 잡은 2020년은 그야말로 기록적인 해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같은 뉴 미디어의 약진은 언택트 트렌드와 맞물리며 더욱 강한 힘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TV 바깥으로 옮겨버렸다. TV 시청 시간이 줄어들면서 TV에서 태어난 홈쇼핑이 더 이상 TV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케이블 방송이 출범한 1995년, 국내 최초의 홈쇼핑 채널이 첫 방송을 탔다.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지금, 변혁의 바람에 휩싸인 홈쇼핑은 TV라는 기존 매체를 고수하면서도 다양한 플랫폼을 받아들이며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매체 환경에 부응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려는 홈쇼핑 업계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가장 많이 회자된 서비스가 바로 VR 피팅이다. TV 화면 안에 등장한 제품을 마치 직접 착용해보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서비스다. 화면 속 3D 보기를 이용, 성별과 신체 사이즈, 취향 등을 선택해 구현한 가상 인물에게 옷을 입혀볼 수 있다. 기존의 홈쇼핑에서 보여주기 어려웠던 상품의 질감과 스타일을 현실감 있게 체험할 수 있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기 브랜드의 가상 매장을 방문해보는 롯데홈쇼핑의 핑거쇼핑, 가전과 가구를 가상으로 배치해볼 수 있는 한샘몰의 AR뷰까지, 첨단 기술을 접목한 홈쇼핑을 만날 수 있다. 패션을 시작으로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VR 기술이 머지않아 카메라에 비친 얼굴에 립스틱 컬러를 발색해보고 스킨케어 전후를 보여주는 것처럼 뷰티 카테고리에도 접목될 것이라 전망된다. 이처럼 VR 기술이 주로 시각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데 도움을 준다면, AI 기술은 데이터 분석과 소통, 편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홈쇼핑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AI 채팅 로봇인 샬롯 서비스를 론칭해 고객에게 제품을 추천하고, 고객의 궁금증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데 활용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이 획기적으로 적용되는 곳은 바로 시청자에 따라 방송 내용이 달라지는 차별화 편성에 있다. SK스토아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적용해 TV 화면 위쪽에 안내바를 설치하고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를 클릭할 수 있게 화면을 개편했다. 일반적으로 편성된 방송을 통해 한정된 상품만 볼 수 있는 방식과는 달리 원하는 상품을 찾아보고 즐길 수 있는 고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색조 메이크업에 관심이 높은 고객에게는 피부 톤에 맞는 컬러를 추천하고, 고객의 피부 고민에 따른 스킨케어 제품을 제안하는 등 커스터마이징 홈쇼핑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홈쇼핑에 신세계를 선사해준 또 다른 플랫폼은 바로 T커머스(T-commerce)다. TV와 상거래를 의미하는 커머스라는 단어의 합성어인 T커머스는 리모컨으로 IPTV(인터넷TV)나 케이블 방송에서 원하는 상품을 골라 구입하는 일종의 데이터 홈쇼핑이다. 기존의 홈쇼핑이 실시간 판매 방송을 하고, 전화나 전용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하는 방식이었다면, T커머스는 녹화 방송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이 방송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별도의 상품 소개 창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T커머스 전문 업체가 등장하고 뒤이어 홈쇼핑 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CJ오쇼핑 플러스나 현대홈쇼핑 +shop, 롯데OneTV, GS MY SHOP 등이 대표적인 T커머스 채널이다. 이들은 녹화 방송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마치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듯한 다양한 형식과 영상 기법, 소재를 통해 홈쇼핑의 정형화된 스타일에서 벗어나 유희적인 스타일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콘텐츠가 2030세대를 제대로 저격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에서 일명 ‘모찌피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악동뮤지션 수현이 직접 등장하는 콘텐츠를 통해 화장법을 배운 뒤, 리모컨을 눌러 방송 화면 옆 제품 소개 데이터 창에 들어가 뷰티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존 홈쇼핑과 차별화된 콘텐츠와 높아진 채널 장악력은 T커머스 시장을 4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으로 키우는 동력이 되었다. 


한편 지난 5월, 카카오 쇼핑 라이브의 첫 방송이 전파를 탔다. 정확히 말하면 와이파이(wi-fi)를 탔다고 해야 할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 TV 라이브 앱, 그리고 카카오톡 톡채널을 통해 휠라 운동화를 판매하는 생방송이 진행된 것. 이 실시간 방송을 시청한 사람만 대략 2만 명, 이후 카카오 쇼핑 라이브 채널을 친구로 등록한 사용자는 무려 38만 명에 이른다. 이토록 놀라운 수치를 끌어낸 배경에는 새로운 플랫폼, 라이브커머스가 있다. 시청자와 직접 소통하며 판매하는 제품의 장단점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양방향 소통 쇼핑법, 라이브커머스는 홈쇼핑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모바일 생방송 전용 채널인 몰리브(molive)를 통해 고객과의 실시간 소통을 확대할 계획이며, GS홈쇼핑은 상품을 소개하는 모바일 TV 매장인 내일TV를 통해 콘텐츠를 강화할 예정이다. 현대홈쇼핑은 아예 모바일 전용 생방송인 쇼핑 라이브 전담 진행자를 뽑는 공개 오디션을 실시하며 기존의 홈쇼핑 쇼호스트와는 달리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통해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홈쇼핑 업계의 라이브커머스 경쟁, 지금은 시작일 뿐이다. 모바일 채널이 홈쇼핑 업계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이제는 TV에서 벗어나 아예 모바일만을 위한 판매 방송을 제작하거나 새로운 소비 타깃을 발굴하는 등 채널 다각화 조짐이 활발하다. 

 

AGE20’s 에센스 커버 팩트 1캐럿 크리스탈 에디션 12.5g×2 4만5000원대. 2 AHC 타임 리와인드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 30ml 2만원. 3 SOORYEHAN 효비담 발효 아이크림 & 크림 특별 기획. 25ml×2 10만원. 4 REJURAN COSMETICS 리쥬란 힐러 턴오버 앰플 10ml×3 13만2000원.

 

이렇게 홈쇼핑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기존 홈쇼핑에 대한 오랜 편견이 걷히는 모양새다. 소비자는 점점 똑똑해지고, 거짓된 정보를 걸러내는 안목도 가지게 되었다. 수많은 플랫폼을 통해 전문가처럼 제품을 선별하고 그 안에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그것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오히려 브랜드 담당자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다. 제품을 팔아야 할 고객이 이토록 똑똑해진 상황에서 홈쇼핑은 진화를 멈출 수 없다. 그들을 앞질러 트렌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쇼핑 플랫폼으로서 퇴보하는 건 당연지사. 그래서인지 이제는 홈쇼핑이 최신 뷰티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하는 장으로 여겨질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대기업 뷰티 브랜드는 물론이고 미샤와 어퓨, 클리오 같은 로드숍 브랜드, 혹은 보미라이나 카사업 같은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까지, 홈쇼핑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런 브랜드들은 홈쇼핑을 단순히 유통 채널로 삼지 않고, 고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내는 일종의 판매 창구로 내세운다. 시선을 사로잡는 콘텐츠와 다각화된 플랫폼을 활용하는 홈쇼핑이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 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홈쇼핑에서 판매 1위를 지속적으로 기록한 AHC의 아이크림 포 페이스다. 홈쇼핑 대박템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까지 본 제품은 물론이고 AHC의 다른 제품까지 인기가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경험했다. 애경은 홈쇼핑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화장품 명가의 지위 재탈환에 나섰다. 에이지투웨니스의 에센스 커버 팩트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이를 기회로 화장품 부문의 비중을 본격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동국제약의 센텔리안24, 신생 브랜드인 달바 등 홈쇼핑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다음,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등 홈쇼핑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브랜드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토록 똑똑해지고 새로워진 홈쇼핑의 진화가 뷰티 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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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주혜PHOTO :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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