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불가리가 해석한 뱀

두렵게만 느껴졌던 뱀이 이처럼 우아하고 고혹적인 이미지로 달라질 수 있다니. 뱀을 모티프로 한 불가리의 독창적 주얼리 세르펜티의 탄생 75주년을 기념해 국제갤러리에서 개최한 전시 <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그 끝없는 이야기>는 천경자, 니키 드 생팔, 함경아, 최욱경, 홍승혜, 최재은 등 여성 작가 6인의 뱀 모티프 작품과 함께 울림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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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그 끝없는 이야기>. 

 

유럽에서 뱀은 그리스 신화 속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언제나 뱀이 감긴 지팡이를 가지고 다닌 것에서 기인해 의술이나 의사를 상징한다. 나아가 재생, 변화, 부활, 불멸, 지혜 등의 의미도 내포한다. 수시로 허물을 벗어 새롭게 재생하는 뱀의 생명력은 아티스트에게 강렬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뱀이 가진 에너지, 생명력 같은 특별한 뜻을 포착하고 재해석해 1948년 세르펜티라는 독창적 스타일의 주얼리를 선보인 불가리에게도 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아이콘이다. 이탈리아어로 뱀을 뜻하는 세르펜티는 브랜드의 역사적 유산과 대범한 창의성을 상징한다.


세르펜티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풀어내고 각 나라의 작가들과 협업한 릴레이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지난 2월 스페인 마드리드의 티센 보르네미사 국립미술관을 시작으로 런던과 뉴욕, 상하이를 거쳐 6월 말 서울에 당도, 국제갤러리에서 막을 올렸다. 1관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천경자 작가의 ‘사군도’다. 한 화폭에 뱀 35마리가 뒤엉켜 꿈틀거리는 ‘생태’라는 그림으로 이름을 얻은 작가의 1969년 작으로 허물을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오는 뱀 4마리의 활기찬 모습을 담았다. 그 옆으로는 니키 드 생팔의 뱀 조형물과 드로잉이 이어진다. 청량한 컬러와 에너제틱한 뱀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작품은 작가의 어두웠던 삶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왼쪽) 천경자 작가의 ‘사군도’. (오른쪽) 홍승혜 작가의 ‘Trop Long’.  

 


2관 1층에서는 자유로운 의식과 여성성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최욱경 작가의 작품과 회화,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를 통해 개념적 작업을 지속해온 함경아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길에서 주운 길쭉한 나뭇가지에 색실을 감고 그 옆에 색실 더미를 놓은 최욱경 작가의 설치 조형물 ‘뱀이 된 나무’가 작가의 우울한 심상을 느끼게 한다면, 함경아 작가가 디지털 방식으로 만든 이미지와 텍스트를 제3세계를 통해 북한의 자수 공예가들이 한땀 한땀 수놓은 자수 연작에서는 제작 과정의 불안과 이데올로기, 암호 등을 시각화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2관 2층에서는 프랑스 시인 쥘 르나르가 1894년 발표한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Le Serpent’에서 받은 영감을 뱀의 형상으로 해석한 홍승혜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새벽녘 황금 뱀들이 이슬을 맛보기 위해 모여드는 상상 속 풍경을 황금 뱀을 그린 종이등과 그 아래 ‘Dew’라고 쓰인 종이 덩어리로 형상화한 최재은의 설치 작품 ‘Meeting the Morning Dew’도 위트 있다. 

 

 

(왼쪽) 최재은 작가의 ‘Meeting the Morning Dew’. (오른쪽) 니키 드 생팔의 ‘Pouf Serpent Jaune’.

 


세르펜티를 착용한 명사의 사진이나 불가리 캠페인 역시 하나의 작품으로 손색없었다. 특히 뛰어난 컬렉터였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에메랄드 눈을 가진 뱀 모양의 세르펜티 팔찌를 손목에 착용했으며, 미국 <보그> 편집장 출신의 다이애나 브릴랜드가 금으로 만든 불가리의 스네이크 벨트를 목에 두 겹으로 둘러 목걸이처럼 걸고 공식 석상에 나타난 사진도 흥미로웠다. 


불가리 하이 주얼리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전시 역시 시선을 사로잡았다. 루비와 다이아몬드로 뱀 머리를 장식한 ‘세르펜티 투보가스 워치’, 초록빛 에메랄드로 온몸을 꾸민 ‘세르펜티 레인 포레스트 하이 주얼리 브레이슬릿’, 34캐럿이 넘는 카보숑 루벨라이트 보석을 입에 문 뱀 모양의 ‘세르펜티 이클립스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등 불가리의 걸작 주얼리들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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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영채PHOTO :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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