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으로, 산으로 달려가지 않더라도 올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특별한 방법.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과 찰나의 시원함을 선사하는 예술 작품 속에 풍덩 빠져보길. 아트 전문가들이 보내온 올여름 나를 시원하게 해줄 단 하나의 작품과 함께.
2023.07.07
Simon Fujiwara, Who’s Bigger Splash? (Enter the Blue), 2022, Charcoal and paper collage, 135×120cm each,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 © Simon Fujiwara
일본계 영국 작가 사이먼 후지와라의 〈Who the Bær〉 연작에는 ‘후(Who)’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새하얀 털과 황금빛 심장, 엄청나게 긴 혀를 가진 ‘후’는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등의 정체성에서 자유로운 캐릭터로 존재한다. 자신이 원하는 모든 정체성에 맞춰 형태를 바꾸는 능력을 가진 ‘후’는 유쾌한 모습으로 ‘Who’s Bigger Splash? (Enter the Blue)’에 나타난다. 양손과 온몸에 달콤한 꿀을 묻히고 노란 수영복을 입은 채 새파란 풀장으로 뛰어든 ‘후’는 핑크빛 혀를 길게 늘어뜨리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하늘과 물의 시원한 블루, 다이빙대와 비치타월의 부드러운 핑크, 비치 체어와 곳곳에 묻은 꿀의 환한 옐로, 그리고 ‘후’의 눈처럼 새하얀 털까지. 경쾌한 색과 이미지의 조화가 무더운 여름의 불쾌감을 시원하게 씻겨주고, 관객을 웃음 짓게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해당 작품은 20세기 회화를 현재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작가 특유의 개념적, 철학적 투쟁의 위트 있는 표현을 보여주는 대표작 중 하나로 데이비드 호크니의 명화 ‘A Bigger Splash’를 모티프로 탄생했다. - 조재희(갤러리현대 큐레이터)

Kim Bohie, Leo, 2023, Color on canvas, 162×130cm
뜨거운 여름 한낮, 남태평양 어느 휴양지의 개들처럼 보내리라 다짐한다. 야자수 그늘에 배를 깔고 누운 검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처럼. 열대의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김보희의 초록색 풍경 속에서 초연한 듯 평온한 ‘레오’가 우리를 반긴다. 학교를 은퇴하고 제주에 정착해 온전히 제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보희. 작가가 기거하는 서귀포 스튜디오 주변의 자연과 반려견 레오가 자연스럽게 화폭 안으로 들어왔다. 세밀한 관찰과 초록의 농담(濃淡), 반복적인 붓질로 빚어낸 김보희의 초록 풍경. 하지만 이것은 제주를 담았지만, 또한 제주의 풍경이 아니다. 작가의 상상이 덧칠된 초록의 풍경은 미지의 휴양지처럼 낯선 시간과 완벽한 평온을 선사한다. 우리가 꿈꾸던 바로 그곳. 7월 1일까지 갤러리바톤에서 열리는 김보희 개인전 <Towards>에 레오가 함께하는 게으르고 시원한 낙원이 펼쳐진다. -설미현(아트 저널리스트)

이영찬(1935~ ), 구미정(九美亭), 1992, 종이에 먹, 색, 66.2×113cm, 국립현대미술관 동산 박주환 컬렉션
이영찬 작가의 ‘구미정’은 강원도 정선군 북동쪽 임계면에 위치한 정자 구미정(九美亭)과 주변 절경을 그린 실경산수화이다. 구미정은 조선 후기 숙종 때의 이자(李慈, 1652~1737)가 짓고 이곳에서 시회(詩會)와 강론(講論)을 하면서 평생 풍류를 즐겼다고 전해진 장소이다. 돌층대의 아름다움을 뜻하는 ‘층대(層臺)’, 주위 기암절벽이 바위 위 이끼로 항상 푸르게 보인다는 ‘취벽(翠壁)’,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가 연이어 있어 아름답다는 ‘열수(列峀)’ 등 정자 주변에 아홉 가지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작가는 구미정 아래로 흐르는 맑은 물, 기암절벽과 산봉우리로 이루어진 풍광을 충실히 묘사해 누구라도 풍류를 즐기고 싶은 여름의 풍경을 여실히 담아냈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정자 위에 앉아 상쾌한 바람을 맞고 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 - 윤소림(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정서영, 아이스크림 냉장고, 케이크 냉장고, 2007, 철, 유리, 조명 기구, 89.5×110×67cm / 87×112×70cm, 개인 소장. ⓒ 2007. 정서영. (사진: 김용관)
나는 항상 이 작품이 갖고 싶었다. 2007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보았을 때도, 작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보았을 때도 ‘저 작품을 내 집에 가져다 놓아야 하는데’라고 아쉬워했다. 거실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주변에 어지러이 널려 있을 전기선을 상상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아이스크림 대신, 집 안의 모든 빛을 가져다 담은 냉장고. 환하고 반투명하고 반듯하고 각이 잡힌 이 조각은 무엇보다 시원하다. 나는 정서영 작가의 모든 조각이 시원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스크림 냉장고가 시원하기로는 단연 최고다. 정서영 작가는, 조각적 순간은 나-사물-세계가 각각이 찰나적으로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고 관계를 맺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의미하며, 이때 조각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기능과 형태가 완결된 사물, 나 자신, 그리고 우리가 점한 시공간의 관계를 해석하여 조각으로 변화시키는 예술가의 상상력이 아찔하게 시원하다. - 류정화(전시 기획자)

Christine Sun Kim, The Sound of Temperature Rising, 2019, Mural, dimensions adaptable. Collection of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Courtesy of the Artist and François Ghebaly Gallery
이 작품은 시원함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어쩌면 더 뜨겁게 할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고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김 크리스틴 선(Christine Sun Kim)은 농인의 사운드 아티스트이다. ‘소리 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그녀는 미국 수화와 음악 사이의 유사점을 발견하고, 소리가 귀로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사운드의 시각적 표현과 그것이 사회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가 그녀 작업의 핵심 탐구 주제. “기온 상승은 어떤 소리일까? 또 어떤 모습일까?” 그녀는 이 질문을 탐구하기 위해 미국 수화와 음표라는 친숙한 의사소통 시스템을 이용하여, 기후 변화부터 사람들 사이의 열기와 긴장 또는 정치적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 가능한 기온 상승에 관한 질문을 유도한다. 2019년 MoMA에 빌보드 형식으로 설치된 이 작품은 관객이 귀를 열고 눈을 뜨고 시각적 언어를 경험하도록 초대한다. - 박지선(아트바젤 VIP 한국 대표, 앨런 슈워츠먼 어드바이저)

1, 2, 3, 4 Heidi Bucher, Untitled (Wasserzeichnung / Water drawing), 1985, Watercolor on paper, 40×30cm © The Estate of Heidi Bucher.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each)
“서울을 방문했을 때 스위스 작가 하이디 부허(Heidi Bucher, 1926~1993)의 아시아 최초 회고전을 아트선재센터에서 경험했다. 평생 물과 바다에 매료되었던 부허는 회화 작업에 물을 자주 등장시켰는데, 1980년대에 이르러 그는 흐르는 물의 자연적 형태와 색채를 포착한 수채화 드로잉 연작(Wasserzeichnung)을 제작했다. 작품에서 부허는 밝은 파란색을 사용해 자유롭고 시원스러운 붓놀림으로 마치 강물처럼 우아하게 종이 표면을 가로지르는 물의 형상을 표현한다. 그림은 생명력과 재생력, 비옥함, 해방, 활력 등으로 풀이되는 물의 고유한 능력을 떠올리게 하고, 이를 사유하는 작가의 시선에서 신선한 주체 의식이 느껴졌다. 이 아름답고 명상적인 그림을 바라보며 시원함과 동시에 차분함을 느꼈다.” - 켄 탄, 리만머핀 디렉터(Ken Tan, Lehmann Maupin Director)

Alejandro Piñeiro Bello, El Desconocido Son Del Areito Desapareciendo Para Toda La Eternidad, 2023, Oil on burlap, 183×122.5cm © Alejandro Piñeiro Bello, Courtesy of Pace Gallery and KDR305
쿠바 태생의 작가 알레한드로 피네이로 베요(Alejandro Piñeiro Bello). 그는 라틴아메리카 미술 특유의 강렬하고 열정적인 색감과 에너지를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이를 그만의 시각언어로 담아낸다. 작가는 올 초, 페이스갤러리 팜비치에서 진행된 단체전 <Tropic of Cancer>에 참여해 큰 호응을 얻었고, 나 역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여전히 생소한 라틴아메리카 현대미술을 소개하기에 올여름이 계절적으로나, 시기적으로나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번 서울 전시를 추진하게 되었다. 다채로운 색의 공명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 작품은 지금은 사라진 카리브해 섬의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시보이네족의 전통 춤과 음악의 본질을 포착한 작품이다. 대왕야자와 나무들이 기둥처럼 서 있는 풍경 안으로 원형의 대열로 춤을 추는 사람들. 화면 곳곳에 그려진 인물들은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진폭에 깊이를 더하고, 이들 주위를 둘러싼 곡선은 계속해서 메아리치고 튀어 오르는 역동감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작가는 토착 문화의 아름다움과 그들의 유산을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 이영주 페이스갤러리 한국 대표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미술 작품
EDITOR : 설미현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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