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에드워드 호퍼 개인전이 열린다. 대표작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을 비롯해 고독한 도시인을 담은 그의 작품은 팬데믹을 거치며 고립된 도시의 표상으로 다시금 주목받았다. 현대 예술계와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호퍼의 작품 세계를 살폈다.
2023.04.13
에드워드 호퍼, ‘도시의 지붕들’, 1932, 휘트니 미술관

에드워드 호퍼, ‘밤의 그림자’, 1921, 휘트니 미술관

에드워드 호퍼, ‘자화상’, 1925-30. 캔버스에 유채, 64.5 x 51.8cm, 휘트니 미술관, 뉴욕; 조세핀 호퍼 유증 70.1165. ©2022 Heirs of Josephine N. HopperLicensed by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현대인의 고독을 이야기할 때 소환되는 예술가를 줄지어 보면 맨 앞에 에드워드 호퍼가 자리할 것이다. 뉴욕에서 일생 대부분을 보낸 그는 뉴욕을 거닐며 도시의 초상을 화폭에 담았다. 오는 4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린다. 호퍼 작품의 최대 소장처인 뉴욕 휘트니 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전시로, 산본호퍼아카이브(Sanborn-Hopper Archive)를 비롯해 150여 점의 회화, 드로잉, 판화 등을 소개한다.
1882년 미국 뉴욕주 오렌지카운티 작은 마을 나약에서 태어난 호퍼는 유년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다. 열여덟부터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전신인 뉴욕 미술 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애시캔 화파를 이끌며 도시 생활을 날것 그대로 묘사한 스승 로버트 헨리(Robert Henri)는 호퍼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후 1906년과 1910년 사이 세 차례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그는 도시 곳곳을 자유롭게 스케치했다. 1910년 맨해튼에 정착한 뒤로 뉴욕을 배경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20년대 초반까지 판화 작업에 몰두하며 구성과 빛의 작용을 탐구했으며, 수채화와 유화를 동원해 도시의 장면을 수집했다. 1923년 미술학교 동기인 화가 조세핀 니비슨과의 결혼은 활동의 분기점이 되었다.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장소는 뉴욕과 뉴잉글랜드의 해안이다. 본거지인 뉴욕과 여름 별장이 있는 매사추세츠주 코드 곶을 오가며 생활한 그는 상이한 대도시와 해안 마을을 그렸지만, 기하학적인 구성과 강조된 여백, 그리고 홀로 있거나 상호작용하지 않는 인물을 두고 관객은 하나같이 고독을 읽어냈다. 말수가 적고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꺼린 호퍼는 그저 “모든 답은 그림에 있다”고 언급했지만 말이다.
이에 대해 휘트니 미술관의 큐레이터 카터 포스터(Carter Foster)는 저서 <호퍼의 드로잉(Hopper Drawing)>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타인들과 신체적으로 가까이 있지만 동작, 구조, 창문, 벽, 빛 또는 어둠 등 다양한 요인 때문에 그들과 격리되는 데서 유래하는, 뉴욕에는 흔한 특정한 공간과 공간적 체험(올리비아 랭, <외로운 도시>, 김병화 역, 어크로스, 2017, 34쪽에서 재인용)”을 재생한다고. 전 세계 메트로폴리탄의 풍경이 동질화되는 시대, 호퍼의 고독은 서울에서도 어렵지 않게 체험할 감각이다. 20세기 초반의 미국 풍경이 2023년 한국에서는 어떻게 겹칠지 직접 느껴볼 차례다.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
오스트리아 출신 감독 구스타프 도이치의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13점을 스크린으로 불러낸 영화다. 1930년대에서 시작해 장면마다 시대를 짐작하게 하는 라디오 음성이 흐르고, 주인공 셜리와 인물들은 표표히 이미지의 일부가 된다. 실험적인 비디오 아트 작품으로, 회화와 시간 예술이 만나 쓸쓸한 감정을 증폭시킨다.
<빛 혹은 그림자>, 로렌스 블록 외(문학동네)
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오츠, 마이클 코널리 등 미국 유명 작가 17명의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집. 미국 추리소설의 거장 로렌스 블록이 기획한 앤솔러지로, 테마는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이다. 그림 속 장면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거나 호퍼의 작품을 직접 소설에 등장시키는 등 활용 방식은 물론 저마다의 상상력이 흥미진진하다.


<외로운 도시>, 올리비아 랭(어크로스)
영국의 예술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 올리비아 랭이 뉴욕의 예술 작품을 연구한 기록이다. 2장에서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이 중심에 등장한다. 그림 속 여성들과 자신을 동일시한 작가는 독일의 정신과 의사 프리다 프롬-라이히만의 논문과 호퍼의 작업을 연결해 고독의 연원을 파고든다. 더불어 화가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내 조세핀의 작업을 금지하고 커리어를 단절시킨 이면까지 드러낸다.
<나의 사적인 도시>, 박상미(난다)
번역가이자 갤러리스트, 그리고 뉴요커인 박상미 작가가 거닌 뉴욕과 그곳의 예술 이야기. 그는 뉴욕에서 생활하며 숱한 예술 작품과 마주치고 호퍼의 흔적을 발견한다. 호퍼가 50년 동안 살았던 뉴욕 집과 여름 별장, 그리고 그림 속 거리가 그에게 말을 건네온 것이다. 시인 마크 스트랜드가 호퍼의 그림에 대해 쓴 산문 <빈방의 빛: 시인이 말하는 호퍼>의 기획자이기도 한 그가 책을 번역하는 과정을 엿볼 수도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뉴욕’ 지도
휘트니 미술관이 지난 3월 막을 내린 <에드워드 호퍼의 뉴욕> 전시와 함께 공개한 구글 지도.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를 그림과 함께 지도에 표시해두었다. 풍경화의 배경이 된 워싱턴 스퀘어 공원, 퀸즈버러 다리, 맨해튼 다리 등의 랜드마크는 물론 ‘드럭 스토어(1927)’, ‘이른 일요일 아침(1930)’, ‘아파트 주택(1930)’의 대략적인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whitney.org/exhibitions/edward-hopper-new-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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