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길버트 앤 조지의 새 전환점

어쩌면 늙지 않는 작가, 길버트 앤 조지가 이번엔 ‘모두를 위한 예술 공간’을 연다.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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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버트 앤 조지 센터’ 앞에 선 듀오 작가 길버트 앤 조지. Photograph: Yu Yigang © Gilbert & George 

Gilbert & George, London Bomb, 2011, Mixed media, 88.98×74.8 inches, 226×190cm © Gilbert & George. Courtesy the Artists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혹시 지금 스스로를 어떤 편견 속에 가두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이들과의 만남이 특별한 자극제가 될지 모른다. 늘 이슈를 몰고 다니는 전위적인 듀오 작가 ‘길버트 앤 조지(Gilbert & George)’다. 작품만 보면 당연히 젊은 작가를 떠올릴 테지만, 길버트 앤 조지는 이미 팔순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사실. 1967년 런던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조각을 전공하며 인연을 맺은 그들은 ‘모두를 위한 예술(Art for All)’을 선보인다는 신념 아래, 둘이지만 ‘하나의 아티스트’로 50년 넘게 함께 살며 작업해오고 있다. 정지된 조각에 의문을 제기하듯 온몸에 물감을 칠하고 퍼포먼스를 펼친 ‘살아 있는 조각(Living Sculpture)’ 연작을 비롯해 긴 턱수염의 도상을 통해 도시 환경과 현대사회의 변화를 다룬 ‘비어드 픽처스(The Beard Pictures)’ 연작, 현대 도시의 변동성, 비극, 부조리, 일상적인 폭력에 대한 일종의 서사시 ‘런던 픽처스(London Pictures)’ 연작 등 그들의 예술은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죽음, 희망, 삶, 공포, 섹스, 돈, 인종, 종교, 벌거벗음, 인간, 세계를 주제로 한다.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 또한 파격적이다. 그들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화자이자 작가로 직접 작품 안에 등장한다. (그들의 시그너처가 된) 정장 차림에, 손과 얼굴에는 물감을 칠한 채 테이블 위에 올라 레코드 속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노래하는 조각(Singing Sculpture)’(1970)은 미술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길버트 앤 조지를 세상에 알렸다. 살아 있는 브론즈 조각인 양 퍼포먼스를 펼친 이 작품은 퍼포먼스의 시초가 됐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작품을 위해 전신 탈의를 감행하기도 하며, 관 속 시체로 등장하기도 한다. 길버트 앤 조지는 사회적 이슈, 금기, 페티시, 정치적 격변, 인체의 기능 등 현대 세계에 뿌리내린 편견, 편협함을 향해 그들의 날카로운 견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여전히 ‘뜨겁고 젊은’ 작가 길버트 앤 조지가 이번에는 ‘길버트 앤 조지 센터’를 오픈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Gilbert & George, 2021 © Gilbert & George. Courtesy the Artists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이스트엔드에 문을 연 길버트 앤 조지 센터

5a Heneage Street, London E1 5LJ. 이스트런던 스피털필즈 헤니지 거리에 ‘길버트 앤 조지 센터(The Gilbert & George Centre)’가 4월 1일 공식 오픈한다. 사실 이 센터는 길버트 앤 조지가 2015년부터 구상해온 프로젝트로, ‘모두를 위한 예술’을 실천해온 그들의 새로운 분수령이자 또 다른 종착점이 아닐까 싶다. 호젓한 자갈길을 따라 자리한 조지아식 저택이 인상적인 길버트 앤 조지 센터는 280m² 규모로, 크기와 분위기가 각기 다른 최첨단 전시 공간 3개가 3개 층에 걸쳐 자리한다. 런던과 빈에 기반을 둔 SIRS 건축사무소와 길버트 앤 조지가 공동으로 설계를 맡았다. SIRS는 길버트 앤 조지 센터에 두 가지 명확한 비전을 담았다. 런던의 건축물을 도시의 유산으로 보는 두 예술가의 관점에 따라 19세기 건물을 개조하는 동시에 그들의 예술에 적합한 현대적인 전시 공간을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길버트 앤 조지의 숙원 사업인 센터의 공개를 앞두고 그들이 보내온 메시지에는 공간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읽힌다. 

 

 

Gilbert & George, Bloody Mooning, 1996, Mixed media, 133×223.6 inches, 337.8× x567.9cm © Gilbert & George. Courtesy the Artists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길버트 앤 조지 센터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조지 우선, 런던은 매일같이 글로벌 인구가 유입되는 매우 역동적인 곳입니다. 만약 누군가 베네수엘라나 울버햄프턴에서 온다면 런던 어디에선가 우리의 사진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길버트 처음 우리가 ‘모두를 위한 예술’을 모토로 활동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단순하게 모든 사람이 우리의 예술을 볼 수 있게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길버트 앤 조지 센터가 그리는 방향은 어떤 모습인가요. 학문과 연구의 공간이자 전시 공간이 되기를 바라나요?
조지 우리가 젊은 예술가 시절, 전 세계의 공공장소에서 처음 전시를 시작했을 때, 살아 있는 예술가의 쇼를 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곳은 그 역할을 해낼 것이고 여러분은 몇 년이고 기다릴 만할 것입니다.
길버트 12 푸르니에 스트리트(Fournier St.)와 8 푸르니에 스트리트 지역이 우리의 예술에 대한 연구와 학문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기록물, 도안,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낸 편지 등 우리의 모든 것이 여기에 있습니다. 

 

 

Gilbert & George: London Pictures, Installation view, Lehmann Maupin, New York, April 26 – June 23, 2012 © Gilbert & George. Courtesy the Artists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Gilbert & George, BEARD GREEN ALARMS, 2016, Mixed media, 148.43×199.21 inches, 377×506cm © Gilbert & George. Courtesy the Artists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센터가 당신이 사는 곳과 가까운 이스트엔드에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인가요?
조지 그것은 우연입니다. 
길버트 우리는 결코 ‘이스트엔드 아티스트’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 리버풀 스트리트역이라고 말하곤 했을 때조차도 말이죠. 
조지 우리에게 이스트엔드의 의미를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줬어요. “푸르니에 거리의 현관문을 나서면 로마 시대 묘지 위에 지어진 프랑스 거리에 발 딛게 되고, 과거 이디시어(Yiddish)를 사용하던 브릭레인(Brick Lane) 거리를 살짝 벗어나면 유대인 단체의 본부가 있던 곳이고,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마약을 구하러 왔던 곳이기도 하죠. 또 우리 옆에 있는 거리는 영국 급진주의 운동의 선구자 존 윌크스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죠. 우리는 현대 세계에 발을 디뎠지만, 이 모든 역사 위에 하나로 합쳐졌어요. 이스트엔드가 특별한 이유죠.” 우리는 모든 사진에 과거, 현재, 미래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길버트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결코 지역에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이웃들에게 손을 흔드는 것, 그게 다죠.

 

 

Gilbert & George, The Singing Sculpture in 1992 © Gilbert & George. Courtesy the Artists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센터 건물은 어떤 곳인가요.
조지 수년 전까지도 양조장으로 쓰인 건물입니다. 목록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보존 구역으로, 리노베이션을 하려는 우리의 목적에 적합했어요. 건물이 나무와 자연이 있는 안뜰에 세워진 점도 마음에 들었죠. 센터는 자갈길로 된 브릭레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하는데, 브릭레인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죠. 전 세계 어디에서든,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때마다 주인장은 항상 “내 조카가 브릭레인에 아파트가 있어요”라고 말하곤 했어요. 브릭레인에 산다는 것은 정말 특별합니다. 
길버트 저희가 한 일은 게이트 디자인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건축가가 했습니다. 건물은 더 많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낸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그대로 두었습니다.
조지 공격적인 건축적 표현이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갤러리에는 나무 바닥과 걸레받이가 있어서 인간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줍니다. 

 

 

Gilbert & George, CLOTHES AND SHOES, 2020, Mixed media, 75.2×118.9 inches, 191× 302cm © Gilbert & George. Courtesy the Artists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염두에 두고 있는 전시 프로그램이 있나요?
조지 모든 것이 실험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규칙을 정하지 않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싶어요.


센터는 예술가로서의 비전을 보여주는 일종의 선언문과 같은 것인가요? 
조지 맞아요, ‘모두를 위한 예술’을 실천하기 위한 모험이라 할 수 있어요.
길버트 우리가 ‘모두를 위한 예술가’가 되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조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영원히 살 수 있는 한 가지 방법. 길버트 앤 조지 센터는 ‘영원히 살기’ 위한 우리만의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버트 앤 조지 센터는 예술적 유산을 위한 영구적인 터전을 제공할 것이며, 전 세계의 방문객들이 길버트 앤 조지의 작품을 경험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가 될 것이다. 센터의 첫걸음인 개막전은 천국에 대한 불안한 시각을 특유의 그로테스크함으로 풀어낸 <파라디시컬 픽처스(The Paradisical Pictures)>다. “이번 전시는 길버트 앤 조지 센터의 개관과 함께 그들의 평생 경력과 현대미술에 기여한 업적을 기념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리먼머핀 홍콩 디렉터 샤샤 티트먼(Shasha Tittmann)은 덧붙인다. 길버트 앤 조지 센터는 두 예술가의 ‘모두를 위한 예술’ 정신에 따라 무료로 운영될 예정이다. 오픈 초기에는 금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하며, 점진적으로 추가 연장할 계획이다(gilbertandgeorgecentre.org).

 

 

Gilbert & George, HUSH, 2022, 301×443cm, 118 1/2×174 7/16 in. © Gilbert & George. Courtesy White Cube 

 

 Gilbert & George, BED OF BONES, 2022, 317×452cm, 124 13/16×177 15/16 in.© Gilbert & George. Courtesy White Cube 

 


센터 개관을 잇는 화이트큐브 전시 

<파라디시컬 픽처스> 개관전과 동시에 런던 화이트큐브는 길버트 앤 조지 센터의 오픈을 기념해 화이트큐브 메이슨스 야드(White Cube Mason’s Yard)와 플로리다 화이트큐브 웨스트 팜비치(White Cube West Palm Beach)에서 길버트 앤 조지의 신작 전시 <The Corpsing Pictures>를 3월 29일과 4월 12일 각각 공개할 예정이다. <코프싱 픽처스>에는 ‘코프스(Corpse)’라는 의미처럼 죽음을 상징하는 시체가 등장한다. 빨강, 검정, 흰색, 금색의 강렬한 컬러도 인상적이다. 뼈와 매듭을 짓거나 자른 끈, 썩은 식물의 줄기, 잎, 그리고 마치 시체처럼 누워 있는 길버트 앤 조지가 변함없이 관객을 맞는다. 그들은 대부분 누워 있거나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입과 눈, 귀를 가리고 있거나 의식적으로 제스처를 취하거나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길버트 앤 조지는 그들의 태도와 표정을 통해 연민, 신랄함, 모순, 수수께끼, 매장과 덫에 직면한 갑작스러운 무력감과 무기력함을 드러낸다. 길버트 앤 조지는 현대 세계의 대리자처럼 선각자, 꼭두각시, 보통사람의 역할을 수행하며 그 이면의 모순을 보여준다. 더없이 신랄하게, 위트 있게, 기이하게. 

 

Cooperation Lehmann Maupin, White C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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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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