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북 커버가 된 아트

화이트 큐브의 벽에 걸려 있던 작품들이 책 위에 안착했다.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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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주, ‘Act 3’, 2022, Powdered pigment, animal skin glue and water on unbleached cotton, 220.5×182cm 이미지 제공 아라리오 갤러리

 

이진주, ‘Possibilities’, 2018, Korean paint on Linen, 150×244cm 이미지 제공 아라리오 갤러리

 

기묘한 아름다움

이진주

이진주 작가의 작품은 차분하고 섬세하며 아름답다. 그런데 어딘가 기묘하다. 그는 우리의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부유하는 형상들을 건져내 초현실적 풍경으로 재배열해 화폭에 올린다. 이때 캔버스는 일반적인 사각형이기도 하지만 그림의 외곽을 따라 오린 셰이프드 캔버스(Shaped Canvas)가 되기도 한다. 낯선 캔버스의 형태는 미스터리한 인물과 각종 오브제가 개연성 없이 뒤섞인 그림을 본 순간 느끼는 생경한 기분을 한층 더 고조시킨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품은 이런 말을 건네는 듯하다. ‘‘비현실’적인 이 장면은, 기억의 파편을 켜켜이 쌓아 직조한 누군가의 무의식 속에서는 ‘현실’이 아닐까?’, 소설집 <여름의 시간>의 커버를 장식한 작품의 이름인 ‘(불)가능한 장면’처럼. 

 

 

작품 이진주, ‘(불)가능한 장면’

 

“스릴과 서스펜스, 감동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이진주 작가의 ‘(불)가능한 장면’. 사랑의 미스터리, 공포, 고통을 남김없이 파헤치는 이 소설집과 이토록 잘 어울리는 작품이 또 있을까?” 

<여름의 시간> 편집자, 나비클럽 대표 이영은 
 

 


 

우지현, ‘기다림(Waiting)’, 2019, Oil on Canvas, 112.1×145.5cm 이미지 제공 프린트베이커리

 

바다가 건네는 위로

우지현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의 수평선, 차가운 바다와 대비를 이루며 따스하게 내려앉은 빛, 그리고 어떤 여인의 뒷모습. 우지현 작가 작품에는 대개 3가지 요소가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근교로 홀로 떠나는 짧은 여행의 순간이 떠오른다. 일상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가벼운 설렘, 그러나 먼 여행과는 달리 넘치지 않는 이 감정에 뒤따라오는 편안함이 공존하는. ‘풍경을 바라보듯 삶을 관조하면 깨닫는다. 폭풍이 몰아쳐도, 해일이 밀려와도, 아무리 큰 파도가 쳐도 수평선은 고정되어 있음을. 모든 흔들림은 수평선 아래에 있음을.’ 자신의 저서 <풍덩!>을 통해 전한 말처럼 우지현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안온한 위로를 건넨다.

 

 

작품 우지현, ‘호텔 로비(Hotel Lobby)’

 

“푸른 바다와 황토색 바닥의 대비, 빛과 그림자가 자아내는 불안감, 한 여인을 좇고 있는 시선까지. 우지현 작가의 ‘호텔 로비’는 애증의 관계로 얽힌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모녀의 세계> 편집자, 은행나무 인문교양팀 편집장 유화경 

 

 

 

 

(왼쪽) Dongho Kang, ‘George Kaplan’, 2016, Acrylic on Canvas, 34.8×27.3cm ©Dongho Kang 이미지 제공 휘슬 (오른쪽) Dongho Kang, ‘Tunnel’, 2017, Oil on Canvas, 20×20cm ©Dongho Kang 이미지 제공 휘슬

 

사소한 일상 속 이야기

강동호

일상의 평범한 사물이 스릴러 영화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흉기로 둔갑하는 장면처럼, 강동호 작가는 목적 없이 바라본 피사체의 의미가 불분명해지거나 확장되는 특정 순간에 주목한다. 이러한 작가의 시선은 2016~2017년경엔 선으로 이루어진 뚜렷한 형태보다 면과 색에 집중한 작업 방식에서 엿볼 수 있었다. 카메라로 얼굴을 다 가린 성별조차 불분명한 인물, 노란 벽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덩어리 등.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채기 어려운 각 작품은 ‘George Kaplan’, ‘Tunnel’이란 작품명을 인지하는 순간 이야기가 가지 치듯 뻗어나간다. 최근작에서는 테이블 위에 놓인 두 개의 커피잔과 손, 덩그러니 놓인 캡 모자의 뒷모습이나 바지의 한쪽 뒷주머니 등을 화폭 가득 담으며 일상에서 지나쳐간 사소한 장면을 주목한다. 그리하여 관객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별것 아니라 생각해 지나친 소소한 순간들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지를. 

 

 

작품 강동호, ‘Two Cups’

 

“강동호 작가의 ‘Two Cups’에 등장하는 깍지 낀 손과 커피잔에는 무한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하다. 깊은 사유와 유대감, 그리고 긴장감까지 느껴지는 작품의 분위기가 허지웅 작가의 새로운 에세이 <최소한의 이웃>과 잘 어울렸다.” 

<최소한의 이웃> 편집자, 김영사 편집부 과장 김성태 

 

 

 

 

채지민, ‘The Three Different Ways Out Around A Tree’, 2020, Oil on Canvas, 91×116.8cm 이미지 제공 채지민

 

(왼쪽) 채지민, ‘Overwhelming Wall’, 2021, Oil on Canvas, 97×162.2cm 이미지 제공 갤러리조은, (오른쪽) 채지민, ‘A Horse and an Unknown Place’, 2021, Oil on Canvas, 72.7×72.7cm 이미지 제공 채지민

 

특정될 수 없는 장소

채지민

기능을 알 수 없는 벽과 문, 그리고 바닥이 캔버스 위에 축조돼 있다. 채지민 작가의 작품에는 회화의 물질적 평면성과 그 안에 구축한 가상 장소의 공간성이 공존한다. 자를 대고 그린 듯 한 치의 실수 없는 면 분할, 붓질이 드러나지 않는 매끈한 표면, 그리고 일상 속에서 포착했지만 오직 조형성에 의거해 연관성 없이 모은 피사체들은 마치 영화의 인위적인 세트장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위화감은 작가가 느낀 ‘대상을 물감으로 화면에 옮길 때 이것이 과연 대상의 재현인지, 그저 화면 위에 얹어진 물감 층일 뿐인지에 대한 괴리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쾌한 색감 덕에 이 세계는 낯설지언정 결코 차갑지 않다. 

 

 

작품 채지민, ‘Unexpected Encounter’

 

“소설집 제목이 <타인의 집>으로 정해지고 나서, ‘집’을 보여줄 이미지를 찾기 시작했다. 다만 이 소설 속 집은 불안이 가득한 낯선 장소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다. 채지민 작가의 ‘Unexpeeted Encounter’ 속 장소는 낯설고 기이하지만 집의 형상이 남아 있다.” 

<타인의 집> 디자이너, 창비 출판 1본부 디자인 팀장 박정민 

 

 

 

 

이동기, ‘꽃밭(Flower Garden)’, 2019, Acrylic on Canvas, 70×100 cm ⓒdongilee/pibigallery

 

중첩된 이미지가 보여주는 세계

이동기

‘아톰’도 ‘미키마우스’도 아니다. ‘아토마우스’다. 이동기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의 한 자락을 차지하는 일본과 미국을 대표하는 캐릭터을 혼합한 이 캐릭터는 1993년 탄생했다. 작가는 이제 그의 시그너처가 되어버린 아토마우스를 비롯한 동시대의 감수성을 담은 다양한 이미지를 차용하고 편집해 캔버스 위에 그리지만 특정 내러티브를 담는 건 아니다. 마치 우리가 일상 속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하는 무수한 시각 이미지가 생활 속의 풍경과 의미 없이 병치되는 것처럼 그저 상이한 이미지들을 화면 위에 축적하듯 올린다. ‘절충주의’라고도 부르는 이 방식을 통해 작가는 오늘날의 문화 현상과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작품 이동기, ‘꽃밭(Flower Garden)’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미술과 문학, 서로 다른 두 영역의 아티스트가 만나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예술 선집이다. 만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든 캐릭터를 통해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동기 작가의 작품은 개성이 있는 여러 문학 작품을 시리즈로 선보이고자 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편집자, 현대문학 잡지팀 팀장 윤희영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1979년부터 2019년까지 장석주 시인이 펴낸 시집 중 절판된 책에서 가려 뽑아 모은 시선집. 표지 이미지는 이목을 작가의 ‘공 708’을 사용했는데, 
이는 작가의 대표 시 ‘대추 한 알’과도 연결된다.

저자 장석주 출판사 난다

 

“잘 여문 대추뿐만 아니라 덜 익어 초록빛의 열매, 말라 쭈그러진 것까지. ‘완성된 끝’이 아닌 한 알의 대추가 익고 시드는 과정을 한 폭에 담은 작품은 ‘저것이 붉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편집자, 난다 편집부 김동휘 

 

 

<밤의 행방>

문학동네작가상, 자음과모음문학상을 수상한 안보윤 작가의 장편소설. 코럴색 건물의 발코니에 고뇌하는 듯한 사람들이 각각 서 있는 김옥진 작가의 ‘Daily Routine’이 장식한 표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죽음을 다룬 소설의 내용을 암시하는 듯하다.

저자 안보윤 출판사 자음과모음

 

<고독한 얼굴>

20세기 미국 문단에 큰 영향을 준 제임스 설터가 1979년 발표한 5번째 장편소설이다. 표지 이미지로 1981년 데뷔한 후 꾸준히 자신만의 서정적인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인 미국 화가 던컨 한나의 ‘Swing’을 차용했다. 홀로 그네를 타는 피사체는 프랑스 샤모니에서 알프스 고봉들을 오르려는 열망에 사로잡힌 한 남자의 고독한 여정을 떠오르게 한다. 

저자 제임스 설터 출판사 마음산책  

 

<한국이 싫어서>

도발적인 제목이 돋보이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표지는 정수진 작가의 ‘방향도 목적도’가 장식했다. 화면을 밀도있게 채우는 작품은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간 20대 후반 여성 주인공의 복합적인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저자 장강명 출판사 민음사

 

<밤이 선생이다>

뛰어난 산문으로도 큰 사랑을 받은 황현산 문학평론가의 첫 산문집. 표지 이미지로 사용된 작품은 팀 아이텔의 ‘Untitled(Observer)’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에서 무언가를 적어 내리는 남자의 뒷모습은 단어 하나도 고심해 허투루 쓰지 않고 유려하게 엮어낸 그의 모습을 상상케 한다.

저자 황현산 출판사 난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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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양혜연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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