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글래드스톤은 왜 서울을 택했나

국내 미술 시장의 호황과 맞물려 해외 갤러리의 한국 진출이 뜨거운 이슈다. 글래드스톤 갤러리라면 더욱 그렇다. 뉴욕을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글래드스톤이 아시아 첫 지점을 서울에 연다. 갤러리 수장인 바바라 글래드스톤은 어떤 청사진을 그렸을까.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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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블랙 외관이 돋보이는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 

 

강남구 삼성로 760. 4월 6일, 청담사거리에 블랙 외관의 비밀스러운 공간 하나가 오픈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루어진 낯선 건축물. 미술에 관심 많은 이라면 외관만 보고도 연상되는 갤러리 하나가 있을 것이다. 뉴욕의 글래드스톤이다. 뉴욕의 외관을 그대로 차용한 이곳은 글래드스톤 갤러리의 첫 아시아 지점으로 그 의미를 더한다. 외관은 심플하지만 1층에만 빛이 유입되는 독특한 구조로, 낮과 밤에 따라 전시장에 서로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전시 공간을 넘어 박물관의 역할을 꿈꾸는 뉴욕 24번가의 글래드스톤 갤러리. Gladstone Gallery 515 West 24th Street New York. 24번가도 물론이지만 21번가의 글래드스톤은 특히 서울의 외관과 무척 닮았다.

 

세계적인 파워를 지닌 글래드스톤 갤러리의 오너 바바라 글래드스톤. © Sharon Lockhart, Courtesy Gladstone Gallery 

 

바바라 글래드스톤의 거침없는 행보

글래드스톤의 한국 진출에 관심을 가진 것은 가고시안, 페이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갤러리의 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갤러리 오너인 바바라 글래드스톤(Barbara Gladstone)을 향한 기대감도 한몫한다. 그녀는 미술사를 가르치다 40대의 늦은 나이에 갤러리를 시작한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 1979년 작은 갤러리로 시작한 글래드스톤은 우고 론디노네, 알렉스 카츠, 매튜 바니 등 세계적인 작가 군단을 거느린 파워 있는 갤러리로 우뚝 섰다. 뉴욕 3곳을 비롯해 브뤼셀, 로마, LA에 각각 지점 1곳을 운영 중인 글래드스톤이 2022년 한국 서울에 아시아 첫 지점을 열게 된 것이다. 
“서울 지점을 거점으로 글래드스톤 갤러리가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갈 예정이라는 소식을 알리게 되어 매우 기뻐요. 우리는 2005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선보인 매튜 바니 전시처럼 한국 유수의 갤러리에서 글래드스톤 전속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바 있으며, 오래전부터 한국 미술 시장을 주목해왔어요. 이번 서울 지점 개관은 한국의 아트 커뮤니티와 한층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래드스톤 소속 작가들이 더욱 폭넓고 새로운 시장에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직접 오프닝에 참석하지 못한 바바라 글래드스톤은 최대한 빨리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글래드스톤은 최근 변화와 확장의 시기를 맞았다. 얼마 전 뉴욕 미술계의 거물 개빈 브라운이 이끄는 개빈 브라운 엔터프라이즈(Gavin Brown Enterprises)가 글래드스톤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이슈가 됐다. “2020년 개빈 브라운이 합류했고 그와 함께한 작가들 역시 글래드스톤과 함께하게 됐어요. 이것은 우리가 국제적인 갤러리로 거듭나는 기회이며, 개빈의 리더십과 함께 서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배우며 확장하기를 기대합니다.” 개빈 브라운의 합류, 첫 아시아 지점 확장 등 글래드스톤은 갤러리 역사의 또 다른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는 셈이다. 

 

 

 

1 글래드스톤의 대표 작가인 알렉스 카츠. Alex Katz, From the Bridge 5, 2021, Oil on Linen, 152.4×304.8cm © Alex Katz/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2 리처드 앨드리치(Richard Aldrich), Untitled, 2018~2019, Oil, Wax and Enamel on Linen, 213.4×147.3cm © Richard Aldrich,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3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Dreiundzwanzigsterdezemberzweitausendundeinundzwanzig, 2021, Acrylic on Canvas, 35 1/2inches(90cm) © Ugo Rondinone,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글래드스톤이 주목하는작가는? 

뛰어난 작가 발굴 능력. 글래드스톤을 주목해야 할 명확한 이유다. 글래드스톤은 실험적이고 참신한 젊은 작가를 발굴해 세계 무대로 이끌었다. 현대미술의 총아로 불리는 매튜 바니를 발굴한 것 역시 바바라였다. “1990년대 초, 페테르부르크 출판사(Petersburg Press)에서 창립한 갤러리의 디렉터로 제 친구 클라리사가 일하고 있었는데 6개월 만에 갤러리 문을 닫게 됐어요. 몇 주 뒤에 진행될 작가의 개인전마저 진행할 수 없게 된 상황이었죠. 친구는 제게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할 수 있는지 물었고, 그때 만난 작가가 매튜 바니였어요. 대학을 갓 졸업한 그의 스튜디오는 뉴욕 미트패킹 지역에 위치했는데, 1990년대만 해도 그곳은 무척 투박하고 거친 지역이었죠. 그는 전시를 위한 모든 작업을 마친 상태였어요. 매튜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프레임에 꿰맨 매우 정교한 드로잉을 보여주었어요. 또한 그는 다양한 의료 기구를 이용해 작업을 했고, 그것은 스포츠와 의학 그 중간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예술에 적용된 적 없는 재료들로, 정말 충격적이고 놀라웠어요.” 바바라의 도움으로 열린 그의 데뷔 무대는 성공적이었고 매튜 바니라는 전위적인 예술가를 뉴욕 현대미술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우리의 우선순위는 작가들이 일하고, 보고, 생각하는 방법을 직접 찾아가도록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글로벌 무대를 지배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작가들에게 자신의 작업을 세계에 알릴 기회를 제공할 뿐입니다.” 깐깐한 작품 관리와 작가를 발굴하는 심미안으로 유명한 글래드스톤이기에 그들이 주목하는 작가에게도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아니카 이(Anicka Yi), 이안 쳉(Ian Cheng), 그리고 리처드 앨드리치(Richard Aldrich) 등이 그들이다. 특히 AI와 게임 엔진을 이용한 가상 생태계 작업으로 이목을 끄는 이안 쳉은 재개관한 리움미술관의 첫 주자로 선정될 만큼 기대를 모으는 젊은 작가다. “우리는 서울에서 진행될 많은 일을 계획, 확정하는 단계에 있어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아니카 이의 한국 첫 개인전을 비롯해 더 많은 소식을 전할 예정입니다.” 아트 딜러로, 영화 제작자로도 이름을 알린 바바라 글래드스톤의 삶은 그의 작가들만큼이나 실험적이고 도전적이었다. “저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항상 작가들과 함께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미래지향적이고 실험적인 갤러리이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매일 형성되고 있습니다.” 성공의 길에 안착한 80대의 아트 딜러는 여전히 빛나는 과거에 대한 회고 대신 미래를 이야기한다. 글래드스톤이 그려 나갈 새로운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이안 쳉(Ian Cheng), Installation View, Ian Cheng: Worlding at Leeum Museum of Art, Seoul, 2022. Photo by Sangtae Kim. © Ian Cheng, Courtesy of Leeum Museum of Art  

 

아니카 이(Anicka Yi), Installationsansicht/Installation View, 7,070,430K of Digital Spit, Kunsthalle Basel, 2015 © Anicka Yi, Courtesy of the artist, 47 Canal, New York, and Gladstone Gallery, Photo: Philipp Hnger 

 

1 매튜 바니(Matthew Barney), Cosmic Hunt: Tactical Baroque, 2019, Electroplate Copper and Brass Plate with Liver of Sulfur in Copper and Brass Frame, 50.8×66×8.3cm © Matthew Barney,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2, 3 글래드스톤 서울의 개관전에 초대된 필립 파레노. Installation View, Philippe Parreno: Mineral Mutations, Gladstone Gallery Seoul, 2022. © Philippe Parreno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Photo: Chunho Ahn

 

서울 오프닝의 첫 주자, 필립 파레노

글래드스톤 서울의 개관전 작가로는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가 선정됐다. 전시 주제부터도 파격적이다. ‘광물적 변이(Mineral Mutations)’. 작가는 새롭게 오픈한 공간에 낯선 돌연변이를 풀어놓는다. 화산암과 흑요석을 소재로 한 문고리를 시작으로 약간의 방사능을 함유한 우라늄 글라스로 만든 ‘AC/DC Snakes’, 모래, 석회석, 탄산나트륨이 결합한 유리로 만든 ‘Marquee’가 내부 벽면을 따라 번식하고 증식한다. 특히 흥미를 끄는 작품은 ‘Iceman in Reality Park’. 얼음으로 된 눈사람 조각으로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다양한 박테리아로 만들어진 지오스민(Geosmin, 비 온 뒤의 흙냄새) 향이 공간에 퍼진다. 이 눈사람은 다 녹으면 지속적으로 교체되며, 무언가를 잃으면 다른 것을 얻고 보이는 게 있으면 안보이는 게 있다는 심오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때 다른 공간이었던 이 장소는 필립 파레노의 광물적 변이를 거쳐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전시는 5월 21일까지. 글래드스톤 서울은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 디렉터 박희진

세계 미술계를 리드하는 글래드스톤 갤러리의 첫 아시아 로케이션. 이 의미 있는 서울 지점의 총괄은 박희진 디렉터가 맡았다. 그녀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학사, 서울대학교 미술경영 석사를 졸업하고, 국제갤러리에서 일했다. 

글래드스톤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뉴욕 미술 역사의 산증인이자 레전드급 아트 딜러인 바바라 글래드스톤이 창립자이고 세계의 작가들과 일하기로 유명한 글래드스톤 갤러리의 연락을 받고 너무 기뻤어요. 제가 연락을 받았을 당시, 갤러리는 40년 역사에 큰 전환점을 맞아 확장의 시기에 있었어요. 개빈 브라운이 파트너로 합류하기로 한 즈음이었고, 서부 로스앤젤레스에 오피스를 세우기로 결정한 때였죠. 여러 가지 큰 결정과 확장의 과정 안에 저와의 인연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최근 외국 갤러리의 한국 진출이 많아졌습니다. 글래드스톤 역시 시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왜 지금이었나요? 단순히 현재 한국 미술 시장의 흥미진진한 순간만을 유념한 결정은 아닙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예술의 중심이었으며 앞으로가 훨씬 기대되는 곳입니다. 글래드스톤 서울은 국내 커뮤니티와 협력해 함께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래드스톤 서울의 전시와 프로젝트 방향은 어떻게 꾸밀 예정인가요? 서울의 방향성을 말해줄 전시가 있다면요?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아직 계획 중인데 자신할 수 있는 건, 서울 갤러리가 국내 및 해외 관람객에게 신선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거라는 점입니다. 필립 파레노의 뒤를 이을 한국계 작가 아니카 이의 국내 첫 개인전은 기대해도 좋습니다.


많은 이들이 하반기 열릴 프리즈 아트페어에 집중하고 있는데, 글래드스톤은 어떤 작가를 선보일 계획인가요. 이 작가를 노려보라 추천해주신다면요? 프리즈 서울에 대한 세부 사항은 아직 작업 중이지만 글래드스톤 주요 작가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현재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이안 쳉은 주목해도 좋아요. AI와 프로그래밍으로 작업하는 1984년생 신진 작가인데 전시 역시 기발하고 재미있어요! 그리고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그룹전에 필립 파레노의 설치 작품 ‘저녁 6시’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 전시도 꼭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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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설미현PHOTO : <더네이버>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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