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기이한 나무를 심은 예술가

불에 그을린 나무, 무거운 돌을 떠안고 있는 나무 등 사색적이고 활동적인 예술가들이 낯선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나무 위에 자라난 예술. 넘쳐나는 인간의 이기심 앞에, 오랜 시간 이 땅을 지켜온 ‘나무’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20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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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a Lin, Ghost Forest, 2021, Location: Madison Square Park, New York, Image Credits: James C. Ewart, Courtesy Maya Lin Studio

 

 

뉴욕 도심에 심어진 나무의 정체 

마야 린 

뉴욕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 등장한 기이한 유령의 숲. 분명, 공원의 울창한 나무와는 대조적으로 벌거벗겨지고 잎조차 없는 나무숲이다. 메마른 삼나무 49그루로 이뤄진 ‘고스트 포레스트(Ghost Forest)’. 예술가이자 건축가, 활동가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마야 린(Maya Lin)의 수상하고도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작품명 ‘고스트 포레스트’가 그 단서로,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 바닷물 침투로 인해 광대한 숲이 소멸해가는 현상을 뜻한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개체수 급감의 폐해를 겪는 뉴저지 파인 배런스 지역에서 설치용 나무를 조달했다. 하얗게 메마른 삼나무, 작가는 최소한의 시각적 언어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라는 무거운 현실을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환기한다. 뉴욕 전역에 나무 1000그루를 심는 대장정의 서막과 함께.

 

 

 

1, 2, 3 Superflux, The installation will be free to view at the MAK(Museum of Applied Arts), as part of Vienna Biennale for Change 2021

 

 

희망과 미래를 담은 숲 

슈퍼플럭스

오스트리아 빈 응용미술박물관(MAK)에 조성된 조금 낯선 실내 숲의 정체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슈퍼플럭스(Superflux)의 몰입형 설치 작품 ‘희망을 위한 기원(Invocation for Hope)’이다. ‘변화를 위한 디자인 비엔날레 2021’의 의뢰로 탄생한 작품으로, 슈퍼플럭스는 최근 산불로 타버린 오스트리아 노인키르헨 지역의 나무 400여 그루를 전시장에 옮겨 심었다. 검게 그을린 소나무의 잔해를 지나면 그 중심에 오아시스 같은 신비로운 물웅덩이가 나타난다. 물웅덩이는 참나무와 은자작나무 등 20~30여 수종으로 둘러싸여 있고, 이끼와 풀 등이 공생하며 자란다. 물웅덩이를 들여다보면 쌍방향 거울이 설치돼 자신의 얼굴뿐 아니라 늑대나 스라소니 등 물을 마시러 온 또 다른 생명체를 만날 수 있다. 인간과 생물이 공존하며, 탈인간중심적인 새로운 미래 행성이 그곳에 있다. 

 

 

 

Hugh Hayden, Preparatory Drawing of Brier Patch in Madison Square Park, New York, 2021/ 2022, © Hugh Hayden, Courtesy Lisson Gallery

 

Hugh Hayden, Brier Patch at Madison Square Park, 2022, Courtesy the Artist and Madison Square Park Conservancy, Photo credit: Yasunori Matsui 

 

 

불균형과 공존 사이 

휴 헤이든

휴 헤이든(Hugh Hayden)의 나무는 연약하지만, 가시 돋친 모습이다. 5월 1일까지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 공개하는 그의 ‘브라이어 패치(Brier Patch)’. 초등학교 책상 100개가 격자 형태의 미로로 배열되고, 각각의 책상 위로 거대한 나뭇가지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작품은 공원 내 잔디밭 4개에 걸쳐 설치되어 있고, ‘재향군인 잔디밭’ 그룹에는 나뭇가지 없이 설치해 방문객이 책상에 앉을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설치물은 전형적인 교실 조직 구조, 군 공동묘지의 엄격한 비석 배치를 떠올리게 한다. 지나치게 큰 나뭇가지는 어린 시절 책상의 평온함을 압도하고 방해한다. 그는 이를 통해 교육 시스템 내의 불균형과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성장과 침체, 개인과 공동체 등 이분법적인 시스템 내에서 어떻게 공존할지를 되묻는다. 

 

 

 

Giuseppe Penone, Abete, 2013, acciaio inox, bronzo, Veduta dell’installazione Piazza della Signoria Firenze, 2021, Foto © Ela Bialkowska / OKNO Studio - Courtesy Associazione Arte Continua

 

Giuseppe Penone, Idee di Pietra - Olmo, 2008, Installation for Venice Architecture Biennial, 2021, Bronze, river stone, water, Foto © Sebastiano Pellion di Persano / Archivio Penone

 

 

‘나무’로 말하는 감각적인 탐구자 

주세페 페노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오랫동안 탐구해온 현대미술 거장 주세페 페노네(Giuseppe Penone). 그는 ‘나무’라는 언어로 말한다.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2021에도 그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등장했다. 그의 대표 시리즈 ‘Idee di Pietra – Olmo’의 새로운 에디션 ‘리스너(The Listener)’다. 나뭇가지 사이에 요람처럼 무거운 돌을 떠안고 있는 느릅나무. 한데, 왜 나무였을까. 나무는 수세기 동안 땅과 모든 생명체의 소리에 귀 기울여왔듯, 경청하는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의 ‘리스너’는 우리 자신, 타인,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청의 당부이자, 성찰의 순간으로 가는 초대장이다.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에 설치한 ‘아베테(Abete)’는 어떤가. 제목처럼 하늘을 향해 금속 가지를 뻗은 높이 22m 이상의 전나무. 문화와 자연, 역사와 현재라는 심오한 주제는 그 앞에서 감각적인 울림으로 탈바꿈한다. 

 

 

 

황지해,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2021, (사진:우승민, 제공:국립현대미술관)

 

황지해,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2021, (사진:이미지줌,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사계절 생태의 순환을 담다 

황지해

태초의 정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정원 디자이너이자 환경 미술가 황지해의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다. 작품명은 한국 전역 하천가에 자생하는 ‘달뿌리풀’에서 따왔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자연과 조응하는 정원예술을 알리기 위해 기획한 <원형정원 프로젝트>로, 미술관 개관 이래 사용한 적 없는 ‘원형옥상’이 자연주의 정원으로 탈바꿈한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미술관 주변의 자생식물을 원형정원 안으로 옮겨왔다. 멸종 위기의 단양쑥부쟁이, 섬개야광나무 등 낯선 종도 함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자연과의 공존, 종의 보존이라는 유전자원의 가치를 일깨운다. 2년여에 걸쳐 사계절의 자연을 담아낼 이번 전시는 2023년 12월 17일까지로, 시간에 따라 생동하는 자연의 순환 과정이 바람을 타고, 구름을 따라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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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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