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과 끝, 퍼포먼스와 거물급 카메오 등 흥미로운 이슈로 추려본 2022 F/W 맨즈 컬렉션 5.
2022.03.24
2020년 첫 역사적인 만남 이후 시즌마다 절묘한 궁합을 선보이며, 감도 높은 컬렉션을 펼치고 있는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 듀오. 이번 시즌 이들은 공상 영화 속 우주선 내부를 연상시키는 런웨이를 배경으로 ‘유니폼으로 사회적 지위를 판단받는 남성의 전형’을 테마로 한 새로운 컬렉션을 공개했다. 푸르스름한 불빛이 감도는 초현실적인 무대 디자인과 파워풀한 실루엣의 쇼피스만으로도 충분히 압도적이었는데, 이번 시즌 모두의 이목을 끈 이슈는 따로 있다. 무려 할리우드 배우 10인이 런웨이에 모델로 나선 것. 넷플릭스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20대 배우 에이사 버터필드부터 70대 나이에도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보여주는 제프 골드블럼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모델과는 다른 깊이를 드러내며 추상적인 컬렉션 테마에 설득력을 더했다.

니고의 겐조 디렉터 발탁 소식은 그 자체로 큰 화제였다. 그의 영입으로 창업자 다카다 겐조 이후 무려 20여 년 만에 일본 출신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이끌게 됐을 뿐 아니라, 니고 개인 경력으로도 글로벌 패션 하우스의 디렉터 직함은 처음이었기 때문.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니고의 겐조 데뷔 컬렉션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니고는 데뷔 쇼 장소로 자신이 태어난 해인 1970년에 다카다 겐조가 패션쇼를 연 갤러리 비비안을 택했다. 프런트로는 퍼렐 윌리엄스, 카니예 웨스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등 니고의 인맥으로 화려하게 채워졌고, 이윽고 현 힙합 신의 거물들이 참여한 흥겨운 사운드트랙이 울려 퍼지며 쇼의 시작을 알렸다. 컬렉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니고’다웠다. 본인과 하우스의 근원지인 일본과 브랜드 아카이브에 중점을 뒀지만 그것을 풀어낸 방식은 그의 이전 커리어를 떠올리게 했다. 스트리트 웨어의 전설답게 주로 보머 재킷, 재패니스 데님, 워크웨어 등을 메인 아이템으로 내세웠다. 이번 컬렉션의 방점은 곳곳에 포진한 새로운 심벌과 패턴이었다. 명료하게 그려낸 바시티 패치와 양귀비 프린트, 그리고 새롭게 탄생한 ‘보크 플라워’와 하우스의 마스코트 ‘아카이(Aka-e) 타이거’에서 새 디렉터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겐조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었다.

준야 와타나베의 2022 F/W 컬렉션에 대한 설명은 한 단어로 충분하다. ‘자미로콰이’. 준야 와타나베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풍미한 영국 애시드 재즈 밴드 자미로콰이의 대표곡 ‘Virtual Insanity’의 뮤직비디오를 오마주한 흥겨운 영상으로 컬렉션을 펼쳤다. 컬렉션 피스 역시 리드 싱어 제이슨 케이의 전성기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룩들로 가득 채워졌다. 특히 제이슨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과장된 크기의 모자가 끊임없이 등장했고 트랙 재킷, 에스닉한 패턴과 컬러의 베스트와 점퍼가 모델들의 흥겨운 춤사위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컬렉션 영상은 자미로콰이를 기억하고 그의 음악을 사랑한 이들의 SNS를 통해 끝없이 리포스팅되며, 탁월한 마케팅 효과까지 성취했다.

아베 치토세의 바통을 이어 받아 장 폴 고티에 오트 쿠튀르의 두 번째 게스트로 낙점된 글렌 마틴스. 그는 와이프로젝트의 2022 F/W 맨즈 컬렉션을 통해 전설적인 디자이너에 대한 헌사를 아낌없이 드러내며, 이어 공개된 오트 쿠튀르의 예고편과도 같은 쇼를 선보였다. 컬렉션 전반에 걸쳐 장 폴 고티에의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다양한 흔적이 목격됐다. 오버사이즈 슈트와 코트, 와이드 팬츠 등 성별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앤드로지너스 룩이 줄지어 등장했고, 트롱프뢰유 기법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한 인체 프린트를 곳곳에 적용했다. 이는 장 폴 고티에의 상징적인 프린트를 와이프로젝트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처럼 흥미로운 시도가 가득했던 그의 컬렉션에는 또 다른 서프라이즈가 관객을 반겼다. 특별한 인물이 모델로 나선 것인데, 그는 바로 엘프 같은 외모와 섬세하고 섹슈얼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올리비에 데스켄스였다. 모델 못지않은 훌륭한 워킹 실력을 뽐내며 후배 디자이너 컬렉션에서 감초 역을 자처했다. 이래저래 선배와 후배 디자이너의 짙은 우정과 존중이 드러난 훈훈한 컬렉션이었다.

루이 비통은 2022 F/W 컬렉션을 통해 버질 아블로와의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이번 컬렉션은 그가 남긴 마지막 루이 비통 쇼로,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 삼아 창조해낸 공간인 ‘드림 하우스’에서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버질을 추억하고 애도하는 특별한 쇼인 만큼 시작부터 끝까지 동화와 같은 아름다운 서사로 채워졌다. 서정적인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된 쇼는 푸른 지붕 위를 나는 애크러배틱 댄서와 오케스트라가 등장해 아름다운 퍼포먼스와 선율을 펼쳤다. 뒤이어 지난 4년간 바질 손에서 탄생한 핵심적인 디자인을 재해석한 컬렉션 피스들이 등장했고, 쇼 막바지에는 그의 영면을 기원하는 듯 천사를 연상시키는 화이트 룩 차림의 모델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생전 그와 각별했던 측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쇼에 참여했는데,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피날레 음악을 도맡았고, 전설적인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은 모델로서 런웨이에 올랐다. 피날레에서는 하우스의 스태프들이 모두 등장해 다 같이 기립 박수를 보내는 가슴 뭉클한 장면을 연출하며, 꿈같은 헌정 쇼가 마무리됐다.
더네이버, 패션, 맨즈 컬렉션
EDITOR : 김재경PHOTO : imax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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