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백남준의 해다. 국내외 곳곳에서 그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와 행사가 1년 내내 이어진다. 수십 년 전 백남준이 예견했던 세상이 펼쳐진 지금, 그의 삶과 예술을 다시 한번 되돌아봤다.
2022.03.08
일반 공개 당시 '다다익선', 1988,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은 천재 작가인 동시에 국제적 감각을 갖춘 기획자이자 협력자이다. 1992년 전시 <비디오때 비디오땅>을 통해 지구촌과 소통할 수 있는 한국성에 질문을 던지고, 1993년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 유치를 이루며 당시 한국 미술의 주요 담론이었던 정체성과 혼성성의 물꼬를 텄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하반기 예정 전시 <백남준 효과>에서는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선배로서 백남준의 역할과 효과를 새롭게 조명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이수연
백남준은 서른두 살에 짧은 자서전을 썼다. ‘1931년 9월,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최고의 쾌락을 음미하는 동안 어머니의 자궁에 잉태되었다’라는 발칙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11932년 만일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 나는 10만 살이 될 것이다’로 마무리된다. 글의 후반부, ‘1982년에 만일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나는 쉰 살이 될 것이다’ 바로 아랫줄엔 ‘2032년에 만일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 나는 백 살이 될 것이다’란 문장이 따라온다. 행간에 생략된 2022년이 도래했다. 공백으로 대체한 문장을 예측할 수 있겠지만, 그는 2006년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 이러한 문장을 대신 채워 넣으면 좋겠다. ‘2022년 나는 살아 있지 않지만 나의 아흔 살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린다’.

임영균, ‘백남준 인물 II’, 1983, 인화지에 흑백사진, 25×30.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지난 1월 17일 국립현대미술관은 2018년 가동을 중단한 백남준의 작품 ‘다다익선’의 보존 및 복원 작업을 마치고 시범 운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의 주요 아젠다 중 하나를 ‘백남준 축제’로 선정해 그를 되돌아보는 다양한 전시부터 관련 심포지엄 등을 진행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전을 마련했다. 작가가 살아생전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 명명한 백남준아트센터는 더 본격적이다. 그의 비디오 아카이브를 웹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백남준의 비디오 서재’를 운영하고 백남준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전시를 다채롭게 준비한 것. 여름에는 한 달 내내 연극, 실험음악, 퍼포먼스, 이머시브 이벤트 등으로 구성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백남준 서명,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우리가 여기서 한 가지 떠올려야 할 것은 어떻게 한 사람의 생애를 이토록 집요하게 관찰할 수 있는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남준을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정도로만 기억하겠지만 그는 음악가이자 퍼포머였고 위성 아트와 레이저 아트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동시에 텔레비전 같은 매스미디어가 소통의 장을 열어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첨단 정보통신망이 전 세계의 구석구석을 연결할 것이라 예견한 선각자다. 백남준이 예측한 미래가 현실이 된 현재, 그의 다채로운 면모를 면밀하게 살피는 작업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1977년 백남준은 ‘나의 환희는 거칠 것이 없어라(My Jubilee ist Unverhemmet)’는 제목의 LP 음반을 발매했다. 물리적으로는 실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그의 2022년은 거칠 것이 없다.
Cooperation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National Gallery Singapore
Reference <나의 사랑 백남준>(아르테), <백남준-동서양을 호령한 예술의 칭기즈칸>(아르테),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백남준아트센터)
►지금 다시, 백남준 I - 나의 아흔 살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린다
►지금 다시, 백남준 II- 백남준의 9가지 결정적 순간
►지금 다시, 백남준 III- 예술과 삶을 함께한 친구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아트
EDITOR : 양혜연PHOTO : 백남준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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