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김지수의 클래스

김지수가 드라마 <하이클래스>로 돌아온다. 믿고 보는 배우, 김지수의 남다른 겉과 속.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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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은 나누슈카 by 네타포르테, 팬츠는 잉크, 이어링은 르이에.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자기 관리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시는 것 같아요. 직접 요리한 인스타그램 속 음식 사진을 보면 더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정갈한 그릇과 비법이 담긴 글에서 요리 고수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요. 가끔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예쁜 한 상을 차려요. 공들인 귀한 대접이 날 위한 선물처럼 느껴지거든요. 집에 있을 때 대충 시켜 먹다 보니 몸이 축나기도 하고, 일회용기가 많이 나와서 걱정도 되고…. 그래서 틈날 때마다 열심히 챙겨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이번 여름에는 제트스키와 수상스키를 즐기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겠어요. 팬데믹이 삶을 휘감은 요즘, 답답함은 어떻게 해소하나요? 한강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요. 근력이 떨어지면 안 되니까, 숙제하는 마음으로 집에서 스쿼트와 런지를 하고요. 게을리하면 바로 엉덩이가 처지거든요. 죽을 때까지 운동을 끊지 못할 거예요. 억울하지만 건강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더라고요.

 

 

톱과 팬츠는 모두 스포트막스. 부츠는 로저 비비에, 이어커프는 르이에.  

 

 

그림 그리는 취미는 여전한가요? 집에서 보일 정도로 화실이 가까워요. 그림 그리고픈 마음에 사로잡히면 쫓기듯 달려가 붓을 잡다가도, 식으면 한동안 붓을 내려놓고는 해요. 특히 유화를 좋아해요. 색을 덧칠하고, 말리고, 정리하는 시간에 인내가 필요하지만요.   

 

평소 책을 많이 읽으신다고 들었어요. 평정심을 유지하는 삶이 쉽진 않으니까 책에 의지하는 편이에요. 모르던 세상을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고요. 속독은 못해서 여러 번 곱씹어 읽고, 싫증도 잘 내서 여러 권을 돌려가며 읽어요(웃음). 책 욕심은 아빠를 닮았나 봐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과 <종의 기원>을 추천하셨죠? ‘정유정 작가는 그녀 자체가 하나의 장르다’란 설명이 기억나요. 극한의 몰입을 이끄는 구체적이고도 독특한 표현이 대단해요. 이를테면 아내가 자신을 쳐다보는 걸 ‘마치 면도날로 긋는 시선’으로 적는 것처럼요. 작가는 남다른 시선을 갖기 위해 얼마나 집요하게 자신을 괴롭혔을까, 상상하면서 감탄해요.    

 

 

이너 원피스는 그레이스 엘우드,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유심, 부츠는 프라다. 

 

삶을 바꾼 책이 있나요? 단 한 권을 고른다면 이서윤, 홍주연 저자의 <더 해빙>을 꼽을 수 있어요. 특히 ‘간절히 원하지 말라’는 대목요.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와 방향이 달라 의아했죠. 그런데 살펴보면 간절히 원한다는 건 어떤 결핍에 집중한다는 뜻이고, 결국 집착과 욕심, 좌절로 이어지잖아요? 사유가 깊지만 쉽게 읽혀서 지인에게 여러 권 선물했어요.

 

차분한 연기로 보여준 이미지가 익숙해서일까요? 자기 관리뿐 아니라 다방면에 관심이 높고, 적극적인 면이 놀랍게 느껴지기도 해요. 장기간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를 홍보하고, 실제 골수(조혈모세포) 기증에도 참여했죠. 각막과 장기 기증을 신청하러 갔다가 골수 기증에 대해 설명 듣고 참여하게 됐어요. 기증자와 공여자의 유전자가 일치할 확률은 수만 분의 1이에요. 평생 공여자를 못 만나는 경우도 많은데 신청한 지 7년 만에 기적적으로  일치자가 나타났죠. 결심과 과정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뜻깊어요. 태어나서 내가 해야 할 몫은 한 가지 확실하게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고요. 이런 기적을 경험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 

 

 

톱과 스커트는 모두 모스키노. 

 

 

‘언제부턴가 웰다잉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고, 죽음을 의식하고 산다’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어요. 건강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죽음에 있어서 ‘벌써’는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내일 죽을 걸 고민하는 건 아니고, 인생에서 거쳐야 할 과정을 외면하지 않는 정도예요. 연명 치료를 하지 않겠노라 주변에 얘기하거나 관련 기관에 신청하고, 유서를 작성하고, 크진 않아도 남은 재산을 어떤 기관에 기부할지 고민하는 거죠. 기관의 목적과 투명성도 고려해봐요.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눠요.

 

배우는 맡은 배역과 이별해야 하는 순간을 반복해서 맞이하죠. 그 과정은 순탄한가요? 유독 애착이 깊은 캐릭터는 헤어지기 어려워요. 작품이 끝난 뒤, 미처 헤아리지 못한 캐릭터의 마음이 떠올라 후회하곤 해요. 드라마 <태양의 여자>의 ‘도영’이 아프고 안쓰러워서 힘들었다면, 영화 <여자, 정혜>의 ‘정혜’는 답답하게 사는 모습이 밉고 싫다가도 측은했어요. 우울증도 겪었죠.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의 ‘혜란’이와 <가을로>의 ‘민주’도 잘 살고 있을지 문득문득 생각나요. 어쨌든 한동안 그 인물로 산다는 것은 오글거리지만 캐릭터의 DNA를 몸에 새기는 기분이 들거든요. 마냥 좋고 끔찍하게 싫은 감정이 뒤섞인 남녀 관계의 애증처럼, 캐릭터와의 관계를 단순하게 정의하기는 어려워요. 되짚어보면 저 친구들을 만난 시기는 배우로서 행운이 가득했어요. 작년에 방영한 <365 : 운명은 거스르는 1년>의 ‘이신’은 저 자신도 몰랐던 얼굴을 발견하게 해주었고, 버리고픈 연기 습관을 과제로 안겨줘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예요.  

 

 

터틀넥과 스커트, 네크리스는 모두 디올.  

 


과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성장이 기다리겠네요. 우스갯소리로 10년 전부터 은퇴하겠노라 말했어요. 연기를 30년 해도 여전히 불편하고 익숙해지지 않거든요. 나 아닌 인물로 사는데 어떻게 편할 수 있을까요? 이 고통을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응석을 부리고 싶었나 봐요. 충만한 영혼을 테크닉적으로 잘 보여주는  완벽한 배우를 보면서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좌절감은 여전하네요.  


모차르트 옆에 있는 살리에리가 떠오르는군요. 지금은 친구가 된 김경희 감독이 힘내라며 어느 블로그의 글을 공유해줬어요. ‘김지수 배우의 연기가 인상 깊었는데 굉장히 이성적인 표정 속에 내재된 큰 슬픔이 느껴졌다’고요. ‘배우가 눈으로 표현할 수 있는 힘’에 대해 적은 글을 보면서 힘을 냈죠. 어렸을 땐 무서움 모르고 거침없이 돌진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많아 연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주어진 것 안에서 다양하게 변주하려 애쓰고 있어요.  

 

 

슈트는 돌체앤가바나, 브라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귀고리는 르이에, 슈즈는 세르지오 로시.  

 

 

하반기에는 tvN 드라마 <하이클래스>로 분주해지겠죠? ‘상위 1%의 욕망을 그린 미스터리 서스펜스 드마라’란 소개가 흥미로워요. <하이클래스>의 ‘남지선’이란 캐릭터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비극을 초래해요. 잘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기적이고 헛헛하죠.  


그럼 배우 김지수, 사람 김지수가 ‘잘 살고 있다’는 건 어떤 모습인가요?  대단한 성취감을 거머쥐거나 목표를 이룬다고 해서 잘 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삶을 그려요. 그럼 잘 살고 있는 거예요.        

 

스타일리스트 임지윤 메이크업 화주(제니하우스 프리모) 헤어 소희(제니하우스 프리모)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박소현PHOTO : 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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