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더네이버 VIP 멤버> 홍지희 작가

홍지희 작가에게서 특유의 차분함과 온화함이 번진다. 오랜 자기 성찰과 균형 감각은 그의 스타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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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헤어스타일에 부드러운 화이트 셔츠와 블랙 롱스커트 차림의 홍지희 작가가 가방에서 책들을 꺼낸다. 루이즈 부르주아와 앙리 마티스의 화집, 토마스 기르스트의 책, 그리고 질샌더 빈티지 재킷과 담백한 종이 브리프케이스를 보고는 슬며시 웃음이 났다.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그의 작품을 이미지로 먼저 만났는데, 작품은 작가를 여러모로 닮아 있었다. 홍지희 작가는 계원예술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고 국민대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며 커머셜 작업을 해왔다. 오랜 고민 끝에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작업을 시작하면서 이것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지를 많이 생각했어요. 일상의 부산물을 가지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가치가 있지 않을까, 거기서부터 시작했어요.” 버려진 유리와 플라스틱 조각, 잡다한 쓰레기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들은 캔버스에서 아름다운 부조가 되었다. 정형화된 조형성에서 벗어나 그의 미적 기준으로 완성된 작품은 보석을 갈아놓은 듯 거칠거나 섬세한 질감으로 반짝거린다.  


이길이구 갤러리와는 3년 전부터 대화가 오갔다. 순간의 만남으로 이뤄진 인연은 아니었다. 첫 개인전에 붙인 이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작품의 의미 말고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대학원 논문을 꽤 오랫동안 준비했어요. 주제를 한 다섯 번 정도 바꿨죠. 제가 할 수 있는 것, 제가 계속해서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탐구할 수 있는 주제를 찾다 보니, 제 실제 삶과 동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어요.“ 홍지희 작가는 20대 중반에 결혼과 출산을 했고, 워킹맘으로 일하면서 여성의 삶과 인생, 하고 싶은 작품을 두고 오래 고민한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는 여성은 자신만의 방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절실한 심정으로 ‘시간’을 엮는다. 뭔가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들이다. “사실 보이는 것들을 작업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훨씬 많이 필요했어요. 재료를 고를 때도 제 삶의 태도나 방식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보이지 않는 것을 상징했거든요. 작품은 눈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내러티브로 풀어내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전시는 또 다른 출산이다. 오랫동안 품고 표현한 생각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 일이고, 그렇게 세상으로 나온 작품은 어떤 식으로든 성장할 것이다. 그의 첫 개인전을 본 사람들은 작가 한 명의 전시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작업을 고민해온 오랜 시간의 흔적일 수 있다. “첫 개인전이기에 하나로 고정하기보다는 앞으로의 과정에 대해 열어놓고 싶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찾아가는 과정이거든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부딪침일 수도 있고요. 모순, 아이러니한 부분도 존재해요. 남성과 여성, 내면과 외면처럼 상반된 것을 상징하기도 하고. 제 삶에서 느낀 것을 일상의 재료로 실험하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었어요.”


홍지희 작가는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은 속도감 있는 삶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토마스 기르스트의 꽤 철학적인 책을 가져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요가와 명상을 즐기지만, 10년쯤 하다 보니 이제는 반대되는 성향의 운동을 해봐야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옷을 고를 땐 재료를 구할 때처럼 ‘관계’를 맺는다는 생각을 한다. 마티스의 책 양장본을 고를 당시엔 자신과 다르게 심플한 작품에 영감을 받았고, 루이즈 부르주아가 평면이 아닌 거미처럼 규모 있는 작업을 구상했다는 것에 특별한 감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어느 한쪽의 지식에 매몰되고 싶지 않아 이론 공부를 자제하고, 또 시각적인 잔상이 많이 남는 편이라 눈을 아끼기 위해 너무 많은 이미지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때때로 눈을 감거나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드로잉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쉼 없는 자기 성찰의 결과, 그 안에서의 균형 잡기이다. “모순적인 것을 최대한 줄여가는 것이 제 삶의 목표인 듯해요.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상황에서 레진과 같은 재료를 사용하며 친환경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사실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어요. 기존의 틀에서 조금 벗어나되, 주변을 잘 고려하면서 약간 소심한 반항을 하듯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홍지희 작가의 작품과  삶의 방향이 느껴지는 아이템들. 

 

 

 

1 그리운 어린 시절을 모티프로 탄생한 ‘보석함 CHILDHOOD’ 2019 MIXED MEDIA ON WOOD 35×24cm. 2 지인이 선물한 테라코타 소재의 팔레트. 3 자주 꺼내 드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포트레이트 책과 129개의 프랑스 식물과 나무가 묘사된 식물도감. 4 왼손을 사용하거나 눈을 감고 드로잉하는 이유는 감각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다. 

 

 

5 토마스 기르스트의 <세상의 모든 시간-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 6 이탈리아 브랜드 에센셜에서 견고하게 제작한 종이 브리프케이스. 
7 질샌더의 빈티지 재킷. 

 

 

 

더네이버, 스타일 인터뷰, 홍지희 작가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신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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