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고양이와 사는 삶에 관하여

어느 날 사고처럼 삶 속으로 고양이가 들어온 여덟 명의 미술가들 이야기. 책 <나는 있어 고양이>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의 기쁨과 무게감에 대해 증언한다.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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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인 ‘나는 있어 고양이’는 단순한 문장이지만, 그 의미는 생각할수록 오묘하다. 편집자는 “이 책의 제목은 몇 해 전부터 SNS에서 떠돈 인터넷 유행어 ‘나만 없어 고양이’를 뒤집어 표현해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글은, 오히려 고양이를 ‘구입’하고 ‘소유’한다는 개념을 뒤집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여덟 명의 필자들이 자신들의 고양이와 맺는 관계는 꽤 다채로워서, 소유 개념을 훌쩍 넘어선다. 


그것은 이 책의 의도이기도 하다. 편집자는 글의 끝에 “어순도 맞지 않고 부호 표기조차 없는 이 문구는, 언뜻 보면 내가 고양이를 가지고 있다는 말로 읽히지만 곰곰 뜯어보면 달리 읽히기도 한다. 삶 안에 나도 있고 고양이도 있다는 말의 축약일 수도 있고, 고양이로 인해 내가 존재한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 독자들이 우리말의 묘미를 살려 자유롭게 의미를 연상하고 꿈보다 나은 해몽을 떠올려주었으면” 한다며 출간의 목적을 은근슬쩍 독자들에게 내민다. 


이 책 저자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 또 하나는 미술가라는 것이다.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글마다 각각의 방식으로 이미지에 민감한 미술가의 특징이 잘 살아 있다. 정은영은 자신의 고양이 삼동이의 미모를 극찬하고 또 극찬한다. “지나친 외모 언급 때문에 친구들에게 자주 지탄받곤 하지만, 우리 송삼동의 외모는 김수현의 뺨을 한 석 대 반은 치고도 넘는 믿기 어려운 ‘완미’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으므로, 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내 비록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미숙한 시민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조금도 언급을 피할 생각이 없다”는 뜨거운 미모 예찬에서는 그녀의 진심이 묻어난다. 우한나는 자신의 고양이 쥬니의 눈에서 “금빛이 나는 특유의 흙색에 신비한 고리를 가진 그 노오란 행성”인 토성을 본다. 이 책에 실린 고양이들의 사진이 그들의 증언이 사실임을 입증한다. 


그들에게 고양이는 안락한 소파에 앉아 공간의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존재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불안정한 수입과 거취, 잦은 출장과 여행 등으로 동거묘를 들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문득 쳐들어온 교통사고 같은 것이다. “밤새도록 자기를 구하거라 창문 너머에서 지치지 않고 삐약”거려서 구조되거나, “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남겨”진 고양이들. 심각한 구내염을 앓고 있는 고양이가 쉰 목소리로 온 힘을 다해 소리 지르며 방 안으로 걸어 들어오거나, 손바닥만 한 작은 고양이가 텅 빈 하늘을 향해 찢어지는 고함을 지르다 따라오는, 그런 충돌 같은 만남. 그런 우연으로 만난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서로 사랑한다. 그 만남으로 인해 서로 변한다. 고양이는 포동포동하게 윤기가 흐르고, 사람은 세상을, 생명을, 삶을, 그리고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의 기쁨과 무게감이 한꺼번에 안겨온다. 이미 고양이와 동거하는 사람에게는 공감과 동병상련의 현장이겠으나, 고양이를 키우려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그 고통과 무게를 안고 여전히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어 할지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고양이가 우리에게 다가온다면 그들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건,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들과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크고 아름다울지 증언하는 이들이 여덟 명이나 있으니.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북, 나는 있어 고양이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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