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패키지의 발견

단순히 화장품을 담는 용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는 화장품 패키지, 그 속에서 3가지 흐름을 발견했다.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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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플라스틱 시대

“너를 산 적은 없었는데 #플라스틱.” 몇 달 전, 배우 류준열이 올린 SNS 포스팅 하나가 화제를 모았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와서는 내용물을 뺀 포장지를 일렬로 세워놓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업로드한 것. 식재료를 샀을 뿐인데 왜 플라스틱이 따라오냐는 그의 말은 허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잊고 있던, 아니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을 마주한 느낌이랄까. 친환경을 넘어 이제는 필환경 시대다. 물건을 구입하는 단순한 소비 행위조차 지구를 병들게 하는 일임을 무섭게 자각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과대 포장 하면 과자 봉지 안에 가득한 질소만 떠올렸던 무지를 되돌아보고 이제 건강한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화장품도 별반 다르지 않다. 크림 하나를 산다고 치자. 크림 제형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 용기부터 설명서, 이것들을 감싼 내부 박스와 코팅 종이 재질의 외부 박스, 그리고 박스를 담아 주는 쇼핑백에는 제품을 감싸는 보충재가 들어있고, 마지막으로 쇼핑백 손잡이에 묶어주는 리본까지 여러 겹의 포장 과정을 거친다. 시트 마스크는 또 어떤가. 얇은 시트 앞뒤로 투명 플라스틱 소재의 코팅지가 붙어 있고, 그 위를 둘러싼 플라스틱 비닐 포장재와 위 박스까지 시트 한 장을 둘러싼 포장재가 도대체 몇 개인지 한숨이 나올 정도다. 피부에 수분을 충전하는 15분 동안 지구는 점점 더 병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몇몇 뷰티 브랜드는 이처럼 패키지가 야기하는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착한 성분에 재활용이 가능한 패키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AESOP 세정제와 스킨케어로 구성된 세트로 스위스 여행가 이자벨 에버하르트의 일기를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친환경 패키지에 담아 선보인다. 기프트 키트 2020: 더 아덴트 노마드 20만원. 

 

러쉬는 브랜드 창립 시점부터 검은 용기를 사용해왔다. 재활용 플라스틱인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으로 만든 블랙 팟은 러쉬의 상징이자 지구를 생각하는 브랜드의 이념을 담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게다가 블랙 팟 5개를 러쉬 매장으로 가져오면 베스트셀러인 프레쉬 마스크 정품 1개를 증정하는 캠페인까지 진행하며 재활용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캠페인으로 한 해에만 약 20만 개의 블랙 팟을 모으고 있다. 나아가 매년 늘어가는 포장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안으로 보자기를 활용하는 포장법, 낫랩(knot-wrap)을 꾸준히 사용하는 중이다. 록시땅 역시 친환경 패키지를 사용한 지 오래다. 에코 리필을 활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90%까지 절감했을 뿐 아니라 사과 찌꺼기로 만든 애플 페이퍼로 제작한 쇼핑백에 친환경 잉크를 사용한 인쇄로 정보를 제공한다. 세포라는 자체 브랜드인 세포라 컬렉션을 통해 친환경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세포라 컬렉션의 제품은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고 천연 성분과 자연 유래 성분을 주로 사용하며, 이들 제품은 모두 100%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 보틀과 사탕수수 잔여물로 만든 플라스틱 튜브에 담겨 출시된다. 제품이 담겨 배송되는 종이 박스 역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조달받는 지류에 식물성 잉크를 사용해 인쇄한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이러한 흐름에 합류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전개하는 스킨케어 브랜드, 프리메라는 재활용할 수 있도록 코팅하지 않은 투명 유리 용기와 쉽게 떼어낼 수 있는 라벨, 그리고 재생 플라스틱 캡을 사용한다. 단상자 역시 산림 자원 훼손을 최소화하고 쉽게 생분해되는 사탕수수 잔여물을 100% 활용한 친환경 종이로 만든다. 지방시 뷰티의 스킨케어 제품인 리소스의 보틀은 유리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사용 후 분리 배출이 편하고, 지속 가능한 산림에서 추출한 종이와 바이오소스 잉크로 인쇄한 박스를 사용해 불필요한 배출을 줄이는 데 일조한다. 지난달 새롭게 등장한 코오롱FnC의 뷰티 브랜드 라이크와이즈는 시작부터 친환경 패키지를 활용해 눈길을 끈다. 리사이클 플라스틱 용기(RPP), 그리고 국제산림관리협의회에서 인증한 종이와 무공해 인쇄 잉크인 콩기름 잉크,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포장재를 사용하고, 과대 포장을 지양하고 후가공을 최소화한 모습으로 출시된다. 에르메스의 립스틱은 마치 장난감처럼 쉽게 분해하고 리필할 수 있어 재미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 외에 입생로랑 뷰티, 르 라보, 클라랑스, 디올 등 다양한 뷰티 브랜드에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패키지를 선보이며 필환경 시대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블랙 재킷과 베이지 니트 보디 수트는 모두 RECTO, 블랙 레더 부츠는 RACHEL COX.

 

도화지가 된 패키지

친환경 패키지와 견줄 정도의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바로 아트 콜라보다. 크림이나 토너, 혹은 메이크업 제형을 담아내는 그릇의 용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브랜드의 철학이나, 시즌에 맞는 분위기를 표현하는 일종의 캔버스 역할을 하는 것. 데코르테에서는 아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디자이너로 선정하고 오랜 기간 예술적인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데코르테의 패키지를 비롯해 매장 디자인까지 책임지는 수장은 바로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다. 네덜란드의 디자인 거장이자 마르셀 반더스 스튜디오의 아트 디렉터이고 건축가인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데코르테의 수많은 제품은 아트 작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 예술적인 감각을 더한 다이아몬드 컷 패턴의 캡과 여성의 팔목이 지닌 유려한 곡선을 패키지에 그대로 녹여내는 등 인체공학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인다. 제품의 효능뿐 아니라 화장하는 시간까지 중요하게 여기는 데코르테의 뷰티 철학이 패키지 디자인에 반영된 결과다. 2011년부터는 해마다 마르셀 반더스 컬렉션 페이스 파우더를 선보이고 있는데, 매년 다양한 주제로 달라지는 패키지와 파우더 디자인은 예술 작품에 버금가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전 세계에 궁중의 미를 설파하기 위해 매년 환유 국빈세트를 선보이는데, 올해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6호 입사장 최교준 장인과 협업해 궁중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금속공예 기법인 입사를 활용해 금속 표면에 금실과 은실을 9만 번 이상 두드려 봉황의 모습을 새겨 정교한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최고급 목재인 흑단목으로 제작한 함에 3가지 스킨케어 제품을 담은 패키지는 화장품이 아닌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자연과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 브랜드, 샹테카이 역시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을 즐긴다. 작년 5월에는 영국의 디자인 하우스인 드 고네(De Gournay)와 협업해 드 고네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고, 올해 5월에는 나무나 금속, 유리 등의 표면에 종이를 오려 붙여서 장식하는 데쿠파주 기법으로 핸드메이드 리빙 아이템을 만드는 아티스트 존 데리안(John Derian)과 협업을 진행하여 화려한 플라워 패턴의 스킨케어 컬렉션, 존 데리안 컬렉션을 출시했다. 숨37°는 도자 작가 백진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그의 작품을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에 새겨 넣었다. 설화수는 2017년부터 문화 산업 전반에 대한 후원과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달, 선과 드로잉,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는 콜라주 아티스트인 권은진(SAKI) 작가와 함께 작업해 한옥의 단청에서 영감을 얻은 새로운 패턴으로 장식한 윤조 에센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예술 작품과 만나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제공하는 화장품 패키지를 보고 있자면 필요하지 않아도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곤 한다. 

 

 

DECORTE 여성의 팔목에서 발견한 유려한 라인과 정교한 컷팅 디테일로 완성한 디자인의 크림. AQ 밀리오리티 인텐시브 리제너레이팅 크림 45g 150만원대.

 

기술 담은 용기

화장품 패키지는 단순히 제품을 담아내는 용기, 즉 그릇의 역할만 담당하는 게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때로는 예술 작품으로, 때로는 브랜드의 가치를 담아내는 활동의 도구로 사용되니까.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제품의 본질적 역할을 더욱 똑똑하게 수행하는 스마트 패키지 얘기다. 화장품을 담아내는 기본적인 역할에서 더 나아가 제형이 오염되지 않도록 방지하고 지켜주는 역할, 그리고 그 안의 성분이 제대로 활성화되도록 조절하는 역할까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과학적인 패키지 얘기를 하려고 한다. 클라랑스는 유효 성분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두 가지 성분의 황금 비율을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된 패키지를 적용한 더블 세럼을 선보이고 있다. 내부 보틀에는 유용성 성분인 리피딕 포뮬러가, 외부 보틀에는 수용성 성분인 하이드릭 포뮬러가 담겨 있는 이중 구조로 만들어져 있고, 제품을 도포하는 순간 두 가지 성분이 최적의 상태로 배합되어 만난다. 게다가 커스터마이즈드 보틀의 다이얼 펌프 시스템을 통해 좌우로 보틀 뚜껑을 돌리면 사용자의 기호와 피부 타입, 날씨나 계절에 따라 2가지 옵션으로 사용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라프레리의 스킨 캐비아 리퀴드 리프트 역시 비슷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두 개의 분리된 챔버에 보관된 캐비아 비즈와 우윳빛 에멀션이 활성 펌프를 누르는 순간 신선하게 블렌딩되면서 최적의 상태로 피부에 도포될 수 있도록 조절된다. 최근 코로나19 시국을 겪으며 최대 이슈로 떠오른 면역력, 그리고 세균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패키지도 존재한다. 멸균 기능을 내장한 패키지로 잘 알려진 브랜드는 바로 아벤느다. 방부제를 전혀 넣지 않고 피부에 필요한 성분만을 함유한 무방부제 화장품 브랜드답게 특허받은 용기와 특수 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멸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패키징을 적용했다. 이러한 무방부제 화장품을 스테릴 코즈메틱(Sterile Cosmetic)이라고 하는데, 이는 두 가지 특허 기술인 멸균 패키지와 멸균 생산 시스템을 핵심으로 한다. 멸균 패키지는 프랑스와 유럽, 미국, 일본에서 특허를 획득한 용기로, 내부의 포뮬러가 외부로 배출만 될 뿐, 공기와 이물질의 내부 유입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특수 용기다. 생산될 때와 동일한 상태의 제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고서도 유통 기한과는 별개로 개봉 후 사용 기간에 제한이 없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피에르파브르 그룹만이 보유한 멸균 생산 시스템은 인퓨전이라는 기술을 통해 각 성분의 효능이 변형 없이 멸균 상태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제품에 닿는 성분의 처리 과정부터 제조 단계까지 모두 멸균 상태에서 진행되며 주사제 등의 의약품 생산 표준을 따를 정도로 철저히 관리된다. 이 모든 기술력은 단지 피부에 신선한 화장품을 사용하기 위한 욕구에 의해 진화한 결과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화장품 패키지가 어디까지 똑똑해질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예술 작품같이 아름다운 모습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모습, 그리고 피부를 위한 똑똑함까지 모두 갖춘 화장품 패키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1 LUSH 재활용된 플라스틱으로 만든 러쉬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블랙팟에 해조류 성분의 클렌저를 담았다. 아쿠아 마리나 250g 4만4000원.

2 LIKEWISE 친환경 종이와 콩기름 잉크,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 디자인한 수분크림. 수퍼차지 크램앤크림 50ml 3만6000원.

3 PRIMERA 코팅하지 않은 투명 유리 용기와 이지 리무버블 라벨을 적용해 재활용이 용이한 저자극 수분크림. 알파인 베리 워터리 크림 50ml 3만9000원대.

4 DIOR 전통적인 재배자와 파트너십을 맺어 환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제품의 원료를 얻어낸 안티 에이징 세럼. 캡춰 토탈 슈퍼 포텐트 세럼 50ml 25만3000원대.

5 HERMES 리필이 가능한 지속가능 소재의 립스틱. 루즈 에르메스 새틴 립스틱 로즈 리미티드 에디션 3.5g 9만5000원.

 

Model Dari Makeup 서아름 Hair 최은영 Assistant 표선아

 

 

 

 

더네이버, 필환경 시대, 친환경 화장품 패키지

CREDIT

EDITOR : 김주혜PHOTO : 이담비(인물), 김도윤(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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