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사람과 시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의미 있는 건축물

만남은 본디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로 차와 커피가 놓이는 그 공간도 아름답다. 사람과 시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의미 있는 건축물.

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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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형 자연 채광창이 선사하는 빛이 든 차 판매점.

 

길게 뻗은 지붕과 지형에 맞게 설계한 경사로가 인상적인 카페의 측면. 

 

250석 어느 자리에서도 탁 트인 경관이 확보된다.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건축
태국의 차 브랜드 추이퐁 티는 2015년 치앙라이의 드넓은 차밭에 추이퐁 티 카페를 오픈했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떠오르면서 많은 사람이 드나들어 새롭게 오픈한 카페가 바로 추이퐁 티 카페 2다. 카페에 들어서면 긴 복도가 등장한다. 복도는 마치 바람이 지나는 길인 듯 기분 좋은 바람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첫 번째 카페를 통해 몸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우를 포함한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는 것을 파악한 추이퐁 티는 그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불편하지 않게 자연을 감상하며 차와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건물을 디자인했다. 경사면에 위치한 지형과 주변 경관을 고려해 계단식으로 설계한 플로어 옆으로 길고 완만한 경사로를 냈다. 휠체어를 탄 이들이 각 레벨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말이다. 소나무, 강철, 유리, 바위 등 자연 소재를 활용한 점은 첫 번째 카페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곳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자연 채광이다. 카페는 우기 시즌에 대비해 지붕으로 플로어 전체를 덮었다. 그러다 보니 250석 규모의 다이닝 공간 안쪽이 무척 어두워지는데, 지붕 위로 원추형 자연 채광창을 두어 필요한 빛을 확보했다. 실내로 자연스러운 빛을 모을 뿐만 아니라 차밭 주변으로 솟아오른 산들과 조화를 이룬다. 관광 명소로서의 인기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공동체를 자극하는 훌륭한 건축 사례다. 
Architects. IDIN Architects

 

250m2의 면적에 단층 건물로 들어선 역사적인 티하우스.  

 

새롭게 탄생한 오스카 니마이어의 티하우스. 

 

오스카 니마이어의 부활  
브라질의 행정 수도 브라질리아는 1956년부터 건설된 신도시다. 도시 계획 전문가 루시우 코스타와 그의 제자인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는 거주 지역과 행정 지역의 배치, 건물 형태의 대칭까지 고려해 도시를 설계했다. 특히 오스카 니마이어의 건축물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며 초현대적인 디자인의 건물로 평가받는다. 삼권 광장(Praça dos três Poderas)에 있는 티하우스 건물도 그중 하나다. 1970~80년대 빛나는 영화를 누린 이곳은 1994년부터 6년간 관광지원센터(CAT)로 사용되다가 지붕 붕괴 위험으로 문을 닫았다. 그 후 10년간 폐쇄되었다가 2010년 CAT로 재개관하기에 이른다. 지난해 브라질리아 관광청과 유네스코는 오스카 니마이어의 전설적인 프로젝트를 부활시키기 위해 건축가 사무엘 라마스와 블로코 팀을 초대해 티하우스를 구상한다. 단층 건물은 재정비되고 새 가구도 탄생한다. 소파와 안락의자 소니아, 커피 테이블과 벤치 루이, 의자 주앙과 카를로스 선반 등 본질에 충실한 가구가 놓인 티하우스는 브라질리아의 미학과 모더니즘 정신을 부활시키는 플랫폼이 되었다.  
Architects. BLOCO Architects + Equipe LAMAS

 

 

가는 빔으로 창문 차양을 지지했다. 

 

카페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거대한 빔이 버티고 있다. 

 

빔 구조는 곳곳에 있으며, 전체적인 디자인에 통일감을 부여한다.

 

중앙 계단에서 바라본 2층 전경. 지붕 가운데로 빛이 쏟아진다.  

 

전통과 현재를 연결하는 플랫폼 
중국 황산의 타오위안(Taoyuan) 마을에 따뜻한 불이 켜졌다. 전통적인 가옥촌인 마을에 들어선 유일한 카페 ‘티 루프 난’은 타오위안 마을의 관광 거점이라는 특명을 안고 탄생했다. 건축사 아틀리에 라이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 중국 전통 건축의 다양한 요소를 살린 공간을 완성했다. 첫 번째는 후이저우(Huizhou) 고대 주택의 독특한 벽 시스템인 메이렌 카오(Meiren Kao)다. 일반 문이나 창문과는 달리 실내와 실외의 교차점에 위치하며 몸을 기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벽 시스템을 처마, 창문, 의자, 걸상에 조합하여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했다. 두 번째는 빔과 기둥이다. 건물 골격으로 전체 공간의 대기와 리듬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다. 티 루프 난 카페의 1층과 2층은 바로 이 거대한 기둥과 빔에 의해 지지되고 공간을 하나로 연결한다. 가느다란 금속으로 연결된 지붕 한가운데로 하늘의 빛이 모여든다. 빛은 시간에 따라 위치를 달리하며 일종의 자연 시계 역할을 한다. 건물을 지지하는 비스듬한 빔처럼, 창문의 처양에도 사선의 지지대를 사용하여 공간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이룬다. 기본적으로 나무를 사용하되, 지지대 접합 부분에는 정교하게 커팅된 쇠를 적용해 견고함뿐만 아니라 미학적인 면모도 챙겼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블랙 철근과 반투명 유리를 사용해 모던함을 끌어냈다. 무척 아담하고, 또 언제 가볼 수 있을지 모를 황산의 작은 마을 카페이지만 옛 가옥 사이에서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건축은 따뜻한 빛만큼이나 기억할 가치가 있다.        
Architects. Atelier Lai

 

한국 건축의 루의 기능과 형태를 기본 콘셉트로 삼아 설계한 카페 아오오의 전경. 건물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현대 루의 탄생    
아이엔건축사사무소의 유창윤 건축가는 제주 성산읍 앞바다에 위치한 카페 아오오의 콘셉트를 루(樓)에서 찾았다. 한국의 전통 건축에서 개인적인 휴식 공간이었던 정자와 달리 루는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휴식을 취하는 공공의 성격이 강한 공간이었다. 여러모로 오늘날의 카페와 유사하다. 카페 아오오는 건물 내부의 인공적인 공간과 외부 자연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상됐다. 이러한 의도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우선 정면에서 카페 아오오를 바라보면 매우 폐쇄적으로 보이는데, 건물 내로 들어와 밖을 바라보면 그렇지가 않다. 주변 풍경을 담으며 손님 동선을 이끌고 종국에는 자연과 일체가 되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또 건축가는 병산서원의 만대루에서 낙동강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경험을 카페 아오오 2층에 구현했다. 2층을 정면 7칸, 측면 2칸의 기둥과 지붕으로만 구성해 자연 풍경이 주인공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곳 상부층 마당은 대지 모양을 그대로 반영하였고 별다른 구조물 없이 햇빛과 달빛만이 내리는 장소로 설계했다. 마당으로 진입하는 중앙 계단에 앉으면 건물 안에 있으면서도 바깥 풍경이 훤하게 내다보인다. 
Architects. 유창윤+아이엔건축사사무소 

 

유리 큐브를 덧대어 건물의 좌우 파트를 연결하는 중앙 통로를 외부로 드러냈다. 

 

유리 큐브 좌우 공간은 기둥만 남기고 벽체를 비웠다. 

 

대나무밭 풍경으로 둘러싸인 다실. 

 

유리 밖 자연을 음미하는 다실  
중국 항저우시 서쪽에 위치한 웨스트랜드 국립공원은 천혜의 습지대를 보존하는 공원이다. 습지 식물원과 연꽃 생태 보호 등을 포함하는 이곳에 티룸이 오픈했다. 불투명하고 폐쇄적이며 낡은 건축물을 개조해 티룸으로 만들었다. AT 디자인의 셴모(Shen Mo)와 타오 지안푸(Tao Jianpu)는 전통의 명맥은 유지하되 문화와 건축 사이, 공생을 이루는 접점을 찾는다. 위치적으로 건물이 가진 행운은 사방에 서로 다른 자연 풍경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대나무 숲, 연못, 습지대, 산과 강 등 천혜의 비경이 건물을 둘러싸고 펼쳐진다. 이 풍경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로 결정한 두 건축가는 전통 건물에서 골조만 남기고, 낡고 답답한 외벽을 치워버렸다. 그 자리에 대형 유리를 들였다. 입식 다실과 좌식 다실 등 목적과 스타일이 다른 공간마다 내다볼 수 있는 풍경이 모두 다르다. 유리 벽체는 건물 자체의 골격을 감싸며 실내와 주변 경치를 끌어안는다. 더불어 전통 가옥 구조를 부분적으로 파괴하면서 현대성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한 매개체가 되었다. 
Architects. AT DESIGN 

 

자오 티 라운지 입구.  

 

중앙 원형 계단을 따라 오르면 펼쳐지는 2층 공간.

 

뒷마당 쪽으로 개방된 1층 다실. 옆으로 차 덖는 시설이 있다. 

 

변화를 부르는 차 라운지     
30년 넘게 차를 접해온 자오 티 라운지의 주인은 대만의 차 문화를 사람들과 공유할 공간을 원했다. 나름 시각과 후각, 미각, 촉각과 청각까지 오감을 즐겁게 해주는 곳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변화’를 공간 콘셉트로 삼았다. 오래된 2층 건물을 개조한 자오 티 라운지는 나무와 콘크리트, 벽돌, 강철과 파티션으로 사용한 패브릭 등 다양한 소재의 벽체가 인상적이다. 기존의 것과 새로운 소재를 광내고, 조각하고, 두드려 다양한 질감을 얻었다. 이는 시각과 촉각뿐만 아니라 시간의 흔적까지 아우른다. 직선과 곡선을 적절하게 활용해 리듬감을 주고 중앙 원형 계단을 타공된 강철로 감싸며 작은 공간에서 시선을 한데 모았다. 건물 후면은 벽을 허물어 개방형으로 설계하고 연결된 뒷마당에 나무를 심어 싱그러운 기운을 더했다. 입구에서부터 차의 향기가 흐르도록 차 덖는 시설을 공간 후면에 갖췄는데, 이는 이 공간 설계의 핵을 이룬다. 작은 레스토랑이 밀집한 거리에서 고기 굽는 냄새를 차의 향기로 덮은 것. ‘변화’라는 콘셉트를 가볍게 성공시켰다.
Architects. Soar Design Studio

 

나무가 심어진 원형 구조의 중심부 바깥으로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구획을 나눈 카페 공간이 펼쳐진다.

 

하늘에서 본 넷-풀 카페의 루프.  

 

물탱크의 이유 있는 변신  
상하이 국제패션센터 부근에 위치한 양슈푸 발전소 레릭 파크(Yangshupu Power Plant Relic Park)는 100년 역사를 끝으로 2010년 잠정적으로 폐쇄되었다. 2015년 6월 리버사이드 남단의 공공 사업을 계기로 지난해 넷-풀 카페가 이곳에 들어섰다. 중국 TJAD 오리지널 디자인 스튜디오는 2개의 거대한 물탱크가 내부 장치와 주변부 땅만 훼손되었을 뿐 구조물은 건재함을 깨닫는다. 산업 폐수 처리 시스템이라는 공원의 주요 기능을 감안한 그들은 2개의 물탱크를 거점으로 카페를 설계한다. 경관이 뛰어난 곳에 위치한 점도 확신을 더했다. 지름 20m인 2개의 수조에는 24개의 기둥만 남아 있었다. 상부 구조가 없는 이곳에 콘크리트로 하부 구조물을 만들고, 남은 기둥은 붙박이 가구로 활용했다. 유리 커튼 벽으로 외벽을 세우고 유리와 알루미늄 파티션으로 구획한 후 콘크리트 셸과 알루미늄 지붕을 얹었다. 나선형 아치는 외벽과 지붕의 주요 모티프가 되며 이 건축물이 시각적으로 주목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버려진 수조에서 다시 물을 길듯 재생의 상징성을 갖는 카페가 되었다. 
Architects. TJAD Original Design Studio 

 

 

무한대 형태로 설계한 카페 인피니티는 독특한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카페 인피티니의 카페 공간.

 

지속 가능과 무한함 사이  
인도의 ITS 치과 대학에 들어선 카페 인피니티는 이름 그대로 무한대 표기를 본뜬 형태와 구조를 갖췄다. 학생, 교수, 환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을 목적으로 세워진 카페는 형태로 표출되는 의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건축 요소를 활용해 전통 디자인과 건축의 경계를 확장시켰다. 일단 이 지역은 다드리(Dadri) 지역에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항구(ICD)에 위치한 신흥 도시다. 이 지역에서 재활용이 가능하고 무한한 확장성까지 품고 있는 컨테이너의 활용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재활용된 운송 컨테이너 40피트를 사용한 건축물은 지속 가능한 건축물로서의 재활용을 보여주고, 건축 비용을 크게 절감한 사례로 꼽힌다. 2개의 카페와 2개의 역동적인 마당으로 구성된 카페 인피니티는 음료를 마시는 공간과 산책하는 공간이 각각 내부와 외부에 존재하며 서로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2개의 메인 축을 연결하는 모서리 파트 중 남쪽 컨테이너에는 외부와 연결하는 문 10개를 달아 인접한 공립 병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때마다 경기가 열리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컨테이너의 단점인 효율적인 단열을 위해 벽에는 50mm의 락울 단열재와 석고 패널을, 옥상 바닥에는 섬유 시멘트 보드를 사용하고 환기를 위해 문의 배치와 기계식 냉방 등 생태학적인 전략을 세웠다. 의미와 형태, 기능 모두 무한대 안에 귀속되는 특별한 카페 건축물이 되었다. 
Architects. Rahul Jain Design Lab(RJDL)

 

 

 

 

더네이버, 건축, 티하우스, 카페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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