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센 언니’들의 화끈한 패션

‘환불원정대’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센 언니’들의 화끈한 패션.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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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 네 여자를 관통하는 단어는 ‘센 언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환불원정대’라는 이름으로 뭉친 이 그룹은 지금 전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그동안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모습, 일명 ‘꾸안꾸’ 스타일이 오랫동안 트렌드의 정점에 머무르면서 강한 패션은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환불원정대에게 이런 건 통하지 않았다. 사실 세다기보다는 화려하고 화끈한 모습, 당당한 태도야말로 그녀들이 추구하는 스타일의 핵심 코드다. 한마디로 섹시함은 자신감의 문제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여자들. 걸 크러시라는 새로운 지점이 트렌드의 한 축이 된 것도 환불원정대가 다시 인기를 끄는 계기 중 하나다. 일부 여자들이 고집하는 패션 방언이 아니라 자의식 가득한 아름다움으로 무장한, 기성세대와 불합리한 세상에 타협하지 않는 부류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녀들이 지금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이른바 ‘겉바속촉’, 그러니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처럼 반전의 매력을 어필하기 때문일 거다. 이를테면 엄정화나 이효리의 소탈한 일상, 서툰 한국말로 친근감과 웃음을 주는 제시, ‘먹방’으로 아이돌 같지 않은 면모를 털털하게 드러내는 화사까지. 무대 위에 오른 모습과는 호떡 뒤집듯 정반대의 면면을 보여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그녀들이 작정하고 ‘센’ 성향을 보여줄 때 더욱 유효한 매력과 캐릭터가 성립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들이 선택한 패션 아이템은 과연 무엇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네 여자의 스타일은 비슷해 보여도 각자 고유의 영역을 확립하고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의 컬렉션 흐름과도 상당 부분 상통한다. 

 

 

엄정화는 지금 가장 ‘핫’한 룩을 걸치면서 관능적이고 농밀한 무드를 유지한다. 군데군데 구멍을 낸 컷아웃 디자인이 가득한 오프화이트나 베르사체의 컬렉션과 치명적인 유혹의 색을 내는 프로엔자 스쿨러, 알렉산더 맥퀸의 가죽 드레스를 연상시킨다.

 

 

이효리는 빈티지한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건강한 섹시함을 강조한다. 화려한 패턴의 블라우스와 팬츠에 셔츠를 허리에 묶고 헐렁한 라이더 재킷을 매치한 드리스 반 노튼, 1970년대 빈티지한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구찌, 미우미우의 각 잡힌 레오퍼드 코트, 펜디의 볼륨감 있는 가죽 재킷이 그녀의 스타일이다.

 

제시는 레트로한 패션과 힙한 이미지를 적절히 버무려 강인하고 자유로운 여성상을 보여준다. 흘러내릴 듯 루스한 팬츠와 몸에 찰싹 달라붙거나 배꼽이 훤히 드러나는 크롭트 티셔츠를 매치한 에크하우스 라타, 스웨트셔츠와 스웨트 팬츠를 고양이처럼 입은 톰 포드는 그녀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속옷을 겉으로 과감하게 드러낸 뮈글러의 컬렉션은 제시만이 감당할 수 있다.

 

 

화사는 대놓고 섹시하기보다 은은하면서도 절제된 섹시 코드를 선보인다. 비대칭으로 한쪽 어깨만을 은근하게 드러낸 포츠 1961의 드레스나 전신을 유연하게 감싸는 실루엣의 보테가 베네타 드레스, 움직일 때마다 드라마틱한 리듬감을 부여하는 프라다와 디올의 프린지 디테일 원피스는 화사 위에서 비로소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브라운관을 떠나 대부분의 여자에게도 이 유행을 전파시킬 수 있을까? 일반 여성이 일상생활에서 앞선 룩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영리한 스타일링 기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알고 보면 간단하다. ‘세다’ 싶은 아이템을 딱 한 개만 활용하는 것이다. 가죽 뷔스티에와 함께 단정한 셔츠와 포멀한 팬츠를 입은 토즈나 슬릿이 깊은 가죽 치마를 평범한 코트로 덮은 우영미, 니트 위에 속옷 디테일을 앙증맞게 얹은 GMBH처럼. 화장기 없는(것처럼 화장한) 얼굴과 부스스한 헤어스타일로 마무리하는 것 역시 포인트다. 과하기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베트멍의 런웨이에서는 오히려 초췌해 보이는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을 시도했다. 


대중은 이제 인형처럼 예쁜 여자가 고운 말을 쓰고 평균적인 호감을 주는 연예인에 대해 무조건적인 호응을 건네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환불원정대는 그동안 호감 가지 않는 여자의 스타일에 모두가 열광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한국적인 미의 기준에서는 좀 벗어나 있지만 친근성이라는 이면의 매력으로 ‘센 언니’의 편견에 종속된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이제는 아무나 입을 수 없을 것 같은 존재감 넘치는 스타일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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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홍혜선PHOTO : 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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