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내 몸속의 또 다른 몸

신체장애를 가진 열두 명의 이야기를 모은 책 <기억하는 몸>. 신체장애를 얻기 이전의 기억하는 몸과 현재의 몸에 대한 이야기가 교차하는 이 책은 타인의 고유성을 이해하는 데 귀한 단서를 던져준다.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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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난감하다. 다른 이들에게 내가 본 것, 들은 것을 설명해야 할 때. 입속에서 설명할 말을 둥글게 골라보지만 입 밖으로 냈을 때 그 말이 내 경험을 온전히 전달해줄지 믿기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말로 전달하는 것 외에 다른 적절한 방법을 모른다. 그나마 믿는 건 나와 듣는 이들의 평소 경험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 그러므로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거라는 사실이다. 


안이한 믿음이다. 사실, 다른 이와 나는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한다. 심지어 내 몸 안에서도 체험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내 몸 안에 ‘신체 나1’과 ‘신체 나2’가 공존할 수도 있단다. 믿기 어렵지만 그렇다. 저자는 이를 ‘다중 신체’, ‘하이브리드 신체’라고 이름 붙였다.  


저자인 이토 아사는 미학을 전공했으나 주로 신체장애가 있는 몸이 세상을 어떻게 느끼고 이해하는지 연구하고 소개하는 작업을 해왔다. 전작인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말 더듬는 몸>을 내면서 그는 우리가 막연히 짐작만 하고 있던 신체장애의 경험을 생생하고 흥미롭게 전했다. 이 책도 그렇다. 이 책은 장애를 가진 열두 명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다. 대단히 희귀하고 특이한 케이스는 아닐지 몰라도, 자신만의 고유성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저자는 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찬찬히 그들의 감각을 함께 더듬어본다. 


선천적으로 시력이 약했던 니시지마 레나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급격히 시력이 나빠져 완전히 실명하게 된다. 저자는 레나 씨와 인터뷰를 하며 그의 말보다는 손에 정신이 팔려버린다. 그는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쉴 새 없이 메모를 했는데, 눈이 보이는 사람처럼 정확했을뿐더러 좀 전에 글씨를 썼던 곳으로 되돌아가 동그라미나 밑줄도 치곤 했다. 실명하기 전의 습관을 무의미하게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활발하게 사용하는 ‘능력’이다. 저자는 이를 “10년 동안 진공팩에 넣어둔 레나 씨의 쓰기 능력”이라고 표현한다. 장애를 입은 후에는 신체의 손상을 보완하기 위해 움직임이 변할 수밖에 없는데, 레나 씨의 쓰기 능력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여전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레나 씨는 다양한 그림도 그려 친구에게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곤 했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신체장애를 갖게 된다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해내던 것을 더 이상 해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무용수였던 오마에 고이치 씨는 스물셋이 되었을 때 음주운전자가 몰던 자동차에 치여 왼쪽 다리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10년 후 무용수로 복귀하고 장애인올림픽 개회식에서 춤도 추게 된다. 있던 신체 부위가 사라지면서 느끼게 되는 ‘환지’(없어진 몸의 일부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나 ‘헛통증’(환지통 혹은 환상통)도 느끼지만, 그는 의식적으로 몸을 제어하면서 원래 있었던 오른쪽 다리보다 왼쪽 다리를 훨씬 더 잘 쓰게 된다. 절단 이전의 ‘운동 기억’으로 절단 이후의 ‘요령’을 얻게 되는 것이다. 


장애를 입기 전 몸의 기억과 현재의 몸이 겹쳐져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은 어떨 때는 기이하기까지 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내 몸을 이해할 수 있는 길도 열리며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고유성을 섬세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열두 명의 인터뷰이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근거로 말해준다. 세상에 특수하지 않은 몸은 없다는 것을. 미래의 몸의 가능성까지 포함해서 그렇다.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의 두 번째 이야기다. 작가 백영옥은 사랑스러운 앤의 목소리를 빌려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지은이 백영옥
펴낸 곳 아르테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프리랜서 작가이자 가평의 책방 ‘북유럽(Book You Love)’을 운영하는 이재영 에세이스트의 세 번째 에세이다. 들풀과 들꽃의 사진과 이야기를 삶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엮어냈다. 
지은이 이재영
펴낸 곳 흐름출판

 

 

 

 

더네이버, 북, 기억하는 몸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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