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이 시대의 기획자_SG다인힐 박영식 대표

아무리 콘텐츠가 훌륭해도 뛰어난 기획이 받쳐주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그 어느 때보다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 시대, 탁월한 기획자 두 사람을 만났다.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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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SG다인힐의 박영식 대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세계와 이후의 세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 말했다. 예견치 못한 이 불청객은 모두의 삶을 근간부터 뒤흔들었다. 외식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비대면만이 돌파구인 요즘, 배달 서비스의 성황은 말할 것도 없고 F&B 브랜드들 역시 ‘HMR(가정간편식)’과 레스토랑 요리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RMR(레스토랑 간편식)’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외식업계의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수많은 브랜드가 각축전을 치르는 요즘 특히 눈에 띄는 브랜드는 바로 SG다인힐이다. 올해 초 메일함에 들어온 ‘SG다인힐, 유명 셰프와 손잡고 RMR 브랜드를 선보인다’는 보도자료의 문구를 보았을 때만 해도 시큰둥했다. 객관적 지표가 존재하지 않는 ‘유명’이라는 단어가 지닌 맹점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을 읽고 이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SG다인힐의 RMR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연 미로식당 박승재 셰프부터 레스쁘아 임기학 셰프, 슈퍼막셰 이형준 셰프, 있을재 이재훈 셰프, 금산제면소 정창욱 셰프 등 미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알 만한 레스토랑과 셰프의 이름이 협업 확정자 리스트에 올라 있었기 때문. 시작부터 믿을 수 없는 라인업을 갖춘, 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이끈 장본인이 궁금해졌다.

 

 

SG다인힐 소속 레스토랑 중 하나인 부처스컷. SG다인힐은 한 가지 콘셉트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다. 

 

SG다인힐의 박영식 대표는 시쳇말로 금수저다. 태어나 보니 삼원가든 박수남 회장의 막내아들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그는 삼원가든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반짝이는 금수저로 호화스러운 음식만 떠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박영식 대표는 포크를 잡았다. 아예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어렸을 때는 삼원가든을 물려받아 운영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했죠. 그러나 성장하며 생각이 달라졌어요.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같은 업계에 몸담을지라도 나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컨템퍼러리 이탤리언 레스토랑 블루밍가든, 이탤리언 가정식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꼬또, 정통 아메리칸 스테이크 하우스 부처스컷, 숙성 등심 전문점 투뿔등심, 고기 편집숍 로스옥, 광동식 중식당 메이징 에이, 칼로리와 GI 지수를 고려한 메뉴를 선보이는 썬더버드 등 저마다 색이 뚜렷한 다양한 레스토랑을 거느린 SG다인힐. 사람들은 SG다인힐의 시작이 블루밍가든이 오픈한 2008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블루밍가든을 성공시키기 전 2007년 이미 두 차례의 실패를 맛보았다. “의욕적으로 오픈한 메자닌, 퓨어 멜랑쥬로 실패를 맛보고 의기소침해진 시기였어요. 블루밍가든은 굉장히 힘을 빼고 오픈했어요. 메뉴도 떠오르는 대로 쓱쓱 적어 15분 만에 짰을 정도죠. 근데 그게 잘된 거예요. 타이밍, 위치, 트렌드 등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누구에게나 운이 따라주는 때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 한 번의 큰 행운에서 멈춘다. 그러나 박영식 대표는 달랐다.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어떤 요소가 성공을 이끌었는지 역으로 치밀하게 되짚었다. 그는 운을 자신의 실력으로 만들었다. 

 

블루밍가든의 성공 이후 12년이 흘렀다. 그사이 SG다인힐은 국내 외식업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회사로 성장했다. 성장 과정에서 박영식 대표는 늘 새로운 것을 시도했고, 꽤 많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했다. 이젠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위 말하는 먹힐 법한 것들로만 사업을 전개할 법도 한데 그는 아직도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실 일종의 사명감도 느껴요. 어쨌든 제가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한 건 사실이잖아요. 그리고 하나의 가게를 운영하는 게 아닌 여러 레스토랑을 보유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기에 새로운 시도가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치러야 할 위험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고요. 국내 외식업계의 발전을 위해 누군가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면, 한 번의 실패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이들이 아닌, 그래도 다시 일어설 여력이 있는 사람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그가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하는 분야 중 하나가 푸드 테크다. 박영식 대표는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지구인컴퍼니에 투자자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단백질 식품을 만드는 베네핏츠란 회사를 직접 설립해 연구에 매진하며 국내 외식업계가 전진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자주 언급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박영식 대표가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음식에 대한 진실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먹는 걸 좋아했어요. 기어 다닐 때부터 상에 있는 나물을 손으로 집어 먹고 그랬대요.” 인터뷰 중 잠깐의 휴식 시간에도 최근에 가본 만족스러웠던 레스토랑을 말하며 눈을 반짝이고, 역으로 추천을 받자 바로 검색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식도락가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결과물에는 상업적인 면만을 고려해 기획된 레스토랑이나 상품에서는 찾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이번에 새롭게 진행하는 RMR 사업만 봐도 알 수 있다. 보통 하나의 상품을 출시할 때 기업은 예정일을 정해놓고 스케줄에 맞춰서 움직인다. 그러다 보면 상품의 완성도 면에서 조금 불만족스럽더라도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SG다인힐에서 새롭게 진행하는 RMR 사업의 상품 출시는 담당 셰프가 맛을 제대로 구현해내 판매해도 무방하겠다고 인정하는 순간 정해진다. 7월 출시 예정인 레스쁘아 임기학 셰프의 어니언 수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준비한 상품이다. 맛의 핵심인 양파 캐러멜라이징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공장을 찾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올해 초부터 SG다인힐은 RMR 사업을 새롭게 진행 중이다. 최근 출시된 이유석 셰프의 명태회 비빔 막국수와 정창욱 셰프의 탄탄멘. 

 

“좋은 기획자는 오퍼레이션을 잘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사실 겉보기에 그럴싸하게 기획된 식당은 무척 많아요. 그러나 외식업에 있어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것은 위생적인 공간에서 만든 맛있는 음식을 좋은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에요. 이걸 간과하는 곳은 절대 오래갈 수 없어요. 저는 앞으로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가치 있는 식당을 내고 싶어요.” 여기에 덧붙여 실력 있는 셰프들이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한 투자자가 되어주기도 하고, 지금 집중하고 있는 푸드 테크 사업을 통해 미래 지향적이고 다수에게 이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식 대표의 모토는 ‘최대의 외식 기업보다는 최고의 외식 기업이 되자’이다. 외식업계의 기본과 핵심에 대한 정확한 이해, 요리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그것을 구현해내는 이들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그에겐 있기에 이 슬로건은 언제까지고 유효할 것이다. 

 

 

 

 

더네이버, 인터뷰, SG다인힐, 박영식 대표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이향아(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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