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블루 뷰티’의 세계

머지않아 찾아올 물이 없는 삶. 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블루 뷰티’의 세계를 가까이하자.

202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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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드러낸 물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하루에 물 2L를 마시고, 여유로운 날이면 샤워를 30분 이상 해본 적, 다들 있을 것이다. 이토록 흥청망청 소비해온 물이 이제는 그 무엇보다 귀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뷰티 업계에서 물을 깨끗이 보존하고 아껴 쓰기 위한 노력을 일컫는 ‘블루 뷰티(Blue Beauty)’가 트렌드로 떠오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물이다. 물이 뒤덮고 있는 지구의 면적은 무려 13억8500만 km3에 육박한다. 수치로만 보면 물이 차고 넘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사용 가능한 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구상에서 물이 차지하는 총량의 97.5%는 바닷물이다. 식수를 포함한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물 은 이 중 0.0075%밖에 되지 않는다. 갑자기 작아진 수치에 놀랐다면 현실을 직시할 때다. 이토록 적은 양의 물을 전 생애에 걸쳐, 더 나아가 후손까지 대대로 쪼개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산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지금, 물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환경 파괴와 수질 오염으로 그나마 사용할 수 있는 물까지도 갉아먹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 식수 고갈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브라질의 상파울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등 대도시까지 극심한 물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그 와중에 케이프타운은 모든 댐이 말라붙는 ‘데이 제로(Day Zero)’ 위기 직전에 처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연일 거리로 수많은 시위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의 화를 불러일으킨 것 역시 물 부족 문제다. 물을 달라는 아우성을 내지르는 경우는 이들만이 아니다. 전 세계 14억 인구가 극심한 물 부족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 한 세기 세계 인구는 3배 늘어난 데 비해 물 소비는 6배나 증가했다. 게다가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많은 수자원이 오염되었고, 계속되는 이상기후로 홍수와 가뭄에 대한 대비가 어려워 물 자원을 저장하는 데에도 애를 먹고 있다.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에 이르면 물 수요는 현재보다 50%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CHANTECAILLE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2020 오션 컬렉션 아이템. 래디언스 시크: 치크&하이라이터 듀오 #로즈, 코랄 각 6g 각 12만원.

 

우리나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물 부족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인당 활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1700m3 이하로 물 부족 국가다. 사실 지금 당장,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사실이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장 큰 이유는 물 부족을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값이 저렴하고 언제 어디서든지 물을 사용하는 데 불편이 없기에 물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세계 평균인 715mm의 2배가량 되지만 인구밀도가 높고, 수자원 활용 효율이 낮아서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물 양은 1인당 세계 평균의 6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물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생활하다 보니 물 사용량도 많다. 환경부의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사용하는 물의 양은 유럽 국가의 2배 수준이며, 전 세계 통틀어 3번째로 물을 많이 쓰는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환경전망 2050 보고서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인 2025년, 우리나라는 물 기근 국가를 거쳐 2050년 물 부족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석유 자원은 고갈되더라도 원자력이나 태양광 발전 등 대체 에너지 자원이 있지만 물은 상황이 다르다. 물 부족은 현대 문명이 맞닥뜨린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물 부족의 위기감은 지금 당장,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생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타당한 이유로 작용한다. 

 

 

LA PRAIRIE 빙하 연구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라프레리의 대표적인 라인, 스킨 캐비아의 아이 세럼. 에센스 오브 스킨 캐비아 아 이 콤플렉스 15ml 22만5000원. 

 

물의 남용
2025년까지 겨우 5년이 채 남지 않았다. 2025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물 부족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뷰티 업계에서도 빠르게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거대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 그룹도 그중 하나다. 로레알 그룹은 생산 공정에서 물을 재사용하거나 소비량을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실제로 2017년, 완제품 생산과 물류 과정에 사용한 물의 양을 2005년 대비 48%나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까지 60% 감축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물 부족의 심각성을 인지한 국내의 대표적인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오산에 위치한 제조 시설에는 하절기 집중 호우가 반복되는 기상 변화에 맞춰 빗물 저장 시설을 3배로 증축했다. 이렇게 모은 빗물은 깨끗이 정수해, 작업복 같은 세탁물을 세척하는 초기 작업 단계에 활용한다. 이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각종 오염물질의 배출 또한 최소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제품 생산 단계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플라스틱 자원을 포함한 포장재 및 내용물을 재활용하는 자원 순환성을 높이기 위해 2018년부터 국내 물류센터에서 플라스틱 비닐 소재의 에어캡 대신 종이 소재 완충재를 사용하고, 수거된 공병을 이용한 재생 원료로 화장품 용기를 만든 것. 아모레퍼시픽 그룹에서 선보이는 브랜드 프리메라는 지속 가능한 패키지를 도입했다. 일회용 단상자 대신 지퍼가 있는 패브릭 케이스를 적용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100% 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든 생분해성 종이 소재를 활용해 오염을 최소화했다. 해피바스는 식물에서 얻어낸 플라스틱을 함유한 용기를 사용했다. 유색 플라스틱을 사용할 경우 재활용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무색 투명 용기로 제작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플라스틱 공병의 체계적인 재활용을 위해 글로벌 환경 기업인 테라사이클(Teracycle)과 업무 협약을 체결해 화장품 공병을 수거하고 용기의 자연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재활용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거대 화장품 기업으로서 로레알이나 아모레퍼시픽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비단 대기업만이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토팜은 작년부터 친환경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 클린 뷰티 브랜드인 스킨그래머 역시 비닐 테이프와 비닐 에어캡 대신 종이 테이프와 친환경 종이 완충재인 지아미(Geami)를 활용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 그리고 원료를 사용하는 샹테카이는 더 적극적으로 환경 보호와 생태계 보존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바다. 거대한 해양 생태계의 보고이자 전 세계 기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바다를 보호하고자 야생동물 보호 단체인 와일드에이드(Wildaid)와 파트너십을 맺고 2020 오션 컬렉션을 출시해 깨끗하고 건강한 바다 환경을 조성하는 데 경각심을 일깨운다. 친환경 소재의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은 쓰레기를 줄이는 단적인 효과 외에도 해양 환경오염을 줄이고 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기에 꼭 필요한 변화다.


물 부족, 그리고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분야는 또 있다. 그건 바로 빙하. 라프레리는 빙하학 연구의 중심인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를 지원하는 ETH 재단에 기부를 해오고 있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는 빙하학 연구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전문 기관으로, 빙하 연구를 통해 미래의 기후 변화를 예측해 환경문제와 이로 인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제로 빙하는 식수와 연관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특히 히말라야 빙하는 남아시아 인구 밀집 지역에 주요한 식수 공급처로 해빙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기온이 올라갈수록 빙하는 점점 녹아서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수면을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식수를 바닷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생활용수를 지키기 위해서는 빙하를 보존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2100년까지 빙하의 3분의 1이 사라진다는 예측에 의하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더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물 없는 화장품
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만큼 확실한 물 절약 방법이 있을까? 보통 화장품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원료는 바로 물이다. 물을 원료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물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 외에 화장품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화장품 무게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이 빠져나간 화장품은 그만큼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뷰티 업계에서는 물을 함유하지 않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사용하는 단계에서 물 사용량을 줄이거나 없앤 제품을 선보이며 물 부족에 대한 대안을 내놓고 있다. 화장품 성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물 소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피부 건강까지 사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국외에서 연구 개발이 더욱 활발히 진행되었기에 쉽게 만날 수 있는 제품은 별로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 없는 색조 제품을 선보이는 핀치 오브 컬러(Pinch Of Color), 물은 물론이고 방부제도 사용하지 않는 미국 브랜드 롤리(Loli)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스킨케어 제품에는 물이 80% 정도 들어 있을 정도로 화장품의 물 의존도는 굉장히 높다. 값이 싸고 편리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물을 사용하는 것이 득이 될지 모르지만, 실제로 물을 함유한 제품의 경우 박테리아 번식이 쉽고, 이로 인해 방부제 함유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피부에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물을 사용하지 않으면 피부 건강에도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 

 

이들처럼 물 없는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기존의 뷰티 브랜드들은 서서히 물 의존도를 낮춰가는 모습을 보인다. 국내 화장품 기업인 이네이처는 일부 제품에 물 대신 자작나무 수액을 사용한다. 러쉬는 고형 샴푸, 마사지 바 같은 제품을 선보여 물 절약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해오고 있다. 지난 13년 동안 고체 샴푸 판매를 통해 총 1억1400만 페트병을 절약하는 놀라운 결과도 얻어냈다. 러쉬와 마찬가지로 국내 브랜드인 톤28 역시 고체 형태의 세정제를 선보여 물 없는 뷰티 제품 출시에 뛰어들었다. 고체 형태 다음으로 주목받는 건 가루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파우더 입자를 통해 머리카락의 유분을 흡착하고 세정하는 효과를 지닌 드라이 샴푸 역시 대표적인 블루 뷰티 아이템이다. 가장 먼저 드라이 샴푸를 선보인 브랜드는 클로란. 클로란의 대표 아이템인 네틀 드라이 샴푸는 세계 최초의 건식형 샴푸다. 물로 머리를 감는 대신 드라이 샴푸를 사용하면 평소 사용량 대비 물을 97% 절약할 수 있다. 또 샴푸 횟수를 주 4회로 줄이면 일 년에 한 사람당 물을 1500L나 아낄 수 있다는 결과를 공개하며 친환경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물로 헹굴 필요가 없는 세정제를 시작으로 물을 전혀 포함하지 않은 제품까지 등장하면서 점차 물 없는 화장품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물 부족 현상에 대비하는 뷰티 브랜드의 노력만큼 우리 자신의 노력 또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서 물이 홀연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느리지만 확실한 감소 추세를 감지하고 개개인이 이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재정립하는 일이 블루 뷰티 트렌드의 확산보다 더 중요할 테니까. 블루 뷰티, 단순히 트렌드로 치부해버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Model Holly Makeup 서아름 Hair 최은영 Assistant 표선아

 

 

 

 

더네이버, 뷰티 트렌드, 블루 뷰티

CREDIT

EDITOR : 김주혜PHOTO : 이담비(인물), 김도윤(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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