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깨닫기도 전에 우리를 무언가로 먼저 규정해버리는 사회를 향해 던져진 미카엘이자 로레의 이야기.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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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나다운 나’로 살아가고 있는가? 영화 <톰보이>가 던지는 질문은 묵직하면서도 간명하다. 외부에서 규정하는 ‘나’로서가 아니라 자신이 바라는 대로 나의 삶을 꾸려가는 것은 과연 가능한가? 우리는 사회가 규정한 대로 자신의 삶이 끌려가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나다운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변명하며 살아간다. 그럴수록 ‘나다운 나’는 내게서 점점 멀어져간다. 셀린 시아마의 <톰보이>는 한 소년/소녀의 삶을 따라가며 우리의 그런 삶을 반추하도록 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톰보이’는 중성적이거나 남성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여성을 가리킬 때 흔히 쓰는 단어다. <톰보이>는 여자지만 남자이고 싶은, 또는 여자를 사랑하고 싶은 한 소년/소녀를 통해 ‘나다운 나’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그것을 가로막는 사회의 시선에 대해 질문한다. 

 


짧은 머리에 잘생긴 소년이 한 작은 마을로 이사 온다. 리사(진 디슨)가 다가와 그에게 이름을 묻자 소년은 자신을 미카엘(조 허란)이라고 소개한다. 낯을 가리던 소년은 이내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고, 뛰어난 축구 실력에 싸움 실력까지 뽐낸다. 미카엘은 짐짓 마초 같은데 한편으로 은근히 섬세한 면이 있다. 리사가 미카엘에게 반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리사의 고백. 하지만 미카엘의 본명은 ‘로레’다. 그/녀의 어머니는 사내처럼 외모를 꾸미고 남자하고만 어울려 노는 딸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로레는 미카엘이라는 이름으로 ‘나다운 것’을 지키려 안간힘을 쓴다. 그 어린 나이에도 그렇게 산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통해 국내 영화팬에게 그 이름을 선명하게 각인시킨 셀린 시아마가 미카엘/로레의 삶을 그리는 연출은 실로 감탄스럽다. 셀린 시아마는 미카엘/로레의 삶을 과장하지도, 일반화하지도, 괜한 감상에 빠지지도, 난감한 이슈 앞에서 비켜서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셀린 시아마는 소년/소녀의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미카엘/로레는 남성이 되고 싶어 하는 여성인가, 아니면 그저 여성을 좋아하는 여성인가에 관해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마치 영화의 첫 장면에서 자연 속에 미카엘/로레가 어울려 있듯이, 셀린 시아마는 그/녀의 자연적 속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나지막히 속삭인다. 자연(自然)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한 것’이다. 그러니 그에 대해 ‘왜’냐고 묻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우리가 ‘나다운 나’로 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이기를 바라는지 깨닫기도 전에 우리를 무언가로 규정하고, 그렇게 살기를 강요하는 사회적 시선과 통념 때문이다. 셀린 시아마가 미카엘/로레를 둘러싼 주변 인물을 이 사회를 이루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의 축소판처럼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어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것에 서툰 사람들. 셀린 시아마의 사려 깊은 시선 속에서 우리는 미카엘/로레에게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와 닮은꼴을 발견하게 된다. <톰보이>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성장 삼부작’으로 불리는 <워터 릴리스>(2007)와 <걸후드>(2014) 사이에 발표된 두 번째 작품이다. 2011년에 제작되어 2020년에 우리 곁에 찾아온 <톰보이>는 아주 늦게 도착한 편지 한 통이 우리를 얼마나 감격스럽게 할 수 있는지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 이 글을 쓴 안시환은 영화 평론가이다.
cooperation ㈜블루라벨픽쳐스, ㈜헤이데이필름컴퍼니

 

 

밤쉘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가 출연하며 기대를 모은 영화 <밤쉘>. 미국 최대 방송사인 폭스사에서 실제로 벌어진 성추행 관련 스캔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분장상을 수상했으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및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개봉 6월

 

카페 벨에포크
서로 다른 성향 탓에 수시로 갈등을 빚는 부부 빅토르와 마리안.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고 집 밖으로 내쫓긴 빅토르가 앙투안의 초대로 과거를 재현해주는 시간 여행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연극과 다름없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30여 년 전 마리안을 처음 만난 순간으로 돌아간 빅토르는 잊고 있던 현실 속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다.
개봉 5월 20일

 

 

 

 

더네이버, 무비, 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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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더네이버>편집부PHOTO : 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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