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유럽과 중동의 문화가 혼재된 모로코스타일 인테리어

유럽과 남미, 중동 각지를 돌며 살았던 메트로폴리탄 부부. 최근 8년간 인도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며 정점을 찍은 그들이 갑자기 유럽과 중동의 문화가 혼재된 모로코로 이주했다.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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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올리브나무 그늘에 마련된 식사 공간. 볕이 좋은 봄과 여름에는 거의 모든 식사를 이곳에서 한다. 테이블과 의자 등 정원 가구는 모로코 장인들이 제작한 것이고, 녹색의 투명한 유리컵과 물병 또한 이 지역 공예가가 만든 것이다. 

 

거실은 부부가 세계 벼룩시장을 얼마나 즐겨 찾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우리의 단청 같은 화려한 문양과 색감이 근사한 천장의 사각형 우드 패널은 오래된 모로코 궁에서 나온 것으로 마라케시 벼룩시장에서 구했다. 전면에 보이는 우드 프레임의 미드센트리 모던 디자인 소파와 오른쪽 벽면에 놓인 사이드보드 모두 덴마크 빈티지 제품으로 프랑스 벼룩시장에서, 초록색 세라믹 화병을 올려놓은 내추럴한 우드 캐비닛은 인도 수공예 시장에서 구입했다.   

 

모로코 마라케시 외곽, 흙먼지 풀풀 휘날리며 차를 타고 달려온 시골길 끝에 다다르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며 당신을 반긴다. 구도심에서 차로 불과 10분쯤 달렸을 뿐인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적갈색 흙벽돌과 회반죽으로 만든 모로코 전통 어도비 양식 건물이 올리브나무 숲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중세 어느 영주의 마을을 연상시키듯 성곽과 탑으로 이뤄진 입구, 그 안에 크고 작은 건물이 저마다 역할을 갖고 들어선 형국은 마치 고대 유적지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 건물을 들여다보면 어느 곳은 물레를 돌리며 그릇을 빚는 공방이요, 어떤 곳은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 그리고 유유자적 식사를 즐기는 음식점인 것이 영락없는 시장 골목 풍경이다. 이를 지나 평화롭게 펼쳐진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긴 회랑이 있는 건물은 누가 봐도 마을의 중심이자 성스러운 모스크에 다름 아니다. “여기는 제 아버지가 모로코 전통 마을을 재해석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리조트 ‘벨디 컨트리클럽(Beldi Country Club)’입니다. 저는 지금 이곳 관리인으로 살고 있죠.”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다, 올리브나무 아래서 만난 한 남성이 건넨 얘기다. 이런 반전이라니. 그렇다고 이 장소가 건넨 감동이 줄지는 않는다. 이곳의 역사와 문화에 남다른 애정을 갖지 않고서는 이토록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전통을 재현해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저도 그런 아버지의 뜻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마라케시로 왔습니다.” 자신을 메트로폴리탄이라 소개한 알렉산드르 레마리(Alexandre Leymarie)는 프랑스 출신으로, 아시아와 중동에서 자라고 재생 에너지와 금융 산업에 종사하며 최근 8년간 가족과 함께 인도에서 살다가 2년 전 이곳에 정착했다. 그의 부인 줄리(Julie) 또한 메트로폴리탄으로, 칠레 출신인 그녀는 12세에 파리로 이주해 영국과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에서 학업을 마치고, 샤넬과 로레알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으며, 인도에서 패션 편집숍을 론칭해 큰 성공을 거뒀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살다가 열정을 바친 사업이 크게 성공한 인도를 떠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하지만 인도에서 하던 일은 온라인으로도 지속할 수 있겠다 판단했고, 인도와 모로코가 묘하게 닮은 점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오히려 빨리 이곳에 오고 싶었어요.” 

 

이국적인 문화와 자연 속에서 평화롭고 낭만적인 삶을 누리는 알렉산드르, 줄리 부부와 그들의 세 자녀 카르멘, 살로메, 바딤이 정원 산책에 나선 모습.

 

황토로 만든 화덕같이 생긴 벽난로가 매력적인 거실 창가. 벽난로는 일교차가 큰 모로코에서는 사시사철 쓰임새가 많다. 지역 장인의 손길을 통해 모로칸 전통 패턴이 그려진 벽난로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가족이 모여 식사뿐 아니라 독서를 즐기는 다이닝룸. 많은 책을 정리해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금속 책장은 인도 조드푸르에서 구한 것이고, 묵직한 우드 테이블은 모로코 수공예 장인이 제작했다. 플로어 램프와 북유럽 빈티지 의자는 마라케시 북부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 

 

아틀라스산맥이 보이는 약 15만 m2 대지 위에 38개의 스위트룸을 중심으로 4개의 수영장, 클레이 테니스코트, 골프장 그리고 승마 클럽 등 다양한 레저 시설을 갖춘 벨디 컨트리클럽은 상주하는 직원만 250명에 달하는 럭셔리 리조트다. 하지만 알렉산드르와 줄리 그리고 그들의 세 자녀 카르멘(Carmen), 살로메(Salomé) 바딤(Vadim)이 호텔 오너 일가이자 관리인으로서 살고 있는 곳은 호텔 외곽에 자리한 올리브 농장 내 소박한 컨트리 하우스다. “실망했냐고요? 아니요. 여기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데요. 정원 한가운데 떡하니 터를 잡고 있는 신비한 올리브나무, 지붕을 뒤덮은 푸른 잎과 울긋불긋 만발한 꽃 덤불은 우리 집 외관은 물론 존재감조차 드러나지 않게 보호해줘서 가족 모두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어요.” 남편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 구성원이 처음 살게 된 모로코. 이들 중 마라케시에 금세 흥미를 느낀 이는 ‘엄마’ 줄리다. 그녀가 인도에 살며 즐거웠던 건 지역별로 수공예가 발달해 다양한 소품을 쉽게 접할 수 있을뿐더러 가구 제조 공장이 많아 에스닉한 디자인부터 인더스트리얼 스타일까지 두루 접할 수 있었기 때문. 그녀가 인도에서 동료와 패션 편집숍 ‘르 밀(Le Mill)’을 개장할 때도 제분소였던 공간을 과감히 쇼룸으로 택했을 정도니, 인도처럼 수공예가 발달한 모로코의 오래된 농가는 오히려 줄리의 감각과 도전 정신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었다.      

 

주방 내 있는 작은 다이닝 공간은 컬러풀한 철제 빈티지 소품과 식탁 등 가구로 경쾌하게 꾸몄다. 

 

마라케시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북유럽 빈티지 가구로 꾸민, 가족의 놀이방. 소파 뒤 아일랜드 바 표면은 모로코 전통 타일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팝햄 브랜드의 타일로 마감했다. 


알렉산드르와 줄리의 집은 150년 넘는 올리브 과수원 농가답게 지방 전통 재료인 흙과 짚 그리고 돌로 축조되었다. “오래되고 낡아 개조가 불가피했죠. 무엇보다 다섯 식구가 지내야 하니 증축도 필수였습니다. 건축가에게 집 주변에 자리한 올리브나무는 하나도 베어내지 않는 선에서 아이디어를 내달라 요청했습니다.” 올리브나무가 없었다면 훨씬 널찍하고 시원한 전망을 지닌 집을 만들 수 있었지만, 부부는 증축한 부분이 눈에 띄기보다는 자연 풍광 속에 스며들기 바랐다. 이를 위해 건축 양식과 시공법, 자재 모두 기존 전통 농가와 같게 했고, 지역 장인들의 숙련된 솜씨가 더해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완성되었다. 

 

정원에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부부 침실. 모로코의 상징과 같은 주황색 어도비 건물을 연상케 하는 색감으로 꾸몄다. 침대 헤드보드는 스포츠 매트리스를 재활용해 만들었고, 디자이너 피에르 잔느레의 우드 의자는 인도 찬디가르에서 구했다. 유리 펜던트 조명과 1950년대 빈티지 커피 테이블은 모두 마라케시 벼룩시장에서 찾았다.

 

욕실은 집주인 부부의 친구가 운영하는 팝햄 디자인의 타일 중 미묘한 색감의 시멘트 타일을 조합해 모던한 지중해 감성을 연출했다.

 

알렉산드르와 줄리는 집 개조를 계획하며 자신들의 개성을 담아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마라케시와 인근 지역 수크(Souk)와 벼룩시장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가구와 장식품 등은 우리 부부의 정체성인 유목민 정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들로 조합하고 싶었어요. 특히 모로코 민속학을 엿볼 수 있는 마감재와 골동품이 절실했답니다.” 부부가 발품을 판 덕에 모로코의 토속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게 된 곳은 거실이다. 오래된 모스크 사원에서 나왔다는, 전통 문양이 채색된 네모난 나무 패널은 거실 천장에 설치되었고, 나무 서까래는 장인의 손길로 패턴을 그려 넣어 개성을 한껏 살렸다. 증축한 건물부와 기존 농가 사이는 아치형 입구로 연결되면서 공간 전체는 모로코 전통 주거 양식인 ‘다르(Dar)’와 같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 한편 프랑스 태생인 남편, 유년기를 프랑스에서 보낸 아내는 집 안 어딘가는 프렌치 감성이 감돌길 원했다. 돌로 벽을 쌓아 올린, 가장 오래된 농가 내 자리한 주방과 다이닝룸은 모로코 전통 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타일로 마감한 덕에 지중해 시골집 같은 분위기로 변신했다. “인도에서 살 때 우리 부부가 좋아했던 철제 캐비닛을 가져와 매치하니 프랑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 농가 같기도 하고, 가족이 살아온 발자취를 담고 있어서 무척 마음에 듭니다.” 이 외에 집 안 곳곳에는 인도와 모로코의 가치 있는 골동품과 1950년대 덴마크, 프랑스 디자이너의 미드센트리 작품을 결합한 명장면이 펼쳐진다. 아프리카 원시 패브릭을 마치 단색화처럼 표구해놓고 그 앞에 프랑스 디자이너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가 만든 V자 다리가 특징인 의자를 조각품처럼 배치한 모습은 고급 갤러리와 진배없을 정도. “부르주아와 보헤미안 스타일을 절충한 게 우리의 정확한 취향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개방형 아치 입구를 통해 정원으로 바로 나갈 수 있게 된 여름 거실. 벤치와 커피 테이블은 인도에서, 암체어는 파리와 모로코에서 공수했다. 디자이너 코린느 벤시몽의 것.   

 

 

주방과 다이닝룸이 자리한 고색 창연한 건물. 부겐빌레아로 뒤덮인 차양 아래 빈티지 우드 가구로 쉼터를 마련해 티타임을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식사를 준비하는  줄리. 

 

알렉산드르와 줄리의 일과는 올리브나무와 야자수 그리고 각종 꽃과 식물이 에워싼 건물 옥상 테라스에서 아침 식사를 시작으로 아페리티프를 갖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뭄바이에 살 때는 번잡한 도시에서 일에 쫓기느라 늘 자연으로 탈출을 꿈꿨죠. 그런데 마라케시에서 아예 자연에 파묻혀 살 줄은 몰랐어요.”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를 짚어주고 럭셔리 하우스의 최신 제품을 소개하느라 남편보다 더 바쁘게 살았던 줄리. 이제는 남편의 업무를 존중해 그의 일터 안에 살고 있건만, 실상 남편의 일은 생각보다 빡빡하거나 급하지 않아 보인다. “리조트의 시설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등 당연히 할 일은 많아요. 다만 모두 자연환경을 일정 비율로 보호하고 유지하며 하는 일이다 보니 속도와 시간이 느려 보일 뿐이죠.” 최근 알렉산드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리조트 내에 온실과 운동장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국적인 문화와 대자연 속에서 호젓하게 휴식과 취미를 즐기는 명소로 인정받는 만큼 의미 있는 공간을 더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이런 수혜를 가장 먼저 누릴 사람은 누가 뭐래도 그들의 세 자녀라는 걸 부부는 잘 알고 있다. 한창 호기심 많고 뛰어놀기 좋은 11살, 9살 딸과 5살 아들은 눈치껏 과수원과 리조트를 오가며 수영도 하고 공방에서 도자기도 만들며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도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이 독특한 자유가 우리 가족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WRITER LEE JU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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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BRUNO SUSET(Basset images/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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