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한국 영화, 그다음 세대

지금 독립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을 꼽는다면 필시 김보라, 이옥섭 감독이 한 자리씩 차지할 것이다. 2000년대 자신의 가능성을 내보인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김지운, 허진호 감독이 결국 지금의 영화계를 이끌 듯, 우린 그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다.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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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기> 스틸컷

 

봉준호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 2000년대 초반은 한국 영화가 새롭게 태어나는 시기였다. 지금 한국 영화를 이끌고 있는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김지운, 허진호 감독 등이 자신의 가능성을 드러내며 한국 영화의 변화를 이끈 것이 바로 그 무렵이다. 당시 30대 젊은 감독들이 뿌린 씨앗이 자라 지금 한국 영화의 성장을 이루었지만, 대부분 50대가 되면서 한국 영화계에서 과거와 같은 활력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영화의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상력을 ‘발굴’해야 한다. 그것이 지난 몇 년간 독립 영화의 영토에서 자신만의 꽃을 피운 ‘김보라’와 ‘이옥섭’ 감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기생충>의 빛나는 성과에 다소 가리기는 했지만, 2019년 개봉한 영화 중 내게 가장 놀라운 영화는 김보라의 <벌새>였다. 새로움과 재기 발랄함은 봉준호의 <플란다스의 개>나 김지운의 <조용한 가족>이 앞서고, 장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능력은 류승완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더 뛰어나지만, 1994년을 배경으로 15세 소녀의 성장담을 담은 <벌새>는 지금까지 그 누구의 데뷔작에서도 볼 수 없던 ‘인간에 대한 성숙한 통찰력’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는 <벌새>가 감독 개인의 기억과 트라우마에 대한 고백인 탓도 있지만, 인물의 감정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재단하기보다는 인물 내면에서 쉴 새 없이 흔들리는 감정선을 세심하게 응시하는 영화적 태도의 결과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인 ‘벌새’는 그 작은 몸을 버티기 위해 1초에 80번 정도 날갯짓을 한다. 소녀는 큰 욕심이 있지 않다. 그저 주변 사람을 사랑하고 싶고, 그만큼 사랑받고 싶다. 하지만 그 작은 바람은 늘 상처로 되돌아온다. 김보라 감독은 15세 소녀의 그 일렁이는 감정을, 그 수많은 흔들림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그것은 자신의 인물을 최대한으로 사랑할 때만이 가능한 영화적 태도다. <벌새>가 제45회 시애틀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비롯해 세계 영화제에서 28관왕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벌새>는 당신의 이야기면서 나의 이야기이고, 나의 성장담이면서 우리 모두의 성장담이기를 바란다. 그것이 오프닝 장면에서 한 아파트의 현관문을 비추던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 그 주변 전체로 시선을 넓히는 이유다. 

 

(왼쪽부터) 영화 <메기> 스틸컷, 영화 <벌새> 스틸컷 

 

김보라의 <벌새>가 한 인물의 내밀한 감정선을 차근차근 따라간다면, 이옥섭의 <메기>는 봉준호의 <플란다스의 개> 못지않은 발칙한 상상력의 맛을 전해준다. <메기>는 관객의 허를 찔러대는 재기 발랄함도 놀랍지만, 그것을 날카로운 현실 문제와 밀착시키는 능력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마리아 사랑병원 엑스레이실에서 ‘요물스러운’ 사진 한 장이 발견된다. 연인이 사랑을 나누는 사진이 엑스레이에 찍힌 것이다. 병원 관계자들은 ‘누가 찍었는가’에는 관심이 없이 ‘찍힌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를 가십거리처럼 소비한다. 이런 인간 군상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것이 어항 속 메기다. <메기>에는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인물로 가득하지만, 이옥섭은 이들 인물을 함부로 조롱하거나 훈계하지 않는다. 도심에 갑자기 발생하는 싱크홀이 적절히 비유하고 있듯이, 불신과 의심의 구덩이에서 빨리 벗어나라고, 그것이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라고 아주 유쾌하면서도 진심 어린 화법으로 이야기를 건넨다. 마치 어깨에 팔을 툭 걸치고 위로하는 고마운 친구의 화법처럼. 이제 우리가 이들의 친구가 될 차례다. 
※ 이 글을 쓴 안시환은 영화 평론가이다.

Cooperation 엣나인필름 

 

 

톰보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두 번째 작품.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되고 싶은 아이 로레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상 수상을 비롯해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개봉 5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오랜 세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천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가 재개봉한다. 장국영 사망 17주기를 기리며 재개봉하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은 기존 작품에 15분 분량이 추가된 확장판으로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보다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 
개봉 5월

 

 

 

 

더네이버, 무비, 벌새, 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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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더네이버>편집부PHOTO : 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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