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모든 것이 충만하다고 느껴지는 그때, 배우 김효진

배우로서의 휴식은 길었다. 작품 속 역할이 아닌 김효진 본인의 삶을 일구는 동안 그녀도 가족과 함께 자랐다. 다시, 세상 밖으로 자신의 꿈을 내밀어도 좋을 때, 모든 것이 충만하다고 느껴지는 그때. 바로 지금이다.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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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형 원피스는 랑방 컬렉션.  

 

긴 공백기를 갖기 전 촬영한 영화가 홍지영 감독의 <결혼전야>였다. 개봉 연도가 2013년이었으니 촬영 현장에 나선 것이 근 8년 만이다. 최근 김효진은 JTBC 새 드라마 <사생활>로 활동 재개를 알렸고, 곧 촬영을 앞두고 있다. 인터뷰 화보를 위해 스튜디오에 온 김효진은 8년의 시간이 흘렀음을 눈치챌 수 없을 만큼 건강한 에너지를 전했다. 어느덧 삼십 대 후반을 향해 가는 나이가 무색하다. 촬영 현장에 모인 스태프들과 반갑게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일상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어느 누구도 아닌 김효진이었다. 대중에게 알려진 것처럼 그간 그는 아이 둘을 낳고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며 지냈다. 엄마로 사는 것에 대한 질문에 그는 자신이 아닌 다른 엄마들의 경우를 함께 언급했다. 그가 생각하는 육아나 삶의 방식이 정답이 아님을 조심스러워했다. 육아를 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며 깨달은 배려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해온 환경보호를 위한 일상의 실천과 공부, 여전히 고기를 제외한 건강한 식단과 운동으로 몸을 돌보고 있다는 김효진을 꽃이 만개하고 초록이 싱그러운 이 계절에 만나 더 기뻤다. 필모그래피의 두 번째 챕터를 앞두고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조금은 조심스럽고 조금은 상기된 그의 5월을 닮은 지금 모습을 담을 수 있어서. 

 

드레스는 막스마라, 슈즈는 마놀로 블라닉.  

 

오랫동안 배우 활동을 쉬었어요.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 촬영에 대한 각오가 남다를 듯해요. 드라마로는 근 10년 만인 듯해요.
무엇보다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라 설레는 감정이 커요. 그러면서도 ‘내가 지금 드라마를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묘한 기분이 들 때도 있고요. 제가 맡은 <사생활> 속 캐릭터 ‘정복기’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거든요. 저만의 색깔로 잘 살려보고 싶은 것이 가장 큰 목표죠. 또 오랜만에 나서는 촬영장인 만큼 감독님과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어울리며 좋은 에너지를 받고 싶어요. 


<사생활>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있나요?
무엇보다 대본이 재미있었어요.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사기가 주를 이뤄요. ‘정복기’도 상위 1% 기술을 지닌 사기꾼이고요. 4회 정도 진행된 대본을 봤는데 읽는 내내 재미있어서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를 낳고, 어떻게 보면 경력 단절 같은 상황을 겪었어요. 대부분의 엄마들과 비슷하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을 텐데,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보냈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쁘고 행복한 순간이 더 많지만, 육아는 많은 인내와 체력이 요구되는 힘든 일이에요. 특히 첫째는 에너지가 넘치는 스타일이라 힘들 때가 정말 많았죠(웃음).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그 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힘을 낼 수 있었어요. 하루하루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죠.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 세상 모든 엄마는 다 위대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실크 원피스는 에트로. 

 

출산 후 경력을 유지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사람도 많죠. 그럼요. 그것도 중요해요. 잘못된 게 아니에요. 다 각자의 선택인 거죠. 제 경우는 아이를 임신했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먹었어요. 일단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출산하고 나니 아이가 무척 예쁘잖아요. 예뻐서 뭐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를 제 손으로 키워야 된다는 마음이 커서 중간중간 일이 들어올 때 많이 참은 부분도 분명 있었죠. 일할 기회를 잡고 나가면 내 경력은 쌓을 테지만 아이 크는 것을 못 봐서 아쉬울 수 있으니까.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듯해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모두 열심히 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힘들 때마다 힘을 실어준 사람이 있어요? 하나도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결국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건 가족이었어요. 아이들이 하루하루 지날수록 커가는 모습이 기쁨이었어요. 남편에게 기대며 얻는 힘과 아이들을 보고 느끼며 받는 힘은 또 다르더라고요.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요. 누군가와 오랫동안 함께 삶을 일군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죠. 오랜 시간 쌓아온 부부의 파트너십이 궁금해요. 
우리에게 아이가 둘이나 생겼다는 사실이 지금도 신기해요. 우리 부부도 다른 이들처럼 서로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배워가고 있어요.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더 돈독해지고 사랑도 커져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간 변화하고 진화한 사랑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점점 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있어요. 특히 둘째를 낳고 더욱 끈끈하게 결합되는 가족의 느낌이 있어요. 하나가 되어 같이 늙어가고 함께 하나하나 헤쳐 나가는 든든한 느낌이 들어요. 

 

주얼 장식 톱과 팬츠는 모두 블루마린. 

 

얼마 전 네 가족이 모여 가족 사진을 촬영했지요? 가족에서 비롯된 새로운 꿈이 있나요?
그날 남편과 아이 둘이 담긴 가족사진을 보곤 뿌듯했어요. 어쨌거나 제 몸에서 나온 아이들이니까. 고생해서 둘째까지 낳았으니까. 함께 사진을 찍으니 뿌듯했죠. 요즘 들어 제 자신이 현명해지고 지혜로워지길 바라는 기도를 자주 해요. 앞으로도 많은 일이 있을 테고 그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닐 테니까. 그때마다 제가 중심을 잘 잡아야지,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곤 해요. 쉽지 않을 것임도 잘 알지만. 결국 제가 더 강해져야겠죠?   


둘째 아들이 곧 돌을 맞아요. 루이와의 만남은 첫째 때와 다르지 않았나요? 육아 측면에서도.
루이 출산 당일에는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수인이 때보다 더 무서웠던 거 같아요. 그렇지만 육아에 있어서는 확실히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육아를 할 때 조급함과 불안이 덜하다 보니 아이의 예쁜 순간이 더 잘 보여요. 또 첫째와 터울이 있어서 그런지 너무 귀여워요(웃음). 

 

수인이와 루이는 어떤 놀라움을 선사하나요. 아이들 얘기를 해주세요. 
아이들은 늘 감동을 줘요.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데 툭툭 던지며 속 깊은 이야기를 할 때 큰 감동을 받아요. 한 번은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수인이가 그런 저를 살피더니 종이에 하트를 그려서 주더라고요. 또 루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 있던 적이 있었어요. 그날이 어버이날이란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할머니와 집에 있으면서 카네이션을 만들어서 전해주더라고요. 요즘 말로 츤데레 스타일 같아요(웃음). 

 

아이들의 보육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정말 다른 거 같아요. 그런 아이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저에게 행복이죠. 아직은 첫째도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서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에 제가 바빠지면서 예전만큼 시간을 같이 못  보내다 보니 서운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이고, 나가서 무얼 했는지 이야기해주려고 노력해요.

 

톱은 블루마린, 스커트는 3.1 필립 림. 


엄마가 되면 비로소 내 엄마가 보이는 경험을 하죠. 어머니의 장점과 에너지에 대해 듣고 싶어요.
엄마 세대는 우리보다 더 힘들었을 거예요. 위대하죠. 지금도 제가 바쁠 때 제 아이들을 돌봐주고 계시거든요. 제가 직접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아이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키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부모님이 저를 자존감 높고 건강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 키워주신 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게 돼요. 엄마의 에너지는 지금도 충만하세요(웃음). 


아이를 낳기 전 유기견 임보 활동과 그로 인연을 맺은 효심이를 기르기도 했죠. 출산 후 생명체에 대한 소중함이 더 강해졌을 거라 생각해요.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아이가 생겨서 반려동물을 소홀히 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오히려 태어난 아이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동물을 사랑하며 사는 일에 대해 알려주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물론 그 방법이 강요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까요. 다행히 아이들도 효심이를 아끼며 잘 지내고 있어요. 또 저 가는 동물원이나 동물 체험을 하는 곳에 하지 않아요. 동물을 가두고 보는 것은 인간의 입장이니까. 그것을 학습 목적으로 하기에도 동물 입장에선 힘든 일이죠. 아이에게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하고 관련 책을 읽어주곤 해요.

 

첫째 수인이가 이젠 엄마의 뜻을 알아듣는 나이가 되었지요? 알아듣긴 하는데, 일부러 ‘싫어, 싫어’하는 적도 많죠(웃음). 그런데 아이와 대화하며 문득문득 제가 평소 들려준 얘기가 나와요. 뭔가를 보고는 “엄마 저런 것은 잘못된 거잖아요”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효심이와 어떻게 교감하나요? 
루이는 아직 어리지만 수인이 같은 경우는 효심이를 친구이자 가족이라고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요. 효심이는 수인이와 루이가 아주 작은 아기였을 때부터 봤으니 아이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인지를 하고 있고요. 예를 들어 수인이는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이 효심이를 위한 일임을 알고 걷고, 효심이는 수인이의 보폭에 맞춰서 걷죠. 아이는 효심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원하는 게 뭔지 무엇을 말하려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하더라고요. 동물은 말을 못하니까.

 

자연, 삶, 동물에 대한 생각이 더 단단해지면서 새롭게 실천하고 있는 일이 있을까요? 
제가 하고 있는 것은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만이라도’라는 생각을 꾸준히 실천하는 거예요. 이 꾸준함을 잘 유지해가고 싶어요. 

 

원피스와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

 

출산은 정신뿐만 아니라 몸의 변화 또한 어마어마하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고 있지요?  출산 후 몸을 회복하기 위한 식단과 노력을 공유해주세요.
첫째 때는 저를 돌볼 시간이 없었어요. 운동할 시간도 없었죠. 그래도 그땐 지금보다 젊어서 회복이 빨랐어요. 그런데 루이를 임신했을 땐 체중이 20kg 늘었어요. 출산 후에도 크게 줄지 않았죠. 모유 수유를 끊고서는 필라테스 등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가벼운 운동을 시작했죠. 식단 조절도 하고요. 집중 관리가 필요했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게 바로 자연식물식 식단이에요. 사실 제가 채식을 하는 이유는 다이어트 목적이 아니었어요. 존 맥두걸 박사의 책을 읽고 자연식물식을 시도해봤는데 몸 회복에 좋았어요.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살이 쪘다는 느낌이 전혀 없는데요?
많이 감량했어요. 필라테스 선생님도 크게 놀라셨죠. 출산 후 바로 회복해야 하는 시기에 운동과 식단을 철저하게 지켰어요.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에 가끔 올리는 매크로바이오틱에 관한 포스팅을 봤어요. 전문가 과정까지 배우셨죠?
오랫동안 전문가 선생님에게 배웠어요. 제철에 맞는 재료에 양념도 몇 가지 안 들어가는데도 맛있죠. 채소에 대한 생명력까지 신경을 쓰면서 식재료를 다뤄요. 그 계절에 제일 맛있는 채소를 절기별로 익히고 맛있게 먹는 방식을 배웠죠. 진심으로 맛있어요.  

 

환경이나 식생활 등과 관련하여 관심 있게 보는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최근 <나의 비거니즘 만화>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만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리얼한 묘사가 부담스러운 분들에게는 거부감이 덜할 거 같아요. 내용 자체는 받아들이기 힘들고 슬프지만 그것이 현재 동물들이 겪는 현실이에요. 책을 읽고 난 다음에는 아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작은 거라도 본인이 실천할 수 있는 걸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좋은 책이 참 많은데 채식에 관해서 알고 싶다면 존 맥두걸이나 콜린 캠벨의 책을 추천해요. 

 

셔츠는 3.1 필립 림, 스커트는 핑코, 슈즈는 보테가 베네타


살림과 육아를 하면서 타인의 연기를 보며 긍정적인 자극을 받은 경험이 있을까요?
한창 아이 키우느라 바쁠 때는 시간 여유가 없기도 했고, 일부러 영화나 드라마를 안 보기도 했어요. 그보다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제 삶에 집중하다 보니, 감정적으로 성숙해지는 좋은 자극이 되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앞으로 연기 생활에도 도움이 될 거 같아요. 특별히 생각나는 작품을 꼽자면 영화 
<조커>요. 얼굴 표정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조커’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며 극 중 인물 그 자체에 녹아든 호아킨 피닉스의 모습이 놀라웠어요. 실제로 동물 운동가로 유명한 배우이다 보니 평소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죠.


육아라는 것이 잠시의 쉴 틈도,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지만 이제까지 해온 연기에 대해 재고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나요?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그런 생각 끝에는 ‘내가 배우라는 직업을 정말 사랑했구나’라며 그 소중함을 새삼 확인하곤 했죠.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다시 현장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출연한 작품 중 지금도 여운을 남길 만큼 김효진을 뜨겁게 한 것이 있을까요?
영화 <돈의 맛>과 <무명인>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었고, 연기하면서 많은 재미를 느꼈어요. 
모델 활동으로 시작해 배우로서의 삶과 개인의 삶. 오래전에 꿈꿨던 이상에 가까운 모습인가요? 꿈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순간순간 현실에 충실하면서 살아가죠. 저는 높은 이상만 바라보기보다 주어진 상황에 맞추는 편이에요. 최대한. 그런 점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본인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없진 않은 것 같아요. 어릴 때도 그렇고. 그런데 운이라는 것은 제가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대박 운을 꿈꾼 적은 없는데, 그런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아니다 싶으면 저는 현실에 순응하는 편이에요. 생각하기 나름인 듯해요. 


배우에게도 좋은 시기에 들어온 작품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죠?
그런 기대보다 오랜만에 연기를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어요. 잘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크고요. 더 큰 욕심은 없어요. 이 작품을 계기로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요.    

Stylist 김영미 Makeup 김활란(김활란 뮤제네프) Hair 송은경(김활란 뮤제네프) Assistant 표선아 

 

 

 

 

더네이버, 인터뷰, 김효진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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