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개성 넘치는 초콜릿 숍

그저 예쁜 초콜릿을 판매하는 숍이 아니다. 각자의 철학과 캐릭터가 다른, 개성 넘치는 초콜릿 숍 세 곳을 찾았다. 그곳에서 발견한 새로운 초콜릿 취향.

2020.02.05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카카오빈이 초콜릿이 되기까지 ‘카카오다다’ 
초콜릿 메이커 고유림, 윤형원

망원동에 위치한 빈투바 초콜릿 숍 ‘카카오다다’를 이끄는 고유림·윤형원 대표는 초콜릿 메이커다. “쇼콜라티에가 이미 만들어진 초콜릿을 재가공하는 사람이라면 초콜릿 메이커는 카카오빈으로 초콜릿 자체를 만드는 존재죠.” 카카오빈부터 선별해 초콜릿 자체를 만드는 빈투바 초콜릿과 이를 만드는 초콜릿 메이커에 대한 개념은 몇 해 전부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아는 이만 아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들이 빈투바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한 때는 2010년이다. 

 


“원래 쇼콜라티에였어요. 쇼콜라티에는 초콜릿을 녹여서 예쁘게 굳히는 일을 하잖아요. 그런데 궁금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예쁘게 굳힐 초콜릿은 어떻게 만드는 거지?’ 거기서 시작했어요.” 쇼콜라티에로 일하던 윤형원 대표는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해외에서 대규모 공장이 아닌 직접 카카오빈을 가공해 초콜릿을 만드는 숍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빈투바 초콜릿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계를 해외에서 공수해와 매일같이 카카오빈을 로스팅하고, 갈고, 숙성시키고, 굳히기를 반복하며 연구했다. 당시 윤형원 대표가 운영하는 초콜릿 숍에서 일하던 고유림 대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그들의 여정이 시작됐다. 

 

 깔끔한 분위기의 카카오다다 내부 전경. 한쪽 면에는 카카오다다의 전 제품이 진열돼 있다.

 

“빈투바 초콜릿의 매력은 만드는 이의 취향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에요. 요리랑 비슷해요.” 그들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빈투바 초콜릿의 맛은 어떤 카카오빈을 사용하느냐가 관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바로 설명을 덧붙였다. “카카오빈도 중요하죠. 그러나 카카오빈을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열을 어느 정도 가해 어떤 테크닉으로 얼마나 볶을지, 또 분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들이고 카카오 열매의 발효 냄새를 잘 날려 보내느냐 등에 따라 맛과 풍미가 확연히 달라져요.” 갸웃했던 고개는 시간과 온도, 그리고 만드는 이의 테크닉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에서 요리와 비슷하다는 그들의 말에 어느새 끄덕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초콜릿을 일상 속에서 향유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 번 먹을 분량의 초콜릿을 세트로 만들어낸 데일리 키트. 

 

카카오다다는 현재 산지 특성이 다른 가나, 도미니카, 페루, 마다가스카르, 에콰도르 총 다섯 곳에서 수확한 카카오빈으로 만든 싱글 오리진 초콜릿을 선보인다. 더불어 다섯 가지 싱글 오리진 초콜릿을 베이스로 토종 쌀, 박하 잎, 생강 등 국내산 식재료와 결합한 초콜릿도 선보인다. 


“저희는 사람들이 초콜릿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만드는 초콜릿은 특별하다. 그러나 고유림, 윤형원 대표는 그들의 초콜릿을 사람들이 일상에서 향유하길 바란다. 생각해보면 초콜릿은 기호식품에 속하지만 소비 패턴을 보면 커피 같은 다른 기호식품과는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고가의 초콜릿은 자신만의 취향을 갖고 스스로를 위해 구매하기보단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그들의 한마디 말에는 초콜릿이 이제 취향의 영역에 속하길 바라는 마음이 엿보였다. 그들이 만든 초콜릿에 담긴 자신들의 취향을 누군가와 오롯이 공유할 수 있도록.

 

 

 

예술로 재탄생한 초콜릿 ‘제니스 웡’
파티시에 제니스 웡

우리는 일상의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설사 그것이 변기일지라도. 더 나아가 일상을 이루는 것들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되기도 한다. 파라다이스시티 내의 테마파크 원더박스에 위치한 제니스 웡(Janice Wong) 디저트 숍에 가보면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쇼케이스에 진열된 추상표현주의 작품 같은 초콜릿을 만날 수 있으니.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초콜릿을 만드는 제니스 웡 파티시에. 그녀는 ‘산 펠레그리노 아시아 50 베스트(San Pellegrino Asia’s 50 Best) 어워드’에서 2014년, 2015년 2년 연속 아시아 최고 페이스트리 셰프로 선정된 싱가포르 출신의 파티시에다. 세계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디저트 숍인 ‘제니스 웡’과 ‘2am: 디저트 바’, ‘2am: 랩’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이지만 그중 형형색색으로 장식한 초콜릿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비주얼을 자랑한다. “초콜릿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재료예요.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다양하고 흥미로운 텍스처와 질감을 지녔거든요. 다른 재료들을 결합하는 데 아주 탁월한 재료죠.” 유년 시절의 추억까지 상기시킨다는 말을 덧붙인 그에게 초콜릿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다. 그의 감정을 담는 저장소이기도 하다. 제니스 웡 파티시에는 이 저장소에 자신의 감정을 담는 방법으로 색채를 선택했다. “작업할 때 컬러를 많이 사용해요. 컬러는 대단히 감정적인 요소죠. 특정 색상을 생각할 때 감정이 먼저 떠올라요. 그래서 차분한 감정의 작품을 만들 때와 강력한 에너지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색상은 완전히 달라요.” 백색 공간은 가능성으로 충만한, 깊고 완벽한 적막이라는 칸딘스키의 말처럼 제니스 웡 파티시에에게 초콜릿의 깊고 중후한 갈색은 그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무한한 세계이지 않을까. 

 

제니스 웡 파티시에의 초콜릿처럼 컬러풀하게 꾸민 제니스 웡 디저트 숍의 모습.

 

추상표현주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제니스 웡 파티시에의 초콜릿들. 

 

제니스 웡 파티시에는 원래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학생 시절 호주 멜버른으로 교환 학생을 떠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음식 맛보는 일을 즐겼지만, 자신이 음식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그때, 호주에서 만난 수준 높은 미식 세계는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학위를 마친 그는 곧장 파리로 향해 르코르동 블루에 입학했다. 졸업 후 토머스 켈러(Thomas Keller),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 오리올 발라게르(Oriol Balaguer) 등 세계적인 셰프, 파티시에, 쇼콜라티에에게 일을 배웠다. “그들은 제게 큰 가르침을 주었어요. 그러나 제 롤모델은 셰프가 아니에요. 각자의 분야에서 한계를 뛰어넘은 예술가죠. 예를 들면 자하 하디드나 월트 디즈니 같은 사람들요.” 그는 예술에는 규칙이 없기에 예술가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제니스 웡 파티시에의 대답은 그가 일상 속 초콜릿을 어떻게 예술로 끌어올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 충분한 답이 되었다.
사진 제공 파라다이스시티(인물)

 

 

 

초콜릿과 술의 만남 ‘쇼콜라디제이’ 
쇼콜라티에 이지연

“이 선반이 저희 숍의 쇼케이스예요.” 쇼콜라디제이 이지연 대표의 말을 듣고 선반을 바라봤다. 온갖 술이 진열돼 있었다. 바(Bar)를 연상시키는 작업대, 은은한 조도와 음악, 쇼콜라디제이를 처음 찾는 이가 ‘여기 초콜릿 숍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제대로 온 것이다. 어른들을 위한 초콜릿 숍 쇼콜라디제이는 초콜릿과 술이 결합된 초콜릿을 판매한다. 클래식한 한 입 사이즈 초콜릿인 봉봉에 위스키를 넣은 ‘위스키봉봉’, 가나슈 베이스에 스피릿을 섞어 만든 ‘리큐르파베’, 핫 초콜릿에 스피릿을 부어 내는 ‘쇼콜라쇼’, 아이스크림에 리큐어를 부어 내주는 ‘리큐르아이스볼’, 총 네 가지가 쇼콜라디제이에서 선보이는 메뉴. 여기에 한 주 작업 샘플을 맛보고 프레젠테이션을 들을 수 있는 테이스팅 코스까지 준비돼 있다. 이렇게 메뉴를 나열하면 수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겠지만 쇼콜라디제이의 메뉴는 사실 무한하다. 위스키봉봉에 들어가는 위스키만 해도 라가불린, 라프로익, 아녹 등 때마다 바뀌며, 리큐르파베에 들어가는 스피릿도 엘도라도 럼, 리몬첼로, 수정방, 문배술 등 무궁무진하다. 쇼콜라쇼나 리큐르아이스볼이 어떤 술을 부어 내느냐에 따라 무한하게 변주할 수 있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쇼콜라디제이를 방문하기 전 어느 정도 사전 조사를 했던 터라 마음속으로 쇼콜라디제이는 ‘술이 첨가된 초콜릿을 판매하는 숍’이라 명명했다. 그러나 숍과 메뉴,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이어가다 나온 이지연 대표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 “‘쇼콜라티에’라는 명사보다 ‘어떤’ 쇼콜라티에라는 형용사가 그  사람을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쇼콜라티에가 아닌 다른 일을 하더라도 쇼콜라디제이같이 했을 거예요.” 그제야 작업대가 왜 다른 초콜릿 숍처럼 숨겨져 있지 않고 전면에 나와 있는지, 왜 초콜릿 숍에 오마카세 같은 테이스팅 코스가 있는지, 왜 숍의 이름이 쇼콜라디제이인지 의문이 들었다. 술을 첨가한 초콜릿을 파는 숍이라는 단순한 명칭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의도를 지닌 공간과 메뉴인지 궁금해졌다. “한때 라디오 디제이를 꿈꿨어요. 다른 일을 하며 잊고 살았는데, 이 공간을 준비하면서 떠올랐어요. 채널에 주파수를 맞추고 음악과 디제이를 만나듯 이 공간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쇼콜라디제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생각해보니 그는 마치 라디오 디제이처럼 초콜릿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었다. 시청자 사연 게시판처럼 SNS(인스타그램·트위터 @chocolatdj, 페이스북 @chocolatdjchoco)를 통해 찾는 이들과 소통하고, 프로그램을 위한 노래를 선택하듯 작업할 때마다 어떤 술을 첨가할지 고르고, 사연을 읽어주며 선곡한 노래를 틀어주듯 그 주의 샘플 초콜릿에 대해 설명하며 초콜릿을 내어주고 있었다. 

 

 바(Bar)를 연상시키는 쇼콜라디제이의 작업대. 벽면의 선반은  쇼콜라디제이의 쇼케이스이기도 하다. 

 

뜨거운 핫 초콜릿에 스피릿을 부어줘 스피릿의 풍미와 초콜릿의 부드러움,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메뉴인 쇼콜라쇼. 

 

“초콜릿과 술은 배를 채우기보다는 마음의 허기를 달래주는 존재죠. 이름과 형식은 달라도 본질은 유사해요.” 인터뷰 말미 초콜릿과 술의 공통점을 물었을 때 그의 답변은 그가 이전에 했던 말을 상기시켰다. 맞다. 그의 말대로 이지연 대표는 쇼콜라디제이를 오픈하지 않았더라도 쇼콜라디제이를 운영하듯 다른 일을 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형식은 다르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고 ‘그게 될까?’라는 외부의 물음에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취향을 나눠주는, 쇼콜라디제이와 결이 같은 일을 했을 것이다.  

 



 

 

더네이버, 인터뷰, 초콜릿 숍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이향아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