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겨울 꽃, 임지연

사람들은 배우 임지연을 보면 꽃을 연상한다. 순수한 아름다움에서 비롯한 감흥이나 찬사일 터다. 이 여린 식물이 품은 강인한 면면은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이다. 하물며 차가운 계절을 나는 꽃들은 어떨까. 임지연은 이 계절의 꽃을 닮았다.

20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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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판초는 비바탐탐. 시폰 스커트는 파비아나 필리피. 슈즈는 크리스찬 루부탱. 

 

워낙 잘 웃는 편인가요? 촬영 내내 보고 놀랐어요.  네. 제가 좀 밝고 웃음이 많아요.  


최근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해왔는데 오늘 화보는 그와 결이 달랐어요. 무엇보다 꽃이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요즘 꽃에 빠져 있거든요. 


언제부터 꽃꽂이를 배웠어요? 얼마 되진 않았어요. 스스로 손재주가 없다고 생각하고 뭔가를 만드는 취미 활동을 해본 적이 없어요. 잘하든 못하든 지인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특별한 감흥이 있더라고요. 살아 있는 꽃으로부터. 꽃을 만지고만 있어도 힐링이 돼요. 

 

 

슬립 톱은 파비아나 필리피. 꽃잎 장식 랩스커트는 비바탐탐.

 

특별히 애착이 가는 꽃이 있어요? 망고 튤립에 빠져 있어요. 망고 같은 생김새가 귀여워요. 작약도 좋아하고요. 이번에 배우면서 느꼈는데, 꽃은 어떻게 꽂느냐에 따라,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더라고요. 사람마다 어울리는 꽃도 다르고. 


본인에게는 어떤 꽃이 잘 어울려요? 장미요. 음… 제가 보는 장미는 늘 한결같아요. 뻗은 줄기와 꽃봉오리의 생김새에서 변함없는 아름다움을 느껴요. 


자신도 한결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네. 진짜 한결같아요. 무언가를 굉장히 좋아하고 즐기는 타입인데, 임지연이라는 사람 자체는 변함이 없어요. 


1990년생이 올해 서른한 살이더라고요. 요즘 새로이 느끼는 감정이 있나요? 전 스물여덟 살 때 스물아홉 살이 되는 것이 끔찍하게 싫었어요. 20대의 끝이라는 것이 두렵기도 했고 서른을 목전에 둔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스물아홉에서 서른 살로 넘어갈 때가 되니 두근거렸어요. 새로운 변화를 기다리는 마음이었죠. 서른한 살이 된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이 들어요. 30대 초반, 30대의 문을 여는 시기잖아요. 연기자로서의 생활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성숙한 느낌이 들어서 기대하고 있어요. 카메라 앞에서 능숙하게 연기하는 순간을 발견할 때가 있거든요. 

 

 

플라워 장식 점프슈트는 손정완. 

 

최근 발표한 작품들에서요? 네. 가끔 이건 내가 해봤으니까, 하며 능숙하게 헤쳐가는 경험을 하곤 했어요. 


영화 <타짜-원 아이드 잭>은 흥행 성적이 저조했어요. 영화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기대했던 것보다는 흥행은 잘되지 않았지만, 제게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보다 아쉬움은 크지 않아요. 


어떤 면에서요?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는 시기였는데, <타짜>를 만났어요. 출연 배우들과 즐겁게 촬영해서 현장으로 향하는 순간순간이 설레고 기뻤어요. 빨리 현장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제 촬영 신이 없어도 현장에 갔어요. 또 이전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을 연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죠. 연기가 좀 더 과감해졌고, 이전보다 더 용기가 생겼어요. 

 

 

비즈가 장식된 에메랄드 컬러 드레스는 에스카다, 브레이슬릿은 쇼메.  

 

현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인물이 있나요? 파트너 역할을 담당한 이광수 배우요. 워낙 둘이 나오는 신이 전부였으니까. 극 중 영미의 파트너 이상으로 좋은 우정을 쌓았어요. 제가 의지를 많이 했죠. 


영미는 본인이 가진 성향 중 하나를 끌어낸 캐릭터죠? 평소 표출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은 저를 알고 있죠. 그런데 저를 모르는 사람들이 임지연,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어요. 영미를 연기할 땐 제 모습 그대로 했어요. 현장에서도 영미였고요. 


드라마 <웰컴2라이프>의 라시온도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에선 벗어나 있죠. 영미와 다르게 보이시한 캐릭터죠. 우리 특수부는 내가 책임진다는 시온을 정말 치열하게 연기했죠. 지난여름의 더위와 열기 속에서. 

 

 

화이트 드레스 비바탐탐. 

 

아까 촬영 중 순간적으로 아기 같은 표정도 보였어요. (웃음) 저에게는 남성적인 모습이 있어요. 제가 언니보다 남동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랐어요. 보이시한 느낌도 있고 목소리 톤도 낮은 편인데요. 그래서 라시온을 만났을 때 작정하고 했죠. 


짧은 머리도 많은 영향을 줘요. 사실 긴 머리가 잘 어울리긴 해요. 헤어스타일은 올해 개봉할 <유체이탈자>를 찍으며 자른 거예요. 라시온을 연기할 때는 카리스마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되든 안 되든 막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응원해주셨죠. 시온의 남편을 연기한 정지훈 선배와 실제 나이 차도 많은데 티격태격하는 신들을 대차게 연기했죠. 


출연 작품을 결정할 때마다 이전의 이미지를 깨는 데 중점을 두나요? 변신에 강박을 두고 작품을 고르진 않아요. 다만 변화를 시도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순간순간이 좋아요. 성격상 한 가지만 고집하지도 않고 지루한 것도 싫어해요. 갇혀 있는 타입은 아니에요. 또 30대가 되었으니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길 것이고….  
아주 어릴 때부터 연기를 준비해왔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언제였나, 엄마 손을 잡고 어린이 뮤지컬 <캣츠>를 보러 갔어요. 무대의 고양이들이 무척 멋있는 거예요. 그때의 감흥이 큰 계기가 된 듯해요. 이후 드라마를 보면서 배우의 연기를 따라 하곤 했죠. 

 

 

원숄더 벨벳 드레스는 폴로 랄프 로렌, 링은 쇼메.

 

배우로서 본인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이라는 것. 잘 모르겠고 안 풀려서 괴로워하는 순간도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해결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니까. 그게 큰 장점인 것 같고. 두 번째는 집중력요. 


영화 <인간중독>의 종가흔 이후에 만난 <간신>의 단희에게도 어려운 신은 많았어요. 겉으로 여리디여린 배우가 그 어려움을 어떻게 견뎠을까, 참 궁금했죠. 긍정적인 태도뿐만 아니라… 한마디로 말해 대찬 면이 있어요. 두려움을 견뎌야 한다든지, 이 순간을 이겨내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거야 하는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어떤 일이든 어려움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하잖아요. 막상 닥쳤을 때 해보자, 하면 되지! 그랬어요. 


<인간중독> 시사회에서는 인상 깊은 에피소드도 남겼죠. 어머니가 감독님께 하신 말씀요. “예쁘게 찍어줘서 고마워요”라고 하셨죠. 그날 저도 울고, 그간 마음고생하신 감독님도 울고. 저 또한 엄마에게 무척 고맙고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어요. 

 

 

원숄더 벨벳 드레스는 폴로 랄프 로렌, 링과 이어링은 드비어스.

 

만일 다시 데뷔작을 고른다면 파격적인 연기를 하는 작품을 선택할까요? 네.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다시 할 것 같아요. 진심으로. 대신 좀 더 잘해야죠. 


종가흔은 지금 봐도 무척 예뻐요. 임지연의 여리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오랫동안 잡아둘 만큼. 솔직히 말하면, <인간중독>의 종가흔은 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이 아무것도 없는 나를 캐스팅한 데엔 이유가 있구나, 하고 나중에 깨달았어요.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 아쉬움은 많이 남아요. 


지난 인터뷰에서 임지연을 꽃에 빗댄 표현이 적지 않았어요. 꽃을 만난 것이 좀 늦지 않았나 싶을 만큼. 맞아요. 왜 진작 꽃꽂이를 하지 않았을까요. 손재주가 없다는 이유로 왜 그렇게 멀리했을까요. 


그런데 정말 손재주가 없나요? 네. 진짜 없어요. 제가 제일 잘한 과목은 체육이었고, 제일 점수가 낮은 과목은 미술이었어요. 저는 메이크업도 혼자서 잘 못해요. 대신 몸 쓰는 것은 잘해요. 힘을 쓰거나(웃음).  

 

 

플라워 패턴 블랙 원피스는 베트멍 by Yoox.

 

<웰컴2라이프>에서 액션하는 라시온이 임지연이네요? 액션이 훨씬 잘 맞죠. 어느 작품이었나. 요리하는 신을 찍는데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겠는 거예요. 우스갯소리로 이 장면은 대역 써야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바느질도 못해요. 대신 스킨스쿠버부터 자전거, 클라이밍, 골프 등등은 다 좋아해요.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이 쌓이고 있잖아요. 연기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고민도 생겼을 듯해요.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좀 더 커지고 있어요. 이제는 주변이 더 많이 보여요. 작품을 준비하는 감독님뿐만 아니라 많은 스태프들까지, 새삼 알고 나니 부담감이 커지죠. 


올해 목표가 있나요? 전 대단한 목표와 계획을 세워놓고 실행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좋은 작품으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는 정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죠. 

Stylist 윤은영 Hair 최은영 Makeup 박이화 Flower 르자당 플라워 

 

 

 

더네이버, 인터뷰, 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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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한지희PHOTO :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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