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영화에 관한 진실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논하는 것은 파비안느의 진실만이 아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생각하는 영화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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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한 여배우인 카트린 드뇌브, 쥘리에트 비노슈와 할리우드의 에던 호크,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난 것만으로도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관객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2019년 최고의 영화로 기억될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꽤 괜찮은 경험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그에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아무도 모른다>의 촬영을 마무리할 때쯤 이런 메모를 했다고 한다. ‘경력을 아주 많이 쌓은 노년 여배우의 삐뚤삐뚤한 마음.’ 이 메모는 15년이 지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되었다.

‘경력을 아주 많이 쌓은 노년 여배우’인 파비안느 역할은 카트린 드뇌브의 몫이고, 그녀의 ‘삐뚤삐뚤한 마음’이 표출되는 계기로 그 연기 인생을 정리한 회고록이 있다. 뉴욕에 사는 뤼미르(쥘리에트 비노슈)가 어머니 파비안느의 회고록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파리에 도착한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뤼미르는 거짓으로 가득한 파비안느의 회고록에 말문이 막힌다. 오랫동안 파비안느의 곁에서 그녀의 일을 처리했던 뤼크마저도 이제 그녀 곁을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자신에 관한 얘기가 회고록에 단 한 마디도 없다는 사실에 너무 큰 상처를 받은 것이다. 파비안느는 주변의 이러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회고록에 진실이 없다는 딸의 지적에 그녀는 당당하게 답한다. “난 배우라서 진실을 다 말하지 않아. 진실은 전혀 재미가 없거든.”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사사건건 부딪치며 서로 힐난하는 두 모녀가 의도치 않게 함께하는 일주일을 따라간다. 우리는 그 시간 동안 거짓의 모래에 고개를 파묻고 사는 것은 파비안느만이 아니라 뤼미르 역시 마찬가지임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지금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원하는 것은 잉마르 베리만의 <가을 소나타>나 토마스 빈터베르의 <셀레브레이션>처럼 가족 안에 은폐된 진실이 폭로되며 칼 같은 말로 서로를 매섭게 베어대는 진실의 가학성이 아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인물들이 진실을 대하는 태도를 날카롭게 조망하면서도 시종일관 재치 있는 유머와 우아하면서도 여유 있는 영화적 태도를 잃지 않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의 중심에는 늘 ‘가족’이 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다양한 색깔을 드러내듯,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 삶에 숨겨진 다양한 색을 펼쳐냈고, 그래서 우리는 가족이라는 틀을 넘어서는 삶의 진실과 조우하곤 했다. 그의 영화가 가족 영화이면서 가족 영화가 아닌 이유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영화에 관한 진실’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깊은 사유를 보여준다. 영화가 삶의 진실을 담아 관객에게 다가간다 해도, 그것은 ‘가짜 이야기’(허구)를 통해서일 수밖에 없다. 연기자가 눈에 ‘가짜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려 슬픔을 연기한다면, 그 슬픔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한 발 더 나아가, 그 연기자의 가짜 눈물이 관객에게 슬픔의 진실을 전달한다면, 그 관객의 감정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더구나 몇십 년을 카메라와 마주하며 영화를 인생의 전부로 여겼던 카트린 드뇌브가 파비안느를 연기할 때, 우리는 어디까지가 파비안느고 또 어디까지가 카트린 드뇌브의 자전적 고백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진실과 허구 사이의 끊임없는 진자운동, 그것이 바로 연기자(또는 영화)의 필연적 운명이다. 그렇게 파비안느의 삶은 영화 그 자체가 된다. 그래서 진실에 대처하는 파비안느의 모습은 하나의 거울이 된다. 우리 각자에 관한 진실을 비추고 마주하도록 하는 ‘영화라는 거울’. 그것이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생각하는 영화의 존재론이다.

※ 이 글을 쓴 안시환은 영화 평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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