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18세기 농가 창고를 아틀리에 하우스로 개조한 젊은 건축가

런던을 떠나 이탈리아 산골로 귀향한 젊은 건축가 리카르도 몬테. 할아버지가 쓰신 18세기 농가 창고를 아틀리에 하우스로 개조했다.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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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된 이탈리아 북부 농가의 오랜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리카르도 몬테 스튜디오. 아내 케이티와 아들 줄리안이 함께 자리했다. 이곳에서 건축 디자인과 조형 작업을 병행하는 몬테는 바닥과 벽면은 원형 그대로 살리고 천장의 장선 들보와 책장은 직접 목재를 재단해 설치했다. 

 

다양한 자재를 다루는 데 능숙한 몬테는 자신이 직접 만든 가구와 작업에 영감을 주는 자재와 소품을 활용해 스튜디오를 꾸몄다. 책상 상판은 이탈리아 천연 대리석, 원형의 스툴 겸 커피 테이블은 떡갈나무를 불에 그슬려서 완성한 것이다. 책상 옆에 걸린 그림 중 수묵화처럼 보이는 작품은 몬테가 목공예 작업을 하고 남은 숯으로 그린 것이다.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실내. 거대한 회전 유리 통창을 밀고 나가면 상쾌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고 눈앞으로 알프스 초원이 펼쳐진다. 런던에서 살았을 땐 상상도 할 수 없던 풍경이다. 리카르도 몬테(Riccardo Monte)는 이곳에 집을 마련하고 산 지 2년 남짓이 된 지금에야 진짜 ‘내 삶’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한다. 밀라노 폴리테크니코에서 건축을 전공한 후 런던으로 건너가 건축가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리카르도 몬테는 지난 2016년 고국인 이탈리아로 복귀한다. 세계적 건축설계사무소인 dRMM에서 6년 넘게 일하면서 그가 얻은 자산이 있다면 바로 나무를 다루는 기술이었다. “제가 일한 건축 스튜디오는 현대적인 재료, 기술, 시공법에 대한 실험과 연구를 중시한 곳이었죠. 저는 그곳에서 모델링 연구소 헤드로 일하면서 건물을 짓는 데 쓰이는 다양한 재료를 다루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첨단 소재를 접하고 다루는 기술을 배우면서 제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건 나무였어요. 아무래도 목재 건축을 옹호하고 목재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개척자로 인정받는 dRMM 설립자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던 거 같아요.” 목재를 다루며 그 매력에 깊이 빠져든 몬테는 자신에게 내재된 공예가로서의 기질과 아티스트로서의 창작욕을 발견한다. 이탈리아로 돌아오면서 염두에 둔 정착지는 할아버지가 남긴 18세기 낡은 농가 창고가 있는 피에몬테의 오르나바소(Ornavasso) 산골이었다. 

 

 

몬테는 나무를 불에 그슬려 표면을 숯처럼 검게 만드는 일본의 전통 나무 가공법인 슈스기반을 활용해 가구 및 오브제를 만들고 있다. 전체적으로 까맣게 그슬린 우드 오브제는 몬테의 <Fatherland> 컬렉션이다.

 

알프스 초입, 산을 등지고 호수 앞에 자리한 300년 된 농가 창고는 독립을 꿈꾸던 몬테에게 최적의 장소였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원목과 무엇이든 스스로 만들어 써야만 하는 환경은 오롯이 나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고색창연한 창고를 집과 스튜디오로 변환시키는 일이 급선무였죠. 지역에서 생산된 돌과 나무로 지은 건물이라 새로 사용할 목재 역시 이곳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골랐습니다.” 18세기 북부 이탈리아 산악 하우스의 전통미를 살리는 데 근간을 둔 개조였다. 몬테는 같은 자재를 사용하되 그 가공과 연출은 모던한 방법을 적용해 생활 공간은 쾌적하게 변신시키고 집의 고유한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나무를 잘 아는 건축가의 설계와 나무를 잘 다루는 목수의 손길이 닿은 천장은 이 집의 백미다. 원목을 잘라 각재로 만든 후 이를 촘촘히 나열해 시공한 천장은 기존의 오래된 나무 서까래를 가리는 동시에 방음 역할을 겸한다. 스튜디오와 주방 천장에 시공한 원목 각재를 모두 이어 붙이면 총길이는 무려 1800m에 달하고 이는 모두 몬테의 손으로 완성되었다. “창고 건물 특유의 소리 울림 현상을 잡아야 했던 터라 생각해낸 방법이었습니다. 나무 각재가 이루는 직선이 들보를 올린 듯한 효과를 내어 전통미도 살릴 수 있어 흡족했죠.” 

 

 

거실 역할을 겸하는 몬테의 디자인 스튜디오. 그가 쓰고 남은 목재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화목난로가 설치되어 있다. 속을 파낸 통나무 안에는 작업을 하고 남은 나무 조각이 담겨 있다. 몬테는 난로에서 불을 때고 난 후 숯이 된 나무 조각으로 수묵화 같은 그림을 그린다. 벽면에 걸린 흑백 그림은 모두 그가 그린 작품이다.     

 

몬테가 건축가로서 실력을 발휘한 부분은 구조라 할 수 있다. 이른바 르코르뷔지에가 추구한 ‘공간 속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대입되었기 때문이다. 집의 메인 도어를 열면 몬테의 스튜디오가 나타나고 이를 중심으로 양쪽에 각각 침실과 주방이 자리한다. “원래는 이 세 공간을 터서 개방적인 구조로 만들고 싶었지만 돌로 지어진 건물 특성상 벽체를 트는 건 무리였습니다. 대신 공간을 분리하던 문을 없애고 입구만 남겨 공간과 공간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게 했습니다. 

 

 

몬테의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양옆에 침실과 주방&다이닝룸이 자리한다. 그리고 문을 없애고 입구만 남겨놓아 각 공간이 독립성을 지니되 개방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그 결과 주방 입구에서 스튜디오를 바라보면 그 너머로 침실이 눈에 들어온다. 주방은 바닥과 벽면 그리고 천장 모두 새롭게 만들었고 주방 가구 역시 공간에 딱 맞게 제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본래 구조를 그대로 존중한 것 외에 구조를 건드리지 못한 셈이죠.” 몬테의 겸손한 표현과 달리, 실제 이 집을 경험해본다면 ‘공간 속의 공간’이 얼마나 섬세한 계산에 의해 탄생했는지 알 수 있다. 집의 구심점인 스튜디오는 울퉁불퉁한 돌바닥을 그대로 살린 반면 주방은 이를 거둬내고 타일을 깔아 상대적으로 바닥을 낮게 만들어 두 공간 사이에 단차를 두었다. 이로 인해 주방에서 스튜디오 그리고 침실로 이어지는 동선은 시각적으로 하나로 연결되나 체감적으로는 완벽히 분리된다. 한편 주방과 다이닝룸 사이에는 거울로 마감한 입방체 구조체를 ‘삽입’해 욕실을 마련했는데, 몬테는 이를 바닥과 천장 사이에 떠 있는 것처럼 시공해 공간 속의 공간을 간단 명료하게 구현했다. “너무 모던한 구조체라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죠. 그러나 거울 표면에 주변 공간이 반사되기 때문에 오히려 큐브 자체의 존재감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신 공간이 확장되어 보이는 장점과 욕실을 찾기 어려운 단점(?)이 공존할 따름이죠.” 

 

 

집주인 몬테는 붉은 타일 바닥과 에메랄드빛 가구의 색상 조합을 통해 주방 자체를 지중해풍으로 연출했다. 주방과 다이닝룸 사이에는 거울로 마감한 큐브가 위치하는데 그 내부는 욕실이다. 공간 한가운데 자리한 욕실이지만 거울로 마감해 오히려 공간이 확장되어 보이는 착시 효과를 준다. 거울에 반사된 반대편 공간은 주방에서 정원으로 나갈 수 있는 통유리문 입구다.

 

주방 선반에는 몬테가 직접 만든 도마와 부부가 사 모은 목기, 도자기 등 살림살이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몬테가 낙엽송으로 직접 제작한 식탁이 놓인 다이닝룸에 모인 가족.   

 

공간 개조는 몬테의 주도하에 이뤄졌지만 그의 아내 케이티 메이(Katie May)의 의견 또한 충실하게 반영했다.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동하는 메이는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높다. 가족이 함께 사용할 주방을 지중해 스타일로 연출할 것을 제안했고, 남편은 이를 위해 색상 대비를 제안했다. 미묘한 핑크빛을 띠는 시칠리안 시멘트 타일 바닥과 에메랄드 블루 주방 가구만으로 전형적인 지중해 분위기를 표현하고, 러스틱한 우드 테이블을 배치해 지중해 특유의 소박한 자연미를 완성했다. “주방 가구 역시 남편이 직접 만들었는데 사용할 때마다 섬세한 마감이 매력적입니다. 특히 내추럴 대리석 상판과 브라스 손잡이는 고급스러운 느낌도 주지만 실용적이거든요.” 

 

 

부부 침실 창가에 아들 줄리안의 침실도 꾸몄다. 등나무를 엮어 만든 요람과 벨벳 앤티크 체어는 모두 빈티지 숍에서 구한 것이다.

 

모던한 요소와 기법을 도입해 개조했지만 스튜디오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960년대 몬테의 할아버지가 손질했다는 벽면도 보수한 흔적을 감지할 수 없을 만큼 고색창연하다. 부부가 여행을 다니며 모은 빈티지 소품과 가구는 원래 이곳에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제 연구의 핵심 테마는 항구성에 관한 것이에요.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는 것들을 보면 기본적인 형태와 쓰임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강렬한 인상과 존재감을 지닌 것을 만들고자 하는 제게 스튜디오는 과거에서 미래를 발견해 나가는 실험실이에요.” 재료 선택부터 가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홀로 해내는 그는 외롭고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말한다. “작업실 책상 뒤는 침실, 앞으로는 주방이 보이니 언제나 아내와 아이가 함께하는 셈이죠.

 

 

몬테가 17세기 창고를 아틀리에 홈으로 개조하기 위해 그린 도면과 개조의 모티프로 삼은 ‘공간 속의 공간’ 콘셉트가 담긴 르코르뷔지에 서적.  

 

게다가 침실은 건축가였던 할아버지가 사무실로 썼던 곳이라 마치 든든한 후원자가 있는 느낌입니다.” 할아버지의 공간으로 돌아와 할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몬테는 집을 개조하면서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이곳을 보금자리로 정한 후 몬테와 메이 부부에게 아이가 생겼고, 이 집은 아들 줄리안의 고향이 되었다. “아이가 생기면서 침실 바닥을 밝고 촉감이 부드러운 마루재로 교체하는 해프닝(?)이 있었죠. 저는 여기서 할아버지와 지낸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우리 아이는 저보다 훨씬 많은 추억을 이곳에서 쌓아갈 거라 생각하니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습니다.”  

 

 

몬테 부부가 아이 탄생을 준비하며 모은 목각 마트료시카 인형, 손수 뜬 양말과 모자 그리고 라탄으로 만든 딸랑이. 낮은 오벌형 대리석 테이블은 몬테가 제작했다

 

부부 침실은 기존 서까래와 돌 벽을 살리되 생활의 편리와 아늑함을 위해 바닥은 우드 패널로, 벽면 일부는 흰색 회벽으로 마감했다. 부부는 침실도 지중해 느낌이 나도록 푸른 바다 빛깔의 리넨 커튼과 이불을 매치했고, 빈티지 우드 가구와 조명 등을 조화시켰다. 

 

몬테는 나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재료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을 목표로 하는 그는 일본의 전통 나무 탄화 가공법인 슈스기반(Shou-sugi-ban)을 활용해 가구와 오브제를 제작한다. “나무를 불에 그슬리는 슈스기반은 원목이 벌레와 습기에 의해 썩고 변형되는 것을 막아주는 가공법이에요. 저는 검게 변하는 나무 빛깔과 불에 그슬리면서 생기는 갈라짐 현상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합니다.” 간단하고 효과적인 고대 기술인 슈스기반은 몬테의 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불과 나무 사이에 평화로운 조화가 관건인 슈스기반은 예측할 수 없는 디테일을 통해 승부가 난다. “모든 결과물이 똑같을 순 없습니다. 통나무 원목을 사용하고 수공예로 제작하는 데다 수종이 같더라도 나무 자체의 상태에 따라 불에 그슬렸을 때 생성되는 검은색의 농도와 갈라짐은 달라집니다. 덕분에 제 작업은 디자인보다는 목공예, 조형 예술에 가까워지고 있죠.” 통나무 형태를 근간으로 한 몬테의 작품은 사용자 관점에 따라 스툴 또는 테이블과 같은 실용 가구가 되기도 하고 추상적인 조형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편 우드 오브제를 만든 후 남은 톱밥과 자투리 목재는 몬테에게 화가라는 멋진 타이틀을 선사했다. 난로의 땔감이 되어 숯이 된 나무 조각은 그로 하여금 목탄화를 그리게 한 것. 주변의 산과 호수를 그린 목탄화는 마치 우리네 수묵화를 보는 듯 자연스러운 농담과 여백의 미가 일품이다. 여전히 건축가로 활동하는 그는 나무를 만지며 깨닫는 지혜를 앞으로 수행할 프로젝트에 차근차근 담아내려 한다. “제 건축의 모토는 평화와 포용이에요. 역사와 전통을 존중한 가운데 선택한 재료, 그리고 재료 본질에 입각해 만든 공간은 보편적인 공감을 얻고 시간을 초월한 생명력을 얻을 거라 기대합니다.”   

WRITER LEE JUNG MIN
Design Riccardo Monte Styling Deborah Piana Agostinetti  

 

 

 

 

더네이버, 공간, 건축가 리카르도 몬테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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