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UERLAIN 진귀한 위쌍 허니가 피부 재생을 돕는 아베이 로얄 페이스 트리트먼트 오일 28ml, 13만8000원대. 2 SHU UEMURA 식물성 오일 8가지가 함유된 얼팀8 콤플렉스가 세포 장벽을 튼튼하게 하고 피부에 탄력을 더하는 얼팀8 오일 인 에센스 30ml, 13만원. 3 HERA 초미세 입자로 쪼갠 일랑일랑 블렌딩 오일이 함유된 오일 세럼 매직 포뮬라 40ml, 8만5천원대.  4 DARPHIN 8-플라워 넥타 에센셜 오일 엘릭시르의 효능을 그대로 담은 나이트 크림 8플라워 넥타 오일 크림 30ml, 14만원대. 

어린 시절 목욕 후 욕실을 나오면 언제나 엄마가 발라주던 존슨즈 베이비 오일. 내 생애 첫 오일을 떠올리자면 그때의 미끌거리는 감촉과 향이 아직도 기억난다. 하지만 스스로 샤워를 하게 된 다음부터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특유의 번들거림이 싫었던 탓도 있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등에 여드름이 올라오니 모공을 막아 트러블이 심해질까 두려워서였다.
이후 철들고 나서 다시 사용하게 된 오일은 페이스 오일의 선구자인 달팡의 아로마 에센스였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지·복합성 피부는 오일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공통된 뷰티 상식이 있었다. 그렇지만 뷰티 에디터로서 호기심 반 사명감 반으로 쓰게 된 달팡의 아로마 오일은 오일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버렸다. 바르는 즉시 스킨처럼 빠르게 흡수되는 오일이라니! 건조한 피부의 소유자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피부 타입과 고민에 따라 오일을 세분화해 출시한 점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아로마 오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냉랭했다. 빠르게 흡수되는 에센스 타입 제품이 인기를 끌던 시기라 뷰티 브랜드에서는 저마다 새로운 기능의 세럼을 출시하고 있던 터였다. 오일이 겉돌고 번들거릴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소비자에게 아로마 오일은 쉽게 어필할 수 없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달팡은 소비자가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아로마 오일 대신 아로마 에센스라는 단어로 제품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토록 국내 뷰티 시장에 자리 잡기 어려웠던 페이스 오일이 지금은 어떻게 머스트해브 아이템이자 뷰티 루틴의 일부가 될 수 있었을까? 게다가 페이스 오일 사랑에 힘입어 출시하게 된 오일 세럼은 또 어떠한가.  
 

뷰티 에디터들은 일찍이 오일 사용의 중요성과 다양한 활용도를 소개해왔지만 정작 소비자가 페이스 오일에 열광한 건 연예인이 사용한다는 입소문이 돌고부터였다. 특히 탤런트 김남주가 쓰는 오일이라고 알려진 몇몇 브랜드는 때아닌 오일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이때부터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의 오일 사용이 점차 늘어났다. 이후 김희애의 물광 메이크업이 유행하면서 오일을 메이크업에까지 활용할 정도로 오일은 전성기를 맞았다. 마치 타박상, 벌레 물린 데, 근육통에 모두 호랑이 연고를 바르듯 페이스 오일을 크림, 에센스, 미스트는 물론 파운데이션에까지 섞어 쓰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기서 다시 오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두 해 전부터 오일 제품군이 없던 브랜드까지 오일을 내놓을 정도로 오일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가을에는 뷰티 브랜드에서 안티에이징 신제품 대신 페이스 오일과 오일 세럼을 한꺼번에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이전에 없던 것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페이스 오일이 뷰티 잇 아이템으로 떠오른 이유가 뭘까? 멜비타 홍보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오일은 스킨케어부터 메이크업 베이스까지 어떤 텍스처와도 믹스해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름에 쓰던 제품이 겨울이 되어 영양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페이스 오일만 섞어 바르면 되는 식이다. 소비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과 함께 쓰면 더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다니 부담 없이 구입할 수밖에. 브랜드에서도 브랜드 내 다른 제품군과 시너지 효과를 내세워 링크 세일을 할 수 있으니 효자 상품이다.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 원하는 제품군이니 승승장구함은 당연지사다. 요즘 뷰티 마켓은 한 브랜드에서 동일한 라인을 구매해 사용하는 고객보다 필요한 제품을 원하는 브랜드에서 골라 사용하는 피키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비오템은 다양한 제품과 블렌딩하기 쉽고, 어떤 라인과도 함께 쓸 수 있는 리퀴드 글로우 만능 항산화 오일을 출시했다. 소비자의 요구와 뷰티 시장의 흐름을 파악한 영리한 판매 전략의 결과물인 것이다. 친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B는 물광 메이크업이 오일의 주가를 올린 또 다른 주역이라고 주장한다. 민낯 같은 내추럴 메이크업이 유행하면서 피부에 자연스러운 윤기를 더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제품이 오일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건조한 피부의 소유자가 아니라도 물광이나 윤광 메이크업을 하는 데 페이스 오일만큼 유용한 아이템이 없긴 하다.  

5 DIOR 로즈 드 그랑빌 넥타, 니포피아 넥타, 로즈 수브랭 앱솔루트가 극건성·민감성 피부를 개선하는 프레스티지 사틴 륄 수브랭 리플레니싱 오일 에센스 50ml, 47만원.  6 YSL 수분 캡슐과 2가지 오일 성분이 번들거림 없이 탄력과 생기를 부여하는 포에버 유스 리버레이터 워터-인-오일 30ml, 15만5000원대. 7 MELVITA 아르간 오일과 천연 퍼밍 아미노산인 히드록시프롤린이 피부를 견고하고 탄력 있게 가꿔주는 아르간 플러스 오일 세럼 30ml, 6만2000원. 8 LA MER 미라클 브로스와 안티에이징 오일이 만나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리뉴얼 오일 30ml, 29만원대.

오일의 기능이 세분화되면서 단순히 보습막 형성만을 위해 사용하진 않게 되었다. 탄력 개선에는 재스민 오일, 수분 공급에는 로즈 오일, 민감해진 피부를 위한 캐머마일 오일 등 피부 타입에 따른 맞춤 케어가 가능해지면서 오일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다. 극건성 피부만 사용하던 오일을 이제는 지성은 물론 지·복합성, 민감성 피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오일 마니아인 친구 K는 다른 카테고리의 스킨케어 제품에서는 얻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오일만의 매력이라고 전한다.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향수를 바꾸듯 오일도 피부 컨디션에 따라 각기 다른 아로마 오일을 골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야근한 날이면 달팡의 탠저린 아로마틱 케어를 손끝에 덜어 상큼한 향을 음미하고 얼굴 전체를 감쌌다가 귀 옆과 목을 쓸어내려 림프 마사지를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피로가 가시는 듯하다고. 평소 잘 붓는 편인데도 이렇게 림프 마사지를 해주면 야식을 먹은 다음 날도 얼굴이 잘 붓지 않아 즐겨 쓴다. 핸드백에도 늘 롤온 타입 오일을 휴대하고 있다가 들뜬 각질 부위에 바르거나 립 컬러를 바꾸고 싶을 때 입술에 발랐다가 닦아내는 데 사용한다. 오일이라는 텍스처 자체가 바르는 동작만으로도 손끝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온열감과 마사지 효과를 느낄 수 있으며, 코끝으로 전해지는 아로마테라피 향은 피부에 각인처럼 남아 한번 사용하면 그 마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가만히 두어도 해마다 매출이 늘어가는 페이스 오일이 있는데도, 올가을 뷰티 브랜드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오일 세럼을 출시했다. 오일과 세럼을 섞어 쓰면 되는데, 굳이 오일 세럼을 개발하다니 에디터로선 다소 의아했다. 오일 세럼을 출시한 몇몇 브랜드를 통해 알아본 결과, 페이스 오일과 오일 세럼의 가장 큰 차이는 질감과 기능에 있었다. 오일은 스킨케어 마지막 단계에서 이전 단계 제품의 흡수를 돕고 수분막을 형성해 증발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오일 세럼은 주름 개선이나 탄력, 재생, 미백 등 기능성 성분을 함유한 에센스 타입 제품으로 오일의 보습감은 그대로 유지하되 산뜻한 마무리감을 선사한다. 오일 세럼이 출시된 이유 중 가장 수긍이 가는 답변으로는 페이스 오일과 세럼을 섞어 사용하는 데 있어 오일의 적정량을 조절하기 어려운데, 오일 세럼은 이러한 불편을 없애기 위해 등장했다는 것이다. 세럼의 발림성에 오일의 윤기와 촉촉함까지 담아 사용은 편리하고 기능은 업그레이드된 셈! 게다가 오일 세럼에 함유되는 오일은 일반 페이스 오일과 달리 초미세 입자로 쪼개져 피부 깊숙이 전달된다.
 

지성 피부라 오후만 되면 유분이 올라오는 것이 고민이라 오일 사용을 꺼리던 친구 M도 얼마 전 헤라의 오일 세럼 매직 포뮬라를 구입했다니 오일의 텍스처는 부담스러워도 효능만큼은 어느 정도 대중의 신뢰를 얻은 듯하다. 주위 반응 또한 오일을 세럼 텍스처로 만날 수 있다는 데 관심이 높았다. 기능과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기존에 흔하게 사용하지 않던 텍스처의 신선함과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맞물려 당분간 오일에 대한 브랜드와 소비자의 열광은 계속될 것이다. 게다가 피키족이 늘어감에 따라 어떤 뷰티 제품과도 믹스해 사용할 수 있는 오일이나 다른 브랜드에 없는 특별한 아이덴티티와 기능을 지닌 오일 아이템이 계속 등장할 듯하다. 제품을 바르기만 해도 은은한 아로마 향이 지친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피로마저 덜어주니 오일은 이미 에디터로서도 끊기 힘들어졌다. 이처럼 매력적인 존재인 오일을 고를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식품이나 털로 인한 알레르기처럼 오일의 원료가 되는 식물에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으니 미리 손목 안쪽이나 귀 밑 여린 피부에 테스트해본 뒤 사용할 것! 같은 페이스 오일이라도 추출법이나 침투력을 높이는 기술이 달라 어떤 제품은 피부 위를 풍부하게 감싸고 어떤 제품은 바르자마자 사라지는 등 사용감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에센스를 고를 때처럼 신중을 기해야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