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라라 외겔× 겔리 모라토 로레도, ‘Depth’, 2026, 폴리우레탄, 대리석 분말, 에폭시 수지, 스티로폼, 아크릴 물감, 철, 목재, 메모리폼, 사운드 시스템 설계: 24채널 멀티스피커 오디오 및 햅틱 시스템, 공간 음향 설계, 90×85×32cm, 180×74cm, 30×50×46cm, 25ר 700cm.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커미션 작품, 2026. 사하 재단 제작 지원. 2 2026 부산비엔날레 전시 전경. 3 듀킴, ‘신이 떠난 무대’ 연작 중 ‘제1막: 피의 무대’, 2026, 혼합재료 설치, 가변크기. 선프라이드재단과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공동 커미션 작품, 2026. 4 부산현대미술관 외관. 5 2층 강서경 작가 전시 전경. 6 모 셋, ‘몸, 얼굴과 손가락’, 2026, 포토월, 포토배너, 실리콘 손 조각, 가변크기.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커미션. 몬드리안 펀드 제작 지원. 이향연, 박은지, 박지원, 아카라와 협업 작품, 2026. 7 전소정, ‘구미호하기’, 2025, 단채널 영상, 인플레이터블 조각, 출판물, 사진, 38분 40초, 가변크기. 퍼포마, 더 쇼룸 공동 커미션. 무담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협력.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제작 지원 작품, 2025.

8 류성실, ‘만 가지 꿈’, 2026, 산업용 시저 리프트, 플라스틱 더미, 팬모터, 사운드, 조명, 혼합재료, 800×300×370cm.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커미션 작품, 2026. 9 야잔 칼릴리,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언어처럼 지닌다’, 2026, 자수 문구가 새겨진 캡 모자 39종, 가변크기.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커미션 작품, 2026. 10 티안주오 첸, ‘오션 케이지’, 2024, 대나무 구조물, 천, 실리콘, 레진, 모래, 영상, 혼합재료, 가변크기, 54분. 티안주오 첸과 파트너 인 크라임 제작. HAU 헤벨 암 우퍼, 아르스니크 로잔, 교토 익스페리먼트, 캄프나겔과 탄츠하우스 NRW 공동 제작. 베를린 수도문화기금(HKF) 제작 지원.
고저의 차이가 큰 억양과 강한 말의 리듬, 바닷바람을 타고 퍼지는 울림. 소리의 차이를 알아챌 때 비로소 부산에 도착했음을 실감한다. 시민과 관광객이 뒤섞인 대규모 인파와 파도, 뱃고동, 공장의 소리가 혼재된 항구도시이자 한국 제2의 도시. 2026 부산비엔날레 공동 전시감독 에블린 사이먼스(Evelyn Simons)와 아말 칼라프(Amal Khalaf)는 소리가 섞이고 퍼지는 도시의 특징에 집중했다. 부산에는 소리로 이루어진 역사가 있다. 배를 탄 어부들이 부르던 노동요와 바다의 존재를 소환하는 무가(巫歌)는 민주화운동의 민중가요로 이어졌고, 나아가 부산항 크레인에 올라 고공 농성을 벌인 노동운동가 김진숙과 연대하는 투쟁가로 변모했다. 노래의 정신을 이어받은 올해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불협하는 합창(Dissident Chorus)’이다. 작품들이 내는 다성적 목소리는 8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을숙도의 부산현대미술관과 영도의 스페이스 원지, (구)부산남고등학교에서 울려 퍼진다.
전시장 세 곳의 전시는 3개 악장으로 구분해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부산현대미술관은 가장 많은 작품을 전시하는 주전시장이자 1악장의 무대다. 1층 전시실에 입장하자 여러 소리와 노래가 뒤섞여 들려오고, 입구 앞에는 검은색 볼캡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시각예술가이자 건축가 야잔 칼릴리(Yazan Khalili)의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언어처럼 지닌다’는 39개 모자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시의 문구가 분절되어 새겨졌다. 관객은 모자를 구매할 수 있지만, 조각난 시의 일부는 제각기 흩어져 이해 불가한 상태로 남는다. 같은 모자를 쓴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어쩌면 기적 같은, 우연한 만남에 기대를 거는 작품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최대 화제작은 단연 류성실의 ‘만 가지 꿈’이다. 교복 입은 마네킹 12개가 산업용 리프트 위에 서 있고, 음악 프로듀서 휘(HWI)가 작곡한 합창곡 ‘만 가지 꿈을 가진 어린이들의 노래’, ‘베테랑의 노래’, ‘멍청이의 노래’가 차례로 울려 퍼진다. 이들은 나이대가 다르지만 동일하게 앞으로 나아갈 것을 강요받는다. 키치한 가사뿐 아니라 가창자의 눈에 불이 켜지고 입에서는 바람이 나오는 효과까지, 블랙 코미디적 요소 역시 다양하다. 한국어 화자로서 노랫말을 번역 없이 이해할 수 있어 기쁘고도 씁쓸했다.
2층으로 올라가 익숙한 타악기 소리를 따라가니 미라 M. 양의 작품이 등장했다. 사물놀이의 네 악기 꽹과리, 징, 장구, 북이 전기 모터를 장착한 채 자동으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민주화운동에서 저항의 도구였던 풍물놀이 악기는 이곳에서 지위를 잃고 연주라기보다 엇박으로 기묘한 합주를 벌인다. 원형 공간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체험하는 몰입형 설치 작품은 라라 외겔(Lara Ögel)과 겔리 모라토 로레도(Guely Morató Loredo)의 공동 작업 ‘Depth’다. 어두운 내부는 수중 세계를 표상한다. 조개껍데기와 동물 뼈를 연상시키는 조각이 놓여 있고, 바닥을 통해 낮은 주파수의 진동과 소음이 전해진다. 해저 생태계에 인간이 가하는 폭력을 촉각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이 밖에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여성 예술가들과 협업한 전소정은 ‘구미호하기’를 통해 한국 바깥에서 한국어로 전승된 노래의 기억을 추적하고, 탈북민 공연단을 기록해온 이동근은 ‘아리랑 예술단’ 연작으로 이들의 무대 뒤 모습을 조명한다. 한국에 속하지 못한 경계의 존재를 주목한 작품은 로컬 비엔날레를 찾은 한국 관객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진다.

1 드렉시아 / 아부 카딤 하크, ‘넵튠의 은신처 커버’, 1999(2026 재제작), 타폴린에 컬러 출력, 150×150cm. 작가 제공. 2 조아르 송쿠야, ‘선원직 프로젝트’, 2021-현재,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릭 물감, 잉크, 가변크기(105점). 3 조타 몽바사, ‘물에 잠기는 것은 시가 아니다. 그렇다고 시가 아닌 것도 아니다’, 2026, 단채널 음향 설치; 금속 막대 위에 바닷물로 염색한 직물, 가변크기.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와 마르틴스&몬테로의 공동 커미션 작품, 2026. 4 임민욱, ‘S.O.S–채택된 불일치’, 2009, 3채널 영상 설치, 사운드, 11분 17초. 페스티벌 봄 제작 지원. 5 브라힘 탈, ‘불협화음의 합창: 바다의 창조’, 2025, 19채널 음향 설치, 검은색 MDF 스피커, 금속 스피커 스탠드, 주문 제작 마더보드, 가변크기. 6 줄리앙 크뤼제, ‘줌비 줌비 에테르노’, 2023, 단채널 영상, 사운드, 컬러, 10분 27초. 작가 및 멘데스 우드 DM 제공.
영도대교 인근의 스페이스 원지는 100년 된 창고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거친 골조가 그대로 드러난 이곳에 2악장이 펼쳐진다. 선원으로 일했던 조아르 송쿠야(Joar Songcuya)가 선박의 노동 풍경을 그림으로 기록한 연작 ‘선원직 프로젝트’는 과거 선박 장비를 보관했던 전시장과 공명한다. 임민욱은 2009년 한강에서 진행한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 ‘S.O.S-채택된 불일치’를 전시했다. 그리고 영상 속 퍼포먼스를 부산의 맥락에 맞게 재해석한 신작 ‘S.O.S-불나비’를 11월 1일 부산 앞바다에서 선보인다. 관객은 자갈치시장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에 탑승해 해안선을 따라 부산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퍼포먼스를 만난다.
출구 부근에는 19개의 스피커가 원형 구조물을 감싸고 서 있다. 이는 브라힘 탈(Brahim Tall)의 사운드 설치작품 ‘불협화음의 합창: 바다의 창조’다. 스피커에서는 각각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로 시를 낭송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서로 다른 목소리들은 겹쳐지며 공간을 채운다. 비엔날레 주제와 동일한 제목의 작품은 질문한다. 불협화음에 귀를 막을 텐가? 소리 내는 존재를 지울 텐가? 불협에도 합창은 계속되어야 한다.

7 얀찬호롤 에르데네바야르, ‘토착성의 공명’, 2026, 염소 뿔, 철근, 목재, 도미노, 밧줄, 인조 모피, 재활용 의자, 거울, 합판, 석재 접착제, 시력보호 장치, 자동차 계기판, 잉크젯 프린트, 여행가방, 북, 혼합재료, 가변크기.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커미션 작품, 2026. 8 알리아스카르 아바카스, ‘주문’, 2026, 헌옷, 융합유리 조각, 퍼포먼스 가변크기.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커미션 작품, 2026. 9 조은지, ‘소닉 옥토퍼스, 생태적 AI’, 2026, 퍼포먼스 기록 영상, 컬러, 사운드.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의 커미션 작품, 2026.
스페이스 원지가 과거를 상징한다면 (구)부산남고등학교는 미래의 공간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학생들로 소란했던 학교는 지난 2월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의 신축 교사로 이전하며 폐교가 되었다. 부산비엔날레는 고요해진 학교를 다시 소리로 채웠다. 교실과 복도, 옥상, 그리고 운동장까지 전시장으로 거듭났다. 먼저 알리아스카르 아바카스(Aliaskar Abarkas)의 설치작품 ‘주문’이 운동장을 수놓았다. 작가가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재활용 직물을 꿰매고 배열하여 완성한 악보다. 기하학적 패턴으로 구성된 거대한 악보 위를 관객이 직접 거닐며 음악과 연결된다. 작가의 악보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작은 크기의 유리 조각으로도 전시 중이다.
마찬가지로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만난 이동근은 이곳에서 지정학적 각축지라는 공통점을 지닌 세 섬에 주목한다. ‘세 개의 섬’은 국공내전의 격전지로 포격당한 대만 금문도, 미군이 주둔했던 오키나와,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주둔지이자 현재 신공항 건설로 갈등을 겪는 가덕도의 사람들을 비추며 저항의 역사를 연결한다. 몽골 작가 얀찬호롤 에르데네바야르(Jantsankhorol Erdenebayar)는 빈 교실을 14개 의자 조각으로 채웠다. 나무, 금속, 인조 모피 등 작가가 몽골에서 수집한 재료로 만든 의자는 저마다 화려한 옷을 입은 탓에 단독자처럼 보인다. 나아가 칠판에 자라난 뿔은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이는 구소련의 영향이 여전히 작동하는 몽골의 교육 제도에 대한 은유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전시
EDITOR : 박지형PHOTO :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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