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던 럭셔리 컨버터블의 대표 격인 모델 마세라티 그란 카브리오.
카브리올레 · 드롭헤드 · 랑돌레,
귀족 마차 문화의 유산
자동차 특히 고급 차량에 관련된 용어 상당수는 자동차 태동기 주 고객층이었던 유럽 귀족 문화가 녹아 있다. 지붕이 열리는 컨버터블 톱(convertible top, ‘이하 컨버터블’)을 가리키는 용어 중 카브리올레와 드롭헤드, 그리고 랑돌레도 그러한 귀족 문화의 유산이다.
카브레올레(Carbriolet)라는 명칭은 프랑스어로 18세기 유행하던 지붕이 열리는 마차를 의미했다. 구조적으로는 네 방향이 막혀 있고 지붕만 열리는 구조를 뜻했다. 얼핏 개방감을 위해 지붕을 열면서 왜 네 벽이 견고한 마차 형태를 유지했을까 싶지만, 당시 프랑스는 장식 예술이 꽃피우던 시대였다. 특히 산업혁명으로 막대한 부를 쥔 평민 출신 부르주아들은 과거 귀족들의 미감을 흉내 낸 과한 장식을 선호했다. 마차 형태도 그런 목적을 따른 것이었다.

롤스로이스가 2022년에 선보인 주문 제작 드롭헤드 쿠페 ‘보트 테일’.
드롭헤드(DropHead)는 영국식 마차에서 유래한 용어로 ‘헤드’가 승차 공간을 의미한다. ‘드롭’은 이 승차 공간에 씌워져 있던 천이나 가죽을 내리는 방식에서 유래했다. 비록 구조는 심플했지만 철강 산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가볍고 튼튼한 차체가 특징이었다. 즉 내실 있는 고급문화의 상징이었던 셈.
랑돌레(Landaulet)는 좀 더 특이한 형태로, 뒷좌석의 지붕만 열리는 방식이었다. 카브리올레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귀족의 마차에서 유래한 방식이지만 의외로 기원은 독일 란다우(Landau) 지역의 마차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 방식은 운전자와 탑승자의 관계를 분리한 의전용으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의 산업 호황기에 부활했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에 등장하는 푸조 자동차가 바로 랑돌레 형태인 타입 184라는 모델이다.
랑돌레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시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나, 카브리올레와 드롭헤드 계열에서 파생된 명칭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카브리올레 계열의 명칭은 포르쉐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인지도 높은 브랜드가 사용하고 있다. 마세라티도 카브리올레를 줄인 ‘카브리오(Cabrio)’를 제품명으로 쓴다.

1 메르세데스-AMG 53 4매틱 + 카브리올레. 2 1952년식 롤스로이스 실버 던 드롭헤드 쿠페. 3 푸조 타입 184 랑돌레.
드롭헤드도 영국 브랜드인 롤스로이스, 애스턴 마틴 라곤다, 재규어 등에서 명맥을 이어왔다. 가장 유명한 것은 롤스로이스에서 사용하는 드롭헤드 쿠페(Drophead Coupe)라는 명칭. 참고로 롤스로이스에서 드롭헤드라는 명칭의 시초는 1900년대 초반과 1950년대 초반으로 나눌 수 있다. 1900년대 초에서 제2차 세계대전까지, 롤스로이스는 엔진과 구동장치 및 차의 뼈대만 만들어 팔았고 고객들은 그에 맞는 탑승 공간을 별도로 코치빌더(coachbuilder)에 주문했다. 차체 외형 명칭의 지분을 외주 업체가 갖고 있었던 것이다. 롤스로이스가 온전한 자체 제작으로 만든 드롭헤드 쿠페로는 1952년의 실버 던(Silver Dawn)을 꼽는다.
카브리올레나 드롭헤드 타입의 컨버터블은 대부분 캔버스 천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단처럼 가운데 뼈대에 해당하는 B 필러(pillar)가 없고 두 개의 문이 구조적 강성을 만드는데 그러다 보니 차체가 무척 무겁다. 따라서 소프트톱은 차체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필요 불가결한 선택이다. 관리는 다소 까다롭지만, 첨단 차체에서도 고풍스러운 멋을 동시에 찾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또한 오픈 에어링이 아니더라도, 비 오는 날 캔버스에 떨어지는 특유의 ‘톡’ 하는 빗방울 소리 역시 카브리올레만의 매력이다.

1 이름 자체가 수평대향 엔진의 로드스터를 의미하는 박스터. 2 맥라렌 750S 스파이더.
로드스터 · 스파이더,
모터스포츠에 기반한 구조
같은 마차라도, 경주용 마차에 연원을 둔 컨버터블 명칭도 있다. 로드스터(Roadster)와 스파이더(Spider)가 이에 해당한다. 로드스터는 영국이나 미국에서 말 한두 마리가 끄는 가벼운 경주용 마차를, 스파이더는 바퀴나 축대 등의 부품을 얇게 만들어 무게를 줄여 마치 거미처럼 보이는 형상의 마차를 일컬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역사 초창기 기술의 진행과 역행에 대해 잠시 설명해야 한다. 최초의 자동차 예컨대 1886년 등장한 카를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바겐 같은 차들은 애초에 운전석과 탑승 공간이 노출돼 있었다. 당시에는 내연기관이 큰 캐빈의 무게를 끌고 달릴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진이 발전하면서 안전한 거주성이 보장된 밀폐형 차체를 뼈대 위에 얹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와 병행해 진행된 모터스포츠 역사 속에서, 레이스용 자동차는 이러한 탑승 공간의 진화를 거부해야 했다. 유리창조차 없애, 드라이버가 고글 하나에 의지해 바람을 이겨내야 하는 오픈 콕핏 레이스카를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 날것의 머신에서 포뮬러 원(F1)과 같은 극한의 모터스포츠 머신과 일반 도로 및 트랙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포츠카로 나뉘었다. 그리고 그 특성을 가진 컨버터블이 바로 오늘날의 로드스터와 스파이더다. 물론 지금 시대의 스파이더는 최초의 스파이더와 달리 그 형태가 크게 다르지만 카브리올레와 비교되는 특징이 있다. 우선 뒷좌석이 없는 2인승 구조다. 그러다 보니 캐빈 공간의 앞뒤 길이가 짧고 그래서 지붕이 움직이는 거리도 짧다. 특히 운전석 뒤쪽에 엔진이 있는 미드십 타입의 차종일 경우 개방되는 면적도 좁다.
그러나 로드스터와 스파이더는 개념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굳이 따진다면, 2시트 컨버터블이라는 점이 공통분모로, 로드스터는 더 경쾌하고 실용성 있는 스포츠카 지향 모델, 스파이더는 레이스용 차량 특유의 관능성을 갖춘 모델로 구분하는 정도다. 로드스터의 대표라면 포르쉐의 박스터나 마쯔다의 경량 로드스터인 MX-5, 그리고 단종 예정인 BMW Z4와 2020년 단종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SLC 및 그 전신인 SLK가 꼽힌다. 특히 박스터는 그 이름 자체가 수평대향 엔진을 가리키는 박서(Boxer)와 로드스터를 결합한 이름이다. 구조적으로 두 개 좌석 기반의 스파이더를 꼽으라면 페라리의 296 GTS(S가 ‘스파이더’를 의미), 맥라렌의 750S 스파이더, 그리고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의 전신인 우라칸의 스파이더 등을 들 수 있다. 참고로 람보르기니의 경우 우라칸을 잇는 모델의 컨버터블은 스파이더, 아벤타도르와 같은 플래그십은 로드스터라고 불렀다.
다만 로드스터와 스파이더는 브랜드마다 상품 구성이 달라 다소 명칭 구분이 복잡하다. 대표적인 것이 테슬라 로드스터와 페라리 아말피 스파이더다. 테슬라의 1세대 로드스터는 구조적으로 뒷좌석이 없는 형태다. 그러나 2세대의 경우는 좁으나마 2열 시트가 들어간다. 페라리 아말피 스파이더도 도저히 좌석이라 할 수 없지만 어찌 됐건 2열 시트가 있다. 테슬라의 경우는 제품명 자체가 로드스터고 페라리는 브랜드 내 상품 구분 시 카브리올레나 컨버터블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볼 때 전제해야 할 것이 제조사가 자극적으로 정한 장르명과 공학적 구분 기준으로서의 장르명을 어느 정도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1 수집가들이 사랑하는 포르쉐 911 1세대 타르가. 2 현행 포르쉐 8세대 911의 타르가 4S. 3 바르케타의 부활을 표방한 페라리의 원-오프 모델 몬차 SP1/SP2.
타르가, 포르쉐 컨버터블의 대명사
미국의 자동차 관련 법령은 자동차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포르쉐 911 중에서도 특히 마니아들을 거느린 독특한 컨버터블 모델 타르가(Targa)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컨버터블 차량의 전복 사고에 대한 청문회가 이어졌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컨버터블은 규제해야 한다는 입법 논의도 있었다. 당시 포르쉐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 판매되던 곳이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였는데, 입법이든 행정명령이든 발효되고 나서 대응한다면 늦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포르쉐는 1965년 8~9월경, 운전석 공간 위로 바를 세운 911 타르가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리고 약 1년 뒤, 당시 미국의 36대 대통령인 린든 B. 존슨은 연방 최초의 ‘국가교통 및 자동차 안전법(National Traffic and Motor Vehicle Safety Act)’에 서명했다. 즉 포르쉐가 입법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사실 여기에는 두 가지 비화가 있다. 정작 최종적으로 시행된 법에는 컨버터블 규제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었던 것. 특정 차종 자체의 생산을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대원칙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이 과정에서 포르쉐가 스스로 인정한 한계였다. 포르쉐 911의 전작인 356은 강철판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은 방식이었다. 당시는 스포츠카나 세단도 이런 방식이 흔했다. 그런데 911 1세대부터는 모노코크 즉 곤충의 외골격처럼 차의 겉 구조물이 뼈대 역할을 맡게 되는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차의 경량화와 주행 성능, 효율 개선에 기여했지만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차체 위의 프레임이었고, 그 이름이 이탈리아어로 ‘방패’를 의미하는 타르가였다.
당시 포르쉐는 이 차의 이름으로, 그간 맹위를 떨친 르망 내구레이스나 이탈리아 몬차 서킷의 이름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상표 등록이 되어 있어 고심하던 중, 한 영업 담당자가 제안한 것이 이 이름이었다. 당시 포르쉐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열리는 공도 레이스 대회 ‘타르가 플로리오(Targa Florio)’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온 데서 착안한 것이었다. 그렇게 이 새로운 형태의 컨버터블은 ‘타르가’로 불리게 됐으며, 이런 구조를 이르는 보편적 명칭이 되었다.
타르가 톱은 개폐 방식도 독특하다. 트렁크 윗부분의 유리 덮개가 열리고, 머리 위에 있는 루프 패널이 들려서 뒤쪽 덮개 아래로 수납되는 방식이다. 참고로 테슬라 로드스터도 개폐 방식은 타르가 유형(수동)에 속한다. 여러모로 테슬라 로드스터는 하나의 장르명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4 애스턴 마틴의 V12 스피드스터. 5 바르케타(작은 배)라는 별명이 붙은 페라리의 166MM. 6 포르쉐의 356 스피드스터.
바르케타 & 스피드스터,
소장 가치의 극한
위에서 살펴본 카브리올레부터 타르가까지가 과거에 발생한 형태를 현대의 자동차 생활에 맞게 다듬는 과정을 거친 것이라면, 그런 적응을 거부하고 원형 그대로의 형태를 살린 유형의 모델도 있다. 바르케타(Barchetta)와 스피드스터(Speedster)가 그것이다. 이 두 유형은 양산차보다는 주로 콘셉트카나 원-오프(one-off, 주문에 의한 단일 생산) 차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르케타는 작은 보트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이름 자체가 1948년 등장한 페라리의 전설적 레이스카인 166MM을 본 자동차 기자 조반니 카네스트리니가 붙인 별명이었다. 그리고 이 바르케타라는 이름은 2018년 원-오프 모델 몬차 SP1/SP2(Monza SP1/SP2)가 공개됐을 때 다시 한번 소환됐다.
스피드스터는 바르케타와 비슷하지만 전면 윈드쉴드를 더 극단적으로 줄이거나 기울인 모델이다. 역시 공도를 지향하기보다 모터스포츠의 이상향을 위한 극한의 엔지니어링이 적용된 장르라 볼 수 있다. 스피드스터 대중화의 원조 역시 포르쉐. 1960년대 포르쉐는 캘리포니아의 수입업자로부터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덜어낸, 가벼운 스포츠카를 만들어달라’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356 스피드스터. 스피드스터의 또 다른 외형적 특징은 후미 조형성에 있다. 좌석 헤드레스트 뒤에서 후미까지 두 개의 산자락처럼 솟아 있다. 이는 스피드스터를 상징하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이후 F-18 전투기에서 영감을 얻은 애스턴 마틴의 V12 스피드스터를 비롯해 맥라렌의 엘바(Elva) 등이 스피드스터로서의 명맥을 이었다.

최근 5년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럭셔리 장르라 할 수 있는 쿠페와 컨버터블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는 컨버터블의 퇴조라기보다, 개발과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장르 특성상,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재편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런 면에서 2026년 말 모터쇼 공개 혹은 2027년 공개나 출시가 예상되는 컨버터블을 간략히 살펴본다.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스파이더 & 레부엘토 로드스터
현재 일시적으로 람보르기니에서는 새로 주문할 수 있는 스파이더나 로드스터 모델이 없다. 우라칸을 대체한 테메라리오, 새로운 초고성능 플래그십인 레부엘토 모두 쿠페 모델만 주문을 받고 있다. 그러나 테메라리오 스파이더와 레부엘토 로드스터 모두 2027년에는 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르쉐 박스터 EV
포르쉐가 미래 전략 발표와 함께 다소 불투명했던 박스터의 출시 일정을 알렸다. 전기차로만 출시되며, 공식 출시는 2028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 하반기에는 사전 공개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메르세데스-AMG SL(R232)
2021년 말 AMG 독자 개발의 복합 알루미늄 섀시를 품고 7세대로 거듭난 SL이 페이스리프트 주기를 맞이했다. 이미 위장막을 쓴 테스트 차량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수요가 확실한 만큼, 한층 무르익어 등장할 부분변경 모델 역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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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네이버, 자동차, 컨버터블
EDITOR : 한명륜PHOTO : 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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