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킬라의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도쿄로 향할 것. 서울보다 멀고 멕시코 과달라하라보다는 가까운 그곳에 아시아 유일의 클라세 아줄 부티크 스토어가 있다.
2026.09.25
클라세 아줄 부티크 라 티에라 에비스 내부. 일본 전통 공예가 곳곳에 녹아 있다.
술마다 어울리는 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내게 테킬라는 제법 좋아하는 칵테일인 마가리타의 기주이자, 바에서 분위기가 흥겹게 달아오를 무렵 바텐더가 건네는 ‘원샷’용 스피릿이었다. 소금, 라임을 머금고 단숨에 테킬라를 들이켜는 광경은 현실에서건 영화에서건 심심찮게 마주치는 클리셰 아닌가. 거창하게는 우정을 상징하는, 실상을 들여다보면 숙취에 머리를 부여잡게 되는 술이라는 게 흔하디흔한 이미지일 것이다.
하지만 클라세 아줄을 경험한 뒤 생각이 달라졌다. 테킬라 역시 위스키나 와인처럼 향과 맛을 음미하는 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테킬라 신에서 프리미엄의 지위를 점한 클라세 아줄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바로 장인 정신이다. 한 해 약 3억 리터를 생산하는 여타 테킬라 브랜드와 달리 연간 생산량이 80만 리터에 불과하다. 이는 제조에 투입되는 시간 때문이다. 클라세 아줄은 6년 이상 자란 아가베만을 수확하며, 석조 오븐에서 72시간 저온 조리한 뒤 원액을 추출한다. 이후 발효와 증류, 숙성을 거치는데, 대형 컨테이너가 아닌 800리터 배럴에 숙성한다.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공들인 시간만큼 테킬라의 아로마가 풍성해지고 레이어는 두꺼워진다.

1 일본 한정판 ‘더 댄스 오브 컬처스’ 론칭 파티 현장. 2 ‘더 댄스 오브 컬처스’ 디캔터에 학의 비상을 담았다. 3 가부키 배우 나카무라 시도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4 클라세 아줄의 마스터 디스틸러 비리디아나 티노코.
서울의 주요 바와 레스토랑에서도 클라세 아줄을 찾을 수 있지만 플라타, 레포사도, 골드, 아네호 등 대표 라인업 외의 스페셜 에디션은 만나기 어렵다. 클라세 아줄을 폭넓게 경험하고자 아시아 본사가 위치한 도쿄로 향했다. 지난 2024년 7월에는 전 세계 세 번째이자 아시아 유일의 오프라인 부티크 스토어 ‘클라세 아줄 부티크 라 티에라 에비스’가 도쿄에 문을 열었다.
공간의 테마는 ‘라 티에라(La Tierra)’, 즉 땅과 대지다. 안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석재 카운터와 지층을 표현한 가벽이 이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인테리어 요소를 자세히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다. 무게감 있는 카운터는 일본의 고급 화강암인 아지석으로 제작했다. 아지석은 묘석으로도 사용되는데, 죽은 조상을 기리는 멕시코와 일본의 명절, ‘망자의 날(Día de Muertos)’과 ‘오봉(お盆)’을 연결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카운터 뒤의 가벽은 일본의 전통 미장 공예 ‘사칸’ 장인이 아가베가 자라는 토양을 형상화해 완성했다. 또한 은근한 질감이 드러나는 미색 벽은 일본의 전통 수제 종이 ‘와시’를 덧댄 것이다. 이렇듯 멕시코의 토양을 일본의 미학으로 재해석한 작은 공간은 두 지역을 연결하는 기지처럼 보인다.
내부를 둘러본 뒤 프라이빗 테이스팅 세션에 참여해 두 가지 제품을 시음했다. 유방암 인식 개선을 위해 매년 10월 출시하는 ‘핑크 에디션’ 중 2024년 에디션과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기념한 ‘스피릿 오브 챔피언스’가 그 주인공. 한국에서는 맛보기 매우 힘든 라인업이다. 먼저 앰버빛이 감도는 ‘2024 핑크 에디션’은 시나몬, 건과일, 메이플시럽의 포근한 향과 향신료, 시나몬, 밀크초콜릿의 달콤한 풍미가 퍼졌다. 미숙성 블랑코 원액에 포트와인 캐스크, 아메리칸 위스키 캐스크에서 숙성한 2종의 아네호 테킬라를 블렌딩했다고. 늦은 밤, 위스키나 코냑 대신 나이트캡으로 즐기는 모습이 떠올랐다. 황금빛의 ‘스피릿 오브 챔피언스’는 스포츠라는 주제에 걸맞게 한결 경쾌하고 짜릿하다. 황금 리본을 수놓아 트로피처럼 디자인한 디캔터는 축구 팬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리라.
클라세 아줄 테킬라가 궁금하다면 이처럼 테이스팅 프로그램 체험을 권한다. 첫 방문 고객은 정규 라인업 중 두 가지 시음이 가능하며, 재방문 고객에게는 한정판 시음 기회가 주어진다. 예약 방법도 간단하다. 공식 웹사이트에 연결된 예약 페이지에서 원하는 시간을 선택하면 완료. 테킬라의 다양한 매력, 그리고 국내에서 보기 힘든 제품을 접할 기회를 놓치기 아깝다.
클라세 아줄의 마스터 디스틸러 비리디아나 티노코(Viridiana Tinoco)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소피아 오르티즈 가르시아(Sofía Ortiz García)를 포함한 주요 관계자가 일본에 모인 이유는 특별한 이벤트가 열려서다. 지난 9월 2일, 일본 한정판 ‘더 댄스 오브 컬처스(The Dance of Cultures)’가 공식 출시되었다. 두 문화권의 춤에서 착안한 제품으로, 순백의 디캔터에 비상하는 학을 그려넣었다. 이 에디션은 미숙성 테킬라와 각각 코냑 캐스크와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마무리한 엑스트라 아네호를 블렌딩한 최상급 호벤 테킬라다. “멕시코다운 것을 일본에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두 문화의 만남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비리디아나 티노코는 학의 날갯짓이 중요한 모티프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학이 날 때 요구되는 힘의 균형과 정확성, 그리고 조화를 테킬라에 반영한 결과물이 ‘더 댄스 오브 컬처스’다.
일본에만 단 650병 출시된 한정판이지만, 기념 파티 현장에서 시음할 수 있었다. 아가베 특유의 향과 함께 오렌지 제스트, 무화과, 서양배의 은은한 과실 향과 견과류, 시나몬의 풍미가 드러났다. 고고한 학의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부드럽고 그윽한 맛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가부키 배우 나카무라 시도가 앞서 선보인 퍼포먼스처럼 유연하지만 강렬한 한 방이 있었다. 아가베 본연의 풍미, 그리고 한 가지 원액이 맛을 지배하지 않는 균형이 중요했다는 티노코의 말이 그제야 이해되었다. 제품의 이름으로 되돌아가 학의 비행이 이동을 위한 행위가 아닌 ‘춤’이라고 생각해보라. 유희의 순간 온몸을 휘감는 바람의 감각. ‘더 댄스 오브 컬처스’는 그 희열을 표현한 테킬라다.
mini interview
비리디아나 티노코
클라세 아줄 마스터 디스틸러
클라세 아줄의 생산 공법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포도 산지에 따라 와인의 특성이 달라지듯, 아가베 역시 원료를 선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가베를 재배하는 할리스코 지역은 위스키 산지처럼 고지대(하이랜드)와 저지대(로우랜드)로 나뉜다. 강우량, 고도, 기온, 토양의 미네랄 성분 등의 영향으로 아가베의 개성이 달라진다. 우리는 고지대 아가베를 선호하는데, 과실 향이 풍부하고 달콤함이 감돌며 입안에서 느끼는 질감이 부드러워서다. 가공 과정 역시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 아가베를 익힐 때 아로마를 끌어올리기 위해 증기를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어떤 요소가 클라세 아줄의 풍미를 결정짓나? 다른 단계도 중요하지만 테킬라 향의 80%가 발효 과정에서 결정된다. 석사 과정에서 발효를 연구한 이유다. 우리는 독자적으로 배양한 효모를 사용한다.
향후 ‘코리아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인다면 어떤 스타일일까? 우아하면서도 마시기 편한 테킬라를 상상했다. 오크 향이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 아가베 본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스타일 말이다. 동시에 복합적이고 한국 음식과 잘 어울려야 한다. 한식의 매운맛이 도전 과제로 다가오는데, 멕시코 음식도 매콤하지 않나. 테킬라와 한식의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클라세 아줄을 이상적으로 즐기는 나만의 방법을 소개해달라. 여름철 해변에 있다면 ‘플라타’나 ‘골드’처럼 싱그러운 테킬라를 추천한다. 두 테킬라는 파티를 연상시키기에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찾곤 한다. 여름의 정수를 담은 술이다. ‘레포사도’는 모든 계절에 어울린다. 활용도가 높고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룬다. ‘아네호’는 증류소에서 힘든 과제를 마주한 뒤 집에 돌아와 한 잔 따르면 곧바로 기분이 나아지는 술이다. 오크통에서 가장 오래 숙성한 ‘울트라’는 다층적인 레이어가 특징인데, 내게는 디저트와 같다. 울트라 한 잔이면 식사를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모든 클라세 아줄 테킬라는 니트로 즐기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었으니, 그 자체로 마실 것을 추천한다.
클라세 아줄과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딱 한 곡 고른다면? ‘골드’에는 쿨앤더갱(Kool&the Gang)의 ‘셀레브레이션(Celebration)’을 들어보길!
info
클라세 아줄 부티크 라 티에라 에비스
위치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센터 플라자 지하 1층
시간 월~금 11:00~18:00
문의 www.claseazulasia.com
자료 제공 클라세 아줄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EDITOR : 박지형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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