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블록, 안데르센의 동화, 키르케고르의 실존주의, 칼스버그 맥주, 지금 현재 가장 뜨거운 디자인 페어 3daysofdesign까지, 모두 덴마크 이야기다. 인구 600만의 국가에서, 주당 27시간만 일하며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가면서도 세계행복보고서와 OECD 삶의 만족도 지표에서 줄곧 상위권을 지켜온 나라. 알면 알수록 궁금해지는 덴마크에서 받은 디자인, 예술, 인문학적 영감을 나눈다.
2026.07.30코펜하겐(København)은 덴마크의 수도이자, 삶의 질과 디자인 감각이 응축된 도시다. 시내 곳곳에는 디자인뮤지엄 덴마크 등 덴마크 모던 디자인을 상징하는 건축물이 자리해, 일상적인 동선이 곧 디자인 영감 산책이 된다.

1 자연과 역사,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코펜하겐. 2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핀율 하우스(Finn Juhl’s House) 내부 전경. 3 루이지애나 미술관 내부 전경. 4 프레데릭 성당에서 열린 <Confluentia Colorum>.

5 코펜하겐의 색감, 몬타나의 쇼룸. 6 살바도르 달리에게 영감 받은 스트링의 전시. 7 BOMMA가 궁정 극장(Hofteatret)에 선보인 설치 작품 ‘Fragments of Light’를 배경으로 펼쳐진 발레 공연. 8 ‘Make This Moment Matter’ 메인 주제의 포스터. 9 자연 소재를 가공하는 칼한센앤선.
코펜하겐 (København)
지금 가장 트렌디한 디자인 페어,
3daysofdesign
3DD(3daysofdesign)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펜하겐에서 몬타나(Montana), 에리크 예르겐센(Erik Jørgensen), 앙커&코(Anker&Co), 크바드라트(Kvadrat) 등 4개 브랜드가 모여 작은 디자인 이벤트를 열었는데, 이 전시가 ‘3일간의 디자인 행사’로 소문이 나면서, 이듬해부터 코펜하겐 전역 쇼룸과 갤러리가 참여하는 도심형 페스티벌로 확장되었다.
2026년에는 460개가 넘는 브랜드가 참여하고, 600개 이상의 이벤트가 열렸다. 올해의 주제는 ‘Make This Moment Matter’로 ‘이 순간을 의미 있게’로 해석할 수 있다. 전시의 메인 아이템은 종이접기 ‘동서남북’. ‘동서남북’은 동서양 어린이 모두가 경험하는 종이접기 놀이다. 관람객은 종이를 접어 동서남북을 만든 뒤 손가락에 끼워, 움직임에 따라 ‘Make This Moment Matter’ 단어가 모였다 흩어지는 경험을 했다.
프레데릭 성당에서는 몰입형 설치 미술 전시 <Confluentia Colorum>이 열렸다. 145년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의 105개 좌석을 다양한 색상으로 칠한 수공예 직물로 덮어 색과 빛, 소리, 그리고 향기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연결을 표현했다. 성당 벽면으로 영상이 흐르고, 높은 천장에서 음악이 공명하며 입체적으로 들리는 등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몸에 전달되는 경험은 종교적 체험처럼 느껴졌다.
체코의 수공예 조각형 조명을 만드는 브랜드 BOMMA는 극장을 무대로 ‘Fragments of Light’라는 이름의 설치 작품을 공개했다. 무용수가 설치 작품 사이를 오가며 약 3분간 발레 공연을 펼쳤는데, 오래된 극장을 배경으로 사람이 공기 중을 유영하는 듯한 움직임이 깊은 울림을 전했다. 제품에 예술적인 언어를 더한 전시는 관람객의 마음으로 곧장 파고드는 듯했다.
그 외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으로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 ‘헤이’, 아르네 야콥센의 에그 체어·세븐 체어 등 덴마크 모던 가구의 상징인 ‘프리츠 한센’, 한스 웨그너의 위시본 체어(CH24) 원조 제작사 ‘칼한센앤선’, 컬러 표현이 다채다운 모듈형 가구를 선보이는 ‘몬타나’, 생활 소품·가구·조명을 아우르는 코펜하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노만코펜하겐’, ‘볼리아’ 등이 진행한 풍성한 전시가 도심 곳곳을 물들였다.
https://www.3daysofdesign.dk/

코펜하겐(København)
디자인뮤지엄 덴마크
1890년 코펜하겐 산업협회(현 덴마크산업연합)와 Ny Carlsberg Museumslegat에 의해 설립되어 1895년 코펜하겐 중심가에서 처음 개관했고, 1926년에는 로코코 양식의 왕립 프레데릭 병원 건물로 이전했으며, 덴마크 가구 디자인의 거장 카레 클린트(Kaare Klint)가 이 건물을 박물관 공간으로 개조했다. 2022년 6월 19일, 2년간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 재개관했다. 소장품은 중세 후기부터 오늘날까지 서구권의 공예·미술·산업 디자인을 아우르며, 가구·은세공·도자기·패션·섬유·디지털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다.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컬렉션도 보유하고 있어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특히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목판화 40점이 대표적이다.
핀 율, 한스 웨그너, 아르네 야콥센, 베르너 팬톤 등 덴마크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며, 에그 체어와 PH 램프 같은 아이콘 제품도 소장하고 있다. 클린트가 설계한 디자인 도서관 열람실도 뮤지엄의 명소다. 목조 테이블과 르클린트 조명이 어우러진 고전적 공간을 보존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콘트라푼크트(Kontrapunkt)의 단독 기획 전시 〈LABORATORIUM: Kontrapunkt〉가 열리고 있다. 이 스튜디오는 덴마크 국영 철도의 육각형 로고, 약국 네트워크의 알파벳 ‘a’, 공영 방송사 ‘TV 2’의 원형 심벌 등을 디자인하며 덴마크의 시각 문화 표준을 세운 그래픽 디자인 에이전시로, 시각디자인에 대한 백과사전이 펼쳐진 듯하다.
https://designmuseum.dk/en/

코펜하겐 북쪽의 훔레베크, 샤를로텐룬, 헬싱외르로 이어지는 지역은 북유럽의 자연과 예술을 더 깊이 체감할 수 있는 곳으로, 루이지애나 미술관, 핀율 하우스, 오드룹고르 국립미술관,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크론보르성이 위치한 미감의 벨트다. 시내 버스인 388 버스로 투어가 가능하다.

1 루이지애나 미술관. 2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3 알리차 크바데의 ‘Pars pro Toto’.
훔레베크(Humlebæk)
새파란 바다와 초록 능선 위에 내려앉은
루이지애나 미술관
훔레베크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루이지애나 뮤지엄이 있다. 언덕이 그리는 능선이 부드러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언덕 사이에 다래나무 덩굴에 뒤덮인 건물이 카푸치노 거품처럼 봉긋하게 내려앉아 있다. 저 너머 바닷가에선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를 배경음으로, 새들이 지저귄다.
알렉산더 칼더의 붉은 모빌이 피루에트를 추고, 호안 미로의 청동 인물상 ‘Personnage’가 숨바꼭질을 한다. 알리차 크바데(Alicja Kwade)의 ‘Pars pro Toto’는 서로 다른 8가지의 자연석을 구 형태로 가공해 정원 위에 배치했다. 잔디 위로 태양계가 펼쳐졌다. 우주의 시간 중 지금 머물고 있는 곳. 현재에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에서는 나무 사이를 걷는 동안 말을 걸어오는 예술품 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꼭 봐야 하는 상설 전시는 훔레베크의 호수를 배경으로 서 있는 자코메티의 조각상, 그리고 쿠사마 야요이의 방이다. 이곳에서 작품 위에 펠트 커튼을 치고, 커튼을 열어 확인하도록 설치한 위트 있는 작가 소피 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떠나기 전 집을 르네상스 초상화의 형식을 빌려 사진으로 기록한 캐서린 오피를 처음으로 만났다.
작가와 작품을 탐색하며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이곳. 훔레베크에서 머무는 나흘 동안 루이지애나 뮤지엄에 세 번을 갔어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의 매력이다.
https://louisiana.dk/en/

1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핀율 하우스. 2 덴마크 화가 빌헬름 함메르쇠이의 작품. ‘Interior from the Home of the Artist’
샤를로텐룬(Charlottenlund)
덴마크 디자인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핀율 하우스와 오드룹고르 국립미술관
핀 율(Finn Juhl, 1912~1989)은 덴마크의 건축가이자 가구·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덴마크 모던(Danish Modern)을 미국에 처음 소개하며 1940년대 덴마크 디자인의 황금기를 이끈 선구자다. 핀율 하우스는 1층으로 이루어진 180m2 규모의 두 개 건물을 연결했다.
천장은 파란 하늘처럼 새파란색으로, 바닥은 땅의 색에 가까운 타일을 깔았고, 천연 소재의 나무와 패브릭을 사용해 공간을 만들었다. 자연에 이끌리는 인간의 본능, 바이오필리아를 활용하는 디자인이다. 현대의 연구에서는 실내 공간에 자연적 요소를 활용하면 인간에게 이롭다고 말한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프라이빗한 공간인 ‘집’. 집 안의 모든 것이 심미적 만족감을 준다면, 그 장소에서 빚어지는 하루는 어떨까?
핀율 하우스 옆엔 오드룹고르 국립미술관이 있다. 이 미술관은 1918년에 지어진 빌헬름 한센의 원래 컨트리 하우스, 자하 하디드의 설계로 2005년 신설된 현재 전시관, 그리고 조각공원, 세 가지 주요 공간으로 구성된다.
미술관 가득한 인상주의 작품은 덴마크의 금융가이자 보험회사 설립자 빌헬름 한센과 그의 아내 헤니 한센이 평생 수집한 컬렉션이다. 컬렉션 대부분이 1916년부터 1918년 사이에 집중되었고, 덕분에 인상파에게 영감을 준 작품들과 모네, 르누아르, 드가, 마네, 시슬레 같은 인상파 대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폴 고갱의 작품은 11점으로, 연대기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오드룹고르에선 덴마크 화가 빌헬름 함메르쇠이의 작품을 챙겨 봐야 한다. 그의 회화엔 고요하고 절제된 실내 공간에 한 인물이 있다. 주로 뒷모습의 여성이다. 고요하고 관조적인 회색조의 그림은 덴마크 상징주의의 시작이 되었다.
더아트파크에서 이어지는 작품들도 놓칠 수 없다. 자연과 날씨에 대한 관심을 작품 활동의 주제로 삼은 올라푸르 엘리아손의(Olafur Eliasson)의 ‘Weather the Weather’, 미국의 조각가 더그&마이크 스타론의 ‘빅 밤부(Big Bambú)’를 즐길 것. 덴마크에서 유년기의 나를 만날 수 있다.
https://ordrupgaard.dk/en/

덴마크행 비행편에서 내려 찾은 첫 행선지는 루이지애나 미술관이 있는 훔레베크(Humlebæk)였다. 트렁크를 찾아 일행과 함께 훔레베크행 열차를 찾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열차역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정말 작았다. 유아차 두 개 타면 다른 사람이 탈 수 없었다. 편리함보다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했다.
열차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금 전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유아차가 열차에 오르는 중이었다. 아차, 하는 사이 바퀴가 열차와 플랫폼 사이에 걸렸다. ‘도와야 할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디선가 제복을 입은 역무원이 나타났다. 마트료시카를 닮은 그녀가 함께 유아차를 들어 올렸다. 안타깝게도 바퀴 네 개가 계속 회전하며 열차 턱에 차례대로 걸렸다. 그러면서 출발 시간이 지체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열차에 역무원이 있다는 사실이 생경했다. 덴마크는 인건비가 비싼 나라다. 동일 시간 근무했다고 가정할 때, 우리나라 최저 임금의 네 배가 넘는다. 덴마크의 열차는 무인으로 운행된다. 그러나 재빠르게 나타나는 역무원이 있다. 사람을 돕는 곳에는 기꺼이 예산을 집행한다는 뜻이다.
사람을 우선으로 삼는 분위기. 이 도시는 어딜 가나 사람들이 서로 미소 지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심지어 이곳에선 강아지도 웃는 얼굴이다. 모두가 웃는 듯한 공기에서 이들의 ‘행복’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은 연결되었다고 느낄 때 삶의 목적과 의미가 생긴다. 왜 덴마크가 각종 행복 지표에서 언제나 높은 평가를 받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3DD 가이드
3DD 앱과 종이 지도
앱은 인터랙티브 지도로 8개 디자인 디스트릭트(Holmen, Nordhavn, Islands Brygge, Kultur, Rosengård, Kongens Nytorv, Christianshavn, Frederiksstaden)의 전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관심 있는 전시를 하트 아이콘으로 즐겨찾기하고, 디스트릭트를 둘러볼 것. 화면 상단 하트 버튼을 눌러 리스트로 모아볼 수 있다. 이 기능이 유용하다. 종이 지도와 함께 활용할 것. 동선 계획을 세우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훔레베크의 빵집
브뢰스네드케렌 (Brødsnedkeren)
‘brødsnedkeren’은 덴마크어로 ‘빵(brød) + 목수·장인(snedkeren)’의 합성어로, ‘빵 장인’이라는 뜻이다. 목수가 나무를 다루듯 빵을 정성껏 손으로 빚는다는 철학을 담은 이름. 돌가마에 구운 빵의 풍미가 공감각적이다.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매일 6시에 문을 열고, 평일에는 오후 5시 30분까지, 주말에는 오후 4시까지 영업.
add Humlebæk Strandvej 52
BUS
388번
참고로, 훔레베크 지역의 버스 388번을 기억해야 한다. 근처 명소를 모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버스로 갈 수 있는 곳은 루이지애나 뮤지엄,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크론보르성, 핀율 하우스, 해양박물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자 카렌 블릭센의 정원 등이 있다.
교통카드앱
Rejsekort
Rejsekort 앱을 다운받아 설치하고, 신용카드를 등록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앱을 켜고 Check-in을 누르면 목적지까지 요금이 자동 계산되어 이메일로 영수증이 날아온다. 이동하는 동안 교통카드나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에 태그할 필요가 없어 정말 편리하다. 동행도 한 번에 결제 가능하다. 나를 뺀 인원만 추가할 것. 3인이 이용할 때 1명은 기본적으로 결제가 되므로, +2명만 선택할 것. 어른, 어린이도 선택 가능하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뮤지엄
EDITOR : JEONG JAEKYUNG(freelancer)PHOTO :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LIFESTYLE 코펜하겐 패션 트렌드부터 3DD까지! 현재 코펜... 고유의 미학과 트렌드를 구축해가는 코펜하겐 패션 하우스에 이끌리는 이유.
LIFESTYLE 테클라의 감각적인 이야기를 담은 전시 하루 중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시간이 있다. 샤워를 마치고 몸을 감싸는 몇 초, 이불 속으...
LIFESTYLE 덴마크 디자인의 대표 주자, 프라마가 선보인 전... 가구와 조명, 셀프 케어,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를 아우르며 따뜻하고 정직한 미학을 구축해온, 현...
LIFESTYLE 코펜하겐에 문을 연 덴프스 플래그십 스토어 덴프스가 코펜하겐 구도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한국과 덴마크를 잇는 라이프스타일 거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