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시간이 있다. 샤워를 마치고 몸을 감싸는 몇 초,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그 순간, 잠들기 직전의 완벽한 고요. 우리는 그 시간을 ‘쉼’이라고 부르지만, 실은 하루 중에서 온전히 나에게만 속하는 귀한 시간이다. 이 시간은 어떤 시간이어야 할까? 우리는 어떻게 쉼을 취하고, 또 이 시간을 어떻게 가치 있게 써야 할까? 오로지 내게만 속한 시간과 그 시간의 질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브랜드, 나를 위한 시간의 문법으로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의 이야기를 쓰는 브랜드, ‘테클라(TEKLA)’를 소개한다.
2026.07.28
테클라(TEKLA)와의 첫 만남은 아주 우연하면서도 매우 직관적이었다. 나는 지난해 코펜하겐의 어떤 가정집에서 이틀 정도 머물 기회가 있었는데, 이 집의 주인이 나를 위해 내어준 욕실에서 테클라를 처음 발견했다.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선 순간, 시각적 경험만으로도 이 집 주인의 안목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만큼 한눈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발 매트에 서서 체중을 싣고 손을 씻고 닦으면서 몸이 먼저 특별함을 알아챘다. 보드라우면서도 단단한 직조감과 두툼한 촉감, 그리고 내 몸무게를 지탱하는 기분 좋은 탄성이 전해졌다. 이 지극히 감각적인 경험은 손으로 이어졌다. 손을 씻고 타월로 닦는데, 빠른 흡수력과 더불어 충만한 느낌이 드는 묵직한 질감이 몸으로 전해졌다. 이 집의 주인장은 라벨을 고리 삼아서 후크에 수건을 걸어두었는데, 용도를 고려해서 견고하게 만든 라벨만 보아도 간결하지만 기능적인 브랜드의 태도가 엿보였다. 아! 이 브랜드는 소비되는 제품이 아니라 시간의 질을 연구하고 모색하는 브랜드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사용해보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라벨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어 저장한 것이다. 그리고 코펜하겐에서 내가 꼭 구매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일 년이 지나서, 다시 방문한 코펜하겐. 거기에서 열리는 ‘3daysofdesign’에서도 어김없이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테클라 전시였다. 테클라(TEKLA)는 옛 왕궁을 개조한 예술 기관 샤를로텐보르(Charlottenborg)에서 <The Heart of Living>이라는 전시를 진행했다. 건축 스튜디오 멘체 오텐슈타인(Mentze Ottenstein)과 함께 완성한 이 전시의 주제는 다름 아닌 ‘패치워크 퀼트’였다. 전시장에는 브랜드의 아카이브 색상으로 짠 텍스타일이 스웨덴 전통 ‘캐빈 베드(cabin bed)’ - 19세기까지 스웨덴 가정에서 사용되던 밀폐형 목조 침대 -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옆으로는 테클라의 헤리티지 컬렉션인 ‘브로드리 앙글레즈(broderie anglaise)’ 신작이 나란히 배치되어, 과거의 손바느질 전통과 오늘의 감각이 한 침대 위에서 어우러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1-4 옛 왕궁을 개조한 앤티크한 공간에서 스웨덴 전통 목조 침대 ‘캐빈 베드’와 함께 선보인 패치워크 퀼트 시리즈.
퀼트는 본래 조각 천을 이어 붙여 이야기를 기록하던 여성들의 오래된 수공예이다. 동서고금을막론한 전통으로 한국의 여인네들도 옷을 짓고 남은 천을 모아서 쓰임새가 다양한 조각보를 많이 만들었다. 무엇인가 정서적 공감대도 느껴졌다. 테클라는 이 오래된 서사 방식을 브랜드의 색채 언어와 문법으로 다시 번역했다. 나는 이 전시를 보며 확신했다. 테클라가 추구하는 것은 일반 리빙 제품들과는 달리 사용하는 이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온전히 그만의 시간을 위해 존재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임을 강하게 느꼈다. 테클라에게 ‘홈 텍스타일’이란 어쩌면 삶의 도구이면서도, 도구 이상의 영감을 나누는 브랜드의 태도라는 것, 그리고 그러한 문법 아래 더없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제품에 담아내고, 풀어내는 브랜드임을 알 수 있었다.
테클라의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브랜드의 감각적이면서도 일관된 철학적 언어에 깜짝 놀란다. 기능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제품에서 사용하는 색상이나 패턴, 제품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퍼포먼스까지, 그들의 가치관과 태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사실 패션이 오랫동안 해온 일은 하나였다. 몸에 걸치는 것을 통해 정체성과 태도를 드러내기. 테클라는 이 문법을 그대로 가져와 침실과 욕실, 그리고 이제는 제한된 장소성을 떠나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모든 순간의 질을 보여주고 제안하고 안내한다. 사람들의 라이프 전반에 대한 테클라만의 철학과 태도를 조용히 이야기하면서도 가장 실용적이면서 기능적 실체라는 사실 또한 절대 놓치지 않는다.
공간 디자인을 업으로 삼은 나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공간은 언제나 시간이 존재하는 방식과 시간의 질을 담는 장치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잘 만드는 일, 완성도 있는 최소한의 사물이 나의 생활에 깊이 들어와 존재하는 일, 그래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지속하는 일, 쉽게 버리고 쉽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도구들도 마치 생명이 있는 존재인 양 정을 붙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 서로 좋은 영향과 영감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가장 감각적인 환희를 함께하는 일, 늘 꿈꾸는 바이다. 마치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만난 듯한 기쁜 마음, 앞으로는 절대 잃어버릴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 나와 함께 써야 할 이야기의 문법이 되어버린 브랜드, 테클라. 내 인생에 들어와 그런 강력한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 숨길 수 없는 고백이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전시
EDITOR : LIM TAEHEE(공간 디자이너)PHOTO :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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