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자동차 놀이터로 변한 현대 모터 스튜디오 서울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지나칠 수 없는 방앗간,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이 ‘자동차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20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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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관련 도서와 아이템을 큐레이션한 1층 커뮤니티 스튜디오.

 

서울 강남 도산대로 교차로에는 자동차가 창가에 매달린 채 전시된 건물이 있다. 이 길을 지나간 적이 있다면 누구나 알 법한 현대자동차의 전시장,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이다. 2014년 문을 연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수입차의 메카인 도산대로에 처음 등장한 국내차 전시장이자, 현대자동차 최초의 브랜드 체험 공간이다.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는 상징적 공간이 10여 년 만에 리뉴얼을 단행하고 지난 9월 24일 다시 돌아왔다. 인테리어에 변화를 준 것은 물론 콘텐츠 전반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했다. 


먼저 1층에 들어서면 서점이나 편집숍이 연상되는 서가가 작은 미로 같은 길을 낸다. 책장에는 자동차 관련 카탈로그와 아트북, 잡지, 만화책부터 자동차에서 뻗어나간 여행, 요리, 디자인 등의 라이프스타일 도서가 분야별로 꽂혀 있고, 곳곳에 빈티지 미니카, 레이싱 굿즈, 캠핑용품, 자동차 만화 <이니셜 D>의 모형 등 소장 욕구를 부르는 아이템이 전시되어 있다. 이는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일본의 콘텐츠 기업 CCC(Culture Convenience Club)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레이싱 아이템과 자동차 포스터가 진열된 2층은 쉬어 갈 수 있는 카페 겸 라운지 공간이다. 


3층과 4층은 차량 전시장으로, 3층은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 그리고 4층은 전기차 아이오닉 전용 공간이다. 차량 전시 스폿의 구조물을 파란색에서 메탈로 바꾸었고, 4층에는 아이오닉 다이캐스트 월을 조성했다. 멤버십 전용 공간인 5층 클럽 라운지에서는 주기적으로 전시를 개최한다. 현재는 <CMF(Color, Material, Finish)> 전시를 통해 현대자동차 차량 디자인의 실마리가 된 컬러, 소재, 마감 관련 오브제를 2026년 초까지 소개한다. 일종의 삼차원 아이디어 보드를 통해 디자인의 발전 과정을 살필 기회다. 


취재를 위해 촬영팀이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 머무는 동안 자동차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블로거부터 점심시간에 들러 시승 가능 여부를 묻는 직장인, 외국인 여행자 등 다양한 방문객이 오갔다. 잠재 구매 고객만 방문하는 자동차 전시장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이곳에서 현대자동차의 브랜딩을 지휘하는 지성원 브랜드마케팅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2015년 디자인 경영팀 팀장으로 현대자동차에 합류해 새로운 비전을 이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사람 중심의 브랜드라는 이미지 구축에 기여한 인물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1월, 제27회 대한민국디자인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성원 본부장이 직접 소개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국내 자동차 문화를 꽃피울 거점이 될 준비를 마친 공간이다.

 

 

 

지성원 현대자동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수입차 전시장이 즐비한 도산대로에서 현대자동차를 선명하게 각인한 상징적 공간이다. 개관 10여 년이 지나 변화를 꾀한 계기는 무엇인가? 이번 리뉴얼에서 배운 점 중 하나는 콘텐츠의 중요성이다. 지금의 고객은 공간에서 물리적 ‘하드웨어’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콘텐츠의 변화, 즉 ‘소프트웨어’를 중시한다. 오늘날 소비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2014년 당시에는 화려한 건축과 멋진 인테리어만으로 고객의 발길을 이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원한다. 이 지점이 우리의 숙제였다. 10년의 데이터가 증명하듯 이곳의 핵심 방문객은 30~40대 자동차 고관여자며,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동차 그 자체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차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하기를 원하는 타깃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자동차에 대한 모든 취향을 담은 놀이터’라는 콘셉트로 리뉴얼을 결정했다. 그리고 한국은 세계에 몇 안 되는 자동차 제조국이다. 그러니 하나의 자동차 브랜드를 넘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으로서 전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현대자동차의 공간이지만 현대차 외에 자동차 역사에서 의미 있는 타 브랜드의 자료도 소개한다. 이러한 시도가 한국만의 독창적인 자동차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


1~2층은 츠타야 서점으로 알려진 CCC와 협업하여 큐레이션을 완성했다. 특별히 파트너사 측에 요청한 지점이 있다면? CCC는 약 1억5,000만 명이 가입한 V포인트와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며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취향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갖추었다.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 솔루션을 제안해온 경험이 풍부하기에 한국에서도 자동차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공간을 만드는 데 힘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일본은 ‘오타쿠’라는 마니아 문화가 발전하지 않았나. 한국도 최근 ‘덕후’ 문화가 강화되고 있으므로 마니아층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하우를 요청했다. 그 밖에 공간 디자인을 설계한 서아키텍스와의 협업도 주효했다.  

 

 

 

1 1960년대 프랑스에서 생산된 주유소 모형. 2 자동차 전문 서적 외에 자동차에서 파생한 라이프스타일 도서를 함께 다룬다. 3 자동차 마니아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만화 <이니셜 D>. 관련 굿즈도 만나볼 수 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트렌드를 관찰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지하철을 탄다고 언급했다. 그 경험을 공간에 반영하기도 했나? 지하철을 타며 접근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지하철역과 거리가 있어 방문객의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들이 기꺼이 찾아오도록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나 강력한 유인책을 마련해야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마침 압구정 로데오가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어 이 지역 유동인구 확대에 다른 공간에서 경험할 수 없는 우리만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전시된 아이템 중 개인적으로 열광하는 것은 무엇인가? 빈티지 컬렉션은 개인적으로도 소장하고 싶다. 세계 각지의 컬렉터와 일일이 접촉하여 구한 아이템들이다. 그중에서도 1960년대 프랑스에서 출시된 주유소 디오라마가 인상적이다. 자동차 보급이 처음 이뤄진 시기에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둘러싼 경험을 장난감으로 출시한 스토리가 흥미롭다. 디자인적으로 보는 즐거움 또한 크다. 서아키텍스와 협업한 4층 아이오닉 전시관도 언급하고 싶다. 고객이 자동차를 쉽게 선택하는 방법을 108개의 미니어처를 활용해 전시했다. 

 

 

 

 4층 전시장의 다이캐스트 월. 108개의 아이오닉 미니어처를 채웠다. 

 


방문객이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을 잘 즐길 팁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1층 라이브러리에서는 ‘헤리티지’, ‘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션’이라는 테마 아래 자동차의 과거, 현재, 미래에 이르는 여정을 경험할 수 있다. 마치 숲을 거닐며 보물찾기하는 듯한 공간을 설계했으니, 그 길을 따라 2,500권의 책과 500여 개 아이템 하나하나에 숨은 이야기를 탐닉하는 재미를 느끼면 좋겠다. 꼭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어도 자동차에 영감을 준 예술, 패션, 건축, 미식 등의 콘텐츠를 통해 각자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현대자동차를 국제 무대에 알린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먼저 ‘나무 특파원’은 ‘아이오닉 포레스트’ 캠페인을 통해 10년간 심은 나무 100만 그루를 바탕으로 나무의 목소리를 구현해 기후 위기의 현실을 전한다. 
‘나무 특파원’은 ‘브랜드의 CSR(사회공헌) 활동을 어떻게 알려야 비전과 진정성이 잘 전달될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어떻게’ 홍보할지가 아니라, ‘왜’ 알려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프레임을 뒤집어보았다. 이 캠페인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에 창의성을 더한 것이 핵심이다. 자연을 ‘대화가 가능한 소통의 상대’로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AI 기술을 활용해 나무에서 추출한 실제 데이터를 인간의 언어 모델로 해석하고, 이를 통해 나무가 특파원처럼 르포 기사를 기고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나무 특파원’은 숲 조성 활동의 홍보를 넘어 기술과 감성, 브랜드의 진정성을 결합해 성과를 냈다.


‘2025 칸 라이언즈’를 비롯해 국제 광고제를 휩쓴 단편영화 <밤낚시>도 빼놓을 수 없다. 3년이 넘는 개발 과정을 거쳤다고. 3년 넘는 시간 동안 크고 작은 다양한 시도를 했고, 그것이 쌓여 큰 결과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프로젝트의 성공 포인트는 고민의 시작점이 될 적확한 질문을 던지는 것과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무특파원’과 마찬가지로 아이오닉5를 어떻게 알리느냐가 아닌, 광고를 왜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특히 광고를 보지 않는 시대에 광고가 아닌 콘텐츠를 전달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러한 방향에 공감한 이노션, 손석구 배우, 문병곤 감독과 팀을 꾸렸고, 제작사 마켄필름 등이 참여했다. 모두가 공감한 지점은 우리가 광고가 아닌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이었다. 

 

 

 

1 5층 클럽 라운지에 전시된 아이오닉 절개차. 2 N 브랜드 전용 공간인 3층. 3 테이블이 마련된 2층 라운지.

 

 


<밤낚시> 기획 단계에서 이 배우와 감독이라는 확신이 든 순간은 언제인가? 우리의 기획에 대해 공감할 때였다. 손석구 배우의 열정도 대단했고, 문병곤 감독은 그 열정을 잘 담을 수 있는 연출자라 생각했다. 특히 문병곤 감독이 스토리 전개 방식을 공유하는 방법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초기 기획안을 결정하는 미팅에서 감독은 파워포인트 대신 주유소를 상징하는 박스 모형을 가져와 직접 설명했다. 결과물이 재미있게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러한 협업이 가능했던 건 이노션의 역할도 컸다. 


단편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한 시도도 주효했다.처음에는 광고제와 영화제 출품 사이에서 고민했다. 기획의 출발이 광고가 아닌 콘텐츠였기에 영화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을 모았다. 덕분에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등 영화제에서 상도 받았고. 또 손석구 배우와 공개 방식에 대해 논의하다 과감하게 극장에서 상영해보기로 했고, CGV측도 이 시도를 신선하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광고를 보게 만들까?’ 고민했는데 결국 고객들이 영화관을 찾아와 주었다. 


지난 10년 동안 현대자동차는 창의성 넘치는 프로젝트로 성과를 거뒀다. 향후 연장선에 있는 캠페인 계획을 귀띔한다면?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에서 개발한 의료용 착용 로봇 ‘X-ble MEX’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 기술은 이동 약자의 하지 근육 재건과 관절 운동을 돕는 솔루션으로, 2023년부터 서울아산병원 등 전문 기관과 함께 보행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상용화를 준비해왔다. 이번에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불러오는 기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까? 막 리뉴얼 오픈한 지금, 이 공간의 미래를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듣고 싶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자동차 놀이터’라는 콘셉트에 충실하게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책과 빈티지 컬렉션, 아이템에 변화를 주고 TCR, 자동차 게임 등 다양한 취향을 꾸준히 소개하며 자동차 문화 공간을 조성할 것이다. 특히 자동차 동호회원들이 즐길 만한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우리는 이곳을 자동차 관련 정보를 얻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공간으로 조형해가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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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박지형PHOTO : 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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