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11월의 전시 소식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는 늦가을은 예술 작품을 경유해 존재의 무게를 느끼기 적당한 계절이다. 생명력이 넘실대는 전시와 책을 모았다.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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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 전시 전경. 사진 전명은,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2 ‘탑’, 1975, FRP, 113×40×40cm, 유족 소장. 3 ‘적’, 1979, 포천석, 20×70×45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조각가 전국광을 아시나요

한국 현대 추상 조각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긴 조각가 전국광. 그 이름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1990년 불의의 사고로 타계한 뒤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전국광의 작업 세계를 망라하는 전시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가 열린다. 전시 제목은 작가의 작업 노트에서 발췌한 문구로, 그의 작업 방식 변화를 함축한다. ‘적’ 시리즈를 통해 쌓기에 집중한 시기를 거쳐, ‘매스’에 작별을 고한 뒤 최소한의 볼륨으로 최대한의 양감을 표현한 ‘허무는’ 시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전시실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예술가의 열정과 고민이 고스란히 기록된 자필 원고와 육성 원고를 함께 전시해 작가의 질문을 현재형으로 생생히 전한다. 과거 벨기에 영사관으로 사용된 벽돌 건물이 힘 있는 추상 조각과 조응하는 광경을 놓치지 말 것. 전시는 2026년 2월 22일까지.

 

 

1 노은님, ‘두나무 잎사귀 사람들’, 1986, 한지에 혼합 재료, 215×28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Hyundai Hwarang. 현대화랑 제공. 2 노은님, ‘검정 고양이’, 1986, 종이에 아크릴릭, 181×233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Hyundai Hwarang. 현대화랑 제공.

 

펄떡이는 생명력

1970년 한국에서 독일로 건너가 1979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해온 재독 화가 노은님. 그의 개인전 <빨간 새와 함께>가 현대화랑에서 11월 23일까지 열린다. 1980~1990년대 평면 작품을 중심으로 작업 세계의 핵심을 살피는 전시다. 새, 고양이, 물고기, 호랑이 등 동물을 강렬한 선과 색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특유의 생명력 덕에 ‘생명의 즉흥시’라고 불렸다. 더불어 노은님의 예술적 여정을 담은 바바라 쿠젠베르그의 다큐멘터리 영화 <내 짐은 내 날개다>(1989)를 전시장에서 함께 상영한다. 자연 속에서 예술의 정수를 찾고자 했던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1 권능, ‘From Studio Chaos’, 2025, Oil on canvas, 92×135cm. Courtesy of the artist. 아뜰리에 아키 제공. 2 채지민, ‘살짝 어긋난 풍경’, 2025, Oil on canvas, 45.5×53cm. Courtesy of the artist. 아뜰리에 아키 제공. 3 최영욱, ‘karma 202410-20’, 2024, Mixed media on canvas, 76×70cm. Courtesy of the artist. 아뜰리에 아키 제공. 

 

15년 발자취를 돌아보다

2010년 설립 후 동시대 한국 작가를 발굴해온 아뜰리에 아키가 15주년을 맞아 특별전 <ATELIER AKI: Here and Beyond>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축하나 기념의 의미가 아니라 갤러리가 걸어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비전을 모색하는 자리다.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갤러리와 함께 성장하여 미술계에서 입지를 구축한 작가에, 2부는 앞으로 갤러리와 동행할 작가에 집중한다. 권기수, 권능, 권대훈, 김승주, 서상익, 윤상윤, 이연미, 정성준, 정수영, 정유미, 채지민, 최영욱 등 12인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1부는 10월 28일부터 11월 29일까지, 7인의 작가와 함께하는 2부는 12월 11일부터 2026년 1월 17일까지 이어진다. 

 

 

 

화가 김종학의 시공간

미국 애틀랜타 하이 미술관에서 11월까지 김종학 개인전 <Kim Chong Hak, Painter of Seoraksan>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의 작업 세계를 톺아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미술평론가 심은록이 펴낸 <화가 김종학>은 3여 년에 걸친 연구와 250여 점의 방대한 도판을 통해 김종학의 삶과 작업을 독자에게 해설하는 연구서이자 안내서다. 작가에게 중요한 시공간 도시, 산, 바다에 따라 책은 3부로 구성된다. 김종학의 여정은 당대 화가들과 교류하며 예술가로 성장한 도시를 거쳐, 자연을 모티프로 ‘기운생동’의 철학을 실험한 설악산, 다시금 새롭게 회화 세계를 열어젖힌 바다와 우주로 나아간다. 작가의 발자국을 따라 작품 세계의 본질에 가닿을 기회다.

 

 

 

 

1 클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1917~1920, 캔버스에 유화 물감, 100×200.5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2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 1917~1918, 캔버스에 유화 물감, 46.5×57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거장의 명화를 한곳에

해외 명화를 감상하고 싶다면 당분간 과천으로 향하자.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미술 소장품을 엄선해 소개하는 해외 명작전 <수련과 샹들리에>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2027년 1월 3일까지 계속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부터 동시대 거장 바바라 크루거, 안젤름 키퍼, 아이 웨이웨이 등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이건희 컬렉션과 국내 최초로 미술품 물납제를 통해 귀속된 쩡판즈의 ‘초상’ 2점이 포함된다. 전시 제목은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과 아이 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에서 따온 것이다. 20세기부터 21세기까지, 시차를 둔 명작들 사이에서 새로운 의미가 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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