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아트 인사이더, 서울 아트 위크를 말하다

갤러리스트, 전시기획자, 미술 기자, 아트 컨설턴트 등 전문가가 바라본 2025 서울 아트 위크.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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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 설치 전경. 사진 남서원, 아트선재센터 제공. ©2025.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2 UnHouse, Frieze House Seoul 2025 설치 전경. 사진 최산. Courtesy of Frieze and San Choi. 3 Frieze LIVE, Ru Kim, ‘a fist is a fist is a fist: Ignition’, Frieze Seoul 2025. Photo by WeCap Studio. Courtesy of Frieze.

 

이승민 wh-bn 대표

아트 PR 에이전시를 운영하며 국내외 갤러리와 기관의 전시 및 행사를 언론과 대중에 알리고 있다. 가고시안, 글래드스톤, 언두 DMZ, 빌팽, 라니서울 등의 홍보를 맡았다.


프리즈&키아프를 준비하는 자세 올해 가장 주목한 점은 페어의 분위기였다. 미술 시장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국내외에서 마치 괴담처럼 떠도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실체를 아트 페어 현장에서 근무하며 체감하고, 직접 판단하고자 했다.


강렬했던 전시나 이벤트 아트 위크 기간 진행된 각종 야외 퍼포먼스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대표적으로 청담나잇에 도산공원에서 열린 야광의 퍼포먼스, 그리고 삼청나잇에 갤러리현대로 엄청난 인파를 불러 모은 만신 김혜경의 대동굿이 떠오른다. 


작년 아트 페어와의 차이 지난해에 비해 분위기상으로는 묘하게 좀 더 진정된 느낌이었다. 미술계 안팎이 들끓던 호황기를 거치고 남은 진정성 있고 성숙한 미술 애호가들이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행사에 참석하고 작품을 구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트 신 활성화에 필요한 것 지속적인 아트 행사 덕에 대형 갤러리와 소형 갤러리의 존재감이 여느 때보다 두드러지지만, 그 중간에 속하는 중대형 갤러리의 영향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느낀다. 중대형 갤러리가 더 늘어나고 활성화된다면 보다 건강한 미술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까. 

 

 

황인성 스페이스K 서울 큐레이터

2011년 설립된 스페이스K의 전시기획자로서 신진 작가, 저평가된 작가를 발굴하여 전시한다. 스페이스K는 11월 9일까지 배윤환 개인전 <딥다이버>를 개최한다.


아트 페어 총평 최근 여러 매체에서 문화예술 도시로서 서울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올해 아트 위크를 경험해보니 불안해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프리즈 서울은 서구권 갤러리의 참여가 저조했지만, 그 간극을 아시아의 역량 있는 갤러리들이 채웠고, 한국 신생 갤러리 숫자도 늘었다. 아시아 내에서 바라볼 때 서울 아트 신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페어 기간 스페이스K에 일본, 싱가포르, 대만, 중국, 호주 등의 주요 미술 관계자들이 방문해 전시를 관람하기도 했다.


주목한 장외 전시와 이벤트 아트선재센터 전시가 돋보였다.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는 미술관이 어떻게 작가를 수용해야 하는지, 작가의 상상력을 어디까지 포용해야 하는지 큐레이터 입장에서 숙고하게 한 전시였다. 스페이스K에서 진행한 배윤환 작가의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도 자랑하고 싶다. 작가가 참가자의 100년 후 초상화를 그려주는 이벤트였다. 선정된 관객들은 기뻐하면서도 자신의 나이 든 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마지막은 창덕궁 낙선재에서 열린 <이음의 합>이다. 전통 궁궐에서 무형유산 전승자와 현대미술가가 만나는 전시였다. 각각의 방을 세련되게 연출해 전통과 현대의 연결에 대한 시각적 영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한국 아트 신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 개별 아트 신을 전체적으로 묶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때 주인공인 작가가 소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예술가를 어떻게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국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미 판은 벌어졌다. 예술가의 적극적인 행보를 바라보는 관심이 중요해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1 Galleries, Frieze Seoul 2025. Photo by WeCap Studio. Courtesy of Frieze. 2 UnHouse, Frieze House Seoul 2025 설치 전경. 사진 최산. Courtesy of Frieze and San Choi. 3 백남준, ‘TV 부처’, 1989. 청동 조각, TV 모니터, 캠코더. 105×140×70cm.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2025. 사진 홍철기,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심지언 <월간미술> 편집장

시각예술 전문 매체에서 한국 미술 현장과 이슈를 취재해 소개하고, 미술의 비평적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트 위크 기간 추천 전시 리움미술관의 <이불: 1998년 이후>.


한국 동시대 미술의 대표 작가 이불의 대규모 서베이 전시로,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불 작업의 큰 흐름을 조망하는 총 15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대표 초기작부터 건축적 조각 설치 연작인 ‘몽그랑레시’의 주요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뤄 작가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해외에 전시되어 국내에서는 선보이지 못한 작품이 대거 등장했고, 작가의 상상과 창작 과정을 담은 드로잉과 모형이 함께 제시되어 작품과 자료 사이를 오가며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가장 주목한 작가 타데우스 로팍과 화이트 큐브 갤러리가 함께 선보인 안토니 곰리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지난 6월 뮤지엄 산의 곰리 개인전과 상설관 ‘GROUND’ 개관에 이어 두 글로벌 갤러리가 보여준 협력 전시는 각 갤러리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효율적인 작가 공동 프로모션의 좋은 사례라 볼 수 있다.


국내 아트 신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 아트 신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최근 전시나 아트 페어 관람객이 증가하고, 아트 굿즈의 소비가 증가하는 것과 같이, 새롭게 미술에 유입된 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성 아트 러버(애호가)로 성장하는 것이 아트 신과 마켓 확장의 기반 역할을 할 것이다.

 

 

박만진 소셜아트뉴스 <미술관가는남자> 에디터

2011년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미술 현장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해왔다. 현재는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독자를 만나며 활동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아트 페어에서 가장 주목한 부스 프리즈 서울은 해외 화랑의 참여가 줄면서 한국 화랑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프리즈 마스터스’에는 한국 화랑이 7곳이나 참여해 김환기 등 한국 거장의 작품이 국제적 맥락에서 조명될 무대를 넓혔다. 여기에 문경원·전준호 듀오는 관객의 개입을 유도하는 실험적 공간 프로젝트로 상업 페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기억에 남는 장외 행사 단연 돋보였던 장외 이벤트라면 시대와 공명한 주제를 불러낸 퍼포먼스다. 갤러리현대에서 백남준이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기 위해 벌인 ‘굿’ 퍼포먼스를 25년 만에 재현한 것. 한국 전통 무속에 대한 관심과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일련의 비극적 사건에 대한 치유의 바람이 겹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작년과 비교해 괄목할 점 ‘키아프리즈’가 아시아 대표 미술 축제로 공고히 자리매김하며 지역 미술관들의 움직임까지 끌어낸 것. 서울에 분관을 둔 전북도립미술관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수원시립미술관과 공동으로 첫 기획전을 선보였고, SK 창업주의 옛 사저였던 선혜원이 제주 포도뮤지엄과 협력해 김수자의 개인전을 열며 공간을 최초로 일반에 개방했다. 이처럼 기관과 기업의 적극적 행보가 한국 미술계의 지형 변화로 주목됐다.


국내 아트 신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 아트 바젤 홍콩이 개최되는 홍콩의 사례처럼 행사 파급 효과가 예술계 전반에 미칠 수 있는 더 많은 사전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이런 전략적 접근을 통해 수혜의 대상을 늘리고 일반인과의 접점을 확대해야 자연스럽게 축제의 분위기를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동선 프리랜스 에디터

패션 매거진 피처 디렉터로 시작하여, 2017년부터 프리랜스 에디터로 활동하며 여러 매체에 현대미술 현장을 취재하고 소개한다. 2023년에는 <내 곁에 미술>을 출간했다. 


최근 국내 아트 신의 변화를 체감한 순간 프리즈 서울이 키아프 서울과 동시에 열린 지 4년째 되는 올해, 그동안의 변화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러한 모든 변화의 기저에는 ‘개방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새로운 것들을 보고, 교류하며 얻는 경험과 인사이트는 우리 내면에 쌓여 또 다른 창조로 이어진다.  


매료된 장외 전시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에 ‘취향 저격’ 당했다. 이 전시는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일상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방향감 상실과 불안을 영적 경험에 천착해온 지난 세기 및 동시대 작가들의 예술 세계를 통해 성찰한다. 전형적인 전시 관습을 뛰어넘어 비비드하고 감각적인 ‘세앙스로서의 전시’이기 때문에 꼭 직접 가서 봐야 한다.  


아트 위크 중 주목한 갤러리 페어 기간 동안 특히 주목한 곳은 프리즈가 새롭게 설립한 ‘프리즈 하우스’다. 프리즈가 프리즈 서울과의 계약 종료에 대한 소문을 잠재우듯, 올해 처음 선보인 이 갤러리는 서울 중구 약수동에 1980년대 건축된 2층 서양식 주택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마치 영화 미술팀이 세트로 지은 듯 독특한 외관과 공간이 인상적이다. 개관전인 <언하우스>는 엑스라지 갤러리 김재석 디렉터의 큐레이팅으로 진행됐다. 집을 안전과 보호의 상징이자 동시에 억압과 은신처가 교차하는 양가적 공간으로 바라보고, 이를 퀴어적 시각에서 해체하고 재구성한 전시다. 이번 전시의 첫 단추부터 매우 완성도 있게 꿰어졌으며, 프리즈 하우스의 초대 디렉터로 서울에서 10년 이상 미술 비평과 큐레이팅 활동을 펼친 앤디 세인트 루이스가 임명된 만큼,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나갈지 기대가 크다. 


아트 페어를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 작품에 대한 존중과 호기심만 가지고 접근한다면, 잠재적 컬렉터로서 자유롭게 질문하고 배울 기회가 무한히 열려 있다. 예를 들어, 이번 프리즈에서 나의 ‘드림 컬렉션’이라 할 만한 루이즈 부르주아의 ‘Topiary’ 시리즈의 작품가를 알게 되었다. 또한 신진 작가들이 솔로 부스를 통해 조명받는 ‘포커스 아시아’ 섹션에서는 백아트의 추미림, 드로잉룸의 임선구, 상히읗의 정유진 등 작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작업 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1 Perrotin, Frieze Seoul 2025. Photo by WeCap Studio. Courtesy of Frieze. 2 Spurs Gallery, Frieze Seoul 2025. Photo by WeCap Studio. 
Courtesy of Frieze.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미술 문화의 매개가 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강연과 저술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청담동 바쉐론 콘스탄틴 플래그십 스토어 아트 컨설팅을 총괄했고, 서촌의 더일마 플래그십 전시를 기획했다.


한국 아트 신의 위상을 체감한 일화 10년 전만 해도 국내 미술계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해외 전문가와 애호가를 초청해야 했고, 언론 노출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들이 자발적으로, 그리고 단발성이 아니라 꾸준히 서울 아트 위크를 찾고 있으며, 문화예술 메이저 매체에서도 이를 다루고 있다. 또 예전에는 한국 작가가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으려면 40~50대는 되어야 했는데, 지금은 20대부터 발탁된다. 이는 개인 역량뿐 아니라 국적과 문화적 배경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K-아티스트’라는 점만으로도 더 빠르게 주목받을 수 있다는 건 젊은 작가들에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프리즈&키아프 감상 올해 아트 페어는 다소 밋밋했는데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본래 아트 페어의 본질은 갤러리들이 전속 작가를 소개하며 판매하는 장터인 것이고, 특별전, 퍼포먼스, 강연, 특별상 등은 일종의 양념과 같은 행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대 행사가 늘 더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그 많은 갤러리와 작품을 짧게 소개하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현실과 언론 사이의 큰 간극이다. 아트 페어는 그저 아트 페어일 뿐이라는 사실을 오히려 가치 있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아트 위크 기간 중 매료된 프로젝트 올해는 선택지가 많아 고민될 정도였는데, 단연 흥미로웠던 곳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였다. 사실 DDP는 대관 전시가 대부분이라 퀄리티나 방향성이 일정치 않았고, 복잡한 공간 구조 때문에 그동안 예술계에서 다소 간과되었지만, 막상 가보면 이만한 장소가 없다. 이번 시즌에는 여러 미디어 아트 전시가 시기를 같이하며 좋은 시너지를 냈다. DDP 전면을 가득 메운 미디어 아트 전시와 아트&디자인 설치, 국가유산진흥청의 <헤리티지>, 젊은 작가 그룹 더 스웨이의 <스펙트럴 크로싱스>는 n차 관람했을 정도로 좋았다. 


아트 페어를 제대로 즐기는 법 아트 페어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각 갤러리에 대해 미리 조사하고 가는 것. 내가 쓴 책 <갤러리스트>를 추천한다. 출판문화상을 받은 책이기도 하고, 감사하게도 여러 미술 관계자와 컬렉터의 호평을 받았다. 가고시안, 페이스, 페로탕, 데이비드 즈워너, 하우저&워스 등 프리즈에 나오는 주요 갤러리의 역사와 특징을 흥미로운 스토리로 담아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아트 신 활성화에 필요한 것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미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는 커지고 있지만 국공사립 미술관의 매개 서비스는 한정적이다. 자체 프로그램은 열리자마자 매진이고, 외부 프로그램은 잘 허용하지 않는다. 비어 있는 교육실조차 대관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깊이 있는 전시 경험을 원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예술의전당 같은 대관 전시 공간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곳의 전시는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도리어 미술에 대한 오해를 낳기도 한다. 해외 국공립 미술관은 외부 해설자를 허용하고, 유료로 전환해 수익을 창출하며 자원의 한계를 보완한다. 한국은 국공립 미술관의 상업화에 대해 보수적 태도가 강하지만, 언제까지나 19세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지금 관객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와 적절한 후원 제도를 통해 자립도를 높인다면, 오히려 더 많은 대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김효선 Art303 대표

파리에서 7년간 큐레이터로 일한 뒤 2005년부터 서울을 기반으로 아트 컨설팅 사무실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공공 분야의 경관과 공간 자문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주목한 전시와 아트 이벤트 한옥이란 공간이 주는 특정성이 있다. 9월 아트 페어 동안 북촌 한옥에서 성격이 다른 여러 전시가 진행됐는데, 한옥이 전시 공간으로 쓰이는 방식에 주목했다. 먼저, 창덕궁 낙선재에서 열린 <K-헤리티지 아트>전. 무형문화재 작품과 동시대 도예가, 화가, 사진작가의 작품이 궁이라는 장소와 만나 전통과 현대를 풀어냈다. 두 번째, SK그룹 사저였던 선혜원에서 진행 중인 리뉴얼 개관 프로젝트 <김수자: 호흡> 전. 전통 한옥을 현대적으로 리뉴얼한 공간에서 작가는 바닥을 거울로 채워 건축, 빛, 그리고 관객을 반사시킨다. 전통 건축이 작품과 어우러지는 건축적 맥락이 특히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조선 후기 개량 한옥 휘겸재에서는 <다이알로그: 수신 미확인> 전이 열리고 있다.  총 10인의 작가가 고택임에도 공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하며 전시를 구성했는데, 젊은 작가들의 미세한 감성과 떨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트 페어장에 비교하면 한옥에서의 전시는 회화적 느낌, 설치, 영상, 소리, 빛 등의 작업이 한옥의 물성과 잘 맞닿아 국내외 관람객에게 새로운 감상 경험을 선사한다. 


인상적인 장외 전시 올해 30주년을 맞은 아트선재센터 전시장은 작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에 의해 완전히 무장해제되어 폐허로 탈바꿈했다. 미술관 내부 화이트 큐브의 흔적은 아트선재센터의 역사와 함께 통째로 날아갔고, 그 내부는 콘크리트 골조가 드러나고 지구 종말의 마지막 모습을 연상케 하는 폐허의 지형으로 바뀌었다. 관람객의 시선에 들어오는 것은 인간과 생물이 사라진 듯한 폐허에 뒤엉킨 흙더미. 그리고 알 수 없는 괴생명체 같은 조형물이다. 흙더미에 나뒹구는 양파나 당근의 선명한 색상에서 인류에 대한 기억을 희미하게 떠올리게 된다. 


국내 아트 신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 올해 프리즈와 키아프 결과를 보면 국내 아트 신의 활성화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될 것이다. 특히 미술 시장을 중심으로 볼 때 아트 업계와 관람객의 질적인 동반 성장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관람객은 수많은 작가와 미술품을 동시에 체험하는 아트 페어를 방문해 예술 작품에 관한 다양한 감각을 익힐 수 있겠지만 실제 예술적 이해를 높이려면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깊게 체험할 기회가 중요하다. 관람자의 수준이 높아질 때 좋은 작가가 계속 성장하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 한 작가가 작품 세계를 키워나가려면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 작가와 전속 화랑이 일정 기간을 두고 관람객과 깊게 호흡하고 공감을 나누는 체계가 확대되어야 한다. 더불어 정부에서 유망한 작가와 전속 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 파트너십으로 활동하는 화랑들을 선별해 지원하는 일이 선행되었으면 한다. 

 

 

 

UnHouse, Frieze House Seoul 2025 설치 전경. 사진 최산. Courtesy of Frieze and San Choi.

 

 

지혜진 상히읗 디렉터

서울 해방촌에 위치한 갤러리 상히읗을 운영한다. 올해 처음으로 프리즈 서울에서 정유진의 솔로 부스를 선보였다. 


서울 아트 위크에서 주목한 지점 올해 프리즈&키아프에서 눈에 띈 점은 다수의 유럽 갤러리가 불참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갤러리의 참여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들이 어떤 작업을 선보일지 기대감이 커졌다. 특히 아시아 갤러리들의 활발한 참여는 단순히 작품을 관람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갤러리스트로서 그들과의 네트워킹 기회를 기대하게 했다. 동시에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졌음을 실감했다. 실제로 많은 아시아 갤러리스트 및 미술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아트 페어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의 분위기가 무척 뜨겁고 역동적으로 느껴진다는 평이 많았다. 또 흥미로웠던 점은, 메가 갤러리들 역시 경기 침체의 여파로 대형 작품보다는 자신들의 로스터에 속한 다양한 작가의 작업을 소개했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익숙한 거장의 대표작을 보는 재미보다,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고 신선한 작업을 접하는 즐거움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기억에 남는 행사 갤러리스트로서 가장 인상 깊게 즐긴 행사는 프리즈 마지막 날인 일요일, 샤워와 바이오 갤러리가 이태원의 코끼리 클럽에서 주최한 파티였다. 프리즈 기간 열리는 행사들은 갤러리스트 입장에서 온전히 즐기기가 쉽지 않은데, 이 행사는 그동안 고생한 미술 관계자들을 위한 일종의 ‘페어 뒤풀이’처럼 느껴졌다. 여러 갤러리스트와 편안하게 네트워킹을 하고,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푸는 자리라는 점에서 특별했다. 내년에는 이처럼 미술 관계자들을 위한 행사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국내 아트 신 활성화를 위한 고민 이번 프리즈를 겪으며 더 절실히 느낀 것은, (많은 이들이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국내 아트 신이 9월에만 모든 행사를 집중시키는 방식이 과연 효과적인가 하는 점이다. 분명 아트 페어 기간에 중요한 이벤트와 퍼포먼스 행사가 많았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일주일 안에 몰리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 충분히 즐기기 어려웠고, 나 역시 아쉽게 놓친 부분이 있었다. 아트 신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9월 한 달에만 집중하기보다, 연중 꾸준히 미술에 관심을 둘 수 있는 기회와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뜬구름 미술 칼럼니스트 

예술 속에서 발견한 나와 타인의 관계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2007년부터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국내 아트 신의 변화를 감지한 사건 지난 4월에 개막해 3개월 남짓한 개최 기간 동안 총 53만3,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론 뮤익> 전시의 열기. 하루 평균 5,600명 이상의 인파가 전시장을 찾았고, 마지막 달에는 개관 시간 전부터 입장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빚었다. 국립현대미술관 1969년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 수라는 진기록도 남겼다. 근현대 미술의 거장이 아닌,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현대미술가의 전시라 더욱 특별하다. 특히 관람객의 70% 이상이 2030 세대였는데, 이른바 MZ 세대의 관심이 나날이 늘어가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아트 위크 기간 주목한 이벤트 지난 20여 년간 아트 바젤과 함께 열리던 디자인 마이애미가 아시아 첫 공식 진출지로 서울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그와 관련된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전이 특히 신선했다. 밀라노 가구박람회나 디자인 마이애미를 방문할 때 느낀 감상이 서울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큰 기대를 안고 전시장을 찾았다. 장소도 흥미로웠다. 흔히 동대문디자인플라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자하 하디드의 거대 건축이 아닌, 이간수문전시장에서 진행되어 규모도 적당했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디자인의 힘을 보여주며 한국 디자이너들의 존재감을 선명히 드러냈다. 이번 전시가 한국 디자인의 빛을 더욱 멀리, 그리고 깊이 퍼뜨리는 계기가 되어 디자인 마이애미가 서울에 자리 잡는 날이 멀지 않았기를.  

 

 

천수림 <아트아시아리드모어> 편집장

서울 기반 아트무크지 편집장으로, 아시아 근대성을 탐구하는 작가를 주로 조명한다. 특히 국가, 세대, 개인의 정체성을 디아스포라적 감각으로 탐색하는 작가들을 주목함으로써 과거 공동의 운명(서구와 일본 식민지 상황)에 놓였던 아시아의 역사를 소환하는 출판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눈여겨본 부스 2010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예술가와 마주하라(The Artist is Present)>는 여러모로 큰 화제를 부른 전시였다. 작가와 관람객들이 총 763시간 30분간 마주 앉아 있는 동안 다양한 반응이 일었고,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퍼포먼스 마지막 날, 12년의 예술적 동반자이자 연인이었던 율라이와의 재회였다. 무려 20년 만의 만남이었다. 프리즈 서울 마스터 세션의 중국 스퍼스 갤러리 부스에서 ‘가장 유명한 무명 예술가’인 율라이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을 볼 수 있었다. ‘만리장성 걷기(1988)’와 같은 프로젝트, 작가 자신을 남성과 여성의 모습으로 절반씩 담아낸 ‘S’he(1973)’를 비롯한 폴라로이드 연작과 비디오 작품을 감상했다. 서울에 사는 예술 애호가에게 율라이의 사진과 비디오 작품을 한꺼번에 볼 기회는 드물다. 그렇기에 마스터 세션의 진정한 의미를 드러낸 프로그램이었다. 


인상적인 장외 전시 아트선재센터의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는 한국 차세대 여성, 퀴어 작가 그룹전으로,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과 김지나 스페이스 포 컨템포러리 아트 프로젝트 디렉터가 기획했다. <오프사이트 2> 전시는 내년 프리즈 서울에서 예고된 아시아 순회 LGBTQ+ 전시 <Spectrosynthesis>의 프리퀄 성격을 띠며, 한국 사회에서 퀴어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펼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꽤 보수적인 한국 사회, 문화생태계에 어떤 담론을 던질지, 내년이 기다려진다.


국내 아트 신에 필요한 이벤트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닥터 요른 귄터 레어북스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제작된 필사본과 종이에 인쇄된 초창기 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갤러리다. 이 출판사는 프리즈 서울에 매년 참가하며 중세 및 르네상스 출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도 타 문화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 고전 출판을 한데 모으는 행사를 마련한다면 K-출판에 대한 관심이 커지지 않을까. 늘 부러웠던 지점이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서울 아트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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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박지형, 이지은(Freelance)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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