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시선 집중, 서울 아트 위크 2025

프리즈와 키아프 서울의 공존이 어느덧 4회째 이어졌다. 미술 시장의 불황으로 인한 우려에도 생기로 가득했던 9월의 아트 위크를 갈무리했다.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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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allery 1957, Frieze Seoul 2025. Photo by WeCap Studio. Courtesy of Frieze. 2, 3 Kiaf SEOUL 2025. Photos by Kiaf SEOUL Operating committee. Courtesy of Kiaf SEOUL. 

 

 

4 Im Youngzoo, Artist Award, Frieze Seoul 2025. Photo by WeCap Studio. Courtesy of Frieze. 5 sangheeut, Frieze Seoul 2025. Photo by WeCap Studio. Courtesy of Frieze.


가을을 여는 9월 초, 어김없이 각종 전시와 아트 이벤트로 서울이 분주했다. 국내 아트 신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9월 3일부터 코엑스에서 나란히 열렸기 때문이다. 불황과 국제 정세의 여파로 다수의 해외 갤러리가 불참했지만, 그 자리를 아시아 갤러리들이 채웠다. 이목을 끌 만한 대작은 없었으나 이는 새로운 만남의 기회이기도 할 터. 두 아트 페어가 ‘서울다운’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으로 여길 만하다.

 

 

 

1 BMW i7 아트카. 2 PARK SEO-BO×LG OLED TV, Frieze Seoul 2025. 3 Liam Gillick, Frieze Seoul 2025. Photo by Wecap Studio. Courtesy of Frieze.

 

아시아 갤러리를 주목하라

프리즈 서울 프리뷰 데이인 9월 3일, 코엑스 3층은 무척 붐볐다. VIP와 연예인, 특히 아이돌이 등장해 술렁이기도 했다. 입장하자 눈길을 끈 건 예년부터 입구를 지킨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작이다. 불가리가 후원하는 제3회 아티스트 어워드의 주인공은 바로 임영주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창인 <올해의 작가상 2025> 전시에도 이름을 올린 그는 올가을 누구보다 분주하지 않았을까. 3면으로 이뤄진 공간을 차지한 영상 설치 작업 ‘카밍 시그널(Calming Signal)’은 개가 불안을 잠재우려 행하는 진정 신호를 뜻한다. 작가가 어머니의 반려동물을 관찰하며 땅을 파듯 바닥을 긁고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행위를 파악했고, 이는 연구로 이어졌다고. 영상 속 미스터리한 화자의 내레이션과 위험을 감지한 비인간 동물의 집단행동, 그리고 여러 문화권에서 전승되어온 춤 등 회전의 이미지가 병치되며 불확실성에 맞서는 본능적 대응 방식을 드러냈다.
매년 주목하는 섹션은 아시아 신진 갤러리의 개인전으로 꾸린 ‘포커스 아시아’다. 10개 갤러리 중 서울의 ‘상히읗’은 미디어 속 재난 이미지에 관심을 둔 작가 정유진의 전시를 선보였다. 부식된 철물, 파이프, 드론 조각이 황폐화된 미래 도시 풍경을 앞서 재현하는 듯했다. 도쿄의 ‘Parcel’ 부스에서는 4인조 콜렉티브 사이드 코어의 작품을 발견했다. 도쿄 올림픽 준비에 한창이던 도시가 대지진의 여파로 멈춘 시기, 재건 중인 도시의 조각을 모은 영상 및 설치 작업이 전시되었다. 타이베이의 ‘PTT Space’는 밈을 표현한 회화로 걸음을 멈춰 세웠다. 사회를 냉소적으로 풍자하는 밈,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영양가 없는 플라스틱 채소가 역설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스마트폰에서 떼놓았다.
헤드라인 파트너 LG OLED는 박서보 화백의 단색화와 디지털 아트를 나란히 전시했다. 화백이 자연에서 길어온 색채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박제성 교수가 AI를 활용해 LG OLED TV에 구현한 것이다. 이 밖에 BMW는 현대미술가 이건용과 협업한 순수 전기 세단 ‘i7 아트카’를 전시하며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건용 작가가 일필휘지로 작품을 완성하는 장면이 많은 방문객의 영상에 남았다. 샴페인하우스 루이나는 아트 프로젝트 ‘자연과의 대화’ 참여 작가 중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프랑스계 스위스 작가 줄리앙 샤리에르의 판화 연작 ‘베일(Veils)’을 내걸었다. 세계의 오지를 탐사해온 작가는, 샹파뉴 지역이 고대에 바다였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인도네시아 심해의 풍경과 사운드를 채집했고, 이를 포토리소그래피 판화와 사운드 설치 작품으로 옮겼다. 유동 인구가 많은 길목은 리암 길릭의 벤치가 지켰다. 지난 3월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만났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새하얀 컨벤션센터에 무지갯빛 색채를 더하고 사람들이 쉬어 가는 교류의 자리로 기능하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우연한 발견의 연속

5일간의 여정 끝에 9월 7일 막을 내린 키아프 서울은 국내 작가를 발견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참여 갤러리들은 거장 작가뿐 아니라 중견, 신진 작가까지 폭넓게 소개했고, 이에 화답하듯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다.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열린 특별전 <리버스 캐비닛>으로 먼저 걸음을 옮겼다. 일민미술관의 윤율리 큐레이터와 일본 ‘The 5th Floor’의 이와타 토모야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한 전시에는 양국 작가 6인이 참여했다. 전시 주제는 수집과 진열. 예술이 자본 체계 안에서 유통되는 아트 페어라는 플랫폼은 미술 작품의 물질성과 소유에 대한 질문이 따르는 장소다. 이에 두 기획자는 작가와 컬렉터, 관객이 혼재된 현장에서 미술의 근본적 성질을 탐구하고자 했다. 긴 복도에 마련된 정금형의 부스는 언뜻 보면 지나치기 쉬웠는데, 아트 페어와 어울리지 않는 사물이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장치를 비롯해 사다리, 소화기, 방독면 등 작가의 ‘컬렉션’으로 가득했다. 깨진 조각과 도자기 따위를 얇은 천으로 감싸 비단실로 꿰맨 다케무라 케이의 작업은 불가역적 손상을 대하는 회복의 제스처를 통해 흔적을 보존하는 세심한 방식을 제안했다. 
유망 작가 10인을 선정해 소개하는 키아프 하이라이트 섹션은 자유롭고 다채로웠다. 캔버스 틀을 분해해 구조적으로 재조립하거나(김아라, 김리아갤러리), 캔버스 천을 잘라 접고(유시아오, 루시창파인아츠), K-팝 춤 동작을 나무로 조각한 뒤 이를 다시 회화로 옮기는 등(이동훈, 갤러리 SP) 상이한 표현 방식이 돋보였다. 이들 작품은 판매로 이어지며 성과를 올렸으며, 그중 박그림, 박노완, 이동훈이 최종 3인으로 선정되었다.

 

 

 

갤러리현대, 김혜경 ‘대동굿-비수거리(작두굿)’ 퍼포먼스. 갤러리현대 제공.   

 

후끈했던 서울의 밤

한편 아트 페어장 밖은 다양한 장외 행사로 뜨거웠다. ‘청담 나잇’에는 패션 브랜드 스토어 역시 전시를 열어 밤을 밝혔다. 특히 로에베는 2023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이인진 작가의 전시 <Collecting&Piling: 집적>을 까사 로에베 서울에서 선보였다. 불이 스친 흔적이 표면에 남은 도자가 겹겹이 중첩된 광경이 어쩐지 야성적으로 다가왔다. 
아트 나잇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삼청 나잇’에는 지난해보다 많은 인파가 모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중심으로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과감한 장소 특정적 작품으로 미술관을 탈바꿈한 아트선재센터, 김수자의 전시로 처음 대중에 공개된 SK그룹의 옛 사저 선혜원, 루이즈 부르주아와 갈라 포라스-김의 두 전시를 개막한 국제갤러리 등이 고루 북적였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몰린 곳은 만신 김혜경의 굿 퍼포먼스가 예고된 갤러리현대 앞마당이었다. 평소 보기 힘든 ‘굿판’이 벌어진다는 소식에 내외국인이 일제히 모여든 것. 인파로 둘러싸인 가운데 대동굿이 펼쳐져 시시각각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올해 프리즈 서울은 하우저&워스가 첫날 마크 브래드포드 3부작을 약 62억6,000만원의 최고가로 판매하며 화제를 모았다. 마크 브래드포드를 비롯해 두 페어의 주요 판매 작가인 안토니 곰리, 무라카미 다카시, 루이즈 부르주아, 김창열, 이불 등의 전시가 10월에도 계속되니 놓치지 말 것. 9월 지핀 불의 잔열이 당분간 서울을 데울지도 모르겠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아트 위크

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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