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목
사진가 필립 퍼키스의 마지막 사진 작업과 대화를 수록한 책 <노탄> 2만8천8백원.
Louis Vuitton
패션 포토그래퍼의 시각으로 세계의 도시를 담는 루이 비통 <패션 아이> 컬렉션의 싱가포르 에디션 7만8천원.
입추를 건너 처서를 지나니 어느덧 가을의 문턱이다. 아이가 자라듯 계절은 눈 깜빡일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하늘과 먼 산의 색이 변하고, 풍경의 밀도가 낮아지는 환절기에는 달리 바라보는 방식이 필요하다. 시각의 전환을 서두르고자 사진가의 눈을 빌리기로 한다. 루이 비통의 사진집 <패션 아이–싱가포르>는 포토그래퍼 민현우의 눈에 비친 싱가포르의 풍경을 담았다. 어린 시절 숲에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곤 했다는 사진가는 사시사철 나뭇잎이 푸른 아열대 도시에서 비밀스러운 틈을 발견해 특유의 서정적인 질감으로 포착했다.
미국 사진가 필립 퍼키스의 <노탄>은 거장의 마지막 작품집이다. 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카메라를 놓지 않은, 응시를 멈추지 않은 노년의 사진가는 작은 자동 카메라로 16개월 동안 매일 사진을 찍었다. <노탄>은 그의 마지막 시선을 담은 사진집인 동시에 그의 제자이자 출판인, 사진가인 박태희 대표가 전화 인터뷰로 그의 정신을 포착한 인터뷰집이다. ‘주제와 배경 중 어느 것도 우세하지 않다’는 일본의 디자인 개념 ‘노탄’은 소박하고 간명한 그의 흑백 사진을 보는 동안 자연스레 자리 잡는다. “대상을 찍는 것이 아니라, 빛을 찍어야 해. 그래서 대상을 보는 것보다 빛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해. 그건 다른 거야.” 대상이 아니라 빛을 바라보기. 퍼키스의 가르침을 따라 빛에 집중하는 사이 가을은 저만치 물러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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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박지형PHOTO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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