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매직’은 유효할까. 9월이 되자 사늘한 바람이 불어 든다. 헛헛한 마음은 새로운 영화로 달래보자.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영화가 시야를 확장해줄 테니.
2025.08.27
거장 마이크 리의 신작이 간만에 극장을 찾는다. <내 말 좀 들어줘>는 대가족 속에서도 홀로 고독을 느끼는 팬지를 둘러싼 가족 드라마다. 늘 할 말을 참지 못해 사람들과 갈등을 빚는 팬지는 쉽게 사랑할 수도, 무작정 미워할 수도 없는 주변인의 초상과 같다. ‘어머니의 날’을 맞아 팬지와 동생 샨텔의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 가족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결국 우리는 팬지를 이해하고 또 가여워할지도 모르겠다. 팬지 역의 마리안 장바티스트의 열연이 빛난다. 개봉 8월 20일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으레 스무 살을 기대하며 희망에 젖는 시기지만, 특성화고 학생들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또래와 달리 열아홉 창우는 중소기업 실습생으로 작은 공장에 도착한다. 여느 때와 같이 학교 친구 우재와 장난치며 차츰 회사와 업무에 적응해가지만, 작업장에는 사고의 위험과 부조리함이 공기처럼 도사리고 있다. 모두 같은 열아홉. 누군가는 일찍이 공장을 벗어나고 누군가는 견디며 일하고 누군가는 더 이상 참지 못해 떠나지만 누굴 비난할 수 있으랴.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는 삶의 조건을 감당하는 이들을 연민하기보다 함께 발맞춰 걷기를 제안한다. 개봉 9월 3일

아르헨티나의 영상 시인, 시네필의 찬사를 받는 시네아스트 마티아스 피녜이로의 <너는 나를 불태워>가 정식 개봉한다. 영화는 토리노의 호텔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탈리아 작가 체사레 파베세를 호명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파베세의 저서 <레우코와의 대화>에 등장하는 그리스 시인 사포의 챕터를 경유해 사포의 시 언어로 다가간다. 감독은 에세이를 통해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영화관은 사포에 대한 영상 아카이브로 기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문학을 영상 언어로 번역한 영화는 종국에 원문을 넘어서는 감정의 격랑을 일으킨다. 주로 영화제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귀중한 기회다. 개봉 8월 27일

모녀를 둘러싼 강렬한 드라마. 2024년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영화 <홍이>가 9월 관객을 만난다. 단편영화를 통해 그간 한국 영화 주변부에 머물던 중년 여성을 중심으로 끌어와 조명해온 황슬기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국내 영화제에 공개되며 호평받았다. 30대 여성 ‘홍이’는 목돈이 필요해 엄마 ‘서희’를 요양원에서 데려와 함께 살게 된다. 애증 관계의 모녀는 한 집에 살며 서로의 상처를 헤집은 끝에 치유의 단초를 발견한다. 각각 딸과 엄마를 연기한 장선, 변중희의 앙상블에 주목할 것. 개봉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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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박지형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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