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자 사늘한 바람이 불어 든다. 헛헛한 마음은 새로운 전시로 달래보자. 낯설게 볼 것을 제안하는 전시가 시야를 확장해줄 테니.
2025.08.27
1 이요나, ‘간 방 벽’, 설치 전경. 2 김보경, ‘양손의 호흡-넝쿨 기둥’. 3 박민하, ‘유령 해부학’ 스틸 이미지. ©박민하, 에르메스 재단 제공
활용 매체와 세대, 관심사, 활동 지역이 저마다 다른 다섯 작가의 그룹전 <두 번째 삶>이 막을 올렸다.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기획한 이 전시의 제목은 언뜻 모호하게 느껴지지만, 개별자로서 삶의 이행을 고민하는 작가들의 신작을 모았다. 먼저 미술가이자 뮤지션, 연기자인 백현진은 중년기에 겪는 신체 변화에서 출발해 성긴 회화를 완성했다. 이주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소성을 고민하는 이요나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소파, 벤치, 침대 등의 구조물을 제작해 ‘이동 중’의 휴식처를 마련했다. 듀오 아티스트 한&모나는 마주 보는 모스 부호 조명 작품 ‘LISTEN, I KNOW’를, 김보경은 아칸서스 문양을 닮은 뜨개질 조각을, 박민하는 생성형 AI의 심층부를 들여다보는 영상 작품 ‘유령 해부학’을 선보인다. 전시는 10월 5일까지.

1 추수, ‘아가몬 5’, 2025, 우뭇가사리, 이끼, 피어싱, 15×13×18cm. 협업: 독립정원, 사진: 홍철기. 2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 전시 전경. 사진: 홍철기.
국립현대미술관과 LG전자의 중장기 협력 프로젝트, ‘MMCA X LG OLED 시리즈’의 첫 전시가 2026년 2월 1일까지 열린다. 첫 번째 작가는 사이버 생태계와 현실의 교차점을 탐구해온 1992년생 미디어 아티스트 추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중심 공간인 ‘서울박스’에 조성된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은 88대 스크린을 연결한 두 개의 초대형 스크린 월에 재생하는 영상 설치 작품과 조각 설치 작품 ‘아가몬 인큐베이터 5’로 구성된다. ‘팔괘’에서 착안한 디지털 정령이 화면을 넘나들고, 우뭇가사리에 이끼를 심어 만든 ‘아가몬’은 생명체처럼 시간이 흐르며 변화한다. 생생한 영상을 감상하는 동안 디지털과 물질,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흐려질 것이다.

1 홍영인, ‘학의 눈밭’, 2024. 왕골, 자연 염색한 왕골, 흰 자갈, 두루미를 위한 여덟 쌍의 신발 설치, 가변 크기, 협업 제작: 짚풀 공예 명인, 이충경, 사진: 아인아 아카이브. 리얼디엠지프로젝트 및 작가 제공. 2 김태동, ‘플라네테스 004’, 2017/2025. 라이트박스, 200×267cm, 작가 제공. 3 원성원, ‘의지를 가진 나무’, 2022/2025. 천 위에 염료 프린트, 250×420cm, 작가 제공.
‘DMZ 오픈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하나로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한 <DMZ OPEN 전시: 언두 DMZ>가 열린다. 전시 제목의 ‘언두(Undo)’는 양혜규 작품의 영문 제목에서 가져왔다. ‘되돌리다’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열다’, ‘풀다’라는 의미도 지닌 데서 착안, 인간의 출입이 차단된 비무장지대에서 역설적으로 생명 다양성이 회복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DMZ는 한반도의 분단을 상기시키는 장소지만, 동시에 인간 없는 세상을 상상하게 하는 생태계다. 김태동, 김준, 양혜규, 원성원, 오상민, 홍영인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10인의 작가들이 DMZ를 연구, 관찰, 사유한 결과를 자유롭게 펼쳐냈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1 옥승철, ‘ID picture’, 2021, Acrylic on canvas, 220×180cm. 롯데뮤지엄 제공. 2 옥승철, ‘Tylenol’, 2025, Acrylic on canvas, 80×160cm. 롯데뮤지엄 제공.
표정을 읽기 어려운 캐릭터 얼굴을 중심으로 디지털 이미지의 관념을 탐구해온 작가 옥승철. 롯데뮤지엄이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서베이 전시 <옥승철: 프로토타입>을 개최한다. 전시는 십자 복도를 중심에 두고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크로마키 배경을 연상시키는 초록 조명의 복도는 복제 및 변형 가능한 세계로의 진입을 예고한다. 첫 섹션인 ‘프로토타입-1’에는 높이 2.8m의 대형 조각 신작 세 점이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거울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구분한 ‘Outline’ 시리즈가, 마지막 섹션에는 무채색의 드로잉, 조각, 회화 작품이 이어진다. 10월 26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를 통해 이미지의 원본성에 대해 고민해보길.

젠박, ‘Where Stories Gather’, 2025, Acrylic on linen, 162×130cm. 공근혜갤러리 제공.
서울 삼청동의 공근혜갤러리가 개관 2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개최한다. 2005년 사진 전문 갤러리로 출발해 매체를 확장하며 동시대 예술가를 소개해온 갤러리는 그간 호흡을 맞춘 세 작가 젠박, 첸 루오빙, 곽인탄과 함께 그룹전 <시선의 확장>을 기획했다. 도가 사상과 미니멀리즘을 융합한 첸 루오빙의 추상 회화, 도시 내부 풍경을 상상으로 그린 젠박의 신작 회화, 유희적으로 재료를 탐구하는 곽인탄의 조각 작품이 어우러진다. 10월 4일까지.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전시
EDITOR : 박지형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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