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마티아스 오귀스티니악, 미카엘 암잘라그.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에서 만난 두 명의 M, 마티아스 오귀스티니악(Mathias Augustyniak)과 미카엘 암잘라그(Michael Amzalag). 두 친구가 1992년 결성한 크리에이티브 듀오 M/M (Paris)는 그래픽 디자인으로 출발해 패션, 사진, 연극, 출판, 미술 등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며 30년 넘게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패션계에서 보내온 애정은 열렬하다. 패션 피플이라면 이들이 참여한 감각적인 카탈로그와 광고 캠페인,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1994년 요지 야마모토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발렌시아가, 질 샌더, 알렉산더 맥퀸, 루이 비통, 프라다 등 유수의 브랜드와 작업했고, 2013년부터 당시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조나단 앤더슨과 협업해 지금의 로에베 로고와 타이포그래피를 디자인했다.
부산 수영구의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9월 14일까지 열리는 전시 <사랑/마법 ♥/MABEOB M/MAGIE>는 2017년 서울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린 <M/M 사랑/사랑>을 잇는 두 번째 한국 전시다. 이번 전시는 사랑과 더불어 마법을 중심에 두었다. 듀오는 전시가 열리는 ‘마법 같은(magical)’ 장소에 주목했다. 서울보다 복합적인 모순과 에너지를 품은 부산이라는 도시, 그리고 옛 와이어 공장을 개조한 F1963 전시장이 자아내는 감흥이 스케일에 대한 실험을 추동한 것이다. 이를테면 ‘부산(BUSAN)’의 영문 알파벳으로 구성한 스툴은 거인이 앉을 만큼 거대하고, 안쪽 전시실 벽에 기대선 타로 카드는 키를 훌쩍 넘는 정도다. 전시 포스터 속 픽토그램 코끼리 역시 대형 조각 작품으로 탄생해 공간을 차지한다. 이는 현실과 다른 스케일로 세계를 바라보고 감각할 것을 권유하는 제안이자 실험이다.
전시는 총 여섯 챕터로 구성된다. 입구에서 이어지는 ‘부산’으로 시작해 코끼리 조각과 전시 포스터를 설치한 ‘해운대’, 책장을 확대해 집의 형태로 제작한 ‘코펜하겐’, 그동안 작업한 200여 장의 포스터로 가득 채운 ‘마법’, 신작 타로 카드를 벽과 바닥에 전시한 ‘마지’, 그리고 오페라 <안티고네>의 무대 디자인 작업 과정을 담은 영화가 흐르는 ‘테베’가 일자로 연결된다. 이번 전시를 상징하는 ‘부산’과 ‘해운대’를 지나 과거 ‘코펜하겐’ 전시를 재구성한 문턱을 넘으면, 상징적인 포스터 작업이 ‘마법’처럼 거대한 숲을 이루고, ‘마지’에 이르러 어두운 공간 속에서 타로 카드 그래픽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그리스 고대 도시 ‘테베’에 이르자 과거가 엄습한다.
그러니 관객은 1963년 지어진 옛 공장 건물 속으로 진입해 현재부터 단계를 통과하며 과거로 향하는 셈이다. 이는 유머를 사랑하는 M/M (Paris)가 개발한 놀이이자, 팬들에게는 거장 아티스트가 남긴 발자국에 발을 겹쳐볼 수 있는 아카이빙의 축제다. 전시 첫날, 매혹적인 기호의 숲 한가운데서 두 사람에게 미스터리의 비밀을 물었다.

고려제강의 옛 와이어 공장을 개조한 F1963 전시장 입구.
2017년 이후 간만의 한국 전시다. 부산 전시는 처음인데, 이 도시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마티아스 2006년 한국에서 처음 그룹전에 참여했고, 2007년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대형 설치 작업을 선보인 적이 있다. 알다시피 2017년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에서의 전시와 영구 설치 작업을 통해 한국, 특히 서울과 예술적 관계를 맺었다. 부산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물론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이 도시에 대해 전혀 몰랐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어떻게 풀어낼지 직감이 있었다. 어떤 전시든 우리는 항상 과거 작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추가하며 접근해왔다. 실제로 방문한 부산은 빛이 강렬하고 대조가 돋보이는 도시로 다가왔다. 서울이 길들여지고 조직화된 도시라면, 부산은 그보다 훨씬 콘트라스트가 강하달까. 그래서 과거 금속 공장이었던 F1963에서 과감한 전시를 열기로 결정했다.
전시의 챕터 중 부산과 코펜하겐은 지명인 반면, 해운대는 부산의 한 장소다. 어떤 기준으로 챕터의 이름을 정했나?
미카엘 각 챕터는 서로 다른 스케일을 지닌 장소를 의미한다. 크거나 작을 수 있고, 실제 장소일 수도 신화 속 장소일 수도 있다. 동시에 하나의 기호나 포스터로 축소될 수도, 확장되어 하나의 실제 세계가 될 수도 있는 장소들의 이름이다.

‘마법’ 전시장 전경. 10점의 아트 포스터를 선별해 목재 프레임의 대형 타로 카드에 배치했다.
타이포그래피는 M/M (Paris)와 뗄 수 없는 분야다. 전시 포스터의 한글 타이포그래피가 눈에 띄는데, 한글이라는 문자로 작업한 경험은 어땠나?
마티아스 라틴계 알파벳과 완전히 다른 동양 문자라 작업에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최근 상하이 시각예술연구원(SIVA)의 아이덴티티 작업을 위해 접한 한자와 비교해도 한글은 접근 방식이 무척 달랐다.
미카엘 한글은 과학적 원리와 철학을 모두 담은 문자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영적인 면과 기계적 원리가 동시에 작용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디자인 접근법과 그리 멀지 않았다. 이 논리는 타로 카드 디자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어나 중국어의 경험과 한글의 경험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그림이나 형태를 재현하는 것에서 출발한 반면, 한글은 그리드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글자에 주체성을 담는 작업이 자연스러웠다.
언어유희를 즐기는 M/M (Paris)의 사전에는 M으로 시작하는 무수한 단어가 존재할 것 같다. 한국어 단어 ‘Mabeob’을 발견했을 때 기뻤으리라 짐작한다.
마티아스 제목을 지을 때 기존의 의미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택하곤 한다. 이를테면 단어의 의미를 무너뜨리거나 더 큰 의미로 이어지도록 해 다른 것이 떠오르게 하는 방식이다. M은 프랑스어의 ‘주템므(Je t’aime, 사랑해)’라는 표현에서 보듯 사랑과 관련된 글자다. 이처럼 한국어에서 M, 그리고 사랑과 관련된 단어를 찾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 연결점을 찾아 리서치하다 보면 수식이 풀리듯 의미가 맞아떨어질 때가 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단어를 발견했다.

1 입구 벽면에 걸린 액자. M/M (Paris)가 재창조한 타로 카드를 미리 만날 수 있다. 2 구 형태의 조형물 ‘후쿠시마 (Fukushima)’는 일본 디자이너 토시키 야기사와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업물이다. 3 2021년 코펜하겐 전시의 작품을 재구성한 ‘코펜하겐’ 섹션. 책장을 집의 형태로 구축했고, 바닥에는 코펜하겐의 상징적 이미지를 담은 카펫을 배치했다.
작업 대상으로 타로 카드에 처음 흥미를 느낀 건 언제인가?
미카엘 대학생 시절 자주 본 가볍고 재미있는 청년 문화 잡지가 있었는데, 그 잡지에 타로 게임이 실렸다. 잡지에서 자체 제작한 22장의 메이저 아르카나를 통해 타로 카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 했고, 곧 카드에 담긴 의미나 에너지에 흥미를 느꼈다. 이후 타로 카드를 직접 그리기 시작했다. 강조할 점은 우리에게 타로 카드는 예측을 위한 도구라기보다 테라피에 가깝다는 것이다.

‘해운대’ 전시장. 코끼리를 픽셀 캐릭터로 표현한 ‘ElephAgent’와 프랑스 쇼몽 디자인 페스티벌 당시 고안한 액자 시스템을 대형화한 ‘Grande Sucette’가 중심에 있다.
신작에서 타로 카드의 복잡한 요소와 상징을 단순화해 표현했다. 어떤 디자인 규칙을 세웠는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마티아스 타로 카드를 디자인하는 것은 야심 찬 프로젝트다. 세계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초현실주의 화가 리어노라 캐링턴과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도 타로 카드 작업을 했지만 그들은 전통 방식을 따라 기존의 그림을 조금만 바꾸었다. 그러므로 완전히 새롭게 만들겠다는 시도는 야심 차고 흥미로운 동시에 미친 짓에 가깝다. 우리는 단순화한 규칙과 틀 안에 우리만의 복잡한 요소를 집어넣고자 했다.
22장의 메이저 아르카나 중 디자인적으로 특별히 흥미로운 카드를 고른다면?
마티아스 디자인에서 느끼는 음악적 감각에 비추어 볼 때 마이너 아르카나가 초현실적이라 더 재미있다.
미카엘 극적인 사건이나 재앙을 의미하는 ‘탑’ 카드가 흥미롭다. 중심 인물 없이 건축물이 가운데 등장하니까.

‘마지’ 전시장 전경. 22장의 메이저 아르카나를 철제 조형물로 구현해 설치했고, 여기에 이탈리아 비디오 아티스트 마르코 브람빌라의 영상을 투사해 생동감을 부여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프로젝트 시 두 사람, 그리고 클라이언트 및 협업자와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
마티아스 나의 자아와 내 앞에 있는 상대방을 오갈 수 있도록 나를 내려놓고 진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멀리 가려고 노력할수록 내가 아닌 타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본연의 나와 지나치게 멀어지면 이야깃거리가 남지 않겠지만. 대화는 일종의 오케스트라 또는 타로 카드 묶음과 같다. 대화 속에 서로 다른 소리, 서로 다른 존재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조합된 곳이 하나의 세계다. 하지만 그 세계는 평화로운 세계일 수도, 긴장감 가득한 세계일 수도 있다. 타로 카드를 해석할 때 쓰이지 않는 카드들도 자신의 자리에 존재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EDITOR : 박지형PHOTO : 강현욱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LIFESTYLE 9월 주목해야 할 전시 소식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 때문일까. 9월, 기다려왔던 대형 전시 소식이 풍성하다. 거장을 새롭게...
LIFESTYLE 윤형근 화백의 숨결이 남은 곳, 윤형근의 집 인간에게 집은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육신과 영혼을 기르는 장소다. 예술과 삶의 궤적이 일치...
PEOPLE 세계 바깥의 관찰자, 올해의 작가상 홍진훤 작가 홍진훤은 이 세계가 이미지를 위해 존재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은 세계를 ...
CAR&TECH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성,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도마고 듀케(Domagoj Dukec) 글로벌 디자인 디렉터가 말하는 롤스로이스 타임리스 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