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프레임 너머의 김중만

완벽을 추구했던 사진가 고 김중만의 작품과 불완전했던 그의 흔적을 마주하는 전시 〈Perfectly Imperfect〉는 완벽함만을 좇는 시대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선언이자 격려다.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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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산과 풍경을 담아낸 East 시리즈 중 가로 6m 세로 3m에 이르는 김중만의 대형 신작.

 

 

“완벽을 꿈꿨지만, 불완전한 사람이었어요.” 시대를 찍은 사진가 김중만에 대해 사진가 김네오는 이렇게 말한다. 김네오는 김중만의 아들이다. 여주미술관에서 열리는 김중만의 두 번째 회고전 〈Perfectly Imperfect〉는 그가 ‘무엇을 찍었는가’보다 ‘어떤 태도로 살았는가’에 집중한다. 작가가 작고한 뒤 지난해 10 꼬르소 꼬모에서 첫 회고전을 열었고,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두 번째 전시다. 기존 작품부터 미공개된 작품, 그의 생활 소품과 흔적, 다이어리 등 방대한 과거 자료를 그러모아 기획자인 김네오의 시선으로 재조립하고 재구성한 전시이기에 새롭게 다가온다. 삶의 잔해와 습관, 감정의 편린이 오브제로 이어지는데 이는 단순한 이미지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삶 전체로 증명하는 존재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회고보다는 대화를 나누고자 했습니다.” 기획 의도를 묻는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전시 〈Perfectly Imperfect〉는 그 불완전한 연결의 공간이다.

 

 

 

1 모든 존재의 형태가 충돌하지 않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담고자 했던 작가 고 김중만의 전시. 2 김중만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한 ‘South Africa’ 작품에 디자이너 진태옥의 손바느질을 담은 작품. 대륙과 세대, 장르를 잇는 섬세한 은유가 돋보인다. 3 관계에 대한 시각적 명상의 작품 ‘Sasa Muea’ 2022. 

 

 

지난해 첫 회고전 <Still a Dreamer> 이후 국내 두 번째 전시인데요, 전시를 열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한동안 김중만 선생님 관련 전시는 계획에 없었어요. 평소 제가 깊이 신뢰하고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김희정 큐레이터가 여주미술관 측의 전시를 열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여러 차례 전달해주셨어요. 직접 방문해보니 공간이 매력적이어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전시 제목이 <Perfectly Imperfect>입니다. 기획 방향은 무엇인지, 첫 회고전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점은 어떤 것인지요? 이번 전시는 김중만이라는 작가가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를 보여주기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저는 김중만이라는 사람이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였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현재 우리 사회는 불완전함을 수용하기 힘들어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어요. 이 전시를 통해 불완전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업을 하시잖아요. 자신의 작업을 전시하는 것과 아버지의 작업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은 전혀 다를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를 아직 작가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중만 선생님의 작업을 정리하고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졌어요. 작가는 단지 몇 개의 시리즈나 작업이 아니라 삶 전체로 증명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고요. 저 역시 언젠가 작가라 할 수 있을 만큼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려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중만이 관찰한 동양의 풍경이 공간 전체를 감싸며 전시 공간의 풍경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새로운 감각을 불러 일으킨다. 

 


방대한 작업 중 선정하는 것과 그 방식의 구현에 대해서도 고민이 컸을 것 같아요. 어떤 키워드나 감정에 집중하고 싶었나요? 김중만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오랜만에 아버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떠오른 것이 전시명처럼 ‘Perfectly Imperfect’였고, 이를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했어요. 현실적인 제약으로 처음 기획한 내용을 모두 구현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김중만이라는 사람을 보여주기 위해 그의 개인적인 물건과 오브제를 재구성해 새로운 작업으로 선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기존 작품을 재해석해서 선보이는 작업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1 전시장에는 동양의 풍경을 시적으로 담아낸 ‘East Expanded’와 가로 6m에 이르는 신작을 전시했어요. 원래 ‘However We Saw the Same Star’라는 타이틀의 철학적 접근을 시도했지만, 원작의 개념을 재해석하기에는 제 식견이 부족하여 한국에서 충분히 소개하지 못한 ‘East’ 시리즈를 강렬하게 보여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죠. 


콘택트 시트를 이어 붙인 ‘Trace of Time’도 흥미로워요. 전시를 준비하며 자료 수집부터 시작해 방대한 양에 압도당하던 중 선생님의 손길이 남아 있는 콘택트 시트를 발견했어요. 어떻게 하면 선생님의 흔적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그것을 하나의 오브제이자 작품으로 재구성했습니다. 1975년부터 2000년대까지 촬영한 필름 네거티브 중 180장의 콘택트 시트를 골라 하나의 오브제처럼 재구성한 작품이에요. 밀착은 보통 과정의 일부로만 여기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그것 자체를 결과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기획을 맡은 김네오가 생전 김중만의 흔적을 그러모아 작품으로 재구성한 공간.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하늘, 신성, 자아를 상징하는 오브제들이 배치되어 있다. 

 


진태옥 선생님이 사진을 천에 손바느질한 작품도 김중만 작가의 사진을 다시 보게 하는 새로운 시선입니다. 이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요? 이 작업은 스피커 전미경 대표님의 연결로 시작되었습니다. 저와 스튜디오는 선생님의 작업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는데, 진태옥 선생님께서 그런 시도를 제안해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결과적으론 이 작업이 이번 전시의 개념을 잡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되었고, 저희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2 전시실은 오리지널 프린트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렸는데요. 이 작품들을 선택한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이번에 선생님 작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해 전시하게 된 작품들이에요. 따로 선정할 만큼 많지는 않았는데, 작가 본인이 암실에서 직접 인화하고 인화지에 직접 사인해둔, 어떻게 보면 매우 희귀하고 대체 불가능한 작품들입니다. 디지털 이미지가 넘쳐나는 오늘날 유일무이한 젤라틴 실버 프린트는 작가의 ‘의도’라는 무게를 품고 있습니다. 렌즈 앞의 순간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의식이죠. 이를테면 종이의 선택, 명암의 조율, 빛을 더듬는 감각까지 함께 담아냅니다. 검은색 원목 액자에 보존되고 뮤지엄급 유리로 보호한 이 프린트들은 과정의 유물이며 빛과 물질 사이 신뢰에서 태어난 유산이라고 생각해요. 


그 순수한 오리지널 프린트를 지나면 3, 4 전시실에 김중만 작가의 삶과 예술, 흔적을 공간적으로 풀어낸 설치 작업이 등장합니다. 기획자의 시선이 가장 많이 담겨 흥미로운데 작품들마다 어떤 비하인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중만 선생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고장이 나거나 부서져도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성격이었어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선생님의 물건들을 찾다가 생전 가장 좋아하던 고장 난 잉고 마우러 조명을 발견했죠. 문득 작동하지 않아도 버리지 않는 선생님의 습성이 잘 나타난 것 같아 재작업해 ‘Behind the Splendor’라는 제목으로 전시했습니다. 사실 김중만 선생님과 직접적인 작업 연관성은 없지만 그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죠. ‘Blue Fossil’은 생전에 선생님께서 아끼던 휴대폰 카메라를 레진에 굳힌 거예요. 당시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생소하던 시절로 혁신적인 시도였으나 지금에 비하면 기술적으론 많이 모자랐죠. 기계의 기술적 한계가 있음에도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고자 구리 선으로 휴대폰을 삼각대에 감아서 촬영하곤 하셨어요. 

 

 

 

1 이번 전시는 작가가 남긴 삶의 표정을 통해 김중만의 사진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신선한 기획이 돋보인다. 2 겹겹이 쌓인 시각적 서사를 통해 그는 자신의 정체성과 유산을 복합적으로 재구성한다. 3 작가가 생전 사용한 휴대폰 카메라를 레진에 굳혀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번 전시 작품 중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은 어떤 것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Fragments of Memory’가 저에게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에요. 원래 ‘인도 다이어리’라고 명명한 선생님의 일지인데요. 선생님은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후 홀로 인도로 떠나셨어요.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여러 감정과 단상을 적은 다이어리입니다. 그 안에는 큰 슬픔도 있고, 때로는 소소한 일상도 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도 있죠. 김중만이라는 사람을 잘 보여주는 작업 같습니다.


김중만 작가의 사진을 가장 김중만답게 만드는 ‘감각’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태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신 것은 모든 사진가의 의무는 시대를 기록해야 한다는 점과 꾸준함이라는 감각입니다. 선생님은 살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 사진을 찍기 위해 산다는 느낌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사진을 그답게 하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 환희가 아닌,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작업을 다시 보고 전시를 기획하는 작업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사람마다 떠난 이를 추모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추모했다고 할까요? 저는 보존이 최대의 업적인 줄 알고 지냈는데, 선생님께서 남겨놓은 뿌리 깊은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지금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성된 걸작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작가가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과 고민을 보여주는 것이 오늘날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 김중만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했지만, 작가로서는 완벽을 보여주고자 하는 열망이 컸습니다. 선생님께서 살아 계셨으면, 굉장히 많이 혼났을 겁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묶여 있던 사슬을 끊은 기분이 들기는 합니다. 이번 전시를 진행하며 선생님의 작업과 소품을 재조합하면서 더욱 그의 생각과 감정을 알게 된 것 같아 좋습니다. 


김중만의 아들이 아닌 사진가 김네오로서 스스로는 어떤 이미지와 언어를 구축해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또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이 어떤 감각을 발견하기를 바라나요? 저는 아버지께서 보여준 사진가의 길을 마음에 품고, 저 또한 언젠가는 사진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의 저에게는 선생님이 행하셨던 사진작가로서의 길을 걷기에는 너무 무섭기에, 다음 세대의 사진가로서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정신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하고자 합니다. 여전히 저에게 예술은 너무도 어려운 단어예요. 김중만은 저에게 아버지이자 스승이며, 선배입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그는 저에게 하나의 수단이자 재료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무엇을 보았고, 느꼈는지’죠. 그의 삶과 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전해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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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다영PHOTO : 김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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