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5, 18개 브랜드가 완성한 장면들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4월 13일 막을 내렸다. 도시 전역에서 펼쳐진 수많은 전시 가운데, 패션 하우스와 주얼리 브랜드들의 행보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을 선사한 18개 브랜드를 소개한다.

2025.05.23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생 로랑

프로토타입이나 스케치 형태로만 존재한 샤를로트 페리앙의 유산을 실제로 구현한다면?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생 로랑이 선보인 협업 전시에는 페리앙이 1943년부터 1967년까지 디자인했으나 실제로 제작되지 않은 가구 네 점이 한정판으로 복원 제작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은 작품은 ‘밀푀유 테이블’이다. 페리앙의 책상 위에 있던 작은 모형이 처음으로 실물 크기로 공개된 것. 이번 프로젝트는 하우스가 디자인 역사에서 의미 있는 유산을 동시대 언어로 풀어낸 뜻깊은 시도였으며, 디자이너 입 생 로랑이 평생 그녀의 디자인을 수집하며 오래도록 품어온 존경심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루이 비통

오랜 역사를 품은 밀라노의 건축물 팔라초 세르벨로니가 새로운 삶의 예술을 위한 무대로 변모했다. 루이 비통의 상징적인 오브제 노마드와 오리지널 트렁크, 그리고 새로운 홈 컬렉션을 선보이는 전시는 디자인 부문에서 브랜드의 존재감이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홈 컬렉션은 가구와 조명은 물론 데코 라인, 홈 텍스타일, 테이블웨어, 유니크 게임 아이템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는 규모로 공개됐다. 하이메 아욘, 스튜디오 캄파나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제품은 팔라초 곳곳을 장식하며 루이 비통만의 현대적이면서도 따뜻한 미학을 담아냈다. 함께 전시된 트렁크들은 1854년부터 루이 비통이 160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기념했다.

 

 

 

 

에르메스

에르메스는 다양한 장인 기법을 활용한 새로운 홈 오브제 컬렉션을 완성했다. 화병, 유리병, 플레이트, 주전자 등 제작 방식에 따라 색채와 투명도는 미묘하게 달라지고, 각각의 오브제는 저마다 특징을 지닌다. 가구 상부에 일본 삼나무로 만든 원형 박스가 놓인 테이블부터 유리 장인이 색유리를 겹겹이 입힌 후 냉각 커팅해 체커보드 패턴을 표현한 화병, 전통적으로 말 담요에 사용되는 타탄 패턴을 연상시키는 바스켓, 에르메스의 상징적인 H 로고에 변주를 가한 박스, 캐시미어를 손으로 직접 엮어 만든 헤링본 직물 위에 24캐럿 금가루를 정교하게 흩뿌려 완성한 플래드까지.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구찌 

구찌는 1940년대 중반, 핸드백 손잡이에 처음 대나무 소재를 적용하며 선보인 ‘구찌 뱀부 1947 핸드백’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 <구찌|뱀부 인카운터스>를 준비했다. 구찌의 뱀부는 단순한 디자인 요소를 넘어 시대와 맥락에 따라 다양한 역할과 의미를 지닌 브랜드의 상징적 유산이다. 뱀부의 유산을 조명하는 전시는 16세기 건축 유산인 산 심플리치아노 수도원 회랑에서 열렸다. 한국의 이시산 작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 7인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소재가 지닌 영향력을 조명했다. 이시산은 한국의 미학과 현대적 기법을 결합하고, 알루미늄 재료를 활용해 ‘뱀부’의 자연적 특성을 구현했다. 다른 아티스트 역시 레진, 유리, 실크 등 각기 다른 재료를 활용해 ‘뱀부’라는 소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을 선보였다. 

 

 

 

 

로에베

로에베는 박람회든 컬렉션을 위해서든 직조 기법과 관련한 실험적인 제품을 공예가에게 의뢰하는 등 공예에 대한 지속적인 헌신과 열정을 보여온 메종으로 명성이 높다. 올해 로에베가 아티스트 25명과 함께 공개한 컬렉션의 주제는 ‘티포트’다. 
도자기, 세라믹 등 동일한 소재라도 작가의 고유한 가공법이 더해지면 티포트 디자인은 익숙하면서도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난 형상을 띤다. 로즈 와일리의 티포트는 과장된 모습의 뚜껑과 홈이 파인 디테일이 돋보이는 한편, 시몬 파탈과 쇼조 미치카와의 티포트 상단에는 직조 가죽 손잡이가 달려 있다. 컬렉션으로 선보인 모든 티포트는 다양한 유약으로 마감해 저마다 다른 질감을 띠며, 티포트의 특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손잡이와 입구 부분에도 변주를 주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로로피아나

로로피아나는 디모레밀라노와의 첫 협업을 통해 상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몰입형 설치 공간을 선보였다. 로로피아나 밀라노 본사 내 코르틸레 델라 세타 안뜰에 마련된 ‘평온한 첫날 밤’은 친밀한 집의 분위기와 영화적 반전을 결합한 공간으로, 메종을 대표하는 홈 제품으로 채워졌다. 다이닝 룸, 거실, 침실, 욕실, 작은 정원으로 구획한 하우스는 캐시미어, 울, 벨벳 등의 자연 소재로 꾸몄다. 로로피아나와 디모레밀라노가 구현한 이 고요한 공간은 외부 소음 같은 방해 요소로부터 보호되어 평온한 첫날 밤 같은 분위기를 선사했다.

 

 

 

부첼라티

밀라노 부첼라티 본사에서 <나투랄리아> 전시가 열렸다. 이번에 공개되는 메종의 실버 네이처 및 퍼리 애니멀 컬렉션에는 실버 소재를 승화시키는 부첼라티 금세공인의 탁월한 예술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전시 구성은 유럽에서 활약 중인 엔터테인먼트 그룹 발리치 원더 스튜디오가 총괄 제작을 맡았다. 식물 설치미술 작품은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스튜디오 메리 레녹스 스튜디오가 완성했다. 파노라마를 통해 보여준 신비로운 숲, 하늘로 높이 솟아오른 산맥, 고요하고 깊은 바다라는 세 공간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기 위한 메종의 헌신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장면이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아르마니/까사 설립 25주년을 맞아, 밀라노 코르소 베네치아 14번지 매장에 ‘오리엔탈 잉크’ 컬렉션을 공개했다. 디자이너의 오랜 발자취가 깃든 공간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부티크 내부뿐 아니라 외부로 향한 15개의 쇼윈도를 통해 거리를 지나는 누구나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밀라노라는 도시와 하우스의 깊은 연결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것. 지난 2년간은 팔라초 오르시니에서 전시를 선보였지만, 올해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 코르소 베네치아 매장을 택했다. 전시는 일본식 인테리어에서 영감 받은 일련의 공간을 따라 이어지며 수작업으로 완성된 예술 작품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베르사체

깊고도 진정한 열망으로 이루어진 구체적인 세계, 그런 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패션 하우스 가운데 일찍이 라이프스타일 영역을 개척한 브랜드 베르사체는 30여 년간 이어온 브랜드의 리빙 세계를 재조명하며 삶을 향한 대담한 시선을 다시 한번 제시했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리에디션된 ‘하렘 암체어’가 있다. 풍성한 패딩과 가죽 및 패브릭으로 이루어진 이 암체어는 바닥에 쌓아둔 베르사체 쿠션에서 영감을 받아 재구성했으며, 설치 예술과 플로럴 아트 작업을 통해 예술과 디자인 세계를 탐색하는 하우스 오브 닌자와의 협업으로 의자를 완성했다. 
이 외에도 넉넉한 스케일과 모듈식 디자인을 자랑하는 아고라 소파, 이중 프릴 디테일이 유혹적인 밀레이디 암체어, 골드와 블랙의 강렬한 대비가 인상적인 톨로스 테이블 등의 다양한 오브제가 공간을 채웠다. 베르사체 홈의 절제된 품격과 화려함이 구현된 장면이었다.

 

 

 

 

다미아니

다미아니가 베네치아 유리 예술의 명가 베니니의 아카이브를 조명하는 특별 전시 <MENDINI for VENINI>를 열었다. 이번 전시는 베니니와 협업한 수많은 아티스트 가운데서도,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대표작을 다뤘다. 중앙에 얼굴 형상을 표현한 지오토 컬렉션, 사파이어 컬러의 베이스에 유황색 무리네 장식을 더해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연출하는 그란데 브린디시와 그란데 알자타 등 멘디니의 디자인 철학이 집약된 작품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가 담긴 작품들은 다미아니의 하이 주얼리와 함께 전시됐는데, 유리의 우아한 곡선과 다미아니의 정교한 세공이 근사하게 어우러진 자리였다.

 

 

 

 

MCM

어른, 아이, 그리고 소중한 반려동물까지, 모두가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유쾌한 전시가 열렸다. MCM의 디자인 프로젝트 <펫 테라피>는 고양이와 강아지 형태의 반려동물용 푸프 컬렉션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브랜드 특유의 위트 있는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공간은 복잡하거나 과시적인 아름다움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형태로 구성됐고,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경계 없는 세계를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 작품은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MCM의 시그너처 소재인 비세토스와 내구성 높은 아웃도어 패브릭으로 제작됐다.
 
 
 
 

 

에트로

에트로의 시그너처 패턴, 아르니카를 사랑한다면 되새겨볼 만한 전시다. 아르니카는 에트로의 시그너처 페이즐리 패턴이다. 탄탄한 자카드 원단에 레진을 입히고, 모든 요소를 장인이 세심하게 가공했기 때문에 내구성도 뛰어나다. 에트로 홈 부티크에서 열린 <5 Threads, 40 Years>는 ‘창조’, ‘아이콘’, ‘여정’ 세 가지 테마로 풀어냈다. 첫 번째 공간 ‘창조’에서는 아르니카가 디자인되는 과정을 감상할 수 있으며,  ‘아이콘’에서는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을 통해 아르니카의 유산을 탐구했다. 마지막 ‘여정’에는 트렁크가 전시되었는데, 작품에는 에트로가 수십 년간 전 세계를 탐험하며 얻은 영감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질 샌더

리리코 조르조 가베르 극장에서는 디자인 스튜디오 포르마판타즈마의 큐레이션 아래, 까시나와 질 샌더가 함께한 <스테이징 모더니티> 연극 공연 및 전시가 열렸다. 파비오 케르스티가 연출한 이번 공연에서 질 샌더는 의상을 도맡아 배우들의 유연한 움직임을 허용하는 동시에 가구 오브제와 어우러지는 디자인 중심의 다기능 의상을 선보였다. 까시나는 르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샤를로트 페리앙 컬렉션의 제작 60주년을 기념했다. 동시에 열린 디자인 토크에서는 새로운 향수 컬렉션 ‘올팩토리 시리즈1’을 주제로, 질 샌더의 고유한 디자인과 장인 정신을 공유했다.

 

 

 

프라다 

“지적 탐구와 학제 간 대화가 발전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프라다의 연례 심포지엄 <프라다 프레임>이 4회를 맞이했다. 디자인 및 리서치 스튜디오 포르마판타스마가 기획한 이번 행사는 살로네 델 모빌레와 동시에 진행됐다. 특이하게도, 프라다의 심포지엄은 제품보다 아이디어에 중점을 둔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인 트랜짓’. 디지털 기술과 대규모 물류 시스템에 이르는 인프라의 발전이 우리의 생활과 이동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고찰하고, 그 안에서 인간의 이동만이 여전히 제약받고 있다는 아이러니에 주목했다. 주요 논의는 밀라노 중앙역 내 파딜리오네 레알레와 프라다가 구현한 열차 객실 모형에서 진행되었는데, 공간 자체가 ‘인프라와 모빌리티’ 주제의 연장선으로 작용하며 전시 그 이상의 경험을 끌어냈다.

 

 

 

 

미우미우 

미우미우의 문학 클럽이 올해도 어김없이 밀라노를 찾았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직접 기획에 참여한 두 번째 문학 클럽 <여성의 교육>에서는 대담과 음악 공연, 산문 및 시 낭독이 진행됐다. 대담에서는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 거장 시몬 드 보부아르와 일본 쇼와 시대 여성 작가인 엔치 후미코의 작품을 통해 소녀 시절, 사랑, 성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문학 클럽은 관람객이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전시 구조에서 벗어나,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다층적 대화를 끌어냈다. 이는 역사적으로 존경받은 여성의 삶을 재조명하며 수 세기 동안 여성에게 주어진 규범과 시선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했다. 

 

 

 

 

디젤 리빙

디젤 리빙이 실험적인 홈 인테리어 비전을 제시했다. 디젤 밀라노 산 바빌라 매장의 팝업 공간은 실버와 데님으로 꾸며졌다. 천장, 바닥, 벽면을 인디고 데님 조각으로 뒤덮은 독특한 표면 처리는 디젤 리빙의 철학을 최첨단 방식으로 보여준다. 공간에는 글렌 마틴스의 디렉션 아래 콘트로벤토와 협업한 ‘디젤 리빙 with 모로소 D-Scape’ 소파 시스템과 ‘디젤 리빙 with 로데스 D-Burned’ 램프가 전시됐다. 소파는 무중력 상태에 떠 있는 듯하면서도 견고한 존재감을, 데보레 데님을 사용해 제작한 조명은 빛의 필터링 효과를 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파네라이

파네라이는 3년 연속 살로네 델 모빌레에 시간을 기록하는 공식 타임키퍼로 참여하며, 디자인과 혁신에 대한 지속적인 헌신을 이어갔다. 밀라노 로 피에라 중심부에 마련된 팝업스토어는 전통과 기술이 공존하는 파네라이의 세계를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약 80m² 규모로 조성된 공간에는 브랜드의 역사적 이정표와 아카이브 이미지가 전시됐고, 루미노르, 루미노르 두에, 섭머저블, 라디오미르 등의 주요 컬렉션뿐만 아니라 신제품 ‘루미노르 GMT 파워 리저브 세라미카’도 함께 공개됐다.

 

 

 

토즈

토즈의 아이코닉한 아이템 고미노를 현대적 관점으로 바라본 <이탤리언 다이어리>에는 다섯 명의 아티스트가 함께했다. 유명 포토그래퍼 올리버 해들리 퍼치와 함께 아름다운 토스카나에 위치한 빌라 탈라모에서 촬영된 이 캠페인은 브랜드 유산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모던한 에너지를 담아 현대 문화 속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고, 삶의 기쁨, 유쾌함, 여유로운 우아함의 가치를 전한다. 이 요소들은 배우 겸 가수 엘라 블루 트라볼타, 뮤지션 레논 갤러거, 작가 겸 영화감독 스텔라 반데라스 등 다섯 명 모델을 통해 생동감 있게 표현됐다.    

 

 

 

 

 

 

 

 

더네이버, 패션, 디자인위크

 

CREDIT

EDITOR : 이신영PHOTO : 각 브랜드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