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는 축제가 될 수 있을까? 상반기 국내 최대 아트페어 아트부산이 예년보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막을 내렸다. 미술 시장의 침체기에 아트페어는 어떤 변혁을 꾀해야 할까. 성과와 숙제가 모두 남았다.
2025.05.23
입구에서 들어서면 방정아 작가의 대형 천 작품이 먼저 보인다.
하루는 맑았다 다음 날은 비가 쏟아지며 날씨가 급변하던 5월 둘째 주, 아트부산 2025가 5월 8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4일간 열렸다. 불황의 여파일까. 예년과 비교해 분위기가 확연히 한산해 미술 시장의 침체를 보여주는 듯했다. 참여 갤러리가 줄어든 만큼 아트부산은 신생 갤러리와 신진 작가 소개에 주력했다.
특별전인 커넥트 섹션의 주제는 ‘영토와 경계’였다.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가 총괄 큐레이터로 참여했으며, 페어장의 부스 10개와 장외 설치 작품 1개를 포함해 총 11개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올해는 특히 실험적 시도를 부각하고자 설치, 미디어, 관객 참여형 작업 등 다양한 매체에 초점을 맞췄다. 그중 관람객이 가장 먼저 만난 작품은 입구 앞에 설치된 방정아 작가의 대형 걸개형 천 작품 2점이다. 친숙한 동시대 풍경을 화폭에 담아온 작가는 ‘얼씨구 절씨구’에서 일상적 움직임 속 춤사위를, ‘올리버 스톤의 수영’에서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전해온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을 모티프 삼아 우리의 믿음과 통념에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1 에스더 쉬퍼 갤러리 부스. 2 커넥트 섹션의 이소연 작가 작품.
커넥트의 메인 전시 <조각난 세계, 살아 있는 것들>은 거대한 공간을 임시로 구획하는 아트페어 현장에 대한 사유에서 출발했다. 그 결과 임의의 경계에서 서성대는 존재를 관찰한 작품들이 모였다. 사진작가 권도연은 밤에 출몰하는 비인간 동물을 포착한 사진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직시하며 전시 제목의 의미를 명징하게 드러냈다. 우리 사회의 주변부 인물을 포착해온 사진작가 김옥선은 3채널 영상 작품 ‘인터뷰’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에 태어난 세 여성의 서사에 주목했다. 이 밖에 대형 마트의 쇼핑 카트와 상여를 결합한 김상돈의 설치 작품, 식민지 시절 대만의 교도소 도면을 모은 호우이팅의 작품 등은 생과 사, 제도의 안팎을 넘나드는 사유의 확장을 이끌었다. 컨벤션센터의 구획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인간이 자의적으로 설정한 경계를 흐리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다.
1년 이상 4년 이하 신생 갤러리의 1~2인전을 조명하는 퓨처 섹션은 남다른 에너지가 넘실댔다. 모스크바의 쉬프트 갤러리는 기묘하고 음산한 밤을 표현한 세 작가의 회화와 사진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낯선 도시의 새벽으로 관객을 초대했다. 서울의 오에이오에이는 일상의 장면을 각각 유화와 색연필이라는 서로 다른 도구로 채색하는 이수진과 호상근의 2인전으로 보편적 경험의 예술적 승화를 추진했다. 퓨처 섹션을 대상으로 신설된 ‘퓨처 아트 어워드’의 첫 수상자로는 WWNN 소속의 중국 출신 작가 제프리 청 왕이 선정됐다. 중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작가는 두 문화권의 기억을 바탕으로 동서양 문화를 결합한 독특한 가족 초상화를 완성했다.

3 벡스코 제1전시장 입구. 4 아트부산 2025 전시장 전경. 5 심문섭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는 관람객. 6 미국 작가 캐서린 번하드의 작품.
타이베이, 방콕, 호찌민 등 아시아의 작은 갤러리를 돌며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 작가를 탐색하는 사이 독특한 부스가 눈에 띄었다. 급진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족적을 남긴 이탈리아 디자이너 가에타노 페셰 스튜디오의 <가에타노 페셰: 헌정> 전시였다. ‘다양성은 아름답다(Diversity is Beautiful)’라는 문장을 벽에 내걸고 레진으로 제작한 ‘노바디스 퍼펙트 체어’ 시리즈, ‘프랫 체어’ 시리즈를 모아 다채로운 색과 형태의 아름다움을 선언하듯 뽐냈다. 관계자는 올해 페셰의 국내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피부에 닿는 열기는 강하지 않았지만, 주요 대형 갤러리는 중견 작가진을 중심으로 판매 성과를 올렸고, 신진 갤러리는 국내외 컬렉터와 접촉할 기회를 얻었다. 무엇보다 서울 중심의 한국 아트 시장에서 지역 갤러리와 작가를 뚝심 있게 지원하고 영민한 전시 기획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한 2026년 아트부산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아트페어
EDITOR : 박지형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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