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여전히 뜨거운 도시, 홍콩

건물도 사람도 빽빽한 도시가 이리도 역동적이라니!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홍콩은 차가운 대도시의 전형 같았다. 하지만 3월 말, 아트바젤과 럭비 월드컵 홍콩 세븐스 기간 방문한 홍콩은 예상과 사뭇 달랐다. 아트와 스포츠, 언뜻 어울리지 않은 영역을 함께 경험해서였을까. 열띠고, 동적이고, 흥분을 고조시키는 분야를 따라 컨벤션센터와 갤러리, 스타디움을 오가며 홍콩을 누빈 시간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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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을 앞둔 홍콩 거리 풍경. 아트바젤 제공.

 

1 Liam Gillick, ‘Perpetual Discussion Platforms’, 2025. 아트바젤 제공. 2 Monster Chetwynd, ‘Lanternfly Ballet’, 2025. 아트바젤 제공.

 

1 Roxane Revon, ‘Symbiosis’, 2025, Silk panels, mycelium, wheatgrass roots, each 300×11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Aurore Vullierme for the Locker Room. Image Courtesy of Art Central. Photo by Eric Hong. 2 아트 센트럴 홍콩의 스튜디오 센트럴 전시 전경. 아트 센트럴 제공. Photo by Eric Hong. 3 아트바젤 홍콩 디스커버리 섹터의 P21 설치 전경. P21 제공.

 

활기를 되찾은 아트 위크

아시아 미술 시장에는 태초에 홍콩이 있었다. 서양 중심의 아트페어가 아시아로 확장을 꾀할 때 아트바젤이 선점한 도시가 바로 홍콩 아닌가. 지금은 프리즈 서울을 필두로 도쿄, 방콕, 타이베이 등지에서 아트페어가 성행하고 있지만, 아트바젤 홍콩의 위상은 여전하다. 지난 3월 26일부터 5일간 개최된 아트바젤 홍콩을 중심으로 홍콩 전역에서 아트 행사가 활발히 열렸다. 위성 페어인 아트 센트럴과 서퍼클럽은 물론 H 퀸즈 빌딩에 밀집한 갤러리들과 M+, JC 컨템퍼러리 등 주요 미술관은 회심의 전시를 기획했다. 

홍콩 컨벤션센터 1층과 3층을 차지한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갤러리스트들의 공통된 의견에 따르면, 프리뷰 데이부터 지난해보다 활기가 넘쳤다. 단번에 눈길을 끌어당긴 건 역시 대형 설치, 조각,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이는 인카운터(encounters) 섹터였다. 리암 길릭은 색색의 스틸과 글라스로 물리적인 공론장을 조성했고, 미디어 아티스트 루양은 ‘Doku’ 시리즈로 다시 한번 가상의 캐릭터와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신예 작가의 개인전으로 부스를 꾸린 디스커버리(discoveries) 섹터에는 한국의 P21이 아티스트 신민과 함께 참가했다. ‘우리는 왜 털을 징그러워할까?’라는 질문에서 비롯된 그의 연작은 머리망으로 늘 정돈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여성 노동자의 머리카락에 얽힌 감정을 작가 특유의 자유로운 표정으로 분출한다. 신민은 신진 예술가 지원을 위해 신설된 제1회 MGM 디스커버리 아트 프라이즈의 우승자로 최종 선정됐다.


아트바젤에 비해 소규모 신생 갤러리가 주를 이루는 아트 센트럴 홍콩은 한결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서 반짝이는 작품을 발견할 수 있는 아트페어다. 10회를 맞은 올해는 사진이라는 매체에 초점을 맞춰 8개 갤러리의 사진 전시를 준비했다. 이 밖에 대형 설치 작품을 위한 섹션인 이 타이(Yi tai) 조각&설치 프로젝트 가운데 타이완 아방가르드 아티스트 메이딘이(Dean-E Mei)의 방대한 조각 작품과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이 균사체를 만나 바래는 과정을 담은 록산 레본(Roxane Revon)의 설치 작품이 여운을 남겼다. 

 

 

 

1 Exhibition view of Hu Xiaoyuan: Veering, Tai Kwun Contemporary, Hong Kong, 2025. Courtesy of Tai Kwun. Photo by Kwan Sheung Chi. 2 Alicja Kwade, ‘The Condition(Antinomy)’, 2022-2024, Bronze painted, stone, 96.2×53.2×53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ai Kwun. Photo by Jimmy Ho. 3 Maeve Brennan, ‘Renault 21(Glove Compartment)’, 2025, Limestone, 110×70×30cm. Commissioned by Tai Kwun Contemporary. Courtesy of Tai Kwun. Photo by South Ho. 

 

유달리 인상적인 전시는 타이쿤 JC 컨템퍼러리에서 열렸다. 유명 갤러리가 여럿 입주한 H 퀸즈 빌딩을 순회한 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종착지에 타이쿤이 있다. 19세기 경찰서와 법원, 교도소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건물의 옛 모습을 복원한 전시 공간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모인 명소다. 부지 안쪽 건물인 JC 컨템퍼러리 미술관에서는 세 여성 작가의 개인전이 한창이었다. 폴란드 출신 작가 알리치아 크바데(Alicja Kwade)의 <프리토피아(Pretopia)>, 중국 작가 후샤오위안(Hu Xiaoyuan)의 <비어링(Veering)>, 그리고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매브 브레넌(Maeve Brennan)의 <레코드(Records)>로, 모두 동시대 예술적 시도를 소개하는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시리즈의 일환이다. 알리치아 크바데의 작업은 바위와 철창, 거울 등을 활용해 직관적이고 명징하게 우리의 시간관을 깨우친다. 후샤오위안은 실크, 달걀 껍데기, 머리카락, 먼지, 곤충의 날개 등 연약한 재료와 철, 알루미늄, 나무 같은 단단한 재료를 혼합한 설치 조각으로 물질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끌어낸다. 도굴된 고대 유물에 대한 관심사를 발전시켜온 매브 브레넌은 이 주제를 영상과 조각으로 풀어냈는데, 그중 유물을 설명하는 고고학자의 손짓 언어에 집중한 짧은 필름은 위트가 넘친다. 앞선 두 전시는 지난 4월 막을 내렸지만, 매브 브레넌의 개인전은 6월 8일까지 이어지니 홍콩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기억해둘 것.

 

 

 

 

1 하늘에서 내려다본 카이탁 스포츠 파크. 2 카이탁 스타디움을 채운 홍콩 세븐스 관중들. 3 2025 홍콩 세븐스 호주 대 뉴질랜드 경기 현장. 

 

이토록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축구도 야구도, 심지어 미식축구도 아닌 럭비라니. 스포츠 문외한에게는 규칙조차 낯선 종목이 홍콩에서는 대표 인기 스포츠라는 사실.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열린 홍콩 세븐스를 관람하기 위해 카이탁 스타디움을 채운 관중이 인기를 증명했다. 국제럭비위원회가 주관하는 7인제 럭비 토너먼트 ‘국제 럭비 세븐스 시리즈’는 LA, 밴쿠버, 케이프타운, 싱가포르 등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데, 그중 홍콩 세븐스는 시리즈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인기 있는 대회다. 예년까지 4만 석 규모의 홍콩스타디움에서 진행됐으나 올해는 지난 3월 신규 개장한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처음 대회가 열렸다. 개폐식 돔 지붕과 냉방 시스템을 갖추어 날씨에 관계없이 각종 스포츠 경기와 공연, 대형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5만 석 규모의 경기장이다. 스타디움은 300헥타르에 달하는 카이탁 스포츠 파크의 일부인데, 1998년까지 국제공항이었던 카이탁 공항이 지금의 첵랍콕 공항으로 기능을 이관하고 폐쇄된 후 스타디움과 쇼핑몰, 호텔, 오피스 등이 들어선 복합 시설로 거듭났다.
대회 첫날, 캐세이퍼시픽을 운항하는 캐세이가 타이틀 스폰서로 후원한 홍콩 세븐스를 전용 라운지 ‘캐세이 윙’에서 즐길 기회를 얻었다. 쾌적한 실내에서 음료와 음식을 즐기다 외부 부스로 나가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VIP 라운지다. 일찌감치 도착해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서 응원 도구를 휘두르며 관람을 시작했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각 7분. 럭비에 대해 전혀 모르더라도 경기 흐름이 무척 빨라 초보자도 금세 룰을 익히고 빠져들기 충분했다. 특별히 응원하는 팀은 없었지만 스포츠의 미덕이 무엇인가. 열띤 관중 사이에서 지고 있는 팀을 소리쳐 독려하는 것만으로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국가 대항전인 만큼 각국을 상징하는 코스튬을 뽐내는 팬들을 구경하는 것 역시 축제의 즐거움이었다. 홍콩 세븐스는 3일간 관중을 11만 명 이상 동원했고, 남성 리그는 아르헨티나, 여성 리그는 뉴질랜드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홍콩국제공항 ‘더 피어’ 일등석 라운지 입구. 

'더 피어’ 비즈니스석 라운지 내부의 휴식 공간.

 

홍콩국제공항에서 쉬어가는 법

홍콩의 열기를 다방면으로 경험한 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홍콩국제공항의 캐세이퍼시픽 비즈니스석 라운지를 이용했다. 공항에는 ‘더 피어(The Pier)’, ‘더 윙(The Wing)’, ‘더 덱(The Deck)’ 세 곳의 캐세이퍼시픽 라운지가 있는데, 고민 끝에 캐세이퍼시픽의 최대 규모 공항 라운지이자 럭셔리의 정수로 꼽히는 ‘더 피어’를 택했다. 65번 게이트 근처에서 지하로 내려가면 중후한 목재로 꾸민 아늑한 공간으로 진입한다. 호텔 로비나 라운지 바를 연상시키는 일자 공간은 용도에 따라 푸드 홀, 바, 누들 바, 티하우스 등으로 나뉜다. 각 섹션의 가구와 조명이 조금씩 다르므로 원하는 곳을 택하면 된다. 또한 잠을 청할 수 있는 릴랙세이션 룸과 책상마다 컴퓨터가 구비된 업무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니 다음 여정을 위한 준비 공간으로 충분하다.   

 

취재 협조 홍콩관광청, 캐세이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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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박지형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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