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차 뭐야?” “에스컬레이드라는 캐딜락이야.” “와, 멋있는데? 우리 저 차 사자.”
언젠가 아내와 함께 길 위에서 우연히 에스컬레이드를 보고 나눈 대화다. 그때로부터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가끔 에스컬레이드를 볼 때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저 차 사주면 안 돼?”
농담 삼아 하는 말이겠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된다. 미안하다. 전통적인 클리셰로 말하자면 캐딜락은 아내가 아니라 부모에게 선물하는 차다. 토마스 얀 감독의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1997년)는 불치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두 남자(마틴과 루디)가 바다를 보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둘은 우연히 100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손에 넣게 되고, 마틴은 그 돈의 일부로 어머니에게 캐딜락을 선물하고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그가 좋아한 엘비스 프레슬리가 핑크색으로 칠한 캐딜락 드빌을 자기 어머니에게 선물했듯이 말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핑크 캐딜락은 성공한 자식이 부모에게 보답하는 방식, 즉 물질적 가치의 최고치를 상징한다. 많은 아티스트나 뮤지션이 그를 따라 한 배경이다. 하지만 마틴의 경우처럼 성공하지 못한 못난 자식도 마음을 전달할 선물 하면 바로 떠올릴 정도로 캐딜락에 내포된 정서적·문화적 코드는 강력하다. 여하튼 캐딜락이란 브랜드가 갖는 함의는 123년이라는 브랜드 역사만큼이나 깊다.
시절은 변했다. 하지만 상징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캐딜락과 성공이라는 단어의 상징과 밀접성은 스케일이 더 커졌다. 오늘날 성공한 힙합 뮤지션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타는 이유다. 그들의 뮤직비디오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치렁치렁한 금붙이와 수북한 달러, 비키니 입은 멋진 여자들 그리고 에스컬레이드는 압도적 존재감으로 자수성가를 보상한다.
사실 에스컬레이드보다 비싸고 화려한 SUV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의 풍채를 압도하는 차는 없어 보인다. 그건 에스컬레이드만의 대담함과 카리스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함 때문일 것이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껏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당당함이야말로 힙합 정신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에스컬레이드의 상징성은 독보적이다.

“경쟁 모델은 없어요. 실제 에스컬레이드 고객을 만나보면 갈아탈 차가 없다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다음 후속 모델을 기다린다는, GM 한국사업장 CMO 겸 커뮤니케이션 총괄 윤명옥 전무의 말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이 정도로 대담한 차는 없어요.” 윤 전무는 이번에 출시한 5세대 에스컬레이드 부분변경 모델에 대해 대담함, 정교함, 스마트한 럭셔리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압축했다. 그리고 휠베이스 연장 버전인 ESV 모델의 2열 인센티브 시트를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말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에 탑승한 것처럼 최상의 안락함을 경험할 수 있어요.”
이에 앞서 GM 한국사업장 헥터 비야레알(Hector Villarreal) 사장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단순한 차가 아니라 그 자체가 성취이며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어느 때보다 당당하고 인텔리전트한 모습으로 한국 시장에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짧은 문장 속에 제품에 대한 애정과 통찰력이 엿보인다.
더 뉴 에스컬레이드의 존재감은 새롭게 디자인된 전후면의 수직형 LED 램프와 라이팅 시스템, 24인치 휠에서 드러난다. 앞좌석 도어를 열면 전면을 가득 채우는 55인치 커브드 LED 디스플레이와 최대 40개 스피커로 구성된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이 실내에서의 압도감과 몰입감을 더한다. ‘고요한 정밀함(Isolated Precision)’이라는 주행 철학을 바탕으로 설계한 파워트레인은 V8 6.2L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자동 10단 기어를 매칭했다. 최대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m의 성능을 낸다.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파워, 노면과의 연결감을 극대화한 점이 포인트다. 주행 조건에 따라 엔진 실린더 작동 패턴을 달리하는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기능이 적용되었다는 설명은 알아도 좋고 몰라도 상관없다. 연비 효율을 따지면서 타는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캐딜락의 시그너처 기술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4.0 시스템 정도는 알아도 괜찮을 것 같다. 초당 1,000회 이상 노면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서스펜션 감쇠력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안락한 승차감의 비밀 창고. 여기에 결합된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은 고속 주행 시 차고를 낮춰 안정감을 높인다. 저속 및 승하차 시에도 차고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이다.
더 뉴 에스컬레이드는 일반형과 휠베이스 연장 버전인 ESV 모델 두 가지로 나왔다. 각각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 스포츠 플래티넘 두 개의 트림 중 선택할 수 있다. 럭셔리와 스포츠 모델의 차이점은 프런트 그릴 디자인이 다르고, 휠 스포크가 럭셔리 10개, 스포츠 7개라는 점이다. 국내 출시 가격(개별 소비세 3.5% 기준)은 더 뉴 에스컬레이드가 1억6,607만원,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는 1억8,807만원이다.
에스컬레이드의 존재감은 사실 누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다. 어느 경우에도 변함없는 것은 도로 위를 가득 채우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일 것이다. 나는 더 뉴 에스컬레이드를 보며 문득 재난 영화와 같은 위기 상황이 닥친다면 이런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족을 태우고 안전하게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아내에게 이 차를 선물해야 할까?


EDITOR : 최주식PHOTO :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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