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알프스 정오의 빛을 향해, 골든패스 익스프레스

스위스 여행에서 기차를 빼놓을 수는 없다. 총 5,200km에 달하는 촘촘한 노선에, 지역을 종과 횡으로 연결하는 것은 물론 알프스산맥의 산악 지대를 오르내리니 여행의 중심 테마가 될 만하다. 아름다운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파노라마 열차 가운데 2022년 운행을 시작한 럭셔리 열차 ‘골든패스 익스프레스’ 탑승기를 전한다.

20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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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초 지대 마을을 지나는 골든패스 익스프레스.

 

스위스 인터라켄 동역에서 처음 마주한 프리미엄 파노라마 열차, 골든패스 익스프레스(GoldenPass Express). 첫인상은 반전이었다. 기존의 MOB(Montreux Oberland Bernois Railway) 골든패스 열차에 고유하게 적용해온 골드 컬러를 강조하지 않고, 다크 블루를 메인 컬러로 과감하게 사용한 것. 여기에 골드 포인트를 더해, 한층 세련된 모습으로 탄생했다. 스위스 늦가을의 강렬한 볕 덕분인지, 기차 외관이 유난히 반짝이는 광채를 발해 포마드 스타일의 신사다움과 경주마 같은 근육질의 단단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디자이너가 골든패스 익스프레스의 디자인을 기획했단다. 어쩐지!


골든패스 익스프레스는 스위스의 대표 관광지인 인터라켄과 그슈타트, 그리고 레만 호수의 보석 같은 호수 마을 몽트뢰를 직통으로 잇는 파노라마 열차다. 시계의 나라 스위스답게 정확히 9시 7분이 되자 열차가 인터라켄 동역을 출발했다. 일찍 예약한 덕에 총 18석뿐인 최상위 클래스, 프레스티지 좌석에 탑승했다. 깔끔한 베이지색 가죽 좌석에 앉았는데, 무려 각도 조절과 열선 기능을 탑재한 게 아닌가. 출장으로 스위스를 여러 번 오가며 많은 종류의 열차를 타보았지만, 열선 좌석은 처음이었다. 가히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럭셔리 열차답다. 열선이 있으니 눈이 펑펑 오는 겨울에 타면 더 포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가 조금 달리자, 잔잔한 툰 호수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골든패스 익스프레스는 파노라마 통창의 뷰를 극대화하기 위해 좌석을 기존보다 15인치 높였다. 탑승 전, 설명으로만 들었을 때는 그리 와닿지 않았는데, 직접 앉아보니 확실히 열차 밖 풍경이 가깝게 느껴진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럭셔리 파노라마 열차에 골든패스 익스프레스가 스위스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며 극찬을 받았다는데, 이런 디테일 덕이 아닐까.

 

 

마주 보는 좌석이 배치된 1등석 내부.

 


따로 신청해둔 아침 메뉴인 크루아상과 커피, 오렌지주스를 마시며, 툰 호수 끝자락에 위치한 마을, 슈피츠를 지나니 푸른 초원과 전통 가옥의 농가들, 작은 교회당이 있는 스위스 마을 모습이 펼쳐진다. 이는 지멘탈 지역, 아니 스위스 목초 지대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보통 이런 지형의 마을에서 맛있는 치즈가 만들어지는데, 서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치즈로 유명한 그뤼에르와 몰레종이 나온다. 


총 3시간 15분이 소요되는 열차는 벌써 중간 지점인 츠바이짐멘에 다다랐다. 여기서부터 모두가 열차 내부 모니터 속 기차 하부의 모습에 집중했다. 골든패스 익스프레스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 무려 15년 동안 스위스에서 독자적인 연구를 거듭한 결과, 알프스의 고도와 지형 탓에 크기가 서로 다른 두 선로의 협궤를 기차 자체에서 단 몇 초 만에 전환하는 고도의 기술이 탄생했다. 이전에는 모든 여행자가 츠바이짐멘에서 ‘골든패스 파노라마 열차’나 ‘벨 에포크 클래식 열차’로 환승해야 했는데, 이 기술 덕에 별도로 열차를 갈아타는 과정 없이 골든패스 익스프레스를 타고 그대로 몽트뢰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가 오래도록 끈기와 집중력을 갖고 연구한 결과가 조금은 번거로웠던 여행을 한결 수월하게 만들었다. 


열차의 협궤가 달라지는 츠바이짐멘을 통과한 후 여정은 스위스의 프랑스어권으로 향한다. 열차 방송의 순서도 프랑스어가 앞, 독어가 뒤로 바뀌었다. 인생은 타이밍. 마침 프랑스어권 보(Vaud)주를 대표하는 라보 와인을 마실 기회가 왔다. 라보는 포도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된 곳이다. 라보 와인을 포함해 스위스 와인은 생산량도 작거니와, 자국 소비량이 커서 한국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다. 따라서 스위스에서 와인 시음은 늘 소중하게 여기는 경험이다. 아페로 플레이트 패키지의 옵션 중 라보 화이트와인을 선택했다. 이와 함께 로컬 생산 치즈와 말린 육류, 소시지도 서비스되었다. 샴페인과 함께 캐비아도 사전 주문할 수 있는데, 취향에 맞지 않아 치즈류를 선택했다. 

 

 

 

1 객실 내에서 스위스 라보 와인을 맛볼 수 있다. 2 다크 블루 컬러의 열차 외관. 3 로컬 샤퀴테리로 구성된 플레이트. 

 


열차에 앉아 와인 한 모금을 마시는 사이 럭셔리 마을 그슈타트와 자난랜드의 목조 건물 사이를 지났다. 그슈타트는 마을 규모가 작지만, 루이 비통, 프라다 등 럭셔리 브랜드 쇼핑의 메카다. MOB 열차 직원에게 요청해 의자의 방향을 바꾼 뒤 동행한 동료들과 얼굴을 맞대고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열차는 샤토데(Château-d’Oex)에 닿았다. 샤토데는 겨울이면 국제 열기구 축제가 열리는 곳이라 축제 시기에 열차를 타고 달리면 하늘 위를 수놓은 열기구를 만나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열차는 이제 몽보봉(Montbovon)을 지나 본격적으로 산을 향했다. 산을 오르락내리락 달리다가도, 반대 방향에서 오는 열차를 만날 때는 잠시 멈추기도 하며 나무 사이 협곡을 힘차게 달렸다.


열차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구간이 점점 가까워온다. 파노라마 통창 너머 언덕 사이사이로 조금씩 레만 호수가 보이자 열차 안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산 위에서 내려가며 점차 호수와 가까워졌다. 가까워질수록 레만 호수가 더 뚜렷하게 보여 그 아름다움에 압도되기 시작했다. 호숫가 옆으로 펼쳐진 라보 포도밭의 광경은 로맨스 영화의 흥행 보증 수표 같았다. 한낮이 다가오자 찬란한 태양이 호숫가에 부딪히며 반사되는 빛 때문에 열차 안에서도 눈이 부셨다. 그런데 이 눈부심이 불편하기보다 오히려 정오의 희망처럼 느껴졌다. 프레디 머큐리가 ‘천국’이라고 칭했던 몽트뢰가 가까워서였을까? 


골든패스 익스프레스 열차 탑승은 단순히 교통수단의 경험을 넘어서는, 그 자체로 특별한 여행 방식이자, 스위스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었다. 다음에는 레만 호수의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하려 한다.   

 

TIP

골든패스 익스프레스는 몽트뢰에서 하루 4회, 인터라켄에서 하루 4회 출발 및 도착한다. 프레스티지석은 예약 필수이며, 1등석과 2등석은 좌석 예약을 권장한다. 스위스 트래블 패스로 이용 가능하다. 

 

writer Jo Wonmi(제네바호수지역 하이라이트 한국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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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정원미(writer)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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