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철길 위의 파라다이스

여행의 기쁨은 출발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매일 다니던 거리와는 다른 장소를 지나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과 풍경을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몸과 마음을 묶어두던 번잡한 생각을 잠시 덮어둘 수 있다. 낯선 풍경이 일으킬 특별한 감흥에 몸을 의탁한 채 나 역시 새로운 삶을 살아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런 의미에서 기차는 여행에서 가장 오래도록 그 낭만을 영위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 아닐까? 오늘날 럭셔리 기차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새로움은 생각보다 다채롭다. 승무원에게 짐을 건네고 아침부터 밤까지 이동하며 즐기는 파인다이닝과 칵테일 그리고 음악. 나만의 그랜드 투어를 계획하기 좋은 전 세계 럭셔리 기차 여행을 소개한다.

2025.03.10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브리타닉 익스플로러

Britannic Explorer  

Instagram belmondbritannicexplorer
(3박 4일) 

지금 가장 영국적인 숙소를 찾는다면 이 기차 티켓을 예매하는 게 좋겠다. 지난 11월 벨몬드 그룹이 영국 최초의 럭셔리 슬리퍼 열차인 브리타닉 익스플로러의 데뷔를 발표했기 때문. 오는 7월부터 운행 예정인 이 열차는 런던에서 출발해 서머싯과 콘월 해안으로 내려가거나 호수 지구를 둘러보는 것, 또는 코츠월드와 웨일스로 향하는 세 가지 노선을 운행한다. 영국을 기반으로 우아하고 현대적인 공간 디자인을 선보이는 알비온 노드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기차의 그랜드 스위트룸은 영국 시골 정원의 밝고 아름다운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따뜻하면서도 포근한 색감으로 완성됐다.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콘월의 거친 해안선,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뾰족한 산과 웨일스 계곡의 구불구불한 언덕, 즐비하게 마주하는 오래된 성의 풍경 등 도시에서 시골로 이어지는 영국의 보석 같은 공간을 잇는 기차를 타고 ‘하트 오브 웨일스’ 노선을 따라 서쪽으로 미끄러지듯 내려가보자. 카마던셔에 자리한 아름다운 웨일스 식물원과 계곡을 따라 걷는 하이킹, 코츠월드의 고즈넉하고 목가적인 풍경까지. 영국을 새로운 시선으로 발견할 수 있는 멋진 초대장이 도착했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Bernina Express 

Instagram bernina.express
(4시간)

설경과 야자수 풍경을 반나절 만에 오갈 수 있을까? 유럽 중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는 파노라마 열차인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를 타면 가능하다. 스위스 북부 엥가딘 알프스가 있는 쿠어에서 출발해 스위스 포스키아보, 이탈리아 티라노를 종착지로 삼는 스위스 대표 파노라마 열차다. 이 열차는 대부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래티셰 철로를 따라 달린다. 알불라·베르니나 지역을 거쳐 스위스 알프스를 횡단하는 래티셰 철로는 13개의 터널, 52개의 고가교와 교량 등 20세기 초 토목 건축의 발전과 자연의 조화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쿠어에서 출발한 열차는 라인강을 따라가다 점점 높은 고도로 진입한다. 지리적 위치에 따라 경관이 지루할 틈 없이 바뀌는데, 하이라이트는 해발 1,048m에 세워진 높이 65m, 길이 1,063m의 란트바서 고가교(Landwasser Viaduct)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 아찔한 협곡의 바닥에서부터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려 아치 기둥을 세우고 그 위로 철로를 놓은 경이로운 길. 나선형 터널과 계곡을 지나 베르니나 고개까지 더 올라가다 보면 모르테라치 빙하(Morteratsch Glacier)와 동부 알프스의 가장 높은 베르니나봉도 볼 수 있다. 다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낮은 고도로 내려오다 보면 금세 따뜻한 남국, 티라노역에 도착한다. 여름에는 코모 호수를 거쳐 다시 스위스 루가노로 가는 특급 버스 노선 등이 편성되어 더욱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다.

 

베니스 심플론-오리엔트 익스프레스

Venice Simplon-Orient-Express  

Instagram vsoetrain
(3박 4일)

열차에 오르는 순간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탈 특급 살인>의 모티프가 된 100여 년 전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로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든다. 베니스 심플론-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그때의 열차와 비슷한 1920년대 기차를 복원해 만든 럭셔리 관광 열차다. 내부는 1920~1930년대의 예술 양식과 디테일로 가득하다. 19세기 초 아르누보 작품에서 영감 받은 나뭇잎 무늬와 꿈결 같은 풍경을 연상시키는 상감 세공 벽과 벽난로가 있는 흥미로운 히든 티룸, 800권 넘는 책이 꽂힌 책장과 카메라 렌즈에서 영감을 받은 오큘러스 모양의 창을 통해 바라보는 목가적인 풍경 등이 특히 그렇다. 프랑스 아티스트 JR이 디자인 리노베이션을 맡아 완성한 열차는 그 자체로 예술적 목적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픈한 파리발 포르토피노행 티켓은 찬란한 유럽의 초여름 날씨를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펼쳐준다. 포르토피노에서 2박을 하고 오는 여정으로, 프랑스 남부를 향해 기차가 출발하면 디종, 리옹, 아비뇽을 거쳐 프랑스 리비에라의 툴롱에 당도한다. 아페리티프로 입을 상쾌하게 적시고 식당 칸으로 가 셰프가 차려낸 저녁 식사를 천천히 음미한 뒤 바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칵테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다음 날 객실로 배달되는 근사한 조식을 먹고 나면 어느덧 몬테카를로, 제노아를 지나 아름다운 숙소 스플렌디도가 있는 포르토피노에 도착할 것이다. 

 

 

 

이스턴&오리엔탈 익스프레스 

Eastern&Oriental Express  

Instagram easternoriental
(3박 4일)

이스턴 &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는 동남아시아의 중심부를 통과하는 럭셔리 열차로, 1993년 첫 여행을 시작한 이래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환상의 세계로 데려갔다. 쿠알라룸푸르와 랑카위 등을 지나는 겨울철과 달리 3월부터 10월까지는 세계에서 손에 꼽는 열대우림 중 하나인 타만 네가라 국립공원에서 야생동물을 만나고 페낭섬의 조지타운에서 이색적인 문화예술을 즐기는 코스로 운영된다. 시그너처 크림 컬러와 그린 컬러는 짙은 목재를 활용한 복도 및 아시아풍 가구와 고풍스럽게 어우러지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울창한 풍경의 근사한 액자가 되어준다. 열차 한 칸에는 디올 스파가 자리해 지나칠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프레지덴셜 스위트 객실을 예약하면 투알 드 주이 패턴과 동남아 열대 나무 소재로 장식된 달리는 캐빈에서 잊지 못할 트리트먼트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4월 28일부터 이스턴&오리엔탈 익스프레스는 달리는 미식의 무대로도 변모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셰프 3인을 초청하여 ‘내일의 맛: 셰프 안드레 치앙과 함께하는 요리 모임’을 여는 것. 4월 28일에는 홍콩의 레스토랑 윙 앤드 VEA의 셰프 빅키 쳉, 7월 28일에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레스토랑 링롱의 셰프 제이슨 리우, 9월 8일에는 서울과 뉴욕의 레스토랑 정식의 셰프 임정식이 함께한다. 치앙 셰프의 메뉴와 더불어 세 명의 게스트 셰프가 이 지역의 풍부한 미식 문화를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니 특별한 이벤트를 놓치지 말 것. 

 

 

 

 

비엣티지 바이 아난타라 

The Vietage by Anantara

Instagram thevietage
(6시간)

기차를 타고 느긋한 평원과 산, 해안을 누비다 보면 베트남은 단순히 머물다 가는 휴양지가 아니라 흥미로운 시간의 지층이 겹겹이 쌓인 나라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발견한다. 베트남 중부에 자리한 그림 같은 해안 도시 퀴논, 겹겹이 쌓인 역사와 이야기가 가득한 호이안. 두 곳에 자리한 아난타라 호텔을 오가는 베트남 중부 해안 탐험 패키지가 있다. 바로 비엣티지 바이 아난타라다. 12명이 타고 가는 두 량의 작은 열차지만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구비한 탄탄한 럭셔리 기차다. 6시간 동안 해안가를 달리다 보면 반대편 호텔에 도착하는 루트인데 그동안 베트남에서 만나지 못한 더 깊은 탐험을 제공한다. 창가 좌석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 코스에는 달랏 캐비아를 올린 블리니, 베트남 장인이 만든 치즈, 콜드 햄 등이 나오고, 로컬 티 브랜드 에피큐리언 사오의 엄선된 차를 음미할 수 있다. 셰프가 선보이는 3코스 다이닝을 즐길 수도 있고, 현지 식재료의 매력을 담은 칵테일을 맛보는 바도 있다. 그뿐이 아니다. 간단히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공간도 구비해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퀴논과 나트랑을 연결하는 열차로 환승하면 남부 해안 도시 나트랑까지 이동할 수 있다.

 

 

 

비아 레일 오션 

Via Rail OCEAN

Instagram viarailcanada
(22시간)

북미에서 가장 오래 운영되고 있는 열차인 오션은 밤새 동부 퀘벡의 몬트리올과 노바스코샤의 핼리팩스를 오간다. 캐나다의 광활한 해안 경치를 감상하며 여행할 수 있는 이 루트는 1,300km로 이어지고 주 3회 야간 운행한다. 저녁 7시에 몬트리올을 출발하면 세인트로렌스강 남쪽 해안을 따라 뉴브런즈윅과 노바스코샤를 지나 다음 날 오후 5시 51분에 핼리팩스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세인트로렌스강을 따라 늘어선 오밀조밀한 마을을 지나 계곡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인 몬테레지안 언덕과 마타페디아 계곡 및 강을 거치면 뉴브런즈윅이 등장한다. 해안 등대와 어촌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지나면 마침내 핼리팩스에 다다른다. 대서양을 품은 온화한 휴양지로 여름에는 서퍼들이 모이고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한 곳. 캐나다의 광활한 풍광을 배경으로 해가 저물고 뜨는 것을 느긋하게 감상하기에 기차만 한 수단이 또 있을까. 어둠이 내려앉은 자연에서도 무언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잠드는 것이 아쉬울지도 모른다. 

 

 

 

트랜즈 알파인 

Tranz Alpine

railnewzealand.com
(4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그레이마우스를 횡단하는 트랜즈 알파인은 4시간 남짓 이동하는 짧은 거리임에도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로 손꼽힌다. 정원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를 지나 브루너 호수, 옛 광산 마을, 서던알프스 등을 지나는 경로다. 드넓은 캔터베리 평원을 달리다 와이마카리리강의 아름다운 협곡과 계곡을 지나 남알프스산맥을 향해 천천히 올라가 아서스패스라는 작은 고산 마을에서 잠시 정차한다. 그 후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바위층을 뚫어 가히 토목 공학의 걸작이라 할 수 있는 8.5km의 오티라 터널을 지나 남섬 서부 해안으로 내려가면 푸르른 너도밤나무 열대우림이 등장한다. 여기쯤 오면 빙하와 가까워졌다는 뜻. 그레이마우스에 도착하면 서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프란츠 요제프 빙하와 폭스 빙하 등을 투어해보길. 푸른 우림과 맞닿은 빙하와 두 빙하를 둘러싸고 자리한 테 와히포우나무가 태곳적 자연의 신비를 더한다. 트랜즈 알파인은 멋진 풍광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특별히 큰 창이 나 있다. 마지막 칸의 오픈 에어 공간은 바깥 풍경을 가림막 없이 직접 보고 풀 내음도 맡으며 오감으로 즐길 수 있어 더욱 인상적인 여정을 제공한다. 편안히 앉아 와인을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다 보면 어느덧 남섬의 거친 남알프스와 고산지대 열대우림을 가로지르는 진정한 키위 레일 체험이 완성된다.

 

 

 

 

세븐 스타즈 인 규슈 

Seven Stars in Kyushu   

www.cruisetrain-sevenstars.jp
(1박 2일) 

오랜 세월 이어져온 규슈의 전통과 장인 정신 문화를 만나고 싶다면 세븐 스타즈 인 규슈가 답이다.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출발해 규슈 남단의 가고시마, 미야자키를 거쳐 다시 하카타역으로 돌아오는 1박 2일 규슈 투어부터 3박 4일 동안 오이타의 온타야키 도예 마을, 가고시마 친주칸 가마, 지역 술, 웅장한 자연을 보다 세세하게 경험하는 기리시마 여정, 그리고 규슈 북부 온천과 비옥한 땅에서 비롯된 식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온천 여정이 촘촘하게 준비되어 있다. 창문 너머 푸른 잎이 펄럭이고 바닷가의 짠기가 향긋하게 올라오는 풍경. 7개 현마다 색다른 풍광을 지닌 규슈의 매력은 기차를 타고 달릴 때 보다 깊고 진하게 다가온다. 고대 칠기의 색을 떠올리게 하는 로열 와인 레드 컬러의 기차는 황금빛 엠블럼을 달아 더욱 빛나고, 마지막 칸에는 풍경을 더욱 깨끗하게 감상할 수 있는 파노라마 창이 나 있어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바 블루문, 라운지인 주피터 등에서는 일본의 정갈함을 느낄 수 있는 기노시타 목공예 그룹의 작품과 가키에몬 가마에서 구운 아리타 도자기 등을 구비해 규슈의 매력을 다채롭게 체험할 수 있다.

 

 

 

 

레일 크루즈 해랑 

Rail Cruise HAERANG   

www.railcruise.co.kr 
(2박 3일) 

바다를 항해하는 유람선을 모티프로 한 국내 유일의 호텔식 관광열차 해랑. 해와 더불어 금수강산의 아름다움을 돌아본다는 순우리말로 지은 이름에 걸맞게 서울에서 출발해 전국을 한 바퀴 돌아보는 2박 3일 전국일주 코스부터 제천과 경주를 거치는 동부권 코스, 전주와 순천, 담양을 지나는 서부권 코스, 계절별 테마 여행 코스 등으로 다채롭게 운영한다. 계절별 매력이 뚜렷하기에 시기에 따라 봄꽃 여행, 일출 여행 등 다양한 테마로 꾸려진다. 50~70여 명이 탈 수 있는 해랑의 객실은 디럭스, 스위트, 패밀리룸, 스탠다드 네 단계로 나뉘어 가족 단위 관광객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낮 동안 발 빠르게 다니며 쌓인 피로를 밤에 이동하며 풀 수 있으니 전국을 효율적으로 일주하는 셈. 숙박 편의성을 위해 침대를 비롯한 샤워 시설과 소파, TV, 레스토랑 등 여행지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를 다 갖췄다. 짙푸른 바다색 옷을 입은 내부는 한국적 요소를 느낄 수 있는 아트 작품과 오방색을 기본으로 과감한 컬러 배색을 활용해 활기찬 분위기로 꾸며졌다. 코스를 예약하면 어떤 추가금 없이 모든 시설과 식사를 이용할 수 있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기차 여행

 

CREDIT

EDITOR : 박지형, 이다영(freelancer)PHOTO :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