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야수의 심장을 품고도, BMW M5

주목할 만한 이달의 신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돌아온 BMW M5에 관하여.

202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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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M이 있었다. 그리고 고성능 버전의 신화가 쓰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면 과장이 심하다고 할지 모른다. 그럼, 이건 어떨까. 애초에 M1이 있었다. 그리고 슈퍼 세단의 대명사 M5가 뛰쳐나왔다. 


M1은 BMW 브랜드 역사에서 유일하게 슈퍼카라고 불릴 만한 차, 한편으로는 BMW의 이단아라고 불린 차였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스토리가 있다. 맨 처음 M의 생산 계획은 모터스포츠 전담부서(BMW 모터스포츠 GmbH)에서 나왔다. 람보르기니로 하여금 인증용 시제품을 만들게 하고, 그걸 바탕으로 트랙에서 포르쉐 935를 따라잡겠다는 것. 하지만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고, 결국 독자 개발로 돌아섰다.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스타일링을 맡은 유리섬유 차체의 M1은, 1972년 BMW 수석 디자이너 폴 브라크(Paul Bracq)가 디자인한 BMW 터보를 기반으로 한다. 작은 키드니 그릴, 접이식 헤드라이트, 쐐기형의 선명한 보디라인은 내재한 동력 성능을 미학적으로 그려냈다. 미드십 직렬 6기통 3.5L 277마력 엔진을 얹고 최고시속 260km를 넘어서며 도로용 M 카의 전통을 확립했다.  


자동차업계에는 해묵은 관용구가 있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그중 하나다. 1985년 등장한 최초의 BMW M5(E28)는 외관상으로는 일반 세단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외관에 야수의 심장을 이식했다. 업데이트를 거친 M1 엔진을 장착한 것. 그 결과 최고시속 250km 이상의 속도를 냈다. 이는 당시 나온 양산 세단 중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출현한 것이다. 


3세대 M5(E39)는 V8 엔진으로 400마력을 내며 고속도로를 정복했다. M5 역사상 최초로 시속 300km를 넘어섰다. 개인적으로, E39를 몰고 아우토반을 달리던 기억이 아득하다. 시속 200km대의 속도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순식간에, 그렇게 안정적일 수 있는지 몰랐다. 난생처음 맛보는 속도의 신세계. 나중에 시속 300km에 가까운 속도로 달린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지금도 모골이 송연하다.

 

 

 


M5는 탄생 이래 줄곧 자연흡기 엔진을 고수했다. 파워 유닛은 1세대와 2세대는 직렬 6기통 엔진, 3·5·6세대는 V8 엔진, 4세대는 V10 엔진을 탑재했다. M5는 역사적으로 스포츠 세단이라는 카테고리를 정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사이 시대가 변했고 스포츠 세단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을 이번에 출시된 7세대 M5(G90)도 수용했다. 


아무리 슈퍼 스포츠카라고 해도 그저 달리기의 즐거움만 추구해서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그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는 것. 그 타협점이 바로 하이브리드 카로 모인다. 신형 M5의 핵심은 이러한 파워트레인의 변화에 있으며, V8 엔진에 구동 모터를 더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그 실현체다.  


2021년 대형 SUV로 나온 BMW XM은 M의 역사에서 M1에 이은 두 번째 순수 독자 모델이다. 그 XM의 파워트레인을 7세대 M5에 이식했다. V8 4.4L 트윈터보 엔진은 최대출력 585마력에 최대토크 76.5kg·m를 낸다. 여기에 197마력과 28.6kg·m를 발휘하는 구동 모터가 더해진다. 이를 통한 시스템 출력은 727마력이며 최대토크는 101.9kg·m에 이른다. 이전 세대보다 각각 16.3%, 33.2% 더 강력해진 수치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 3.5초라는 데이터로 그 성능을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18.6kWh(net)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전기모터로만 61km를 주행할 수 있다. 최고시속 140km까지 낼 수 있다. 복합 연비 12.0km/L(엔진+전기모터)도 놀랍다. 종전에 비해 리터당 4.4km 증가했다. 


5시리즈 세단에서 확대된 앞뒤 트레드와 M 전용 최신 기술이 적용된 섀시는 한눈에 보기에도 커졌다. 이런 느낌은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으면 더 분명해진다. 마치 7시리즈를 베이스로 한 것처럼 웅장한 존재감이다. 그나마 익숙한 인터페이스와 직관적으로 배치된 물리 버튼이 부담감을 줄여준다. 레이스카의 흔적을 담은 붉은색 포인트와 D컷 스티어링휠을 포함한 M 전용 디자인이 스포티한 감성을 더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인한 무게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신형 M5는 역대급 무게 증가로 공차 중량이 2,390kg에 이른다. 과거 아우토반을 내달렸던 E39의 콤팩트하고 경쾌한 감각은 그 시간의 거리만큼이나 멀어진 듯하다. 시스템 출력 727마력은 무게를 극복하는 방안이기도 하지만 BMW는 쓸 수 있는 동적 성능 강화 카드를 모두 동원했다. 드라이브로직 기능을 적용한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와 부스트 컨트롤, 액티브 M 디퍼렌셜과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을 비롯해 뒷바퀴 조향이 가능한 4륜 조향 시스템을 M5 시리즈 최초로 적용했다. 네바퀴굴림이 기본이지만 DSC를 끈 상태에서 뒷바퀴굴림으로 달릴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하튼 신형 M5는 도심이나 고속도로에서 유유자적하게 달리기에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편안한 승차감이다. 크고 작은 요철도 별다른 충격 없이 지나간다. 액셀러레이터를 밀어붙이면 야수의 본능이 깨어나는 것은 순간이다. 달라진 점은, 이 전환의 과정조차 부드럽게 느껴진다는 것. 두툼한 토크가 뒷받침하는 선형적인 가속감은 고출력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특성이다. 무게 증가에 따른 가속의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의 장점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M5에 진정 원하는 바일까? 아니면 영하의 아스팔트 위에서 내가 너무 소심해진 것은 아닌가. 양처럼 달리다 보니 야수의 심장을 품은 것도 잊은 채 말이다. 

 

 

BMW M5
길이 5,095mm, 너비 1,970mm, 높이 1,510mm | 엔진 형식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 배기량 4,395cc | 변속기 자동8단 | 구동 AWD | 시스템 출력 727hp(535kW) | 0→100km/h 가속 3.5초 | 복합연비 12km/l (엔진 +모터 합산) | CO2 배출량: 56g/km |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61km | 안전최고속도 250km/h 제한(M드라이버 패키지 적용 시 305km/h) | 트렁크 용량 466kg

 

최주식 시인, 자동차 칼럼니스트. 202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오토카코리아> 편집장이다. ‘월드 카 오브 더 이어’ 한국 심사위원이며 <20세기 자동차 열전> <도시에는 바다가 있네> <더 헤리티지 오브 더 슈퍼카> 등 여러 권의 편저가 있다.

 

 

 

 

 

 

 

 

 

더네이버, 자동차, 이달의 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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