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시칠리아 미식 여행

시칠리아 음식은 재료의 풍요로움이 가장 매력적이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그저 뜨거운 태양과 바다, 대지가 선물하는 따스한 기운을 흠뻑 머금고 있다. 신선하고 매콤한 올리브오일과 토마토 치즈 피스타치오, 갓 잡은 해산물이면 충분할 뿐 더 이상의 기교는 필요하지 않다.

2025.02.14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시칠리아의 첫인상은 뜨거운 태양과 함께 시작된다. 지글거리는 오후의 태양 아래 그늘이라도 찾지 못하면 낭패다. 머리 위로 내리쬐는 태양 빛에 관광지는 점차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젤라토와 그라니타, 시원한 에어컨 속으로 들어가고픈 마음이 간절하지만 애석하게도 젤라테리아에는 착석 가능한 테이블이 없다. 젤라토를 사는 찰나의 시간에만 누릴 수 있는 에어컨 바람. 붐비는 내부에서 잠시라도 시간을 보내려다가는 따가운 눈치에 얼른 먹고 다시 땡볕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더 이상 천년 역사를 간직한 성당과 황금 모자이크 장식은 경이롭지 않다. 


시칠리아 건물은 대부분 옅은 아이보리색이다. 석조 건물이 주는 차가운 인상과 달리 아이보리 색조 건물은 흙으로 지은 것처럼 따뜻한 온기를 내뿜는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오벨리스크처럼. 뜨거운 태양 아래 건물들은 소박하고 서정적이다. 바닷바람에 소금기를 머금은 돌들은 석양이 비칠 때 가장 아름답다.  


미쉐린 2스타 ‘라 마디아(Ristorante la Madia)’를 가려면 관광지에서 벗어나 구석진 어촌으로 우회해야 한다. 관광객이 찾지 않는 마을은 낯설다. 정돈되지 않은 거리와 벗겨진 페인트칠, 질서 없는 차들 사이로 사람들이 겨우 비켜 다닌다. 잘못 온 것 같아 몇 번이나 내비게이션을 의심해봤으나 이곳이 맞다. 여기가 시칠리아 최고의 식당 라 마디아가 위치한 마을 리카타(Licata)다. 외지인을 위해 애써 꾸미고 치장하지 않은 날것의 시칠리아를 그대로 간직한 마을. 이런 곳에 미쉐린이라니, 어떤 음식이 나올지 예상이 가지 않는다. 부디 꾸밈없는 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시칠리아의 푸른 바다와 뜨거운 대지를 자연스럽게 담아내주길 바라며 레스토랑에 들어선다. 

 

 

 

 


거리의 정신없는 트래픽, 매연과 단절된 식당 내부는 놀랄 만큼 차분하다. 두 개의 홀로 나뉘어 있는데 한쪽 홀의 돌벽에 시원스럽게 낸 큰 창으로 나무가 자라는 풍경이 보인다. 원목 가구는 따뜻하고 모던한 느낌을 주고 햇빛은 새하얀 테이블 시트 위로 곱게 내려앉는 듯하다.  


첫 번째 스타터는 차가운 토마토 수프와 리코타 치즈. 나의 우려와 달리 기교 없이 산뜻한, 마음속 근심까지 녹여내는 맛이다. 신선한 토마토와 치즈만으로 이토록 감동을 주다니. 깔끔하고 탄력 있는 식감, 씹을수록 포근한 텍스처는 대지의 선물이다.


두 번째는 새우. 음식에 관심 있는 사람은 익숙한 감베로 로쏘. 붉은 새우 머리 육수로 만든 마요네즈와 새우 맛이 나는 촉촉하고 구멍이 뚫린 토르티야에 생새우를 싸 먹으니 감칠맛이 폭발한다. 그 귀하다는 붉은 새우가 낼 수 있는 감칠맛의 농축액을 서로 다른 텍스처로 버무린 맛은 깊은 인상을 남기고, 새우의 달달한 녹진함이 입안에 오래 오래 머문다. 와인을 마시면 이 감미로운 녹진함이 사라질 것만 같아서 와인으로 향하는 손을 힘겹게 거둔다. 에트나 비앙코가 개운하게 씻어줄 때의 황홀함을 기대하며.

 

세 번째는 참치. 이미 혀가 도파민 폭죽에 혼미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다. 이 음식이 오늘 코스의 하이라이트이자 이 식당의 아이덴티티임을 첫 숟가락을 뜨는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할머니가 해 주시던 음식을 그대로 재현해 레몬 씨앗을 제거하지 않고 얹어주는 스토리텔링이 결코 과하지 않다. 시네마 천국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틀어준 영화 같은 맛이다. 참치와 레몬, 올리브오일은 입안을 마구 두드리다 황홀하지만 담백하게 마무리한다.  


네 번째는 청어로 요리 이름은 콰드로 디 알리치(Quadro Di Alici). 사각 프레임 속 청어 요리는 서울 유명 스시 셰프가 주는 전어 고하다의 맛을 떠올리게 한다. 얼마나 숙성했는지에 따라 쿰쿰하기도 하지만 등푸른생선이 주는 감칠맛을 더한 피노 쿠타이아 셰프는 재료들에 젤라틴을 섞어, 마치 한 편의 유화 그림처럼 편평하게 연출하는 방식을 즐기는 것 같다. 잘 손질한 정어리와 말린 토마토, 알 수 없는 소스들을 다 같이 떠먹었을 때 등푸른생선 특유의 감칠맛과 높은 산도가 적절히 교차되며 날이 서 있는 맛은 정말 스시와 닮았다.


그 뒤에 나온 음식의 메인과 디저트도 하나같이 훌륭했지만 음식에 대한 감회는 이 정도로 갈무리하려 한다. 사실 코스에서 대부분의 감동은 서사에 있다. 그렇다고 마지막에 힘이 빠진 건 아니지만, 서사의 인상이 더 강렬했다. 식사가 모두 끝난 후 훌륭한 음식과 드라마를 보여준 셰프에게 감사를 표했다. 셰프는 겸손하고 꾸밈이 없었다. 악수를 청하며 내민 거칠고 포근한 손에서 그간 요리에 바친 열정과 내면의 따뜻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Ristorante La Madia

리카타 마을에 위치한 시칠리아 최고의 식당 라 마디아는 많은 이들에게 시칠리아 여행의 목적지가 되고 있다.  

Corso Filippo Re Capriata, 22, 92027 Licata AG, Italy
 

 

 

 

Ristorante La Tonnara

카스텔라마레 델 골포(Castellammare del Golfo)는 시칠리아 내에서도 신선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해산물 식당 중 하나. 참치잡이로 유명한 동네였던 만큼 신선한 참치회와 함께 한국에서 먹기 힘든 랑구스틴 회와 구이는 꼭 먹어야 하는 메뉴. 시칠리아식 생선 쿠스쿠스인 진한 생선 육수에 아프리카의 영향을 받은 특별한 파스타도 맛볼 수 있다.

Via Don Leonardo Zangara, 29, 91014 Castellammare del Golfo TP, Italy
 

 

 

 

Cortile Spirito Santo

시라쿠사는 가장 시칠리아다운 해변 마을로 고대 그리스 문명이 꽃핀 무역 중심지였던 만큼 기원전 6세기경 지어진 아폴로 신전뿐 아니라 바로크 양식의 두오모까지 유럽 역사를 압축해놓은 거대한 야외 박물관 같은 곳이다. 시라쿠사에서 미쉐린 1스타를 획득한 코르틸레 스피리토 산토는 1600년대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완벽하게 조리된 모던한 시칠리아 음식을 즐길 수 있다.

Via Salomone, 21, 96100 Siracusa SR, Italy
 

 

 

 

 

Lumìa Organic Restaurant

유명 관광지 노토에서 멀지 않은 부티크 호텔 디모라 델레 발체 내에 있는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시칠리아에서 가장 큰 자연 협곡인 카바 그란데 델 카시아에 위치해 와일드한 자연경관 위에 고풍스러운 바로크 양식의 요새를 개조한 이국적인 공간으로 완성했다. 부지 내에 있는 농장에서 바로 수확한 신선한 채소와 토마토 그리고 직접 짠 올리브오일을 제공한다. 최소한의 조리와 터치만 더한 오가닉 메뉴가 특징.

SS287, 96017 Noto SR, Italy
 

 

 

 

 

Vineria Modì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보물 같은 도시 타오르미나에 위치한 비네리아 모디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한 와인 리스트를 소장하고 있다. 시칠리아 지역 와인, 특히 에트나 와인뿐 아니라 이탈리아 지역별 와인과 프랑스 지역별 와인까지 다양한 빈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백과사전같이 두꺼운 리스트의 여러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공한다. 와인스펙테이터 2 글라스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Via Calapitrulli, 13, 98039 Taormina ME, Italy
 

writer Jeik Byun(미식 칼럼니스트) illustrator HERNC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미식 여행

 

 

CREDIT

EDITOR : Jeik ByunPHOTO : Jeik Byun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